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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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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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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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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보호자? 4

DUMMY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고블린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물 말고도 다른 보급품도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그 한 가운데에 망설임 없이 뛰어다는 아눕롤의 모습은 훌륭하기 보다는 조금 무섭다. 중형차만한 거미가 갑자기 숲속에서 불쑥 튀어나와서는 사람 형태의 무언가를 덮치는 걸 본다면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눈앞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더 놀랄 수 있다. 살짝 높이 있어서 소리가 안 들릴 텐데도 시우는 허둥지둥 움직이는 날개를 보자마자 '삐이익!'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으니까.



하늬가 그렇게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여주든 말든 아눕롤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시작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 고블린의 머리를 콱 물어버리는 것. 그대로 아눕롤이 고개를 위로 휙 치켜들자 시우는 머리가 사라진 몸뚱이가 허공으로 날아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다른 야생동물도 비슷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왜, 지구상에도 몇몇 동물들은 뼈도 물어서 부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입 안에 있는 머리를 대포처럼 쏘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진짜로 신기할 따름. 그 머리에 맞은 고블린은 야구공에 맞은 수박처럼 박살나면서 뒤로 날아갔다.



단순히 뱉는 것과는 다르다. 시우는 분명히 궤적을 따라 미세한 전깃줄이 따라가는 걸 본 것이다. 그건 멀리서 본 시우만의 착각이 아닌 모양. 단순히 아눕롤이 먼저 뛰어든 것 까지만 해도 덤덤했던 헌터들도 고개를 돌릴 정도다.



그건 어떻게 보면 작은 빈틈이었다.



베테랑의 기준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으로 인한 빈 틈. 집중을 조금 한다면 충분히 반격을 가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두머리를 잃은 고블린들은 오합지졸답게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빈 틈을 아눕롤의 테이머가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쓰는 무기는 이런저런 장식이 없는 단창. 마경태의 창과 비슷한 것 같지만 서양적으로 딱딱한 분위기의 스펀툰에 비하면 창대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동양 쪽의 분위기에 가깝다. 그 겉모습에 걸맞게 창을 사용하는 기술도 무술을 쓰는 것처럼 바깥으로 돌려 밀어내고, 안으로 돌려 누르며, 찌르기로 간결하게 끝낸다.



'란나찰창(攔拿扎槍)이야. 창술의 기본이다.'



시우에게 복제되어 연결된 손시훈의 영이 그 기술에 대한 분석을 가볍게 해 주었다.



바깥으로 막는 창인 란(攔)창, 안으로 잡는 나(拿)창. 이 두 개의 방어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창인 찰(扎)창으로 마무리 짓는다.



'사실 찌르기 보다는 뽑는(扎) 기술이 더 중요하지. 정확하게는 잘 뽑히게 찔러야 한다.'



형의 말을 듣고 객관적으로 마경태하고 비교해보니 살짝 모자라게 느껴졌다. 스스로 단련한 마경태에 비해서 찌르는 동작과 뽑는 동작이 많이 어색하다. 그 어색하다는 느낌에 집중하는 시우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손시훈의 목소리가 퍼졌다.



'약선(藥仙)인가.'


'형과 아는 사람이야?'


'사성 중 하나지.'


'사성? 그 사람만의 기술을 왜 저 사람이 쓰고 있는 거야?'


'키잔트헤임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배웠겠지.'



그리고 딱히 사성의 약선만이 가진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



기술을 만들어 낸 약선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기술은 평범하기만 한 기술



잘못된 습관을 교정시키기 위해서 최소한의 개성도 완벽하게 죽여 버렸으니까. 그래서 고대문명 진영이 아무런 무리 없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찌르는 동작과 뽑는 동작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직 사용자의 기량 부족 때문이다.



이어서 아눕롤의 테이머는 다른 무기를 쓰다가 창으로 갈아 탄지 얼마 안 됐다는 소견. 그 소견을 남기고 손시훈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란나찰이라...'



적운흉풍에 탄 상태는 잘 모르겠지만, 내리고 있는 상태를 위해서는 충분히 배울 가치가 있다고 느낀 시우였다. 확실히 초보자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의 다른 헌터들에 비해서 밀리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성과는 아이언 스파이더의 팀장이 제일 독보적이었다. 아무래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무술의 기본을 나름대로 교육시킨 모양이다. 무기를 바꾼 동생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쓰는 기술에 맞춘 기술을 가르쳤는지 움직임이 말끔하다.



