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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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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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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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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과 용2

DUMMY

철수 권고 자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봉사를 위해서 목숨을 함부로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의사회는 엄연히 민간단체. 위험해지면 당연히 철수를 해야 한다.



물론 한꺼번에 전 인원이 철수하지는 않는다. 의료 공백이 생기면 혼란이 생길 건 뻔하니까. 문제는 그 순서에서 나름대로 무책임성과 악의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거 대놓고 니 형을 부르는 거 아니냐? 카닌은 벌써 이리저리 피난민들을 수습하거나 철수를 돕는 작업에 있잖아."

"그렇지는 않겠죠. 그랬다면 저도 카닌과 함께, 아니 더 앞 쪽으로 내보냈겠죠."

"모르는 일이지. 미선이는 메뉴얼대로 먼저 귀국했는데 넌 아직 남아있잖아."

-그렇사옵니다. 규칙을 한 번 어긴 시점에서 또 어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메뉴얼. 그건 마경태보다도 시우가 더 잘 알고 있다. 의사회의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 마경태에게 메뉴얼을 직접 가르쳐준 사람이 시우였던 것이다.



그 메뉴얼대로 대한민국 지부 또한 다른 지부처럼 의료 책임자를 제외한 전 의료진이 먼저 차례대로 철수하고 있다. 철저하게 적합자 랭크가 낮은 순서대로 말이다.



동시에 호위를 하는 헌터들도 랭크가 낮은 순서대로 빠지고 있다. 여기서 예외가 있다면 B랭크 헌터지만 1차 철수에 함께한 조미선이 있겠다. 물론 그녀는 실질적으로는 마경태보다 강하다만, 발목을 의족으로 대체한 장애인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메뉴얼의 논리대로 따지자면 시우는 조미선과 같이 철수해야만 했다. 적운흉풍과 하늬가 아무리 A랭크의 테이밍 몬스터라도, 당사자가 비적합자인데 어쩌겠는가. 문서상으로만 이 일을 확인했다면 미쳤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도 남는다.



-거기다가 상대방은 일반적인 전략이나 전술을 구사하는 사람도 아니옵니다. 전방이든 후방이든 큰 차이가 없지요.



괜히 조미선이 1차 철수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던 게 아니었음을 깨달은 시우였다. 그럼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나서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말하자 마경태는 미묘한 정색을 지었다.



"상대방은 용인데?"

"복제된 마왕이나 용이나 거기서 거기죠. 저 혼자서 싸우겠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런데..."

"제가 마음먹고 나선다면 평화 유지군에서 친 연맹 세력이든, 친 연합 세력이든 나설 수 밖에 없겠죠. 그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면 모를까, 나중에 억지로 끌려 나오는 것보다는 먼저 나서는 게 좋지 않겠어요?"

"흐음."

-일리있는 말씀이오나, 용종이 머무르는 세계가 정확히 어떤 세계인지 모른다는 점이 좀 꺼려지는군요.



고민을 하는 마경태의 옆에서 아눕롤은 다른 문제점을 제시했다.



사령인 이상 정령계면 전력이 봉인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유사 정령계라도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차라리 전력이 최소한으로 고정되는 정령계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궁극적인 문제는 실체화와 허상화를 왔다 갔다 하는 전술의 봉인이지요. 정령계에서 사령들의 허상화 능력은 완전히 봉인, 유사 정령계라면 지역이나 시간에 따라서 봉인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겠지요.

"허상화를 갑자기 못 쓰는 상황에서 당황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게 낫겠다는 거군요."

-그렇사옵니다. 물론 이 모든 건 우리들끼리의 이야기겠지요. 저들은 이런 사실을 알 것 같지도 모르니 말이옵니다.



정보도 정보지만 배려의 문제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원칙대로라면 시우는 조미선과 함께 손잡고 제일 먼저 철수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의료진과 함께 철수하는 건 아눕롤의 테이머인 김송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서 여기에 발목이 붙잡혀버린 그는 아예 달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생..."

"송현아.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최근 몇달을 그렇게 살았단다."

"대신에 지금의 형은 어지간한 적합자보다 강해졌잖아."

-그리고 우리 계약자는 현인분께서 도련님에게 준 책으로 내공을 단련하고 있지. 그 성취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

"아니, 없지는 않은데. 그것 가지고 목숨을 거는 건 좀.... 결혼도 아직 못했는데"

-야!



