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293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0.07.23 20:00
조회
46
추천
1
글자
13쪽

사전 준비3

DUMMY

비적합자인 시우조차도 공기를 사로잡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물며 적합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바로 옆의 마경태 조차도 시우가 느낄 수 있게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이런 강수는 중앙 협회도 예상 이상의 대처였나 보다. 그래서인지 정장을 입은 헌터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블루베리에게 제지를 하고 있었다.



"블, 블루베리씨! 시작부터..."


"중앙 헌터 협회는 그 이름에 맞는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전체적인 평가 이후의 비판은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반면, 시작 이전의 비난은 철저하게 억눌러야 하겠죠."



차가운 목소리와 처음 싱긋 웃은 표정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순식간에 굳은 태도. 만약에 자신이 직접적인 권한자라면 더 큰 대처를 취했음을 알려준다.



보통 상대방의 행동을 봉쇄하는 수준의 마법이면 특별한 주문이나 마법진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블루베리는 단순히 행동 하나만으로 그걸 해낸 것이다. 만약에 손을 조르는 행동을 취했다면...?



한 번 더 생긋 웃으면서 그랬다가 일어날 일을 암시한 블루베리는 다시 평상시의 그 느긋한 태도로 돌아와 주었다.



하지만 바뀐 건 얼굴 뿐. 아직 목소리를 꺼내지는 않고 있다. 그 대신 미묘하게 자신을 제지한 헌터에게 눈치를 보내는 중이다. 그제야 한 번 더 정신을 차린 헌터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네, 넷! 중앙 협회 직속 6팀의 팀장, 전수빈이라고 합니다!"


"블루베리라고 함다. 소집령의 부 책임자니 잘 부탁드림다."


'어디서 본 조합인데. 아'



군 생활에 막 익숙해졌을 때 몇 번 맞이한 상황. 부대에서 좋은 의미에서 영감님이라고 불리는 원사님과 그 원사님이 데리고 다니셨던 신임 소대장을 보는 분위기다.



'아눕롤과 남매의 분위기하고는 또 다르지.'



양 쪽 모두 살짝 풀린 게 아눕롤과 남매 사이의 분위기는 유사 가족과도 비슷한 사적인 수준. 반면에 이쪽은 한 쪽은 완전히 풀렸지만 한 쪽은 바짝 굳어있는 게 확실히 공적인 분위기가 없다고는 말 못한다.



거기까지 감안하면 블루베리에게 강제로 침묵당한 헌터가 한 말은 반 쯤 맞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우도 블루베리의 힘으로 중앙 협회가 신임 팀장을 육성하려는 의도가 보일 정도. 강병섭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마경태는 쓴 웃음을 짓고 있고, 주변의 다른 헌터들도 못마땅하다는 눈치를 보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그 핑계로 비판을 할 기회는 날려 버렸다.



비난이니 비판이니 구분하는 말은 했다만, 어지간히 용기가 있지 않고서야 그 주제를 다시 꺼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처음 가졌던 불만이 사라진 건 아니다.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거다. 사람이 거칠다고 해서 바보는 아닌 법. 그렇게 대략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평범한 절차를 밟아도 올 질의응답 시간이 왔다.



"블루베리씨. 중앙 헌터 협회의 관계자는 컨셉 헌터 활동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아시나요?"



처음에 나오는 질문은 꽤나 타당한 규정에 관한 추궁. 물론 이쯤은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바로 대답하는 블루베리였다.



"정확히는 중앙 헌터 협회의 관계자가 아닌 소속자는 컨셉 헌터 활동을 금지하는 게 아님까? 그리고 이건 컨셉이 아님다."



앞은 꽤나 맞는 말은데 뒤는 어딜 봐서란 말이 나와도 할 말 없는 대답. 하지만 아직 블루베리의 답변은 끝나지 않았다.



"그 증거로 저는 관계자이며, 소집령의 부 책임자이고, 여러분이 컨셉이라고 생각하시는 이 모습은 제가 주인님을 모시기 위한 모습임을 알아주시길 바람다."


"주인님이라니. 지구에서 정상인이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말 아닌가요?"


"어라, 좀 전에 누가 이세계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잘못 들었슴까?"


"굉장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이세계인의 인권은 없다는 거 알고 계시죠?"


"저한테 진 그 범생이와 비교하는 건 굉장히 곤란한데."



카닌을 바라보면서 하지 않는 건 최소한의 양심 때문일까. 물론 의사회 일행은 그 범생이라고 말하는 것만 해도 누구를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눈동자만을 까딱 움직인 시우와 마경태는 카닌의 꼭 쥐어진 주먹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헌터들은 그 범생이라는 단어가 누굴 말하는 건지에 대해서 수근거리고 있었다. 왠지 누구인지는 알 것 같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단순히 그 범생이라면 모를까, 블루베리는 '저한테 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니까. 모두가 은근히 부정하는 가운데, 블루베리를 조금은 아는 강병섭이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목소리를 꺼냈다.



"호수를 삼킨 마법사."


"뭐, 그 이명은 인정하지만 말임다."


"말도 안 돼."


