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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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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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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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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4

DUMMY

이만하면 더 이상 도적으로 굴러 떨어진 잔당들의 습격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까놓고 말하면 지성이 있는 몬스터와 다를 바 없다. 더 까놓고 말하면 그 지성 덕분에 몬스터보다도 더 혐오스러운 놈들.



그렇기에 그에 대한 걱정을 덜자, 다른 걱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문제임다."


"...분위기의 심각성을 덜기 위한 비유라고 생각할 게."



의식주. 옷, 음식, 집의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를 뜻하는 단어다. 그 중요성을 게임으로 치환해서 말하는 블루베리의 말은 대단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 고개를 돌린 시우는 적운흉풍이 미묘히 시선을 돌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손시훈!!!'



이 또한 형이 한 사람을 살짝 망친 잔재였던 것이다. 지금 자신이 블루베리를 살짝 경멸하던 눈치로 본 것처럼, 한 때 블루베리는 손시훈을 살짝 경멸하는 눈치를 줬겠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블루베리는 이 생각을 해버린 시우의 죄책감과 불안함이 심해지는 변호를 하고 있었다.



"도련님? 이 비유가 뭐가 잘못된 검까? 주인님도 말씀하신 비유임다."


"분위기의 심각성을 덜기 위한 비유라고 말했잖아."


"그런 것 치고는 표정에 비꼼이 들어가 있었슴다. 종종 게임이 과장마저 뛰어넘은 현실보다 순할 때도 있는 법임다."



잘못 걸렸다. 지금 표정으로 봐서는 블루베리는 분명히 즐기고 있다.



결국 블루베리에게 잘못 걸려서 한 번 끌려 다닌 시우였다. 포리어 시리즈라고 했던가. 희멀건 색의 그 막대기는 겉모습만큼은 평범한 에너지바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 맛은 나무껍질을 곱게 간 다음 꽉꽉 뭉친 맛이다. 한 입 먹자마자 배가 부르고 몸에 기운이 나긴 해도 두 번 먹기는 힘든 물건. 그걸 블루베리는 피난민들을 위한 식사에 섞어넣었다.



어쩔 수 없다. 저주로 급격히 쇠약해지는데다가, 기존의 식량도 부족한데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그 포리어 2호 라는 에너지바가 삼킨 죽을 묵묵히 삼키는 피난민들.



그러나 죽을 먹는 피난민들은 시우에게 이건 도저히 평범한 사람이 먹을 만한 식사가 아니라며, 시우가 그 죽을 먹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블루베리의 말을 한 번 비꼬았는데 어쩌겠는게, 먹어야 한다.



다행히도 이런저런 재료가 뒤섞인 덕분인지, 포리어 2호 만을 씹는 것 보다는 먹을 만 했다. 멀쩡한 곡식으로 쑨 죽에 나무껍질을 갈아 넣은 죽을 먹는 느낌, 시우의 기준에서는 간신히 삼킬 수 있는 음식이다.



간신히 '여러분의 고생을 함께 하고 싶다.'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다.



"삐이이-"



물론 블루베리를 제외한 다른 일행은 도저히 삼키지 못했다. 포리어 시리즈가 섞인 죽은 토할 힘도 없는 환자가 아닌 이상 무의식적인 거부를 할 만한 죽이다.



피난민들도 반 쯤 거부하는데, 시우야 오죽하겠는가. 솔직히 시우도 처음 블루베리의 비유에 비꼬지만 않았더라면 그럴 듯한 핑계로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어떻게든 고기를 섞어 넣으려고 사냥을 위해 분주히 날아다니는 하늬였다.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저는 하나도 몰랐슴다."


"그만해..."


"그래, 이 마녀! 효율 하나를 위해서 몇 사람이 고생하는 거야!"


"너네 종족은 아예 맛을 못 느끼는 모양이지?"



처음은 시우, 다음은 카닌과 박미소다. 그 셋의 항의에 블루베리는 미묘한 정색으로 답했다. 본인도 포리어 시리즈의 맛은 별로인 것을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수습방법은 약탈을 해서 보충하겠다는 것. 피난민들의 식량을 도적들을 약탈해서 보충하겠다니, 정말이지 비범한 해결방법이다.




일단 근거는 일리가 있다. 지금 마왕의 잔당들이 도적으로 변한 건 재물을 위해서가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살육을 통해서 힘을 보충하고, 그 중 꿈이 큰 자는 마왕을 부활시키려고 하거나, 혹은 자신이 차기 마왕이 되려는 자 또한 있다. 핵심은 대다수의 피난민들보다는 사정이 여유롭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도적을 약탈한다는 생각을 해내는 건지..."


