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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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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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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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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뻔뻔하게6

DUMMY

처음으로 만난 해골장미 대원, 갈리나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녀도 세세하게 따져보면 정상과는 거리가 좀 멀지만, 그래도 명백히 잘못된 것을 합리화하지는 않았다.



조금 억지를 부리자면 성선설(性善說)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그걸 구분할 마음을 다시 키워낼 힘이 남아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사람이 해골장미 안에서 소수가 아니라 다수라는 사실은 시우에게 상당한 의지력을 선사해 주었다.



"도저히 꺾이지 않네..."

"질겨..."



일부 사무실 직원들의 이런 말에 이전까지는 어쩌면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게 아닐까 조금의 의심을 했던 시우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역시 옳고, 이 사람들이 나쁘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정령용인 N의 마성에 살짝 유혹은 됐을 수 있겠지. 그래도 N을 도와주려는 동기 그 자체는 일부 사무실 직원들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순수하다.



그것은 청소년 봉사활동 캠프의 최종 선발일이 되자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럴리가....없는데...."

"이제 좀 작작하시죠?"

"아니,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때는 아니에요!"

"그래. 어쨌든 여자애들이 더 많잖아?"

"이히히히힝!"



저번에 시우는 뻔뻔한 사무실 직원들의 모습에 잠시 주화입마를 할 뻔한 적이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적운흉풍은 울음소리를 흘리며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누가 봐도 혼자서는 분노를 참아내기 어려워 보이는 모습. 그에 마경태를 비롯한 남성 사무실 직원들이 일제히 달라붙었다.



"진정해! 적운흉풍!"

"일반인들이야! 나처럼 때리면 죽어! 죽는다고!"

"참아!"



마경태는 둘째 치고, 남자든 여자든 D라는 적합자의 글자는 적운흉풍의 싸늘한 기운을 버티기에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적운흉풍에게 온몸으로 달라붙었다.



그에 합류한 시우는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있니... 저걸 보고도 참아야 하는 게 니 업보지."

"시우야!"



말리지는 못 할 망정 돋우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마경태. 하지만 머리가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는 이 녀석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더 큰 분노를 주어야 한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적운흉풍은 우뚝 서서는 시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는 단순한 분노뿐만이 아닌, 작은 도련님이라고 해도 방금 말은 너무 심했다는 서운한 감정까지 묻어나 있었다.



이런 적운흉풍을 뜨금거리게 만들만한 말을 시우는 알고 있었다.



"'죽은 영웅의 말에게서 절대적인 충성을 얻은 자만이 이 전쟁을 빛의 승리로 인도할 수 있으리라.'"



세상이 개판이 되든 말든, 나는 내 원한만 해결하면 그만이었던 시절의 적운흉풍의 행동에 퍼진 예언이다. 그 예언 때문에 손시훈은 적운흉풍의 길들이기 위해서 고생을 좀 해야만 했다.



자신의 이 흑역사를 떠올리면서 시우의 '업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적운흉풍이었다. 시우의 말이 맞다. 원한에만 미쳐있던 자신을 길들인 주인도 제정신이 아니니 어쩌겠는가.



거기다가 자신은 한 때 총명하고 냉철하며 이지적이었던 후배가 맛이 서서히 가는 것을 막지 못한 죄도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D랭크의 일반인들을 때릴 자격은 없었다.



"푸르르르"

"그래그래, 착하지. 현재는 현재의 아이들에게 맡기자고."



현재의 아이들



그 말에 자신들은 뭐가 되냐며 발끈거리는 사무실 직원들을 깔끔히 무시한 시우였다. 지금 그들은 사무실 직원들 보다도 더 침착하게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무실 직원들은 어쨌든 여자애들이 더 많다고 했지만 그래도 남 4 : 여 6의 성비다. 한참 학교에 다닐 때의 학생들이라고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균형이 맞춰져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니라, 속 내용물도 마찬가지



소리까지는 엿듣지 못했지만, 투시 장치까지 사용한 바르노 파르모노바의 감시 덕분에 사무실 직원들은 봉사활동 동아리의 구성은 알고 있었다.