"대한민국의 하나밖에 안 돼는 S랭크를 꺾었다고?"


"카푸스를?"



이전의 수군거림보다 더 커진 소란. 하지만 그 소란이 잦아들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꽤나 많이 모인 헌터들과 거침없는 정보 공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입막음, 고급지게 말하면 정보통제. 그 자세한 명분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는 제 6 팀장이었다.



"여기 있는 헌터들 중 상당수는 기밀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을 하려고 하신 분들입니다. 그를 위한 통제를 위해서 소집령이 떨어졌습니다."



팀장이 말을 마치는 것과 함께 시우는 블루베리가 강병섭에게 곁눈질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강병섭은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 중 기밀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을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동시에 다른 헌터들이 눈치를 볼만한 A랭크에 A급의 헌터. 그렇기에 침착하게 분위기를 잡을 사람으로 적절하다. 본인도 잘 알고 있는지 침착하게 앉아있던 그는 거칠게 일어서서는 외치듯이 말했다.



"상당수의, 그러니까 모든 헌터는 아니라는 뜻이군. 이제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도 러시아나 중국처럼 나설 모양이지? 일부 헌터들의 제지를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동료들이나 무관한 사람들도 엮고 말이야."



근데 왜 하필이면 예시로 러시아를... 시우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블루베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경태도 손시훈이 러시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정보는 이본과 박미소에게 들어서 대충 안다. 이런 사실조차도 모른 걸 보면 이 사람은 진짜로 손시훈의 제대로 된 정체는 모르는 듯하다. 그런 생각을 한 번 더 하는 시우의 앞에서 제 6 팀장과 블루베리는 반박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러시아나 중국의 중앙 헌터 협회는 지나치게 중앙 집권적 구조입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헌터 활동이 인맥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는 일부 구조를 충분히 벤치마킹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놓고 이세계인이라고 말하는데도 아무도 안 놀라고 동조하고 있었던 주제에 무슨..."


"숨길 생각 정도는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세계인? 최소한 그럴듯한 신상정보는 확보했어야지"


"내가 왜? 아니면 저한테 진 그 범생이처럼 법적으로 가축 취급을 받으란 말씀이심까?"



계속되는 그 진 범생이란 표현에 카닌의 팔까지 떨리고 있다. 이제는 서서히 말려야 할 때. 그리고 여기서 블루베리를 말릴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는 것을 아는 시우는 바로 입술을 열었다.



"블루베리."


"알-겠슴다, 도련님."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모습. 앞서 말한 강병섭과 시우의 제압을 기회로 여겼는지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헌터들의 이런저런 공격이 시작됐다.



시작은 순수한 소집령과 프레젠테이션에 적혀있는 계획의 타당성이었다. 어떻게든 책임자들을 곤란하게 해 보겠다고 계획 자체에 흠을 잡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은 이 계획의 타당성이었다.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이, 지구가 한 숨 돌릴 틈이 났지만, 그렇다고 이세계를 도울 여유까지 나지는 않다는 것.



여기서 슬슬 인신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자기네 세계를 지킬 여력이 되지 않으니 지구에 손을 벌리는 게 말이 되냐는 소리다. 덤으로 중앙 헌터 협회는 의사회 같은 봉사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마경태를 보면서 노골적으로 하는 헌터들이었다.


“시우가 빨리 강해져야 할 텐데.”


“말은 고마운데 의도가 안 고마운 것 같은데요?”


"너도 책임자를 해서 나쁠 건 없잖아? 그럼 내가 무난하게 부책임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이보세요."


"이해해주게, 죽다 살아나서 사람이 좀..."


"제가 뭐요."


"몰라서 묻나? 할 일이나 하게."



'이보세요.'라고 말한 시우만 있다면 억지 반박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헌터계의 선배에게 할 수는 없는 노릇. 마경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강병섭의 말대로 다른 헌터들의 말을 받아서 의사회의 의견을 말하는 것뿐이었다.



마경태의 그 의견 표시에 의사회가 지원을 오면 S랭크, 못해도 세계 S 랭크 연맹의 준회원이라도 오냐는 질문을 하는 블루베리.



'어떻게든 도발은 하는구나.'



그 도발과도 같은 질문은 마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헌터들보다 A++급의 헌터가 훨씬 더 낫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었다. 이 자리의 대다수는 B랭크 상위권의 헌터들이었지만 A랭크의 헌터들도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당연히 회의장 안은 한 층 더 시끄러워지고 마침내 블루베리의 도발에 완전히 넘어간 사람들이 나오고 말았다.



"당신 진짜로 S랭크는 맞는 건가?"


"분명히 제 실력으로 이겼을 리가 없어!"


"좀 쉽게 이기기 위해서 얄팍한 속임수를 쓰기는 했습니다만..."


'속은 게 바보임다. 란 말은 절대로 하지마!'


"역시 그랬겠지!"



카닌의 손이 오밀조밀 움직이는 걸 보면 필요한 전음이긴 했다.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는 도발을 도와준 꼴이 되어 버렸다. 마경태는 카닌을 아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강병섭은 '뭐 하는 건가?'란 표정을 지을 정도니까.