"세상 만물에는 균형이 필요한 법임다. 도적들이 누군가를 약탈한다면, 반대로 누군가는 도적을 약탈해야 하지 않겠슴까. 저는 단지 균형을 지키는 것 뿐임다."




이 균형 드립도 형이 사람을 망쳐버린 예시가 되겠지. 따져봤자 머리가 지끈거리기에 블루베리를 보내준 시우였다.



어차피 피난민들을 지키는 건 카닌의 물 소환수로 충분하고, 요격은 시우 하나도로 충분하니까. 이건 포리어 시리즈를 한 번 쪼아 먹고 얻은 충격으로 자발적인 사냥을 나서는 하늬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 진지해져야 하는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우리 잘못은 없어."



평상시에는 이런 말을 하는 마경태가 밉상이지만 이번만큼은 딱히 밉지 않다.



"뭐, 피난민들은 충분히 진지해. 좋은 의미에서"


"그런가요?"


"처음에는 그저 너와 네 형이 똑같이 생겨서 너를 믿었다면, 지금은 너도 그럭저럭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잘 하고 있어."


"딱히 칭찬을 들을 것까지야..."


"아냐, 우두머리는 어지간해서는 한 번에 보내고 있잖아?"



처음 이후에도 몇 번의 습격이 있었다. 대다수는 들염소를 타고 달려드는 도적들이었지만, 종종 다른 탈 것을 타고나 야밤에 달려들어 기습도 있었다.



종족도 가지각색. 대다수는 문신이라도 한 것처럼 온 몸의 피부가 얼룩덜룩한 이종족이지만, 종종 트롤이라고 불리는 거인들이나 저번에 만난 것 보다 지능도, 교활함도 증가한 고블린들도 있다.



이 모두를 시우는 마경태의 말대로 우두머리의 한 번에 처리하면서 반격을 개시했다.



"삐-익!"



그리고 높게 울려 퍼지는 하늬의 울음소리는 또 다시 그런 반격을 개시할 때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좀 더 정예에 가깝군."


"확실히 진형이 갖춰져 있군요."



화려함 자체로만 따진다면 제일은 아니다. 첫 눈에 딱 느껴지는 인상만으로 따지자면 지금 습격은 중하위권.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저 모습은 허름한 칼집에 들어간 명검과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칠게 달려오는 것 같으면서도 정돈된 진형은 피난민들을 습격하기에는 과분하다. 빠르게 치고 빠지기에 적절한 진형이다. 마치 필요한 것을 확실하고 빠르게 죽이기 위해서...



당연히 그 필요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 시우였다. 마경태 또한 고개를 먼저 끄덕이고는 시우에게 말했다.



"한 방에 처리하려면 힘을 더 끌어올려야 할거야. 우리한테 늘 보여준 A랭크 수준이라도 지지는 않겠지만, 여유는 충분히 남아있지?"


"그럼요."



약간의 기대가 담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한 시우였다. 어차피 무공도 아는 사람에게 힘을 더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망설일 건 없다. 힘을 끌어올리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굳이 부작용이 있다면 사령마 특유의 한기가 몸을 휩싼다는 것. 그러나 '저기 가짜를 죽여라!'라는 외침을 듣는 것 보다는 훨씬 덜 기분 나쁜 감각이다.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힘을 더 끌어올리는 시우의 모습을 보면서 마경태는 감탄을 내뱉었다.



쇠로 만들어진 비늘위에 곁들어진 철판의 갑옷. 어지간한 부자인 헌터도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완전 무장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우에게 손을 뻗는 마경태였다.



"이게 뭐죠?"


"피난민 꼬맹이 중에 C랭크 수준의 적합자가 있더라고. 네 형의 모습을 잘 기억하는 아이기도 하고."




그 말을 들으면서 받으니 험상굳은 가면의 얼굴이 보인다.




"이건..."


"블루베리가 잔소리를 조금 했어. 여기는 수염이 적고, 여기는 수염이 많아야 더 험상굳다고 했나.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가면이야."


"하아아"


"어차피 너희 형이 쓰고 다니는 가면도 특별한 아이템은 아니잖아?"



맞다. 한 눈에 볼 때 위압감을 주는 얼굴은 아니라서 쓰고 다니는 가면. 그걸 받으니 가면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아이가 손을 흔드는 걸 본 시우였다.



이래서는 쓸 수밖에. 어쩌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더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시우에게 마경태가 작은 의견을 건넸다.



