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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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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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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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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용

DUMMY

보통 이런 모순적인 존재는 둘 중 하나다. 엄청 약하거나 엄청 강하거나. 딱딱하게 굳어있는 갈리나의 표정을 보면 경험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



"아눕롤"

-네

"광범위한 전자기기 연결 능력이 있으신 것 같던데, 러시아의 문서 열람이 지금 가능한가요?"

-네?

"불곰과 해골장미들에게는 본인이 참여한 작전에 한하여 2급 비밀까지 공개할 권한이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조건 아래에서 허락되는 권한이다. 농담 삼아서 군사 2급 비밀은 적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럭저럭 중요한 정보라지만, 그래도 비밀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건 아니니까.



그중 하나가 아군 측 헌터들의 정보 부족으로 인하여 전략-전술적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딱 지금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열람 완료. 참여하신 2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는 작전들은 5개군요. 어떤 것을 열람하면 될까요.

"'호미와 가래 작전'으로 부탁드립니다."



이름 자체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그 속담에서 따온 작전이다. 이름부터가 손시훈이 관계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작전의 배경은 원본이 된 속담과는 많이 달랐다.



"확인을 위해서 달려가 보니 상당수의 지역이 비실체화가 됐다... 정령용에게는 현실을 정령계나 유사 정령계로 만드는 능력이 있군요."

-그렇사옵니다. 진짜 정령용과 그것들처럼 착각할 수 있는 정령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지요.



지맥을 개발시켜서 실체화시키는 인간의 기술하고는 정 반대다. '모순의 도마뱀이 역류를 계속해서 구사하고 있음'에서 역류는 적절한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카슈미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정령계가 지구로 확산되었다. 규모로만 따진다면 불곰과 해골장미들의 정규 대원 대다수와 훈련생들까지 투입될 정도의 작전. 막 손시훈에게 합류한 블루베리가 그를 보조하는 대신, 정령계의 확산을 틀어막기 위해서 후방에 있어야 했다.



그렇게 그들이 가래가 되어 틀어막고 있을 동안, 손시훈은 적운흉풍을 타고 소수의 대원들과 함께 호미의 역할로 정령용에게 급습, 그 머리를 찍어버렸다고 한다.



다행이라면 훈련생들까지 투입한 것에 비해서 손실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나 그 손시훈이 나름대로의 중상을 입을 정도로 위험했던 작전이었다.



"저는 그때 막 훈련생을 이끌고 가래의 역할을 맡아야 해서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직접 본 대원들의 말에 의하면 한쪽 팔이 물린 틈을 타서 다른 손으로 목을 찔러서 마무리 지었다고 하더군요."

-비아취월을 던지고는 손으로 경동맥과 기도를 손상시켰다. 그렇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잠시 이전에 정령과 했던 싸움을 떠올리는 시우였다. 딱히 숨을 쉬는 것 같지도 않고, 피를 흘리지도 않는 것 같은 정령에게 경동맥과 피라. 다른 헌터들도 그것이 궁금한지 질문을 던졌다.



-정령용은 다른 정령들에 비해서 실체화가 된 존재입니다. 그리고 생명령을 이용하거나, 일부 마법을 통해 정령에게 강제로 육체를 부여할 수 있지요.



손시훈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설명까지 들었을 때 당시의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사정거리가 긴 창을 쥐고 있는 인간. 그를 상대하는 짐승은 한쪽 팔을 물었을 때까지는 이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칼이 아닌 창으로는 팔이 물린 상태에서 대응하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자신의 입 속에서 움직인 팔이 혀를 덥석 쥐는 게 아닌가. 거기서 섬뜩함을 느끼자마자 자신의 목덜미를 꿰뚫고 들어오는 무언가에 정신을 잃었겠지.



인간이 일부로 한 팔을 내주며 자신의 목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거기서 아눕롤이 시우의 상상을 조금 수정해 주었다. 그 정령용은 S++라는 글자로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 경동맥이 터져서 기도로 피가 줄줄 흘러들어 가는 데도 꽤 오랫동안 버텼다고 한다. 그래서 적운흉풍이 꼬리를 물어서 움직임을 조금 저지했단다.



하지만 이렇게 도움을 받고 뒷 과정이 조금 길었어도 절대로 폄하할 수 없는 업적이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일부로 한 팔을 내주면서 용의 목을 꿰뚫어 죽이겠는가.