"그 옷! 컨셉이 아니라면 매직 아이템이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중앙 헌터 협회에서 허락을 했을 리가 없겠지!"


"S랭크라고 해도 S--급. 템빨로 쓰러트려놓고 잘난 척을 하시겠다?"


"이 쪽도 A랭크는 무려"


"난 빼주게. 이런 시덥잖은 일에 힘을 쓰기는 싫으니까."



재빨리 몸을 빼는 강병섭이었다. 옷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카닌의 '바로 이거다!'란 표정을 보면 기다렸던 모양. 흥분해서 그걸 보지 못한 헌터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다시 거세게 나오기 시작했다.



"강병섭을 빼고도 A랭크가 4명이야. 똑같은 A급이 한 명 나머지 셋은 전부 A-급이라고!"


"주제를 알기는 아시는 모양임다? 그래도 B랭크까지는 끌어들이지 않아서 다행임다."



한 번 더 도발. 그에 흥분한 헌터들이 이리저리 떠드는 걸을 잠시 내버려두는 블루베리는 소란이 잦아들자 시우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카푸스를 이겼는지 도련님도 궁금하지 않슴까?"


"궁금하긴 하지만 사람이 다칠까봐 걱정인데. 그 속임수로 카푸스를 이긴 게 아니라 죽일 뻔 했잖아."


"최소한의 부상으로 제압하면 어떻겠슴까?"


"원숭이 손 알지?"


"제가 도련님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라는 불충한 짓을 할 리가 없잖슴까. 그 어떠한 도구의 힘도 빌리지 않겠다고 마나에 걸고 맹세하겠슴다."



마나에 건 맹세. 여기서부터 속임수의 시작이다. 그걸 눈치 챈 시우는 가장 강렬한 두 개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허락해라는 카닌의 시선과 다른 하나는 절대로 안 된다는 강병섭의 시선.



"그 속임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미 시연 아가씨께서는 무력 제압을 허용하셨슴다. 다만 자세한 방법에 대한 최종 승인은 도련님의 허락을 맡으라는 명령이 먼저 있었기에 의견을 구하는 검다."


"시연이는?"


"다른 게이트에 볼 일이 있으셔서 명령 철회는 불가능함다."



명령 철회는 불가능하다 –> 일이 터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걸 마음속으로 납득하자 강병섭의 만류하는 시선이 줄었다. 결국 이 속임수에 조금 어울리는 수밖에 없는 시우였다.



"가능한 최소한의 부상으로 모의전에서 상대를 제압해. 네 말대로 그 어떠한 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그럼 바로 자리를 옮기면 되겠슴다."



.

.



"이것도 어디서 본 장면인데."


"어디서?"


"흉풍이의 테이밍 몬스터 등록 때요."



정 가운데의 압도적인 강자와, 상황을 모르고 주변을 감싼 헌터들. 충분히 적운흉풍의 테이밍 몬스터 등록이 떠오를만한 모습이다.



차이가 있다면 주변을 감싼 헌터들의 수도, 실력도, 그리고 악의도 적운흉풍의 경우를 뛰어 넘는다는 것. 거기다가 진짜로 블루베리가 마나에 걸고 그 어떤 도구에도 의존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자 자신감도 잔뜩 차올랐다.



이제 속임수의 절정을 위한 마지막 말을 할 때다.



"자! 전력으로 오십쇼! 뭐든지 단 한 번에 받아칠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예지와 예측2 20.08.19 41 1 13쪽
96 예지와 예측 20.08.18 37 1 13쪽
95 귀빈5 20.08.17 39 1 14쪽
94 귀빈4 20.08.14 37 1 13쪽
93 귀빈3 20.08.13 38 2 12쪽
92 귀빈2 20.08.12 47 1 13쪽
91 귀빈 20.08.11 43 1 13쪽
90 해방자5 20.08.10 44 1 13쪽
89 해방자4 20.08.07 62 1 13쪽
88 해방자3 20.08.06 45 1 12쪽
87 해방자2 20.08.05 39 1 13쪽
86 해방자 20.08.04 42 1 12쪽
85 영입5 20.08.03 53 1 12쪽
84 영입4 20.07.31 53 1 13쪽
83 영입3 20.07.30 41 1 13쪽
82 영입2 20.07.29 40 1 13쪽
81 영입 20.07.28 45 1 13쪽
80 사전 준비5 20.07.27 43 1 13쪽
79 사전 준비4 20.07.24 44 1 13쪽
» 사전 준비3 20.07.23 47 1 13쪽
77 사전 준비2 20.07.22 40 1 13쪽
76 사전 준비 20.07.21 40 1 13쪽
75 팀워크6 20.07.20 41 1 14쪽
74 팀워크5 20.07.19 41 1 13쪽
73 팀워크4 20.07.18 39 1 13쪽
72 팀워크3 20.07.17 39 0 13쪽
71 팀워크2 20.07.15 38 1 13쪽
70 팀워크 20.07.14 44 1 13쪽
69 보호자? 5 20.07.13 45 1 13쪽
68 보호자? 4 20.07.12 4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