"잘 어울리는데, 너무 형과 똑같은 건 좀 그렇다. 나중에 니 전용으로 가면을 따로 만드는 게 좋겠어. 네가 형의 완벽한 대역은 아니잖아?"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마경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는 10개든 100개든 만들 수 있다는 듯이 외쳤다. 그 마음은 고맙지만 일단은 근처까지 다가온 무리를 격퇴하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형의 구분을 위한 요소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시우였다.




카푸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손시훈이 너무 강하니 그에 밀려도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한다. 이건 시우 또한 마찬가지다. 형보다 못하다는 말은 흘러넘길 수 있어도, 형 행세를 하는 가짜라는 말은 많이 기분이 나쁘다.



'그럼 이 습관부터...'



우선은 시작을 알려주기 위한 그 자세부터 자제했다. 손이 허전에서 살짝 꿈틀거리긴 해도, 이런 사소한 습관부터 바꾸는 것이 크게 자신과 형을 구분할 밑거름이 될 거다. 물론 이유가 있는 습관이니, 그 습관으로 인한 장점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흠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다는 건 좋은 일이지.'



섭섭하다는 티는 하나도 없이 대견하다는 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연결이 되었다면 더 좋다. 베테랑이니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겠지.



'수준 이하의 적을 한 번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적운흉풍을 타고 있다는 걸 가정한 상태지?'



그때그때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진지하게 듣는 모양.



'내가 휘두르기를 쓰는 건 한 번에 많은 적들을 베기 위해서고, 소수의 적을 확실하게 보내려면 역시 찌르기가 좋지. 다만 찌르기는 휘두르기보다 화려함이 덜하다는 거야.'



약간 생각을 하더니 말이 술술 흘러나온다. 본인도 자신과 동생의 구분을 조금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비효율적이겠지만, 내공을 길게 뽑아 낼 수밖에 없어. 출력과 효율, 가시성의 셋을 모두 다 살리려면 쇄(鎖, 쇠사슬)의 무늬가 최적이겠지'


'쓰읍'



바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납득된다. 단순한 돌진 후 찌르기라면 예(霓)나 접(蝶, 나비)의 무늬가 더 적절. 하지만 예는 아주 화려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접은 화려함도, 힘도 둘 다 보장되지만 소모하는 내공이 너무 많다.




처음 하나를 잡고, 뒤의 연계하는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손시훈의 말대로 쇄의 무늬가 적절. 이해를 하는 것과 함께 형의 목소리가 끊어진 것을 느낀 시우는 극도를 꼭 쥐고 내공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허세일 뿐이야! 물러서지 마라!"



그에 맞서 외침이 들린다. 낮고 굵은 동시에 연륜도 느껴지는 목소리,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형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 증거로 시우의 상대를 한 본인에게는 투기가 더 짙어지고 있었다.



하긴 대부분이 죽고 뿔뿔이 흩어졌다고 해도 백전노장이 하나, 둘쯤은 남아있겠지. 그러나 마냥 호평해 줄 수는 없다. 이런 노련함을 갖춘 상대라면 피난민들의 우물에 저주를 던져 넣는다는 발상을 떠올렸을 가능성도 높다.



설령 아니더라도 자신을 치고 할 일을 생각해보면 인정은 해도, 존중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우는 눈에 힘을 주고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는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자신과 비슷하게 창을 쥔 채 말을 타고 달려오는 우두머리. 이 세계에서 기병 대부분은 들염소라는 것을 고려하면 희귀성이 있다.



힘의 차이는 상당히 나지만, 나름대로의 진검승부가 아닐까. 그 생각을 한 시우는 자신과 거의 동시에 팔을 뒤로 빼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창을 내질렀다.



두 개의 창날이 서로를 비껴 치고, 한 창날은 삐죽 튀어나온 월아에 가로막힌다. 그리고 남은 한 창 날은 상대방의 가슴에 꽂혔다



"커헉!"


'창대를 비틀면서 시체를 던져버려.'



비명소리, 그와 함께 들리는 형의 목소리. 잔인한 말이지만 창대에 시체를 계속해서 매달고 다니지는 못하니 어쩔 수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하는 시우였다.



꽤나 높이 던졌으니 이만하면 모두가 봤겠지. 이전까지는 이러면 진형이 무너지는 패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예만이 모였는지 이번에는 제일 앞장 선 우두머리가 죽었는데도 끈질기게 시우에게 달라붙는 잔당들. 그에 맞서 함성을 지르며 극도를 휘두른 시우였다.



지금 자신의 힘과 기술의 상당수는 형의 힘과 기술. 일부라고 해도 해방자의 힘이 어떤 것이지를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작가의말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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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자4 20.08.07 6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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