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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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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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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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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전 준비2

DUMMY

누구 하나 죽을 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따진다면 진짜로 누가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무슨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게이트가 열린 이후의 세상에서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지만 나름대로 베테랑의 자존심으로 블루베리에게 시비를 건 사람이 험한 꼴을 당한다는 건 너무나도 쉽게 상상이 됐다.



11명의 마왕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 버리는 성격이 순화된 성격. 이만하면 원래 성격은 어땠을지 짐작도 안 간다. 그리고 블루베리는 분명히 형의 그 성격을 일부지만 흡수한 사람인데 어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을까. 그렇기에 중앙 헌터 협회의 건물 앞에서부터 속이 쓰려오는 시우였다.



하늬도 살짝 긴장되는지 딱딱하게 굳은 모습



이 와중에 고개를 돌려서 카닌을 보니 그녀는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카닌을 보면서 시우는 잠깐 고민을 했다. 어째 자신이 전음을 써야 하는 순간은 왜 다 이렇게 찜찜한 상황인지. 그래도 남들 모르게 필요한 말은 해야 하니 전음을 조용히 보내는 시우였다.



'사고가 터지길 바라는 거예요, 안 터지길 바라는 거예요?'



우선 첫 마디로 몸이 한 번 굳고



'관찰도 좋지만, 공적인 입장도 좀 생각해 주세요.'



추가타로 넣은 말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 양심의 가책을 만들어냈다. 일단은 이걸로 은근한 도발을 보내는 건 막을 수 있겠다. 보아하니 은근히 블루베리의 신경을 건드려서 전력을 이끌어낼 모양인 듯 싶다.



주변의 흉흉한 분위기만 하더라도 충분한데 말이다.



아무래도 인맥이나 나름대로의 정보를 먼저 얻은 모양이다. 내공을 통해서 얻은 예민한 감각은 '이세계인'이라는 글자를 계속해서 잡아내고 있다. 하긴 조사를 좀만 해 보면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중앙 헌터 협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여기서 시우가 바라는 건 많지만, 그 바람은 중앙 헌터 협회의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깨져버리고 말았다.



"오랜만임다, 도련님! 좀 있다 봅시다!"



역시나 움직이기에 불편해 보이는 거추장한 메이드복.



그 특유의 말투



마지막으로 시우를 향한 친근한 태도까지. 세 가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을 단숨에 부숴버리고 사라진 건 당사자가 아니어도 놀랍기만 하다. 거기다가 시우가 들어서는 좀 곤란한 수근거림들이 흘러나오자 마경태는 진지한 목소리로 시우에게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이야...괜찮냐 시우야?"



그 비적합자란 단어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딱 들어도 좋은 반응이라고 보기는 무리. 정신 나갈 것 같은데 괜찮을 리가 없다.



다행이라면 카닌이 재빨리 마법을 썼다는 것이다. 살짝 귀가 고요해진 것을 봐서는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마법인 모양. 그 배려 덕분에 다시 진정을 하려던 시우는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향하자 한숨을 삼키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했다.



"대놓고 누군가는 패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군."


"생글생글 웃는 표정과는 달리, 꽤나 흉폭하니깐요."



작은 회의실의 바로 옆의 대련장과 연결이 되어 있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중앙 헌터 협회는 이런 구조의 설계를 한 것일까?



물론 모든 회의실이 이런 건 아닐테다. 그 많고 많은 프레젠테이션 장소 중 이런 장소를 고른 건 순전히 블루베리의 취향 때문. 이미 파국에 보이는 것 같아서 의사회의 세 사람은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랬던 일행을 깨운 것은 대놓고 일행의 앞에서 헛기침을 한 사람 때문이었다.



"저기, 누구세요?"


"카...가인씨..."


"아니, 실례잖아요. 보아하니 A랭크 급의 헌터 같으신데. 마법으로 주변 소리를 차단하고 있다면 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건 어딜가나 비슷하지 않아요?"


"어..."



카닌의 말에 잠깐 반박을 하지 못하는 마경태였다. 그 반응을 보면 확실히 지구에서도 마법으로 소리를 차단한 일행에게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는 것 같다.



