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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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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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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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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해방자

DUMMY

'일주일 뒤에 집합지인 게이트에서 봅시다!'



그 말과 함께 도주까지 시도하고는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뻔뻔하다. 어디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일도 아니다. 최소한 얼굴을 몇 번 보고 서로를 알 필요성은 있다.



이 당연한 소리를 한 시우에게 시훈이 그럼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말한 것까지는 정상적인 대응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그 밥을 먹는 형태가 또 이상한 방향으로 어긋나 버렸다. 밥이나 같이 먹자고 말한 손시훈은 집이 정육점을 하니 무난히 고기를 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한 것이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때 자신의 친구들도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이걸 자신의 형이라는 사람이 옆집 이웃처럼 말하니 정말로 대단한 노릇.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으면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철이 들지 않았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어머니는 듣는다면 어떻게든 대접을 하고 싶지 않을까?"


"그게 문제지. 형이 그냥 잘 안 팔리는 특수 부위를 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엄마는 적운흉풍에게 생 삼겹살을 줬다고."


"오우. 그렇다면 더 괜찮지 않을까?"


"뭐?"


"예로부터 큰 일이 있기 전에는 소나 돼지를 잡았다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철이 들지 않은 게 아니다.



그저 근대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하긴 키잔트헤임만 하더라도 현대 지구보다는 고대-중세의 판타지 세계로 보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 거기다가 블루베리와 적운흉풍도 '그건 그래.'란 태도였기에 막을 수 도 없었다.



'환생자란 대체...'



이런 일이 있었기에 팀이 미리 모인 회식자리가 썩 편하지는 않았던 시우였다.



솔직히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편안하지 않았다. 작게 든 크게 든 기밀을 알고 있는 이상 블루베리와 자신의 형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정말로 자연스럽게 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무것도 모른다고 봐도 좋은 레드 플래시의 회복 능력 헌터와 시우의 부모님 뿐. 추가적으로 고기를 열심히 콕콕 쪼아 먹는 하늬뿐이었다.



그래도 고기와 술의 힘 덕분에, 블루베리와의 관계는 몰라도 다른 팀원 사이의 거리는 좁아든 것처럼 느껴진다.



"자, 그럼 잘 다녀오도록."


"똑같은 얼굴로 어디 아들이나 어린 동생 소풍 보내는 말은 하지 마."


"그럼 거창하게 말해줄까?"


"됐어."



정중한 거절. 그런 동생에게 형의 책임감은 있는지 시훈은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


.


.



"의사회 교육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듣는 기분이었지."



옆에서 같이 들은 마경태의 평가다.



크게 하는 일은 비슷하다. 험난한 곳으로 가서 주변의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 의사회 헌터팀이 주로 평화적인 봉사 쪽에 치중한다면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은 물리적인 군사력을 행사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큰 느낌은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팀장이 비슷한 경험이 한가득한 마경태니까. 시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시훈도 본인의 입으로 그 점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뭐, 직접 보고 헤쳐 나가면 되겠지."


"아직 게이트도 열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게이트. 그러고 보니까, 넌 아직 게이트가 열리는 걸 본 적이 없지?"


"비적합자가 눈앞에서 열리는 게이트를 보고도 살았다면 운이 좋은 게 아닐까요?"


"하긴."



지금이야 C랭크의 진짜 헌터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었다지만. 1년 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랬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게이트가 열리는 것을 봤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대형 사건의 추모비에 이름이 적히고도 남는다.



"진짜 기술의 발전이 사람 여럿을 살린다니까."


"그러게요. 미리 게이트를 발견하는 기술이라."



지금 시우네 일행. 그리고 수많은 헌터들이 집합한 이 장소는 평온하기만 하다. 언제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터져 나올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게이트가 열린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런데, 과거의 사람들은 진짜로 갑작스런 천재지변을 맞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길거리에서 갑자기 성난 사자 무리가 나타났다고. 바로 눈앞에서 사자들이 달려오면 자신을 피해가기를 바라는 기도조차도 할 수 없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잠깐 마경태와 잡담을 나누던 시우는 공기가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말이다. 그러나 게이트가 열리는 긴박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그 기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건 정장을 입고 있는 블루베리였다.



