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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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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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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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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뻔뻔하게5

DUMMY

그렇게 시우가 사무실 직원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편을 들기로 결정한 지 며칠. 잠시 상황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 평화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을 발 밑에 두고 있는 평화와도 같았다. 여자의 직감인지 뭔지로 사무실 직원들은 시우가 자신들의 편이 아닌 소녀들의 편을 들겠다는 것을 눈치챈 상태.



그 조짐으로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미세하게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수군거림을 시우는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믿고 있던 시우씨가 배신을 하다니..."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남자는 이래서 어쩔 수 없다니까요."

"N도 검은 물이 들기 전에..."



자기들 딴에는 작게 목소리를 죽여서 말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시우는 내공을 쌓아 올린 몸이다.



그래도 여기가 사무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제발 바깥에서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N의 근처에 있는 학생들의 태반이 이세계 출신이거나, 혼혈 아이들이니까. 시우가 들을 정도의 수준이면 그 학생들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자신을 향하지 않은 수군거림에도 몸을 움찔거리는 N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N의 위치는 시우보다 수군거리는 위치에서 더 멀었는데도 말이다.



성격이 고쳐진 N이야 이렇게 조용히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할거다. 수인의 예시를 들자면 N의 주변에 있는 소녀들 중에는 골든 리트리버같이 상대적으로 순한 소녀도 있지만, 반대로 셰퍼드 같이 늑대와도 같은 기질을 보이는 소녀도 있었으니까.



이를 감안하면 시우는 차라리 자신만 나쁜 놈이 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우에게 한 사무실 직원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수군거릴때 쓰던 표정을 완전히 감추며 다가갔다.



"시우씨, 시우씨"

"네?"

"시우씨는 어떤 여자가 취향이에요?"



이젠 별별 걸 다 물어본다.



의도를 짐작하기도 싫은 질문. 그래도 시우 또한 이런 속을 완전히 감추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쌍둥이다 보니까, 형과 조금 겹치는 면이 있죠."

"손시훈씨요? 손시훈씨 취향은 어떤데요?"

"누나 같으면서도 강한 여성요."

"..."



잠깐 깬다는 분위기가 사무실에 깃들었다. 그리고 납득하는 분위기로 뒤집히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고등학생 때 게이트 너머로 가출하는 인간이면 생존력이나 강함을 매력으로 느낀다고 추측해도 무리는 아니다.



"저는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고,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책임감이 있고 침착한 여자가 좋아요. 저번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의 리더처럼요."

"리더는 손시훈씨도 인정할 정도로 굉장한 사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예시예요. 이상형이니까."

"호오, 그럼 조금 더 눈을 낮춰서. 그런 사람이 근처에 있어요?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짐작하기 싫은 의도를 굳이 떠먹여 주려는 사무실 직원이었다. 그에 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없는데요."

"진짜로?"

"우선 제가 볼 때 10살짜리 남자애 옷을 가지고 다니는 여자들은 전혀 정상적이지 않거든요."



본인들도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다. 시우가 말을 건넨 건 사무실 직원 한 명뿐이지만, 대답을 하는 것은 여러 명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입을 미리 맞춘 것처럼 조카의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 수많은 사람들이 N과 체격이 맞는 조카를 가진 것은 둘째 치고, 그 옷은 어딜 봐도 처음으로 입혀보는 옷들이었다.



그리고 설령 새 옷처럼 관리가 잘 된 조카의 옷이라고 치자. 조카의 옷을 평상시에도 들고 다니는 고모나 이모가 어디 있는가. 시우는 물론이요 마경태까지 그런 사무실 직원들을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미 당신들은 쓰레기라고 말도 한 마당에, 이런 눈이야 못 뜰 것도 없다.



양심이 있다면 바로 고개를 푹 숙여야 마땅할 눈. 그 눈으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음에도 사무실 직원들의 기세는 수그러지지 않았다.



"없단 말이죠?"

"네. 여러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의 아이들은 열정도 있고, 책임감은 있는 것 같은데 그다지 침착하지는 않거든요. 아직 어리니까 어쩔 수 없지만요."