대충 요주의 학생들이 누구인지는 파악한 것을 넘어서 강경파, 온건파라는 웃기는 구분까지 해 놓은 상태. 그런데 봉사활동 캠프에 참가한 것은 그들의 기준으로 소수의 온건파 학생들이었다.



처음의 4 대 6의 남녀 성비, 그리고 그 6 중에서도 다수가 아닌 소수. 괜히 처음에 '이럴리가....없는데....'라고 당황한 게 아니다.



"시우씨! 뭔가 말해줬죠?"

"글쎄요. 여럿이서 머리를 싸매면 저 하나쯤의 생각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명색이 해골장미인 바르노 파르모노바도 있는데 말이죠."



그럴 리가 없다.



한쪽은 비교적 맑은 머리로 생각을 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은 터무니없는 질투와 망상에 머리가 흐려졌으니 말이다. 때문에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에도 기괴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우가 한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었다. N을 걱정한다고 해서 우르르 몰려나오면 모르는 사람의 이목까지 끌 거라는 우려. 어차피 봉사활동은 마음이 중요하니 여유가 없는데도 무리해서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여기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자 사무실 직원들은 더 깊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소수 정예로 강경파들을 더 내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반응에 시우는 마경태를 향해서 전음을 보냈다.



'이게 저렇게 목숨까지 걸 일인가요?'

'명색이 노총각인 내가 저러냐? 자기들은 느끼지 못하는 여유가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시우의 의문대로 목숨까지 걸 일도 아니고, 마경태의 말대로 나름 여유가 있어야 저럴 수 있다.



속칭 강경파 학생들은 그럴 여유가 없는 아이들이다. 강경파 학생들의 대다수는 시우에게서 손시훈의 업보를 느낄 정도의 예민한 동시에 강한 정의감을 가진 종족 출신. 그런 종족들의 차세대 인재들이라 여러모로 바쁜 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온건파 학생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귀한 집 자식인 건 비슷해도, 여러모로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지는 않다.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개인적인 계획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진지하게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 일부만 봉사 캠프에 참여한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그들의 행동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

.

.



"진지하게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 소동이 진정되면 아시아 이사님께 말씀드리려고. 헌터직 직원들은 매 분기마다 정신 상담을 받거든, 네 말대로 그걸 사무직 직원들도 받아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행이지만."



시우의 '일단은 다행'이라는 말에 소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봉사 캠프는 자연스럽게 N과 함께 할 시간이 더 늘어나는 좋은 기회다. 그럼에도 자기들이 분류한 강경파 학생들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걸 사무실 직원들은 모종의 꿍꿍이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 의견을 받아들인 바르노 파르모노바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후방 침투 특화형인 해골장미 대원이라고 하더라도 몸은 하나. 수많은 학생들과 그 집안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건 한계가 있다. 그 한계 때문에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학교의 감시망은 거의 뻥 하고 뚫리고 말았다.



덕분에 시우는 아무런 부담 없이 학교에서 몇몇 학생들과 말까지 놓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빈틈이 아니었다면 수업이 빈 한 학생과 단 둘이서 N의 체육시간을 구경한다는 짓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론을 내린 걸까? 그 사람들은 머릿속에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

"순진한 정령을 꼬셔서 힘을 키우려는 음흉한 귀족가요?"



소설 이야기를 하자 자신의 비유를 꺼내는 소녀. 그 비유에 시우는 얼굴을 기묘하게 일그러트렸다.



음흉한 귀족가라.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는 일이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 순진한 정령은 또 뭐란 말인가. 이 표현은 스스로 그 비유를 꺼낸 소녀도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지금의 N은 여러모로 착실해진 녀석이긴 하지만, 순진하고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가령 지금 체육시간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은근히 뒤로 빠져 중립을 지키면서도 각종 점수나 호감은 차곡차곡 받아가게 유도하고 있다.



"저런 아이가 순진이라."

"귀엽긴 하지만 영악하죠."



소녀의 감상도 이 살짝 콩깍지가 씌여있다만, 그래도 순진한 정령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압도적으로 더 높다. 이렇게 나름대로 지켜주려는 입장에서도 저 꼬맹이가 나름대로 영악한 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분명히 먼저 본 건 사무실 직원들이고, 저 꼬맹이가 더 험한 말을 쓰고 막 나가는 행동을 한 것을 본 것도 사무실 직원들인데 왜 모를까...?