여기 있는 대다수의 헌터에게 트라우마를 주는 모습. 그 모습으로 시선을 주목시킨 블루베리는 원래의 시를라 틴 캅생트의 성격으로 브리핑을 겸한 연설을 시작했다.



전-중반부는 저 너머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게이트가 왜 열리는 지에 대한 내용. 그 와중에 자신의 형이 마왕을 죽였다는 것을 삭막하게 말하는 블루베리의 모습에 시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중-후반부는 여기 있는 헌터들이 게이트 너머의 세상을 정화하는 것에 대한 대의를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따져보면 블루베리는 원래 세계에서 차기 당주인 동시에, 독립운동의 선두에 선 사람이라고 했던가. 경험이 있는지 살짝 양아치에 가까운 헌터들에게도 훌륭히 사명감을 불어넣고 있다.



"늘 저런 모습만 보여주면 좋을 텐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형의 영향을 좀 받아서'



아눕롤이 있어서 전음으로 마경태에게 동의와 안타까움을 표출하는 시우



그러나 연설이 끝나자마자 평상시의 메이드복으로 환복하면서 오는 모습은 이런 동의와 안타까움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 그럼 잘 해봅시다, 도련님! 아자아자 화이팅인 검다!"


"아자아자..."


"-삐-이-익-!"


-@@@@@



마치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애 취급 하는 레크레이션 강사가 아닌가. 하지만 그 상대가 S랭크니 묵묵히 수긍할 수밖에. 이 와중에 어린 하늬와 블루베리보다도 손시훈을 더 신봉하는 아눕롤은 제대로 기합을 넣고 있다.



그리고 이걸 기다렸다는 듯이 게이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시우가 처음 생각한 것은 바닥에서 거대한 돌문이 솟아나는 모습. 웅장하다면 웅장한 모습이다. 그런 기대를 한 시우의 눈앞에 게이트는 웅장하기 보다는 화려하고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명하고 거대한 3D 프린터에서 물건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바로 그럴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채워 넣었는지 모를 밝은 색의 재료들이 위에서 아래로 뿌려지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지면서 거대한 형태가 순식간에 생성된다. 그 화려한 모습을 보고 입을 벌리는 시우의 옆에서 마경태와 조미선은 '평상시보다 더 화려하다.'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평상시는 어때요?"


"처음에 뭘 상상했는데?"


"바닥에서 돌문이 솟아나는, 뭐 그런 거요?"


"대부분 그래. 주변을 봐."



지금 모인 헌터들은 행실이 좀 문제일 뿐 초심자는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살짝 넋을 놓은 듯이 생겨나는 게이트들을 바라보고 있다.



확실히 평상시보다 더 신비롭다는 뜻이다. 그리고 블루베리는 살짝 다른 방향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정화는 확실히 되고 있슴다. 생각보다 편해질지도 모르겠슴다."


"정화?"


"지금 같은 반영구적 대형 게이트가 아니라, 일시적 게이트만 열렸을 때의 상황은 좀 심각했슴다."



마력형 오염. 알기 쉬운 예시를 들자면 색이 조금 비틀린 카푸스와 카닌의 고향 세계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지구와 저 세계가 접촉하면서 열린 게이트의 색은 조금 얼룩덜룩할 거라고 블루베리는 예상했다고 한다. 마왕이 죽었긴 했지만 몇 백 연간의 오염이 바로 정화될 리가 없으니까.



원래 마왕에게 오염되기 전의 세계라면 빛나는 재료들이 뿌려져야 하겠지만, 칙칙하고 검은 색이 아닌, 밝은 색의 재료들이 뿌려지는 것만으로도 복구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편하게 말을 하고 있는 건 블루베리 뿐. 처음에 감탄했던 헌터들은 하나 둘 씩 긴장을 되찾고 있다. 만들어지고 있는 게이트에서 적대감이 솟아나는 탓이다. 시우도 느껴지는 적대감을 지적하자 블루베리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겠슴까. 힘이 약해서 밀려난 잔당은 그 세계 내에서 갈 곳은 없슴다."


"그래서 지구로 넘어온다?"