그와 똑같이 생긴 동생이 여기 있고, 그를 도와준 사령마가 여기 있다는 걸 확인하자, 정령들의 표정이 급격히 좋아졌다.



이어서 형이 상대한 정령용보다는 확실히 약할 거라고 말하는 정령들. 어떻게든 시우가 그 정령용과 싸울 수 있게 자신감을 주려는 티가 팍팍 난다.



태도 변화도 정도껏이어야지, 이만하면 수상하다고 의심을 하는게 정상이다. 그 당연한 의심을 하는 시우에게 정령들은 속고만 살았냐면서 화를 냈다. 그런 정령들에게 카닌은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원래 모습을 드러내면서 툭 던지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말 안하고 있던것도 속인거지."

<그, 그 쪽은 팍팍한 세계 출신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가 본데!>

-그 쪽은 뭐가 그렇게 찔려서 허둥지둥 방벽을 치셨는지?



아눕롤이 거들자 입들을 꾹 닫은 정령들이었다.



그래도 찔려하는 반응이 있다는 건 양심도 있다는 증거가 되겠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어떻게든 정령용이 싫기는 한 듯 하다. 그럼 마지막으로 그 이유를 물을 때다.



"정령용이 정령계를 확산시키면 같은 정령들 사이에서는 좋은 게 아닌가요?"

<흔히 인간들이 하는 착각이지.>

<인간들이 사는 땅이라고 해서 다 같은 땅은 아니잖아?>

<똑같은 정령계라고 해도 차이가 있다고>

'기후가 맞다고 해서 살기 좋은 땅은 아니지요.'



평상시의 정령계는 환경은 쾌적하지만 생기는 부족하고 볼거리는 없는 시골에 가깝다. 그래서 정령들이 환경은 조금 안 맞아도 도시 같은 지구와 계약을 하러 넘어오는 것이다.



여기서 정령용은 정령의 기준에서 볼 때 환경만 쾌적한 황무지를 늘리고 있을 거라며 추측하는 아눕롤이었다. 어찌 됐든 정령용이라고 해도 용종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은 극단성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인간의 본능이 모순성이라면, 그들의 본능은 극단성이지요. 물론 인간이 그러하듯 교류와 교육을 통해서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지금 그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령용은 다른 용종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다. 평범한 용종들이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정령용들은 자신이 원하는 그 극단적인 환경을 주변에 확장시키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한 번 경험해본 갈리나는 잘 알겠지만, 약하다고 해서 느긋하게 상대할 존재는 절대로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고 고착화가 되면, 용이 건드리지 않아도 스스로 확장이 되지요. 전문적인 마법사가 아니라면 복구 작업도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직접 보라는 듯이 아눕롤의 '호미와 가래 작전'이 끝난 직후의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한쪽은 눈이 가볍게 덮여있는 자연스러운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인 타이가(Taiga). 그를 흰 종이에 검은 잉크가 퍼지듯이 열기가 아른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모래사막이 잡아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순식간에 열기가 식어 내린 푸른 오아시스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변화하는 정령계의 특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걸 보면서 경험자의 입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갈리나였다.



"해당 지역은 블루베리님의 도움으로 70%를 복구했습니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린 근처는 아직도 복구 중에 있으며, 그중 일부분은 영원히 사막 지형의 정령계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보아 카슈미르 지역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신속히 개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정령용이 장악한 지역은 평화유지군의 담당 지역의 바깥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소리를 하고 있는 몇몇 헌터. 그 소리에 정 안되면 갈리나와 함께 돌파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우였다. 연맹이라면 자신들이 먼저 출발할 경우 협력을 할 것이다. 못해도 이본 보네르 정도는 지원을 오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이 된다. 그런 도중 아눕롤에게서는 그녀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치적 부담이 그렇게 고민된다면 저희 의사회에서 팀을 파견해서 해결하겠습니다. 당연히 언론에게는 사정을 공개해야 하겠지요."-



사람을 위한 의사회의 아시아 이사, 제프 카넬리스의 목소리다. 아무래도 정령용이라는 안건이 나오자마자 아눕롤이 빠르게 연락한 것 같다. 그야말로 비장의 한 수다.



