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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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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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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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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용6

DUMMY

'그래서 분위기 어쩔 건데.'



시우가 그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훈훈한 분위기가 나는 건 손시훈과 카닌, 둘 뿐이다. 억지로 범위를 넓히자면 조금이지만 부럽다는 눈을 하고 있는 갈리나가 있겠다.



정령용과 계약할 수 있어서 부러운 건 절대로 아니다. 손시훈이 따뜻한 표정을 짓고, 무언가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건네준다는 그 사실이 부러운 거다.



갈리나에게 그 남자가 반은 베이고, 반은 뜯겨나간 사람의 머리를 안고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중요했다. 일단 동생인 시우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상이 들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은 헌터들은 당연하게 살짝 굳어서 두려움을 은은히 드러난 표정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덤덤해 보였던 이본조차도 미묘한 정색을 짓고 있을 정도다.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손시훈의 제일 나쁜 단점이다. 진짜로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하는 건 시우의 몫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손시훈의 기묘한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우선 너커의 어깨와 고관절에 난 뿔을 갈아낸 건 이해할 수 있다. 도주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니까. 거기다가 뿔은 다시 자라며, 목숨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도 아니다.



이어서 소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시킨 상태에서 우리에 가둔 것. 이것도 이해해주자. 본모습은 20m가 넘는 거대한 공룡에 가까운 형태라 피난민들과 정령들을 불안에 떨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와 그 주변에 장미들을 그려 놓은 건 무슨 짓일까?



"뭐 하는 짓이야?"

"그럭저럭 잘 그렸지?"

"끄으으"



잘 그리긴 잘 그렸다. 살기는 엄청나게 오래 살았는데 7살 아이와도 같은 글씨체를 가진 사람이 그렸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그림이다.



"문자가 없는 문명도 많고. 태생적으로 문자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종족들도 꽤나 있거든. 글씨보다는 그림이 훨씬 더 나아."

"그럴 듯 한데...뭐 하는 짓이냐고?"

"심리치료?"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시우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커의 정수리를 찍고, 목을 찍은 갈리나가 지금 너커의 감시역을 하고 있다. 그것도 평상시의 가로 줄무늬 러닝셔츠를 입은 상태, 즉 어깨와 팔의 장미 문신을 드러낸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패배자 주제에 몹쓸 말을 했잖아?"

"승리자인 내가 괜찮다고 하면?"

"안 괜찮은 거 잘 알고, 니가 괜찮아도 내가 기분 나쁜데?"

<잘못...했어요...>



'마나도 없는 하등생물'이란 말을 한 대가라고는 하지만 좀 심한 게 아닐까 싶다. 이만하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장미를 봐도 발작을 일으키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



동생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손시훈은 정령들도 자기처럼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까놓고 말하면 일부 정령들을 빼면 대부분의 정령들은 손시훈 이상으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반응은 또 너커가 보지 못하게 차단하는 걸 보면 생각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진짜로 중요한 이야기는 너커와 거리를 벌려서 듣지 못하게 말하는 시훈이었다.



"여러모로 기를 꺾는 게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수거든. 카닌이 감당이 안되면 우리가 하면 된다. 그런 인상을 심으려면 어쩔 수 없어. 물론 그 인상을 심는 과정은 내 취향이지만."

"이런 사람을 키잔트헤임에서는 현자로 대해준다니."

"현자(물리)"

"참 자랑이다."

"그럼 나는 높으신 분들을 달래러 차라도 마시러 갈 테니까. 너는 저 녀석과 이야기 잘해봐."



저 녀석이라는 말에 시우는 한숨을 쉬면서 잔뜩 쭈그려져 있는 너커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니 어느 사이에 자신의 형은 뿅 하고 사라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일이 또 떠넘겨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다. 이번만큼은 형이 자신들을 위해서 이리저리 직접 뛰고 있다. 그것도 러시아에서 입은 부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상태다. 어지간해서는 해골장미나 불곰 대원들과 같이 술이라도 마시면서 쉬고 싶은데도 수고를 들이고 있다.