문제라면 그 상대방이 '누구세요?'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카닌이 말한 것처럼 상대방은 A랭크 급의 헌터. 이만하면 헌터하고는 거리가 있는 미약한 수준의 적합자나 비적합자도 알법한 사람이다. 하물며 같은 A랭크의 헌터끼리 모른다는 게 말이 될 까?



"지구가 확실히 인구가 많은 세계라는 것은 이럴 때 체감이 되는군."



그것을 카닌이 은연중에 이세계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을 섞어서 하는 낯선 남자였다. 그에 시우와 카닌이 동시에 침을 삼키는 사이에서 마경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강병섭씨. 그런데 손시훈씨하고는 어떤 관계이신지...?"


"손시훈의 '명목상'군 복무 때 우연히도 만났네. 나와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지. 내가 더 의외로군. 그 사람의 성격상 동생을 눈에 띄는 의사회에 보낼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도대체 이 사람은 얼만큼 아는 걸까. 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목소리의 범위를 다시 좁혀야 할 필요가 있다.



"흠, 속도가 빠르군.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아가씨는 겉모습과 나이가 비슷한가?"


"그건 왜 물어보시죠?"


"혹시나 해서 말이야. 손시훈과 그 동료의 기묘한 대화를 경험했거든."



.



'주인님은 창창한 20대지만 전 따져보면 할머니라서 말임다. 여기서 그럼 할머니를 놀리면 못 써요! 라고 말해야 함까?'


'블루베리...'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슴까 주인님. 얼굴을 보아하니 아들분의 나이가 많아봐야 지금 주인님 또래인 20대일텐데, 저 같은 할머니를 소개시켜 준다는 게 말이 됨까?'


'시를라...'


'내가 몇몇 사람들이나 일부 아가씨들의 취향도 아니...'


'그건 선 넘었어.'



.



'모르겠죠?'



카닌과 마경태 양 쪽 모두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에 돌아오는 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답이었다.



시우가 생각해도 그렇다. 확실히 블루베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최근에' 태어난 이후 살아온 나이로 따진다면 블루베리가 손시훈보다 더 많다. 이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여서 말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 환생자인 걸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짐작할 수 있는 지인의 범위가 하늘과 땅 수준으로 갈린다.



관계는 꽤나 있을 것 같아도 비밀을 아는 수준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경태가 주도해서 무난하게 이야기하는 쪽이 더 편하다.



"일단 가인씨는 솔직하게 말하면 미성년자입니다. 대한민국 기준으로는요."


"위험한 거 아닌가?"


"보호자가 허락했으니까요. 실전의 적응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일상생활하고 전투 양쪽 측면 모두요."


"하긴. 태연하게 나 보고 '누구세요?'란 말만 안 했어도 이세계인이란 것을 들키지 않았을 거야. 그럼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지?"



딱 보기에도 중년에 진입한지 꽤 된 나이대의 이 남자, 강병섭은 그럴만한 나이였다. 사실 마경태 수준의 괴랄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 사람도 조금 동안이다.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이었다면 슬슬 은퇴를 준비할 나이니까.



그러나 A랭크, A급이라는 글자는 사회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은퇴를 허락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건 강병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B랭크의 80대 노인이 D랭크의 40대보다 건강한 세상.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에도 70대는 노인정에서 막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는 A랭크에데가 아직 60도 되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서는 창창한 현역이다.



"블랙 스카웃의 팀장 강병섭이라고 하네."


"저..의사회 소속의 통역 담당이자 헌터인 손시우입니다."


"의사회 소속의 인턴 헌터인 채가인이라고 합니다. 좋아. 이게 무슨 일인지 잘 알겠나?"



약간의 기대를 담은 목소리다. 조금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향한 기대. 안타깝게도 아직 일행이 특별히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왠지 내가 더 많이 알 것 같군."


"그게 우리는 한 사람에게만 모든 걸 의지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정작 말을 안 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이해하네. 정보의 근원지와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맹점이지."



때가 되면 알아서 말하겠지란 생각. 그 생각 때문에 스스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중간의 정보가 없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을 하는 의사회의 일행은 조금만 조사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르고, 반대로 강병섭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인맥을 통해서 조사할 수 있는 정보만 알고 있다.



