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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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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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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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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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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6

DUMMY

"좋아. 처음 생생한 실전은 어땠어?"


"그다지 생생하지는 않았는데요. 뭔가 이번에도 미리 짠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왜? 순전히 니 힘으로 활약도 하고 그랬잖아?"



순전한 자신의 힘. 마경태의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파트너쉽 선발을 마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시우의 손에는 거대한 뱀을 찔러버린 감촉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처음으로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렸을 때의 감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 갈라진 틈에 칼 끝을 댔을 때 감각은 살짝 자신의 손을 미는 느낌. 뱀 비늘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그 미약한 저항을 뚫어버리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미 몇 번이나 세로로 내려 벤 자리에 가로로 긁어서 십자의 틈을 벌려놨으니까. 자신의 검은 그 십자의 가운데를 완벽하게 찌르고 들어갔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근육의 꿈틀거리는 박동이 칼날타고 팔까지 퍼지고, 얼굴에는 터져버린 상처가 잔뜩 튀긴다. 그리고 인챈트로 인한 타는 냄새까지. 이건 죽을 때까지 여러모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자신과 모두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이니 더더욱



"드라마틱하잖아요. 웬만큼 대본을 짜도 이만큼 극적인 상황이 나오지는 않을껄요."


"대본이 아니니까 그런 상황이 나오지. 현실은 종종 픽션을 초월해. 너희 형을 봐."


"그래! 이 형의 경우를 생각해 봐!"


"히끅!"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뿅 하고 드러낸 손시훈.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마경태는 숨을 잘못 들이삼킬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시우의 입장에서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 왔다기 보다는 어떻게 온 건지가 더 궁금한 상황이니까.



지금 마경태와 시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자리는 의사회 사무실 아래의 수련장. 정확히는 바로 문 옆에 있는 정수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 이었다. 사람이 오고 가는 것 정도는 기척은 둘째치더라도 시야에 충분히 잡히는 위치. 거기다가 입구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 유일한 입구하고는 정 반대쪽에서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그 방법을 궁긍해 할 수 밖에 없기에 정중한 태도로 질문하는 마경태였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이라뇨? 살짝 신경쓰이는 말인데요. 뭐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전이마법을 썼습니다."


"충분히 선생님 소리 들을만한 행동인데."


"카푸스도 쓸 수 있고, A랭크 적합자들 중에서도 쓰는 사람이 있는데 뭐."


"그러니까. 물건을 이동시키는 수준은 B랭크에서도 있지만, 본인이 이동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은데?"


"그게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수준인가?"



주변의 사람이 못해도 A랭크이니 평범한...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난이도는 낮아도 예의범절에 어긋난 행동이 분명할 터. 이럴 땐 지긋이 봐주는 게 최선의 대응이다.



"일종의 타협이니까 내 얼굴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건 그만해줄래?"


"타협?"


"우선 댄 핑계는 네 얼굴 보려고 들른 거라서. 간 김에 차도 한 잔씩 돌리고. 그런데 막 그 파트너쉽 테스트 평가 결과가 왔다는 거야. 그걸 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책임자의 정신 좀 번쩍 들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 충분했나요?"


"어휴, 네 이 정도면 충분하죠."



바로 마경태의 표정이 극도로 편안해졌다. 아마도 그는 이걸 역이용해서 한동안 사무실 직원들에게 버틸 핑계로 쓰겠지. A랭크 이상만 쓸 수 있는 전이마법 어쩌구 저쩌구. 적운흉풍도 비슷한 미래를 생각했는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분명히 본인도 자신이 한 행동의 여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육체는 20대 중반의 청년이지만 그 육체에 담긴 영혼은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한 백전노장. 그런 사람이 현장에서 구르는 하급장교가 불쌍하다고 은근슬쩍 골탕을 먹이는 척 하면서 도와준거나 다를 바가 없다.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더니..."


"그건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속담이야. 찾아보면 관절 가동범위가 바깥쪽까지 허용되는 경우도 많거든. 한 시종의 경우를 생각해 봐."



향긋한 풍선껌 같은 육체.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고무 재질의 육체 속에 관절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아, 예에, 그러시겠죠."


"아무튼, 나도 좀 보려고 온 것도 있어. 묘수풀이 시간이지. 지인도 파트너쉽에 참가했고.."