교회 누나 목소리의 조곤조곤한 말투도 던진 채 다급하게 외치는 아눕롤. 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은 쉽게 주워담을 수 없다.



벌써 의사회 한국 지부 총 책임자께서는 침울해졌다.



"그래, 이런 데 목숨을 거는 사람은 결혼 상대로 좀 부적합하긴 하지.. 소개팅을 나갔는데 몇 번은 그걸로 까이더라고."

"저기, 형 그게요..."



마경태를 어떻게든 위로하려는 김송현. 그 이유는 그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시우가 손을 풀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나



현대로 따진다면 유도, 주짓수, 레슬링, 삼보 등이 포함된 종합 그래플링 무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술들. 즉, 상대방에게 엄청난 고통을 선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형! 형! 경태 형! 제가 잘못했...끄아아악!"



손시훈이 가르쳐준 기본기에다가 아눕롤의 동영상 자료 덕분에 지금의 시우는 프로 선수나 마찬가지다. 너무 늦게 발견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수준의 재능.



그 재능으로 시우는 김송현의 온몸을 비틀어 짜내고 있었다.



"아악! 내 팔! 아악! 다리! 미칠 것 같애!"

-이미 미친 소리를 해놓고 무슨 소리냐 우리 철부지 계약자여

"정신 나갈 것 같애! 끄악! 누나! 잘못했어요! "

-누나라.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괜찮구나. 하지만 우리 계약자는 그 입방정이 호칭 하나로 용서될 수준이라고 생각되느냐? 빠져나오고 싶으면 직접 빠져나오너라. 도련님 확실하게 조여주시옵소서!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아아아!"



자세를 중간중간에 바꿔가면서 온 몸을 골고루 조져주는 시우였다. 아눕롤도 허락했으니 상관없다.



가뜩이나 상황 때문에 분위기가 침침한데, 분위기를 더 꼬라박은 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자신의 법적 테이머를 단죄하는 시우를 옆에 두고 아눕롤은 우울해하는 마경태를 달래주었다.



한 5분간 이 상태를 유지하다 결국 마경태를 향해서 마법을 쓰는 아눕롤이었다. 파지직 전기를 튀기는 그 모습에 시우는 김송현을 비트는 것을 잠시 멈추며 걱정했다.



"그래도 돼요?"

-바깥쪽에 손님들이 물러서지 않아서요. 가벼운 뇌파 자극 수준이면 괜찮을 것이옵니다.

"손님?"

-평화유지군에 갔으면 좋겠는 사지 멀쩡한 피난민들이옵니다.



사지가 멀쩡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즉 절대로 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온 줄 알고 살아나려던 마경태의 눈이 다시 살짝 죽은 걸 보면 너무 솔직히 말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온 김에 건강검진이라도 좀 받게 해서 마경태의 관심을 돌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아눕롤이 건 마법의 효과가 있는지 마경태의 눈이 확 죽어버리지는 않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헌터의 자세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령들도 같이 있나 보군요."

-네. 뭔가 조언이라고 건네주려고 하는 모양이겠지요. 다만 급이 높아 보이지는 않군요. 시간낭비가 될 것 같습니다.



지성은 있으니 대화가 통하기는 하겠지만, 지능이 낮으니 어린아이와 어른의 저세상 대화가 될 거라고 한다. 아눕롤의 운디네 나이트와 같은 소통이 가능하려면 꽤나 상급의 정령은 되야 한단다.



그러니 은근슬쩍 꼽을 줘서 내보내는 게 낫겠다고 말하는 아눕롤이었다.



어차피 정령들과 함께 있으면 '방금 전 자신의 계약자'처럼 눈치 없는 말을 알아서 할 거란다. 꼽을 주는 포인트는 그에 대놓고 불편해하는 기색을 비치는 것이다. 그럼 계약자들은 알아서 정령들을 데리고 물러갈 거라고 한다.



-대책 없이 달라붙는 정령과 정령사를 상대하는 몹쓸 방법이옵니다.

"듣기만 해도 진짜 몹쓸 방법이긴 하네요."

-다시 말합니다만, 진짜로 그들은 어린아이들과 다를 바 없사옵니다. 그나마 보육원에서 어린아이들을 대한 경험이 있는 조미선씨가 있다면 어찌 대화가 되겠습니다만.