그렇다고 그들이 딱히 마경태처럼 포기를 해야 하는 수준의 노처녀들도 아니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참 대단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의사회의 1/4에서 1/3을 차지하고 있죠."

"아직 조직이 망한 건 아니야. 지난 몇년간 우리는 반쪽짜리 총책임자를 두고 있었으니까. 리더가 정신을 차리고 성장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어."

"망한다는 것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상당히 심각한 거 아닌가요?"

"때려칠까..."



순간적으로 옛날의 마경태와 자신과 비슷한 구도로 대화했다는 것을 깨닫자 자책감이 몰려왔다. 그런 시우를 잠깐 안쓰럽게 바라본 소녀는 표정을 빠르게 지워내면서 말했다.



"강사님의 말대로 지난 몇 년간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될 거예요! 강사님이 막 입사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채가인 강사님도 있잖아요?"

"그럼 나중에 취직할래? 의사회 헌터직이 근무 조건은 괜찮거든. 급여도 굉장히 안정적이고."

"흠...그건 좀..."

"원래 일부 사무실 직원들의 계획은 그거였거든?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괜찮은 누나들을 선발한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카닌의 후배가 되는 거지."



잠깐이었지만 소녀는 굉장히 싫다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하긴 사람이라면 선배들 중 1/3이 제정신이 아닌 직장에 취직하고 싶지는 않을 거다.



"이해는 하는데, 괜찮을 거란 그 말은 좀 뻔뻔했어."

"죄송해요, 강사님."



씁쓸한 대화다.



그러나 이 대화가 몇몇 사무실 직원들과의 대화보다 더 편안한 게 더 씁쓸하다.



"차라리 너희들 중에 한 명이라도 진짜로 그런 기미가 있는 편이 더 좋겠다."

"그렇게 N이 굉장한가요? 어른들도 어중간하게 친해지지 말라고 하던데. 아주 친해지지 않을거면, 딱딱하게 거리를 두라고 하셨어요."

"용은 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극단적이니까. 어중간하게 있으면 휩쓸리기 쉽상이니 걱정하는 거겠지. 명색이 국제 뉴스를 잠깐 달군 S랭크의 정령용이잖아?"

"다들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어디가 변화를 추구하고 어디가 극단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지금의 저 녀석은 그렇지."



말을 하는 순간 그들은 N이 던진 농구공이 백보드에 맞고 아슬아슬하게 튕겨나간 것을 보았다. 정말로 아쉬운 실수일까, 일부로 빗맞춘 걸까. 시합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는 그 의문을 한 층 더 짙게 만들어주었다.



"뭐,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소리도 있으니까. 적운흉풍도 가만히 있으면 무섭긴 해도 A+랭크일까 하는 의문이 들잖아.,

"봤어요! 테이밍 몬스터 등록에서 시원하게 헌터들을 붕 띄워버리는 발굽질 말하는거죠?"

"그 전에 카푸스가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마법을 걸었어. 그런거지, 보게 되는 상황이면 높은 확률로 당사자가 아닌 자신까지 위험한 상황. 어른들이 하는 말 대충 이해되지?"

"일리있네요."



살짝 중요한 이야기다. 제대로 힘을 쓰면 위험할 수 있다는 실감이 확실히 있는 적운흉풍과는 달리, 아직 N은 그걸 잘 모르고 있다.



저 녀석이 진짜로 안전해지는 건 악의 없는 행동도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알게 될 때다. 그때까지는 주변의 사람들이 먼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학생들에게도 한 시우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그나저나 너는 봉사 캠프에 못 간다고 했지?"

"네, 캠프 기간과 고향에 잠깐 들리기로 한 날짜와 겹쳐서요. 다음에 기회가 있겠죠. 강사님은 캠프가 어떻게 되실 것 같아요?"

"흠"

"역시 그냥 끝나지는 않겠죠?"

"물리적이진 않아도, 진짜로 뻔뻔한 사람들과 그들이 뻔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싸움이 한 번은 일어나겠지."

"화이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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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뻔뻔하게3 20.11.06 24 0 13쪽
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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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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