형이 꺼낸 지인이란 말에 속이 잠깐 씁쓸해진 시우였다. 아눕롤과 형의 관계는 아는 지인 수준이 아니라 살아있는 신과 그 신을 모시는 신도의 관계. 그 자세한 진실을 모르는 마경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아는지 은근히 시우와 시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시우도 은근슬쩍 형의 눈치를 보는 중. 그런 두 사람을 두고 손시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아눕롤의 평가는 뻔하죠. 아슬아슬한 합격점. 본인이 너무 전방에 나서고, 테이머와 팀장은 전투 상황에서는 그에 맞춰서 움직일 수 있으나 그 외에서는 미숙하게 끌려다닌다고요. 중앙 협회 속속의 팀으로 나선다면 모를까, 의사회 성격하고는 잘 맞지 않을 사람입니다."



그걸 조금 더 세세하게 적어놓은 평가가 종이에 적혀 있다. 마치 뉘앙스로는 A+급의 귀한 인재가 아니라면 몇 번 더 검토를 했을 거라는 평가서. 그 외에도 여러 평가서의 종이를 읽으면서 시훈은 자신의 감상평을 덧붙이고 있었다.



마치 옆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한 평가. 그러고보니 러시아 헌터들의 보고를 듣고 가족의 생활을 생생히 꿰뚫어봤다고 했었나. 그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시우의 입장. 거기까지는 모르는 마경태는 실시간으로 무서운 장면을 보고 있는 영화관객의 표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두려워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경험이 좀 많아서. 그럼 팀장으로써 이 평가에 긍정하는 점과 부정하는 점은?"


"갑자기?"


"팀워크가 굳이 현장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지. 사건 이후 재평가도 팀장의 능력이야"



손시훈이 아닌 마경태의 말. 그 와중에 손시훈은 최종평가가 있는 종이 뭉치를 흔들고 있었다. 아마도 이걸 또 나름대로의 교육 기회로 삼을 모양인가 보다.



그 와중에 못 보는 게 있어도 괜찮다는 필요없는 말은 덤이다. 굳이 안해도 본인이 제일 잘 아는 사실, 그걸 꼭 잊지도 않고 한 마디를 건네는 형을 잠깐 째려본 다음 떠듬떠듬 말하는 시우였다.



이야기 할 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으니까. 형이 친절하게 바로 옆에서 본 것 처럼 한 평가에 기억이 더 생생히 살아난 덕도 있다. 그렇게 전체적인 소감을 이야기하던 시우는 절대로 잊을 수 없던 일를 꺼냈다.



"그, 래드 플래시 팀의 회복능력이 있는 헌터가 인상적이었어."


"확실히 회복 능력이 있는 적합자는 드물지."


"그냥 회복 능력자가 아니야. 내가 말하기도 전에 부상을 먼저 파악하고 치료를 집중했어."



잠시 자신의 형과 자신의 책임자의 시선이 마주친 것을 본 시우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 단순히 그 헌터에 대한 질문 뿐만이 아니라 전투의 전체적인 상황 및 이후의 대처까지 두 명의 베테랑은 번갈아가면서 물어보고 있었다.



마치 일종의 압박면접과도 같은 질문. 어지간해서는 질려서 포기할 만 해도 이 두 명의 베테랑이 집요하게 물어볼 정도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쥐어짜면서 대답하는 시우였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외로 길어지자 살짝 짜증을 내는 시우였다.



"아니, 단순한 파트너쉽이잖아. 레드 플래시 팀은 딱히 아이언 스파이더처럼 평상시에 약세를 보이지도 않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형. 그러니까 경태 형. 형이 봤을 때 서수경씨에 책을 그렇게 잡을 필요가 있어요?"


"그러게?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이 사람이?'라는 말을 할법한 대답. 그 대답에 고개를 돌려서 적운흉풍을 보는 시우였다. 평상시의 적운흉풍이라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서 한숨을 내쉴 타이밍이니까.



그러나 적운흉풍은 한숨을 내쉬는 대신에 자신의 주인을 지긋이 바라볼 뿐. 그리고 그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는 형의 고개에 시우는 지금까지 있었던 것의 몇 배를 뛰어넘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자신 혼자만의 일이 아닐 것 같은 불안함. 그 범위에는 마경태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 시우였다.



그리고 마경태는 본인의 역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었다.



"이거 저도 휘말린 듯 한 느낌인데요? 마치 아는 헌터에게 새로 편성할 팀원의 대리 면접을 받는 분위기에요."


"...맞는 것 같은데요 형."


"에이. 만약에 선별을 한다면 네 주변 사람 중에서 팀장을 할 사람이 나나 미소씨 뿐이잖아? 갑자기?"


"네, 갑자기지만 마경태씨가 팀장을 맡게 됐어요."



형의 말에 역시나란 생각을 하자마자 시우는 한숨을 내쉬는 적운흉풍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까 전에 한숨을 내쉬지 않은 건 지금을 위해서였으리라.



그래도 이건 형의 잘못이 아니다. 분명히 자신의 형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어쩌다가 알게 돼서 최대한 도우려고 이 자리에 온 것이겠지.



