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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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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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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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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3

DUMMY

전투가 끝나고 자리를 옮기자마자 시우가 가장 먼저 들은 말은 호들갑인지, 냉철한 평가인지 구분하기 힘든 아눕롤의 극찬.



'완벽한 전투였사옵니다! 마지막의 마무리는 장형 분께서 봐도 감탄할게 분명하옵니다!'



솔직히 자신의 손짓을 따라서 움직인 하늬의 움직임은 시우가 생각해도 감탄하기에 충분했다. 손짓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지는 적들의 목이라니. 좀 유치하긴 해도 그 모습은 게이트가 열린 이후의 세상에서는 비슷한 형태로 한 번 쯤 상상해 볼 모습이다.



그건 헌터들에게 더 심한지 은근히 부럽다는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우였다.



특히 그 시선은 아눕롤의 테이머가 제일 짙은 농도로 보내고 있었다.



'너까지 그러면 안 되지...'



움찔



'...나 방금 전음을 보낸 건가?'


갑작스럽게 한 마디를 들은 반응이다. 시선만으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시우가 전음을 보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행동만으로 반응을 하기 때문에, 평범한 동료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반응속도로 일어난 일이죠. 어쩌면 직접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테이머와 테이밍 몬스터 사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겠네요."



평범한 헌터들의 입장에서는 우수수 떨어진 고블린들의 머리가 신기했다.



하지만 테이머 헌터의 입장에서는 그 행동이 시우의 손짓에 바로 나온 게 굉장했나 보다. 여기까지는 공적인 감정. 그 말 속에 숨겨진 사적인 감정에는 자신의 관계는 테이머와 테이밍 몬스터의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아눕롤의 테이머가 하는 건 배 부른 투정이다.



시우의 경우로 비교해보면 적운흉풍과 블루베리를 뒤섞어서는 장점은 늘리고 단점은 줄인 버전. 과장이 아니라 일일이 남매를 챙겨주는 걸 보면 거미 모습을 한 엄마라고 부르는 건 너무 나갔지만, 누나라고 부르기에는 문제가 없다.



세상에 어느 테이밍 몬스터가 일일이 잔소리를 해주고 하는 행동을 다 챙겨줄까? 이건 시우만 느끼는 모습이 아니다. 다른 헌터들도 남매의 얼굴에 묻는 무언가를 닦거나 때어내는 아눕롤의 행동을 보고 거미누나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보여주기로 한 게 아니라 습관이 되었기에 일어난 일.



이건 꼭 지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우는 기억을 돌이키며 감각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자신은 어떻게 전음을 보냈을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보면서 말을 하듯이 생각했다. 일단은 이 세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여기서 아눕롤에게 전음을 보낸다고 생각할 때는 없었지만, 그 계약자에게 할 때는 있었던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진심과 의지의 차이인가.'



그 차이로 인해서 무의식과 의식이 하나로 합쳐지는 상태.



홍류선법의 비급서에는 그 둘을 하나로 묶은 단어가 있었다. 의념(意念)이라고 해서 지긋지긋하게 나오는 개념. 생명력을 진짜로 제어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의식적인 존재. 비유가 많아서 과장이 심하게 섞여있었던 그 표현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다.



굳이 무공 사용자들만이 의념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무의식을 중심으로 발현할 뿐.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갈 수 있는 무공 사용자들은 그것을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홍류선법에서 원하는 의념과, 단순한 전음을 보내기 위한 의념에는 꽤나 차이가 있겠지. 만약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결코 작은 깨달음이 아니었다.



의식을 한 번 한 이후로 주변의 세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도 행동을 통해서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들리며,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시우였다.



'이런 깨달음을 잔소리를 하다 얻는 내 인생이란 대체...'




다만 약간의 한탄은 있다.



기쁘긴 기쁜데 상황도 상황이라 여러모로 착잡한 시우. 그 착잡한 마음을 돌이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시우가 눈을 깜박이자 반투명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형?'


'경지의 벽을 돌파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게임에서 레벨 업을 한 것도 아니고 이게 뭘 까? 그것 말고도 따질 게 많다. 분명히 적운흉풍에서 내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형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만약에 자신이 조금만 더 호들갑을 떠는 성격이었다면 화들짝 놀라서 일어섰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에 시우는 진짜로 신경 쓰이고 중요한 것을 물어보았다.