거기서 시선을 돌리며 전체적인 전황을 살펴보던 시우는 가볍게 아래를 향해서 창끝을 휘둘렀다.



"키엑!"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더



"캬학!"



아눕롤과 아이언 스파이더의 활약이 인상적여도 시우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눕롤은 진짜 도와줄 필요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체력이나 실수를 감안해서라도 많은 고블린들의 수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거창한 수준은 아니다. 하늘에서 창을 휘둘러서 마나가 뒤섞인 검풍을 발산하는 것. 처음 게이트 너머의 던전을 탐색했을 때 던전에서도 한 기본적인 기술이다.



그 대상은 다양하다. 헌터들의 틈 사이에 있어서 누가 딱히 나서기 곤란한 고블린, 우두머리 급은 아니어도 유난히 강해보이는 고블린, 아니면 절묘하게 헌터들의 측면을 노리고 몰래 접근하는 고블린들을 벤다. 이런 것도 무난한 헌터 팀 팀장이 해야 할 일.



그렇게 정리를 하나하나 해 가던 시우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더 편한데'



원래부터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더 편하게 고블린들을 줄여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로 가벼운 수준이지만 미묘한 도움을 받는 기분.



덧붙여서 무언가 예상과는 다르다는 위화감이 머릿속을 살짝 채운다.



심각한 위화감은 아니다. 정말로 가벼운, 의외라서 놀라운 기분이다. 무의식에 더 크게 맴도는 것도 찜찜하기 보다는 상쾌한 쪽



상황이 긴박했다면 일단은 그 느낌을 무시하고 전투에 다시 집중했을 것이다. 마경태가 시우에게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쳤고, 그게 타당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테스트이자 훈련이니 그 원인을 찾아서 나쁠 건 없다.



그걸 위해서 검풍을 내뿜는 속도를 늦춘 시우의 시선이 점점 아눕롤의 테이머에게 집중되었다.



'빈틈이 너무 적다. 사실상 없어’



덕분에 손을 덜게 되었다.



창으로 주무기를 갈아 탄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저 기량에 저 정도로 빈틈이 없다는 것은 신기한 수준이다. 원래부터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는 종족이 미숙하게 창을 휘두르고 찌르는 분위기. 마치 적의 기척을 느끼고 움직이는 것 같다.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우는 적운흉풍을 몰고 아래로 내려갔다.



'역시 아닌데...'



시우도 집중하면 희미한 수준의 마경태와 박미소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손시훈은 오히려 아무런 내공이 느껴지지 않지만, 아눕롤의 테이머가 손시훈과 비슷한 경지에 닿아서 완벽하게 내공을 제어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야 바깥의 적들을 향해서 눈보다도 창이 먼저 움직일까?



비슷하게 움직이는 건 감지 능력을 가진 헌터 한 명 뿐. 심지어 기량만큼은 훨씬 뛰어난 그의 누나도 빈틈은 노출하고 있다. 설령 마경태라고 하더라도 아주 잠깐의 빈틈은 생길 것이다. 다만 그것을 본인의 기량으로 금세 메꿀 뿐.



그런 행동을 아예 할 필요가 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 않았을 까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아니면...'



.


.



'그렇사옵니다. 이 순례자와 계약자는 감각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사옵니다.'



마지막 고블린이 쓰러지고, 잠깐 휴식을 하면서 시우가 한 질문에 대한 아눕롤의 대답. 다른 헌터들이 들으면 곤란하기에 조용히 스마트폰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시우와 아눕롤을 두고, 헌터들은 의외의 활약을 펼쳐준 아눕롤의 테이머에게 감탄을 보내는 중이었다.



베테랑이라고 해도 사정을 모르면 아눕롤의 테이머가 보인 활약은 인상적이다. 풋내기 소년처럼 어버버거리다가, 누나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아눕롤에게 끌려가서 자리를 잡았다고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이었다. 그를 가리켜서 최근에 여러 사이트에서 떠돌고 있는 손시훈의 활약과 비교하는 헌터들이었다.



심안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게 아니냐는 호들갑. 그 호들갑을 듣고 계약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걸 본 아눕롤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로 심안을 가지기 위한 길을 걷는 훈련에는 진척이 없사옵니다.'


-내공 단련이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 없사옵니다. 훈련 기간만으로 따진다면 그 책임자라는 남자보다도 더 길게 분명하온데...'