"굳이 주인님의 경우 말고도 20-30%는 그렇슴다. 세계 내부의 다툼에서 밀린 파벌이 다른 세계로 밀려나는 것. 50-60%는 그냥 던전으로 인한 게이트 연결이고, 의외로 마왕이 주도적으로 통일해서 나서는 전쟁은 10%정도로 적슴다. 마왕이 뉘 집 개 이름은 아니잖슴까."



정작 당사자와 그 주인은 뉘 집 개보다도 더 잔인하고 마구잡이로 죽여대지만 말이다. 그렇게 설명을 하던 블루베리는 카닌과 아눕롤을 향해서 말했다.



"그러면 받아쳐야 할 것 같으니 따라오십쇼."



살짝 뜬금없이 따라오라고 하지만 그를 또 순순히 따라간다. 이미 게이트의 앞에서는 총 책임자인 제 6 팀장도 와 있다.



그보다 살짝 더, 완성 되가는 게이트에 제일 가까이 선 블루베리의 등을 보고 A랭크 3명의 마법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물, 전기, 그리고 속성이 더해지지 않은 순수한 마나의 빛, 차례대로 카닌, 아눕롤, 그리고 제 6 팀장이다. 그들이 일제히 조준하는 곳은 블루베리의 등



이윽고 블루베리 한 사람을 덮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마법들이 무려 3개나 발동되었다. 어쩌면 블루베리를 넘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게이트까지 단숨에 부숴버리지 않을 마법들이 말이다.



혹시나 모를 생각. 그 생각이 우습게 블루베리를 덮친 마법들은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물처럼 순식간에 흡수되었다.



남은 결과물은 사람 머리보다는 조금 더 작은 풍선 뿐. 그 풍선을 가볍게 띄운 블루베리는 완성된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손바닥으로 살짝 밀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앱솔루트 버블릭 쇼크"



--------!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발산되는 충격파. 블루베리를 덮친 마법이 몇 배나 더 증폭되어서 정확하게 게이트만을 덮친다.



동시에 헌터들을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던 적의가 급격히 사라졌다. 마치 진공청소기가 한 번 지나가면서 사라지는 먼지의 흔적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마법이 적의만 부수지 않고 있었기에 헌터들의 긴장은 전혀 가라안지 않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게이트를 덮친 마법의 범위는 열려있는 게이트의 크기보다 조금 더 작은데도 일어난 일 때문이다.



"옆으로 살짝 퍼져 나오는 충격파만으로도 금이 간다고?"



한 헌터의 말대로 마법의 주변에 흐르는 충격파만으로 금이 살짝 가 버리는 모습을 시우 또한 볼 수 있었다. S랭크의 헌터라도 어쩔 수 없고, 그런 헌터가 주도하는 팀도 어찌할 수 없는 게이트가 조금이지만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이만하면 카푸스가 졌다고 해서 절대로 비웃을 수가 없다. 시우만 한 생각이 아닌지, 다른 헌터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퍼져나간다.



"저걸 맞고도 산 카푸스는 도대체..."


"S랭크면 후방직이라고 해도 기습이 먹히지 않겠어."


"이만하면 거의 마왕인데..."


"손시훈은 도대체 랭크와 급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리고 시선은 자연히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인 시우에게 몰려들었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블루베리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뿌리치기도 힘들다.



정작 이런 분위기가 펼쳐지는 원흉인 블루베리는 별 다른 소감이 없었지만 말이다.



뿌듯하다는 소감도, 대단하다는 티도 없다. 블루베리의 모습이든, 시를라 틴 캅생트의 모습이든 당연하기에 특별한 감상을 표시할 이유가 없다는 인상만 보일 뿐. 그 상태에서 시우에게 쾌활한 태도로 외치는 블루베리였다.



"자 이걸로 1단계 방해는 끝! 갑시다, 도련님, 팀장님!"


"그래..."



반면에 '난 빼 줘'라는 시선을 받으며 맥없이 대답한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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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귀빈 20.08.11 44 1 13쪽
90 해방자5 20.08.10 45 1 13쪽
89 해방자4 20.08.07 63 1 13쪽
88 해방자3 20.08.06 46 1 12쪽
87 해방자2 20.08.05 40 1 13쪽
» 해방자 20.08.04 43 1 12쪽
85 영입5 20.08.03 54 1 12쪽
84 영입4 20.07.31 5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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