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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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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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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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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방자2

DUMMY

살짝 금이 간 게이트 너머, 시체의 흔적이 보이긴 보인다. 게이트의 바로 앞에 살짝 남아있는 얇은 발목들이다. 그리고 거기서 본격적으로 확산이 됐는지 거대한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살짝 퍼낸 것 같은 젖은 땅만이 있다.



처음에 팀장인 헌터들에게 끌려온 다른 헌터들은 블루베리를 살짝 견제하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걸 보고도 블루베리를 똑같이 볼 사람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 중 화력적인 측면으로 따지면 카닌이나 아눕롤보다도 아래니까.



그리고 그 푹 파여 있는 땅을 카닌이 물로 메운 다음 얼리고 굳혀 길을 만들자 수군거림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시우네 팀은 블루베리를 제외하더라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팀을 부정할 수 없다.



남은 건 '게이트에 금이 갔어...'라는 공포가 살짝 깃든 중얼거림 뿐이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불편해지는 중얼거림. 시우가 그 웅성거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표정이 굳자 블루베리는 그 어께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익숙해지십쇼. 이제 주인님이 받을 시선임다."


"다시 형을 향한 원망의 마음이 강해지는데?"


"시선의 근본 원인은 같지만, 긍정적인 방향이니 이것보단 나을 검다."



말과 함께 기묘한 자세를 취하는 블루베리였다. 바로 '짜잔'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묘한 분위기가 난다. 그리고 살짝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적운흉풍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시우는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폼을 잡으란 소리다.



"일리가 있어."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이건 경태의 말이 맞아."



처음 예상했던 상황과 다르게 돌아가자 조금 당황한 시우였다. 지금 조미선은 마경태를 억제해야 하는 역할이 아닌가?



이걸 편을 들어준다고?



"블루베리가 프로파간다라고 했었지? 네 형과 너는 똑같이 생겼어, 그러니까 니가 자연스럽게 적운흉풍에 타고 있는 모습만 봐도 웬만한 몬스터나 마족들은 손도 못 쓴다는 거야."


"바로 그겁니다, 역시 베테랑"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격이다.



가벼운 태도라서 반 쯤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마경태와는 달리, 조미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다. 이래서는 헌터들 앞에서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될 무공을 빼고는 최고 출력을 내게 생겼다.



가뜩이나 시선이 따가운데 그건 안 될 일, 이러면 차라리 먼저 행동을 하는 게 낫다. 그래야만 자신이 한계점을 지정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생각을 하면서 시우는 적운흉풍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진짜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 그 동작들. 적운흉풍이 휘두르는 머리의 반동을 실어 한 바퀴 몸을 돌리면서 바로 안장 위에 앉는다. 그리고 바로 힘을 끌어올려서 갑옷을 입으면 나름대로 완성이 된다.



완성이라고 표현을 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다.



가장 순수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건 하늬와 레드 플래시의 치유 능력 헌터. 레드 플래시의 치유 능력 헌터는 시우가 적운흉풍에 타서 본격적으로 힘을 끌어올린 모습을 처음 본다. 재능은 있지만, 경험은 아직 부족한 그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탄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순수한 감탄인데 어찌 뭐라 할 수 있을까.



그 둘의 작은 박수에 비하면 블루베리와 아눕롤의 박수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블루베리는 그래도 반 장난이지만 아눕롤은 진심을 담아 스피커로 '찬. 양. 하. 라'라는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하지만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옆에서 바람을 잡을 두 명이 있으니까. 아이언 스파이더의 팀장-테이머 남매는 반 감탄, 반 체념을 담아 아눕롤을 따라서 박수를 치는 중.


그러자 마경태와 조미선도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곧 중앙 헌터 협회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헌터들이 작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죽고 싶다.'



미리 힘을 억제해서 가벼운 갑옷을 입은 것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아직까지는 A랭크 수준의 힘. 블루베리를 제외하면 이 자리에서 손꼽을 수준으로 강하긴 하지만 특출한 수준은 아니다.




지금만 해도 이런 반응인데, 만약에 떠밀려서 S랭크 정도의 힘을 보여줬다면... 그건 진짜로 대참사라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블루베리는 모르겠지만, 아눕롤이라면 감격에 차서 울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전체적으로 보자면 작지만 시우에게는 흑역사가 되버린 소동이 되겠다. 그 여파는 팀들이 각자의 임무를 위해서 흩어진 뒤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좋아, 시우야."