'설마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심해지는 건 아니겠지?'


'당분간은 연결이 더 강해지겠지. 그래도 지금은 제어가 가능하지만 짧게 제어가 안 되는 순간이 올거야.'



말을 마차지 마자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손시훈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뚝 하고 끊기겠지. 순수한 네 깨달음이 내 영의 잔재에 넘은 깨달음을 넘는다면 말이야. 청취지어람이청어람(靑取之於藍而靑於藍)이라 하여, 푸름은 쪽에서 얻지만 쪽보다 더 푸른 법이니. 이윽고 푸른빛을 쪽빛을 삼키리. 그 이후에는 연결하고 싶어도 못 할껄?'



잠깐 홍류선법의 비급서에 적혀있을 법한 비유를 꺼낸 시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시우는 그 때가 오더라도 형의 목소리가 딱히 그러워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눈치를 보건데 자신도 자신이지만 형도 형 나름대로 살짝 곤란한 눈치. 보이는 모습은 전보다 더 선명하지만 뭔가 집중을 방해받는 느낌이다.



'뭐 하고 있었어?'


'캐나다에서 차 마시고 있었지. 이본이 안부 전해달래.'


'...괜찮은 거 맞아?'


'아 괜찮아! 흐릿하게 실시간으로 네가 느껴지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수준은 아니니까.'



어딜 봐서 괜찮은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시우는 진짜로 걱정된다는 표정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다른 헌터들도 근처에 있어서 표정 조절이 됐지만, 방금 형이 한 말은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다.



동생의 타당한 걱정. 그 걱정에 시훈은 안심하게 만들기에는 부족한 비유를 꺼내들고 있었다. 입으로는 화상통화를 하면서, 키보드로 채팅을 치고 있는 기분이란다. 어느 쪽 모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 아닌가.



나중에 심해지면 한 쪽 눈에는 바로 앞이, 다른 쪽 눈에는 자신이 보이는 지경까지 가는 게 아닐까. 그런 짐작을 말하려는 찰나 시훈은 필요한 이야기를 하면서 말머리를 은근슬쩍 돌렸다.



'자자,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려고 하니 표정 좀 풀고. 지금은 네가 뭘 할 수 있게 됐는지부터 신경 쓰자. 내공을 다루는 경지가 상승했다는 것은 적합자의 급이나 랭크가 상승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형이 하는 그 말을 시우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모든 감각이 눈앞에 보이는 듯이 느껴진다. 단순히 주변의 헌터들이 내뱉는 숨소리부터 조금 더 깊숙한 심장의 박동까지. C랭크의 적합자가 A랭크까지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극적인 감각의 상승을 느낄 수 있지는 않을 거다.



제일 대단한 것은 그렇게 감각이 민감해졌음에도 너무나도 자연스럽다는 것. 원래부터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생물처럼 어색함 하나 없이 부드럽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서 주변의 환경과 유기적이며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지. 네가 주변에 네 자신을 맞추든, 반대로 주변을 네 자신에 맞추든 생각을 한다면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럼 직접 확인해보자.'



이어지는 설명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직접 확인해보자는 소리는 '뭐?'라는 대답이 바로 튀어나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귓가에는 무언가가 부서지면서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음.향 센서로. .물체.의 접.근을 확.인. 열 감지로.는 느.껴지지. 않.지만 동작. 센서로.는 추.가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군요.


'근처에 시체가 한가득이니까. 피냄새가 퍼지고도 남았지. 하지만 시체를 먹지는 않을꺼야. 뱀은 살아있는 먹이를 선호하거든.'


'바로 옆은 아닌데?'


'야생동물의 감은 네 생각보다 민감하단다.'



말을 마치자마자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하늬와 함께 고개를 위로 들었다.



"삐익!"



그러자마자 보이는 것은 나뭇가지 틈 속에서 고개를 불쑥 내미는 두 마리의 뱀. 하늬도 비슷하게 빽빽한 나뭇가지 틈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지만 분위기는 그것과 차이가 꽤나 크다.



한 뱀은 그나마 머리를 단순히 내밀고 있지만 다른 하나는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중. 마치 여기에 오기도 전에 입가심으로 무언가를 먹은 듯 것 같다.