그러면 형의 방식이 조금 아니꼬와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신을 진정시킨 시우는 너커가 갇혀있는 우리로 천천히 다가갔다.



<히, 히끅!>



여전히 존재하는 것 만으로 주변의 공기를 착 가라앉게 하는 위압감은 남아있다. 그러나 그런 위압감을 느끼고도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재 너커의 모습이었다.



아직 사춘기도 오지 않은 10대 초반의 사춘기 소년의 모습. 나름대로 멀쩡한 옷은 입고 있지만 쇠창살 안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악당이 된 것 같다. 그 기분은 자신의 뒤쪽에서 다가온 인기척과 함께 더 심해졌다.



누구인지 뒤를 돌아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보자마자 딸꾹질을 했는데, 거기에 몸을 벌벌 떨 정도면 보나 마나 갈리나일 것이다.



아마도 혹시나 너커가 무례한 짓을 하지 않을까 감시하기 위해서 온 것이리라. 그 마음은 고마운 시우였지만 그럴 필요는 하나도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미 이 녀석은 자신을 볼 때마다 자신의 형을 떠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까. 시우가 제일 먼저 고민을 한 건 그것이었다.



보육원에서 일하던 조미선이라면 나름대로 이 녀석을 잘 다루었을지도 모르겠다. 머리는 꽤나 좋은 것 같다만, 이 녀석의 정신연령은 폴리모프를 한 것처럼 10대에 걸맞으니 말이다.



이런 아쉬움으로 한 생각을 이리저리 이어나가던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초콜릿을 너커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하고도 뭐 하는 짓인지...'



의사회의 공식 규정에서는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이다.



정확히는 난민이나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 적을 설득하고 교화시키기 위한 행동이라면 못 할 것도 없겠지. 그렇게 스스로에게 드는 착잡함을 밀어내며 시우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꺼냈다.



"첫 만남은 좀 많이 어색했지만, 앞으로는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난 시우라고 해."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우선 지금 건네주는 초콜릿이 음식인지, 아니면 음식을 가장한 약인지 의심하는 모양새다.



그래도 결국 떨리는 손으로 초콜릿의 포장지를 뜯는 너커였다. 표정만 보자면 사약을 받아든 것과 구분하기 힘들다. 그 표정과 함께 눈을 질끈 감으면서 초콜릿을 한 입 베어문 너커의 표정이 빠르게 풀렸다.



너무나도 달콤하게 녹아내린 표정이라 왜 공식 규정에서 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된다. 그렇게 단 것이 들어가서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 너커에게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시우였다.



.

.

.



"마나에 건 맹세가 이런 상황에는 정말로 편하지요. 안 그렇습니까?"



대화를 그럭저럭 이어나가고 있는 시우의 모습. 그 모습이 회의장에 설치된 거대한 모니터 화면에 출력되어 흘러나왔다.



같이 흘러나오고 있는 음성도 그다지 무겁지 않다. 대충 지구는 그럭저럭 살기 좋은 곳이라는 내용. 그런 곳에서 함께 살려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규칙을 가볍게 설명해주고 있다.



중국에 소속된 카슈미르 지역의 반을 정령계처럼 바꾼 정령용과 그를 토벌한 주역의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런 동생과 너커를 보면서 손시훈이 말했다.



"이 모든 대화는 제 동생이 스스로의 생각으로 하고 있는 거지요. 마나와 영혼에 맹세코, 저는 니놈들을 달래고 있는 동안 저 녀석과 이야기를 잘해봐라는 말만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뒷공작은 없습니다."



니놈들이라는 말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살짝 갈렸다.



눈으로 보이기에는 다들 정색에 가까운 무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입꼬리가 다르다.