"안 좋아요."


"아냐, 들어봐. 공식적으로는 내가 이 팀의 팀장이지만,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이야 안 그래? 실질적인 포지션이 있단 말이지."


"블루베리만 실질적인 팀장인 걸로도 충분한데요."


"그거 말고. 그러니까, 네가 형의 대리라면, 블루베리는 네 시종이고, 미소씨는 정찰 겸 감지를 하는 파수꾼으로 이미 포지션이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지. 아눕롤은 일종의 선도사라고 할 수 있겠군."



사실이라서 더 불안하다. 설마 여기서 자신의 포지션이 뭐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리고 아이언 스파이더의 김송아, 김송현 남매는 선도사를 따르는 예비, 수습 비슷한 걸로 하자."



밑밥이 더 깔린다. 여기서 그만해 줬으면 좋을 정도로. 그러나 그럴 리가 없지.



"나는 그럼 네 전속 의사인 거야!"


"어? 그럼 저는 간호사인 건가요?"


"그럼요, 윤주씨. 레드 플래시를 위해서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네, 치유 능력의 헌터로써 힘낼게요!"



하이고야, 졸지에 레드 플래시에게도, 그 치유 헌터이자 미래의 에이스가 될지 모르는 최윤주에게도 못 할 짓을 해 버렸다.



덤으로 카닌은 블루베리를 제외하면 자신의 실력이 제일 좋으니 전담 마법사라는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거기까지 말하자 시우는 붕 떠버린 표정의 조미선을 볼 수 있었다.



"정신 차려요, 미선씨"


"어.."


"'나는?' 이라는 소외된 표정 짓지 말고!"



그러자 바로 정신을 차린다. 아무래도 이 기묘한 분위기에 현혹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에 완전히 홀렸다가는 자신 홀로만 다른 감상을 가지니 안 될 일. 그렇기에 전음으로 말을 거는 시우였다.



'여기서 흔들리지 않고 버틸 사람은 저와 미선씨 뿐이라구요!'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충분히 이해를 하고 정신을 다잡는 모양이다. 확실히 살짝 얼이 빠진 마경태는 물론이고, 순식간에 휩싸인 최윤주에 비해서도 굳건한 동시에 정상적인 베테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얼떨결에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아이언 스파이더의 남매 또한 정상인의 범주. 그리고 최윤주도 상황에 따라서는 정상인이라고 할 수 있다.



'4.5 대 5.5인가'



지나치게 텐션이 높은 사람들이 조금 더 우세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아주 밀리지도 않는 비율이다. 이만하면 자신이 정신줄만 붙잡는다면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각오와 함께 적운흉풍을 움직이는 고삐를 세게 쥐는 시우였다.



.

.

.



이런 구분을 나누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처음 맞이한 생존자 집단의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오오....정말로 다시 오셨어...!"


"해방자님이시다...!"



처음으로 의료봉사를 갔던 지역도 이렇게 상황이 처참하지는 않았다. 공권력은 거의 무너져 있었지만, 민병대가 최소한의 치안은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큰 사건이 있었지만 시우가 방문했을 때쯤은 기초적인 안정은 되찾은 상태였다.



만약에, 몇 년 전에, 막 내전이나 게이트 습격을 당한 마을에 갔으면 어땠을까. 딱 그런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생존자 집단.



그나마 건장해 보이는 몇 안 되는 청년들은 시우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고, 부상자들과 노약자들은 그럴 기운조차도 없는지 시선만을 옮기고 있다. 그런 생존자 집단 중 한 사람을 알아봤는지 블루베리는 바로 안색을 심각하게 굳히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죠? 분명히 큰 마을이 있었을 텐데요? 마왕이 죽으면서 몇 몇 우물도 정화가 됐을 거예요."


"네, 그랬습니다. 해방자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마왕이 봉인했던 우물이 풀렸어요... 그런데 흐흐흑"



말을 바로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윤주와 박미소는 자신의 능력을 살려서 저주라고 진단했다. 그러자마자 흐느끼던 청년은 바로 울분을 토하듯이 외쳤다.



"네! 우물에다가 저주를 심은 물을 탔어요! 마왕을 부활시키기 위한 제물을 위해서 라고요!"