자신과 비교를 했다면 자신은 재능이 있다며 위로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경태와 비교하니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우였다.



손시훈의 진단으로는 마경태도 평범한 사람들 보다는 재능이 있기는 있는 편이다. 그러나 훈련 기간만으로 따지자면 처참한 수준. 분위기로 봐서는 몇 년 간 가르쳤는데도 진척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아이언 스파이더를 떠나는 건 가능해도, 제 계약자를 떠나는 건 없을 것 같사옵니다. 마치 어린 아이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괜찮아요. 저는 아눕롤이 아이언 스파이더를 떠나는 것도 굉장히 찜찜하니깐요.



시우의 기준이든 마경태의 기준이든, 혹은 다른 사람의 기준이라도 비슷하겠지.



이럴 때는 궁금한 질문으로 말을 빨리 돌리는 게 편하다.



-저기, 란나찰도 그렇고 검술도 그렇고 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것을 가르친 건가요?


'그렇사옵니다. 약선(藥仙)께서 가장 능하신 건 존명에 약(藥)이란 글자가 들어간 것처럼 의학적 분야이옵니다. 허나 그 분은 칠현은 물론이요, 무공을 통해 같은 사성 중에서도 독보적인 강함을 가지신 분. 사성이라는 위대함에 걸맞게 피가 흐르는 육체를 가진 종족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형태로 무공을 개량했사옵니다.‘


-토납법, 그러니까 호흡법도 개량했나요?


'흠...그건 잘 모르겠사옵니다.'



만약에 키잔트헤임, 혹은 키잔트헤임이 새로 개척한 세계의 영역이었다면 알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아눕롤이었다. 그곳이라면 바로 전체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지구. 지금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일부 뿐. 그 일부에서 생기는 정보의 공백에 아눕롤은 거꾸로 시우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특별히 호흡법과 무공이 따로 구분되옵니까?'


-엄밀하게 따지면 무공의 내부분야에 호흡법이 있죠.



호흡법은 내공을 증진시키기 위한 수단. 아눕롤이 말한 개량한 무공은 형태와 동작과 관련된 외공의 분야다.



정확한 진단은 아무래도 자신의 형에게 직접 들어야 알겠지만, 역시 외공단련법은 개량했어도 내공단련법은 개량하지 않았다는 직감이 드는 시우. 그 직감은 아눕롤에게서 심법을 듣자마자 확신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거칠고 복잡해'



순환에너지 개론에 나온 토납법의 전반부는 통상적인 토납법을 통한 단전호흡보다 약 2배에 가까운 효율성을 가지게 설계되었다. 후반부까지 감안해도 3배를 살짝 넘는 수준. 그에 비하면 아눕롤이 알려준 방식은 단순한 효율성만큼은 순환에너지 개론의 토납법보다 더 높다.



그러나 초심자에게는 효율성을 잡아먹을 정도로 시우는 복잡하고 거친 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기준에서 시우는 간신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경태라면 성격상 거침은 버텨도 복잡함을 못 이해했을 테고, 반대로 박미소라면 반대로 복잡함은 이해해도, 거침을 못 버텼을 테다.



남매에게는 미안하지만 두 사람 모두 거침과 복잡함을 버틸 것 같아보이진 않는다.



딱히 깔보는 건 아니다. 수련기간이 훨씬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저 남매에게는 한 줌의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 토납법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익히기에 너무 어렵다.



아마도 멸망 직전의 키잔트헤임에서는 기본 재능이 강한 사람들만 살아남아서 개량할 필요가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런 짐작들은 전부 생략한 시우는 자신이 줄 수 있는 도움만 이야기했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이해도가 쉬운 토납법을 알아요.


'예?'


-시작을 그걸로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찌, 그런 황송한 은혜를!'


-아뇨, 황송한 은혜라뇨. 그냥 교환이에요 교환. 저도 괜찮은 토납법을 들었는데...-


'아니옵니다! 찾아보면 제가 알려드리기에 더 귀중한 토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어찌 토납법 하나만으로 보답을 하겠사옵니까?


-똑같은 토납법 하나인데...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어떤 세계에든 비슷한 형태로 있사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데이터를 잠시 정리하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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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해방자5 20.08.10 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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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팀워크2 20.07.15 39 1 13쪽
70 팀워크 20.07.14 44 1 13쪽
69 보호자? 5 20.07.13 4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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