거짓없이 말했다. 그 소녀들은 착하다만, 시우가 살짝 지적을 해야 할 정도로 침착하고 미숙하다. 귀엽긴 하다만, 이상형과는 거리가 좀 멀다.



좀 어리기도 하고. 거짓없이 그 감상을 솔직히 드러내자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마경태의 전음이 들려오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하는 시우였다. 진짜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평균적으로 자신들보다 10살, 혹은 그 이상으로 어린 애들과 경쟁을 하고 싶을까?



혹시나 해서 몇 마디를 더 하는 시우였다. 말이 학생이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순혈 엘프는 나이가 상당히 많은 경우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자 살아난 분위기에 자신감까지 붙었다.



이제는 N도 살짝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절대적인 나이로 따진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의 나이를 전부 더하고 10배, 100배를 해도 N이 더 많다. 그런데도 N은 꼬맹이고, 엘프는 뻔뻔하게 아줌마 취급이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이러니, 점점 더 봉사활동 동아리의 시간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시우였다.



"강사님, 괜찮으세요?"

"저요?"

"날이 가면 갈수록 교실 안을 들어오는 표정이 어두워지고 계세요. 그리고 나갈 때의 표정도요."

"티 많이 나나요?"

"네. 채가인 강사님은 별 차이가 없는데... 시우 강사님의 표정은 점점 더 흔들려요."

"저기, 혹시나 오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저는 이 시간이 싫지 않습니다. 의무감에 얼굴 표정을 밝게 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저희도 알고 있어요. 이젠 가벼운 사정 정도는 다들 아니까."



N이 사실 카슈미르에서 폭주했던 정령용이라는 것, 그리고 그걸 핑계 삼아서 N에게 사심을 담은 감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 정보는 이제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보고 가입한 학생들과 동아리 담당 선생님도 알게 된 사실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이해만 한다면 N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러나 약간의 검열을 했기에 N의 사심을 담은 감시가 어느 정도로 역겨운 수준인지는 아직 모른다. 저들은 단지 양쪽에서 감시를 하는 시우가 많이 힘들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일단은 모두가 모인 정규 동아리 시간이니 그들에 맞는 주제로 활기차게 이야기를 시작한 시우였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의외로 두 번 안에 끝날 거라고 생각한 제 이야기가 많이 길어지고 있네요. 이번 시간에 할 이야기는..."



늘 그렇듯이 살짝 검열해야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는 시우였다. 상당수의 중요한 부분은 잘려나간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시우의 이야기를 그럭저럭 흥미있게 들어주었다.



중간중간에 질문도 하는 게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하고는 다르다. 그래도 동아리 담당 선생님의 극찬을 들을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에요, 시우씨! 채가인씨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잘 하고 계세요!"

"그런가요?"

"솔직히 학생들은 만족을 하고 있지만, 저는 채가인씨의 강의가 마음에 조금 안 들거든요."

"네?"

"확실히 전문가지만, 이 동아리는 봉사활동 동아리지, 마법연구 동아리가 아니잖아요? 너무 전문적이면 마법 관련 동아리들이 불평불만을 가지거든요."

"문제가 되는군요."

"네. 채가인씨만한 강사를 부르는 게 돈만 써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약-간의 압박이 있죠. 그런데 시우는 흠..."

"비적합자니까 그럴 견제가 좀 적군요."

"아하하"



멋쩍은 웃음. 그 웃음이 시우를 약간 서글프게 만들었다. 사무실 직원들도 한 때는 저렇게 웃었는데...



약간 뒤틀린 기색은 그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뒤틀릴 줄은 몰랐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그걸 떠올리면서 쓴 표정을 짓는 시우의 표정을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조금 오해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시우를 치켜세워주는 말이 조금 길어지고 있었다.



"통상적인 헌터들하고는 조금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보통 강연을 하는 헌터들은 둘 중 하나거든요. 군인처럼 딱딱하거나, 양아치처럼 살짝 늘어졌거나. 그런데 시우씨는 뭐랄까, 현대식 기사의 모험담 같은 느낌이에요!"

"기사라"

"적절하게 긴장감이 잡혀있지만 낭만이 있거든요. 그런데 적운흉풍에게 뭔 문제가 있나요?"