고된 노동을 하느라 물을 많이 마시는 청년층들의 상당수가 저주에 퍼졌다고 한다. 때문에 마왕의 잔당들이 해 온 습격을 막을 수 없고 흩어져 버렸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설명하자마자 시우를 향해서 한 마디씩 말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마왕과 함께 죽은 줄 알았다고

살아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더 이상 도망칠 필요가 없냐고



기운이 없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힘을 짜내서 말하는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그 모습에 일행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손시훈이 아니라, 시우라고 말하면 희망이 꺾이는 건 아닐까.



다행히도 블루베리는 일행의 그 걱정을 잘 무마했다. 처음 시우가 시훈과 똑같이 생긴 동생이라고 말했을 때는 실망의 기색이 퍼졌지만, 살아온 세월이 있는지 부드럽게 납득시킨 그녀였다.



"이 쪽 방향이라면 주인님이 막 이 세계에 오실 때 저항하고 있던 곳 중 하나인 르포틴 산이겠군요."


"네, 단순한 습격도 아니고, 저주까지 받은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건 르포틴 산의 사원밖에 없어서..."



말끝을 흐리는 피난민을 보던 블루베리는 시우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는 시우가 명령을 내려야 하는 때라는 의미다.



그걸 이해한 시우는 자연스럽게 마경태와 최윤주를 향해서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부터 진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그 한 지시만으로 모든 걸 끝맺지 않는다. 아눕롤과 박미소, 그리고 아이언 스파이더의 팀장인 김송아에게는 미리 르포틴 산으로 향하는 길의 정찰을, 카닌에게는 물의 소환수를 만들어서 마을의 경비를 단단히 굳히라고 지시한다.


김송현은 실시간으로 아눕롤과 연락할 수 있으니 일단 이 피난민들은 무난하게 르포틴 산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안도하는 기색이 피난민들 사이에 살짝 자리 잡았다.



정말로 살짝 이다. 너무 기운이 없어서 반응을 할 여지가 없는 것. 만약 시우네 일행이 하루나 이틀만 더 늦었어도 자멸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알려주듯이 땅이 살짝 떨리는 느낌은 피난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안도감을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시우도 누군가가 몰려온다는 소리에 긴장되는데, 당하고 또 당한 피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 와중에 블루베리는 살짝 평온한 표정이었다.



"들염소 기병임다. 하긴 쪽수로만 따지자면 부대가 많이 남기는 했지.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다른 부대가 주인님이 주요간부 반, 일반 병사 반 정도를 죽였다면, 들염소 기병은 주요 간부들의 대부분을 잡은 대신 병사들이 좀 많이 남았슴다. 그 뒤를 쫓기보다는 마왕이 대처를 하는 걸 막기 전에 치는 게 우선이라서."


"살아남은 잔당들이 죄다 도적으로 변한거군."



지구로 비유하면 S, A랭크 헌터가 대다수 죽은 대신 B, C, D 랭크 헌터들 상당수가 도주해버린 상황이다.



그렇다면 형을 잘 안다는 가정 하에 자신의 모습을 보고 멈칫거린다는 기대를 한다. 그 기대대로 자욱하게 솟아오르는 먼지와 함께 돌진하던 무리는 피난민들의 주변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블루베리는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랑이가 없는 굴에는 여우가 왕이 된다고 하더니, 백부장 따위가 살 판 나셨군 그래..."



자욱한 먼지 속에서도 화려한 깃발이 눈에 띈다. 하지만 화려할지언정 깊숙한 느낌이란 하나도 들지 않는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네."


"그렇슴다."



블루베리가 말을 하자마자 '가짜다!'라는 외침이 들리는 시우였다. 말은 몰라도 위에 타고 있는 녀석은 그 괴물이 아니라고.



자신들의 사기는 끌어올리고, 피난민들의 사기는 반대로 끌어내리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괴물이 아니더라도 가뿐하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신의 기분뿐만이 아니라, 피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행동.



"나 혼자서도 충분하겠지.“


"다녀오시길."



블루베리의 나지막한 허락이 떨어지자 시우는 자신의 손에 들린 극도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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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해방자5 20.08.10 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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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해방자3 20.08.06 45 1 12쪽
» 해방자2 20.08.05 4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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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영입4 20.07.31 5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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