그런 짐작을 하는 시우의 앞에서 마경태는 연달아서 정답을 말했다.



"동생분이 중앙 헌터 협회에서 일하신다고 모든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정보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아, 설마 이것도 기밀이에요?"


"지금 시점에서는 기밀이라기 보다는 대외비죠. 며칠 뒤면 공개되지만, 지금 알아서는 곤란한 것. 진짜 기밀은 이런 거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정수기와 주변의 물체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시작은 정수기의 투명인간이 버튼을 누른 것처럼 딸칵거리는 소리를 낸 옆에 있는 종이컵 거치대였다. 그리고 마경태가 화들짝 거리면서 놀라는 것과 함께 나온 종이컵은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든 것 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정수기를 누르고 물을 받아서 부드럽게 손시후은 손으로 쏘옥



아주 뜬금없는 건 아니다. 내공 단련을 했다면 지금 손시훈은 내공으로 염동력(念動力 / Psychokinesis)을 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무공만의 전문용어로는 허공섭물(虛空攝物)이라고 하죠."


"시우야. 나 기절하고 싶어."


"'이거 꿈이지?' 라고 말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에요, 경태 형. 그래서, 형.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는데?"



동시에 두 명의 형을 상대하게 생겼다.



한 쪽은 정신줄을 놓으면 어린 애와도 같은 형이고, 다른 한 쪽은 겉모습만 자신과 같은 20대지 내용물은 나이를 알 수 없는 할아버지. 일단은 어린 애의 정신을 가진 형의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



"경태 형. 형은 베테랑이야. 그리고 나는 아직 초심자고. 난 형이 필요해.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넌 베테랑이야!"


"그래! 난 베테랑이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면 이제 내용물이 할아버지인 자신의 쌍둥이 형을 상대할 차례다.



"그래서 형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뭔 대?"


"국제 헌터 연합에서 너에게 관심이 커져서 말이지. 지금부터 팀으로 너를 묶으려고 하거든. 마경태씨?"


"흠, 확실히 각 국의 중앙 협회는 국제 헌터 연합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죠."



전에도 몇 번 들어본 이야기다.



"명분은 타당해. 새로운 대형 게이트와 광활한 이세계의 조사다. 한 두 헌터팀으로 해결될 영역의 일이 아니야."


"그 새로운 세계는 사실 형이 먼저 발견한 세계고?"


"그래. 내가 그 세계를 점거한 마왕을 죽여서 얼떨결에 해방시킨 세계지."


"대외비 맞아요? 이건 기밀 같은데?"


"아, 방금 건 2급 군사 기밀 쯤 되겠죠. 나도 알고, 잠재적 위험요소도 알지만 일반인은 알아서는 안되는 중요한 정보 말이죠."



얼빠진 것 같지만, 정곡을 찌른 마경태의 질문에 순순히 인정한 자신의 형을 바라보며 진짜로 괜찮을지 생각하는 시우였다.




그런 시우의 어께위에 손을 얹으면서 손시훈은 진지하게 말했다.



"난 너에게 힘을 준 게 아니야. 힘을 얻을 기회를 준 거지. 그 기회 때문에 남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게 두지는 않겠어. '내가 천하 아래의 사람들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아래의 사람들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寧敎我負天下人, 休敎天下人負我)'라는 말처럼"


"간웅이라고 불리는 조조(曹操)의 말 아니야?"


"넌 조조가 아니고, 국제 헌터 연합은 여백사가 아니니까."



살짝이지만 자신과 똑같아 보이는 형의 눈동자 너머에 곤색의 광기를 느낄 수 있는 시우였다. 침을 크게 삼키는 소리를 봐서 그 곤색을 마경태도 본 모양이다. 그것으로 마경태 또한 자신의 말을 상당히 이해했다는 것을 안 시훈은 씁쓸한 목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최대한 평화적으로 가려면 이게 최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경태씨."


"여러모로 힘드신 모양이군요."


"편한 길도 충분히 있죠. 문제는 그게 제가 죽여 버린 마왕들의 방식이거든요. 그 녀석들과는 좀 다른 길을 가야 하지 않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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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귀빈 20.08.11 44 1 13쪽
90 해방자5 20.08.10 45 1 13쪽
89 해방자4 20.08.07 63 1 13쪽
88 해방자3 20.08.06 46 1 12쪽
87 해방자2 20.08.05 40 1 13쪽
86 해방자 20.08.04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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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워크6 20.07.20 4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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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팀워크4 20.07.18 40 1 13쪽
72 팀워크3 20.07.17 39 0 13쪽
71 팀워크2 20.07.15 39 1 13쪽
70 팀워크 20.07.14 4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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