머리만 동동 떠 있는 적운흉풍은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기사'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 굉장히 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형도 따져보면 기사.' 블루베리가 그렇게 주장하면서 형을 소개하거든요. 저도 형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저... N에게 사심을 담아서 감시하는 특수부대원이 손시훈씨와 블루베리라는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애써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기사라고 부를 수 있겠냐는 말을 돌려서 하는 선생님. 솔직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 둘은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이 되면 형은 기사가 됩니다. 블루베리도 한다면 할 수 있고요. 카슈미르에서 폭주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깔보던 그 녀석을 사람으로 만든 게 블루베리입니다."

"그럼 왜? 어쩌다가?"

"그 어떤 위기의 상황에서도 기사가 될 수 있는 대가로, 그 사람들은 평상시에 맛이 가 버려서..."



작은 도련님의 이 말에 적운흉풍은 슬프다는 듯이 한숨을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는 적운흉풍이었다.



이 한 사람과 한 사령마의 모습에 차마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었다. 바로 5분 뒤면 정신을 깎아먹는 감시 임무에 끌려갈 사람인데 어찌 함부로 위로를 하겠는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가벼운 기도 뿐이었다.



그 작은 기도를 받으면서 학교 근처의 작은 산에 올라간 시우는 바로 바르노 파르모노바의 뻔뻔한 지시를 받을 수 있었다.



"복귀하셨군요, 시우님. 봉사활동 캠프에 참가할 학생들의 예비 명단은 확보하셨나요?"

"입이 찢어져도 정식으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불지 않을 거야. 사무실 직원들에게서도 들었을 텐데?"

"너무하시네요. 최종 접수는 의사회가 아닌 다른 단체인 데다가, 제프 카넬리스가 개입해서 해킹도 힘들다구요!"

"하지 마! 왜 의사회 한국 지부가 주관하지 않고, 제프 카넬리스씨가 개입하는지 생각해!"

"그러게요! 의사회 한국 지부가 주관하고 있다면 친절한 사무실 직원들에게서 바로 정보를 받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정보를 받아서 방과 후 활동까지 감시하게?"

"네, 그건 감시가 맞네요. 인정하겠습니다."



속이 터질 것 같은 시우를 대신해서 적운흉풍이 한숨을 토하듯이 내뱉었다.



그건 감시가 맞다라. 시우가 입이 찢어져도 학생들의 구체적인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도 입이 찢어져도 지금 하는 것은 N의 관찰이지, 감시가 아니라고 말할 기세다.



"떳떳하면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에게도 협조를 부탁하지 그래?"

"해골장미 소속 선배님은 살짝 불안하고, 불곰 소속 선배님은 바로 대통령님께 보고할 텐데요?"

"어차피 너희 대통령님이 끌고 가더라도 빈틈을 찾을 거잖아."

"아직까지 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짐작했지만, 역시 시우님은 현명하시군요."

"..."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망언 덕분에 시우는 처음으로 적운흉풍이 여자를 발굽으로 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우, 아우, 적운흉풍님, 잠깐"



마음가짐은 이 사람이나 몇몇 사무실 직원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가볍게 한 대 맞는 것도 위험한 사무실 직원들과는 달리 이 사람은 마경태보다도 훨씬 더 튼튼하다. 아무리 후방 침투에 특화됐다고는 해도 명색이 A랭크의 인간병기인 해골장미 대원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옛날의 마경태를 때리는 것 보다도 힘이 훨씬 더 실려 있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큰 상처가 드러나지 않지만, 어지간한 베테랑 헌터도 한 방에 기절시킬 수 있는 철퇴와도 같은 타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노 파르모노바의 뻔뻔한 말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시우님, 이렇게, 고생하는, 저를, 봐서라도, 약간의, 정볽"



도저히 못 봐주겠는지 목을 후려쳐서 기절시키는 적운흉풍. 그를 향해서 시우는 정말로 걱정이 된다는 듯이 물었다.



"해골장미의 모두가 이런 건 아니지? 일부지? 제발 일부라고 해 줘."



끄덕끄덕



부정의 끄덕끄덕이 아닌 그나마 이런 쪽은 소수라 다행이라는 감정이 실린 머리의 움직임. 이 움직임으로 시우는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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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6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3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6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6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4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5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6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6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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