잠깐 아눕롤이 말을 멈추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있는 마경태와 김송현을 보았다. 자신은 그렇다고 쳐도 확실히 이 둘은 어린아이 같다는 정령을 상대로 잘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시우가 이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아눕롤은 이럴 때 하필이면 카닌이 없다고 한탄을 했다.



카푸스의 일족에게 내려오는 주력 마법은 물의 마법. 그것도 유사 정령을 만들어내는 고차원적인 마법이다. 이를 응용하면 다른 정령들은 몰라도 물의 정령들의 지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서 뭐하겠는가. 그리고 다음이라고 마냥 편한 상황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 번 최악의 경험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그 전에 최악의 경험을 하면 멘탈이 깨질 것 같은 사람들은 내보내는 게 먼저다. 여기에 은근슬쩍 묻어가려는 한 사람을 향해서 시우가 말했다.



"내가 손님을 보는 동안, 형은 환자를 봐야 하고, 그동안에 송현이 너는 아눕롤에게 마저 혼나면 되겠다."

"아눕롤은 혹시 모르니 번역을 해야.."

-그 정도의 멀티태스킹은 할 수 있단다, 나의 계약자여. 설마 그놈의 입방정을 관절 좀 푸는 정도로 끝내려고 한 건 아니겠지?



형벌 선고와도 같은 목소리와 함께 바깥쪽에서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움직이는 철커덕 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

.



<노총각 의사 선생님은 어디 갔어요?>

<노총각이야?>

<노총각이 뭐야?>



처음부터 너무 세다. 시우와 아눕롤 둘이서 맞이를 한 것을 보고 정령들이 한 말들. 그것도 진짜로 의식적인 악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라 더 날카롭다.



'이게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란 거죠?'

'예. 모습부터가 일단 사람은 아니잖습니까.'



모습부터가 사람이 아니다.



아눕롤이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애매한 감이 있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교회 누나의 목소리지만, 본체의 모습은 경차만한 금속 거미에, 분신체도 군사용 전자 장비같은 모습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정령들은 그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사람이 아니다.



머리 위에 앉은 작은 비둘기, 어께에 찰싹 달라붙은 도마뱀, 가볍게 공기 중을 맴돌고 있는 물고기 등등. SF 스릴러에 가까운 아눕롤과는 달리 산뜻한 판타지 동화에 어울리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잊지말자. 블루베리도 가만히 있으면 시선을 절로 끄는 미녀. 그리고 악의가 담긴 말을 해도 그 속에 나름대로 의미는 다 담고 있다. 절대로 마경태와 관련해서 함부로 '노총각'운운은 하지 않을 사람이란 거다.



이를 잘 알기에 속으로 한숨을 삼키는 시우를 두고, 정령들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진짜로 어른은 끼어들 수 없는, 어린 아이들도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저세상 대화들이다. 계속해서 화제도 변하기에 나름대로의 집중조차 불가능. 그건 이 정령들을 데려온 피난민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시우를 향해서 기대가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헌터면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 자신들과는 달리 뭔가 알아먹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이다. 계약자인 동시에 직접 목격자인 자신들도 이해못한 이야기를 이해하길 바라다니, 어찌보면 저들도 참 순수하다.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요. 제가 말하는 걸 그대로 말하시옵소서.'




중국-파키스탄-인도측의 전산망 해킹에, 아군인 평화유지군의 기밀까지 해킹한 정보를 끼워맞추는 아눕롤이었다.



대충 중국이 협상을 하려다가 실패, 그리고 용은 자신이 있는 이세계 뿐만이 아니라, 중국이 개발한 지맥까지 상당히 점령을 해버렸다는 이야기. 거기에 디테일을 더해서 직접 본 것처럼 물난리가 났다는 말을 하자 정령들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은근슬쩍 정령들을 속이는 느낌에 살짝 죄책감을 들게 만드는 반응. 그러나 도저히 정령들만의 이야기로는 대답을 하지 못하니 이럴 수밖에 없다. 그런 시우를 두고 정령들은 또 자기들만의 대화를 시작했다.



<다행이야! 듣자하니 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의 동생이라고 하던데!>

<자기가 무리라면 형을 부르겠지.>

<약한 인간들이 같은 피가 흐르는 강자에게 의존하는 건 본능이니까!>

'요 녀석들이.'

"그르르릉!"



결국 적운흉풍이 한번 성난 울음소리로 위협을 해야만 했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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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6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3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6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6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4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5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 정령과 용2 +1 20.10.07 3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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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인솔자들5 20.10.05 26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2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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