"블루베리가 이세계인이라는 것은 다 퍼진 사실이군요."


"중앙 헌터 협회의 직속팀에서 일해본 경험에서 보면 사실 대놓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A랭크 이상의 헌터들은 대다수가 알고, 발이 넓은 B랭크 상위권 헌터들도 쉽게 짐작 할 수준.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겉모습이다. 원래 중앙 헌터 직속팀에 포함된 헌터들은 품위 유지의 이유로 컨셉질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시우가 중앙 헌터 건물에서 본 직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간결한 양복을 입고 있다는 것. 그 와중에 홀로 메이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한 사람이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조사를 해 보면 그 사람의 신상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


"없네. 없는 사람이야. 채가인씨는 주민등록상에 등록된 사람이겠지? 말투를 보아하니 꽤 오래 전부터 유학이나 이주를 준비한 것 같은데 신상정보도 빽빽 할거야."


"블루베리는요?"


"없네. 블루베리도, 시를라 틴 캅생트도. 심지어 그럴듯한 가명으로 만들어진 신상도 없어."


"입막음이라도 하려는 건가요?"


"아마도?"



갑자기 섬뜩한 결론을 내리는 마경태와 강병섭. 그 두 사람의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하늬였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그녀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시우와 카닌을 본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서 하늬는 다시 마경태와 강병섭에게 시선을 돌렸다.



"입막음을 한다고 해서 뭐 쌍팔년도처럼 남산 지하에 끌고 가겠나."


"방파제 역할을 시키겠지. 이 자리에 부른 사람들은 아마도 B랭크 최상위권, 아니면 A랭크 중에서 최하위권의 헌터들이겠지.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블루베리에 대한 소문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려는 목적...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강병섭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게 아니면 뭐가 있겠나. 이세계인들이 존재하는 게이트 너머를 조사하는 것 치고는 규모가 너무 커. 팀원도 팀원이고 팀의 수도 꽤 많지. 이만하면 정복을 위한 선발대라고 착각해도 할 말이 없어."



충돌을 방지해서 5-6명 정도의 파티에 가까운 소규모 팀으로 3팀 정도를 보내면 된다는 게 전문가인 강병섭의 의견이었다.



소집령으로 모으는 헌터팀은 대충 비슷한 수준으로 최대 인원을 모은다고 했었나. 그를 감안하면 곧 블루베리에 대해서 조사했던 모든 헌터들이 모인다고 봐도 좋다.



입막음이라는 거친 표현을 써서 그렇지, 이건 정보 통제를 위한 좋은 기회인 건 시우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블루베리가 누굴 좀..."


"손 좀 보겠지. 하필이면 B랭크 상위와 A랭크 하위는 제일 거친 헌터들이야. 반발을 가진 적합자들은 단번에 제압하려거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줘야 하니까. 그것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



그 말을 한 강병섭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피고는 'S랭크니까.'란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회의실에는 사람이 몰리고 있었다. 블랙 스카웃의 강병섭은 홀로 왔지만, 대다수의 헌터들은 지인들끼리 작게 무리를 지은 모습. 그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 시우였다.



하지만 아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A랭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가 수근거리는 소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라서 침묵이 퍼진 것이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그는 의사회 일행의 옆자리에 앉은 배려를 보여주고 있었다.



폭풍전야가 딱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단어다. 기회만 된다면 뭔가 한 마디를 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었으니까. 뒷문으로 들어온 모두가 불편해져버린 그 회의실에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앞문으로 들어왔다.



정장을 입고 있는 한 헌터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블루베리. 그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한 헌터가 거의 반사적으로 불만을 내뱉었다.



"이거 참, 신입 팀장과 정체도 모를 이세계인의 커리어를 위해서 우리들을 부려 먹겠..."



그 불만은 블루베리가 말없이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가리키자마자 완벽하게 막혔다.



비적합자인 시우마저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마나의 압박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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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귀빈 20.08.11 44 1 13쪽
90 해방자5 20.08.10 4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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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해방자3 20.08.06 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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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팀워크2 20.07.15 39 1 13쪽
70 팀워크 20.07.14 45 1 13쪽
69 보호자? 5 20.07.13 4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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