당황해서는 민간인이 함부로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몇몇 헌터들. 그러나 의사회는 평범한 민간인들이 아니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왜 생겼는가. 적십자나 세계보건기구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의사들이 자유로운 활동을 하기 위해서 설립된 단체다.



사람을 위한 의사회는 그를 상당히 계승하고 있는 단체. 거기다가 국경없는 의사회와는 달리, 그들은 나름대로 힘을 갖추고 있다. 제프 카넬리스부터가 S랭크의 헌터다.



-"저 말고도 의사회 내부에서 무소속의 S랭크의 헌터들을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말이 무소속이지 사실상 친 연맹 성향의 헌터들 아닙니까? 당신부터가 손시훈은 둘째 치더라도 카푸스와 "

-"그 일족의 힘을 지금까지 잘 써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엄밀히 채가인씨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의사회 소속의 헌터입니다."-

"아니, 그 무슨 억지"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바로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쭉 불러버리는 카닌. 그 애국가에 시우가 괜히 민망해졌다. 제프도 이건 좀 의외였는지 할 말을 잠시 잊은 듯 했다.



-"흠흠. 카닌양. 괜찮겠나?"-

"저희 할아버님 아시잖아요. 상관없다고 하실걸요. 어차피 우리 세계에 나라는 딱히 없었으니까요."

-"그건 그렇군. 고맙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바로 대처를 하지 않겠다면, 저희 의사회에서 진입하겠습니다."-

"아무리 아시아 이사지만, 당신의 권한으로 그게 가능하다고요?"

-"총 이사회에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회의하는 데 하루. 카슈미르 지역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난민 발생의 위험성이 높으니 당연히 승인이 되겠지요. 그리고 여유가 남은 헌터들을 소집하는 데 하루. 대충 3일 뒤면 바로 카슈미르에 S랭크 팀이 집결하겠군요. 물론 평화유지군이 마음만 먹는다면 3시간도 아니라 30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요."-



제프 카넬리스의 목소리에는 가벼운 짜증까지 섞여 있었다. 이게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고민할 일이냐는 감정이 확실히 드러난 짜증이다.



그 짜증을 숨기지 않은 제프 카넬리스는 언론에다가 이런 현실을 알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기껏 평화 유지군을 믿고 맡겼더니 중국의 눈치를 본다고 조기 진압에 실패라. 파키스탄은 그렇다고 쳐도, 인도의 반응이 아주 기대됩니다."-

"당신 감히..."

-"손시우씨를 남겨둔 것도 그렇고 말이죠. 몇몇 분들은 그가 분노하면 얼마큼 잔인해지는지 아실 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형이 같은 인간을 마왕을 죽이듯이 머리를 뜯어내고 발로 밟아서 뭉개겠어요?"

-"알면서 왜 그러나 손시우군. 자네 형은 의사회가 일한 만큼 너희들도 일을 해야겠다면서 사지에 밀어 넣고도 남을 인간이야. 절대로 김PD라는 인간에게 한 것처럼 바다에 적셔지는 선에서 안 끝날 걸세."-

"하긴. 그 방식대로 해결하려면 못해도 마리아나 해구까지 같이 잠수라도 해야 하겠네요. 절대로 죽지는 않게 모종의 조치를 취한 상태로 말이죠."



진짜로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 바로 손시훈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몇몇 사람들은 '우리 친구들은 한 번 차가운 물속에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아.'라는 손시훈의 목소리를 들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정령들에게 카닌이 말했다.



"뭔 남일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어요. 당신들도 마찬가지인데."



가볍게 블루베리와 카푸스 사이의 이야기를 해주는 카닌이었다.



카푸스도 일방적인 피해자는 아니다. 지구에서 넘어온 헌터들이 남아있는데도 일방적으로 게이트를 닫으려고 했고, 간접적으로 블루베리의 약속을 어기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 모든 건 카푸스의 세계를 위해서였다. 세세한 사정을 따진다면 카푸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블루베리는 그걸 뻔히 알면서도 걸리적거린다고 카푸스를 죽이려 들었었다.



"하물며, 자기들 한 몸 지키자고 줄타기를 한 당신들을 손시훈이, 그 종자인 블루베리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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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뻔뻔하게 20.11.04 21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1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2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4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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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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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용 20.10.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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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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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인솔자들3 20.10.01 3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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