2/3는 진짜로 정색을 하고 있는 거지만, 1/3은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표정이다. 일단 '니놈들'의 대상은 자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대상. 한 술 더해서 자신들이 제일 좋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함박 웃음을 짓고 싶지만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게 정치. 때문에 억지로 웃음을 참던 한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유감이군요. 그래도 국가의 입장에서 우려를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한 사람이 용의 힘을 온전히 차지해도 되는 것인가... 하고 말이죠. 손시훈 씨,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렴요. 정령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이니, 살짝 욕심이 날 수도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진짜 전문가 앞에서 하기에는 우스운 말이지만, 저희 파키스탄도 나름대로 정령용을 잘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진짜로 정색을 하고 있던 남은 2/3 중 반이 움직였다.



"파키스탄이 정령과의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만,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는 헌터의 권리가 최선 아닙니까?"

"요청이지요. 당연히 손시훈이, 아니. 사건의 해결자들이 저희 파키스탄에게 정령용을 양도한다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지급할 것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요청을 해야겠지요? 요구가 아니라."



어떻게든 다른 나라에게 정령용이 넘어가지만 않으면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파키스탄의 그 말에 인도측의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다른 나라에게 정령용이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큰 상관이 없다.



차라리 그런 입장에서는 완전히 제 3자인 카닌이 정령용의 관리 감독을 맡는 게 더 낫다. 그녀는 파키스탄-인도-중국 사이의 관계에서 완전히 남남이고, 정령용의 폭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지역은 중국이 대부분이니까.



이렇게 자신이 못 가져도 남들 또한 못 가지면 상관없다는 태도를 확인한 손시훈은 나머지 1/3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정령용이라도 반드시 건져야 한다는 중국 측이다.



얻는 게 없어도 상관없다는 파키스탄-인도와는 달리, 중국은 뭐라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이 중국 소유의 게이트와 카슈미르 지역에서 나왔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뭐가 되겠는가.



그 때문에 정령용의 대처도 질질 끌 수 밖에 없었다. 처치를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생포를 하려고 한 탓에 일이 늘어진거다.



때문에 추하게 뒷공작을 하지 않았냐는 음모론도 제시했다.



그걸 마나의 맹세로 파훼한 손시훈은 중국의 사정 따윈 내 알바가 아니라는 태도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다 괜찮을 겁니다."



.

.

.



"하나도 안 괜찮은데."



일단 S랭크인 이 녀석을 A랭크로 위장해야 하는 것부터 그랬다.



거기에 더해서 객관적으로 가장 큰 불안함은 과연 이 녀석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지다. 기본적으로 어지간한 생명체보다 우월한 녀석이다 보니, 약자를 깔보는 성격도 기본적으로 탑재한 까닭.



이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사무실 안의 너커는 한 없이 얌전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 직원들이 주는 과자를 넙죽넙죽 받아먹으면 마경태와 별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마경태씨와 비교할 수 있어요!"

"맞아요! 시우씨! 너무하세요!"

"저 녀석, 본래 모습은 20m가 넘어가는 하는 용종 중에 정령용이거든요?"



하다못해 하늬도 나름대로 스스로 배우려고 하는 게 있다. 적운흉풍에게서 배우거나,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주변을 관찰하거나. 아무튼 너커처럼 하루 종일 먹기만 하면서 시간을 때우지는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요."



제일 고민인 건 이 녀석의 관리 담당인 카닌이었다.



"마경태씨만을 탓할 수도 없고."

"당연하지! 난 그래도 카슈미르에서 엄청 열심이었단 말이야!"

"적운흉풍과 하늬도 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못 들은 척을 하면서 과자를 오물거리고 있다. 정령용이라 살도 안 찌고, 이빨도 안 썩은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그 맞은편에서 과자를 먹는 김송현을 잠시 한심하게 바라보던 아눕롤은 카닌에게 말했다.



-정 안되면 롤모델을 더 찾아봐야 하겠지요.

"어디서 그 롤모델을 찾죠?"

-비슷한 처지에서 찾자면 역시 테이밍 몬스터 단체들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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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뻔뻔하게 20.11.04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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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2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4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7 0 13쪽
»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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