"삑"

"어..."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좀 전에 하늬가 나뭇가지속에 박아버린 고블린의 피인 모양이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방금까지 살았던 것 같은 생생한 온기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에 손시훈이 전체적인 상황을 봤다면 '비참하게 굶어 죽지는 않았으니까 다행이잖아. 안 그래?'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영혼이 약하게 연결된 터라 그런 흰소리를 하는 대신 먼저 말했으면 좋을 조언을 건네는 시우의 형이었다.



'다음에는 그냥 전장에서 떠나기 보다는 시체를 활활 불태운 다음에 떠나는 게 어떻겠니? 재와 연기는 말이야 냄새를 충분히 가리는 것을 넘어서 일반적인 몬스터를 내쫓는 효과가 있거든. 생각을 좀만 하면 아는 기초적인 상식인데도 종종 잊는 경우가 많단 말이야?'


'참고할게.'



이미 거대한 나무의 기둥을 타고 돌면서 내려오고 있다. 이제와서 미리 좀 말해달라고 따져도 돌아올 게 없으니 화를 내는 건 괜한 기운의 낭비뿐. 그보다는 어떻게 상대하는 걸 물어보는 게 더 생산적인 대처다.



물론 동생이 질문한다고 해서 형이 순순히 답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기껏 한다는 말은 이본이 흘러가듯이 한 말을 조언해주는 게 전부. 이걸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로 멋진 형이지 않은가. 세상 어느 형이 동생의 싸움을 전문가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해줄까. 반전이 하나 있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바로 그 형이다.



'야, 너...'


'비밀 유지에 대해서는 너무 곤란해 하지 않아도 돼. 이미 이본 앞에서 홍류선법을 먼저 썼잖아.'


'아이구, 정말로 다행이야.'


'그리고 너 약혼은 어때? 상원의원 할아버지가 은근슬쩍 나에게 물어보더라고.'


'내 약혼, 형 약혼?'


'당연히 니 약혼이지. 집까지 나간 적이 있는 내가 내 연애를 너에게 물어보겠냐? 뭐 기억만 하고 있으면 돼. 그럼 눈앞의 몬스터에 집중하자.'



이건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형의 성격을 감안하면 연맹과 연합에서 줄타기를 하는 상원의원이 그냥 찔러보듯이 한 말일테다. 본인은 어찌돼도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동생이 이본에게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니 꺼낸 말이겠지.



가족이라서 생긴 혹시 라는 관심



그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본인이 진지하게 도와주고자 했으면 막을 수 없다. 형이 아니라, 그 종자인 블루베리만 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주변 상황을 다 조성하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걸 시우는 잘 알고 있다.



바로 말머리를 돌리는 것을 보면 미리 알고 있으라는 경고 차원에서 한 말인가 보다.



'똑같은 무공 사용자들, 혹은 특수한 감지 능력자가 있지 않은 이상, 상황은 네가 주도해야 해. 여기서 주변 환경과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건 아눕롤하고 너 뿐이니까.'


-제.가 한 마리.를 상.대하죠.


'남은 한 마리는 어떻게든 니가 헌터들을 이끌고 잘 싸워야겠네.'



시훈의 환영이 시우의 어께에 손을 탁 올리자마자 기묘한 움직임을 취하는 뱀이었다.



몸의 가운데를 기둥에 대고 묶은 게 마치 큰 매듭을 지은 느낌. 거대한 뱀은 그 상태로 머리와 꼬리를 흔드는 반동으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로 괴악하기 그지없지만 경지의 상승과 함께 얻은 시우의 감은 그게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저런 형태로 움직이면 위아래로의 이동속도는 느리겠지만 대신에 머리와 꼬리를 둘 다 써서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



그 머리와 꼬리가 둘 다 자신을 향한다고 시우가 느끼는 건 기분탓일까?



'감이 예민하네. 마나가 없어도 본능적으로 위험요소를 찾아낸 거야. 근데 더 나을 수 있어. 너는 보이니까 처음 상대해도 피할 수 있잖아? 그럼 팀워크를 살려서 잘 상대해 봐. 화이팅!'



응원인지 약을 올리는 건지 모를 말을 끝으로 사라진 형의 환영. 이어서 꼬리와 머리가 자신을 향한 상태로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본 시우는 이를 꽉 악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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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해방자4 20.08.07 63 1 13쪽
88 해방자3 20.08.06 46 1 12쪽
87 해방자2 20.08.05 40 1 13쪽
86 해방자 20.08.04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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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영입4 20.07.31 5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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