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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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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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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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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뻔뻔하게

DUMMY

"이젠 그냥 막 나가자는 거네."



김송현은 자체 단련으로, 카닌과 N은 마법 연구 관련으로 빠져있는 사무실에서 마경태가 담담히 말했다.



여러모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경태의 위치는 사무실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시우다. 정신줄을 놓으려고 하는 마경태나, 하늬에게 지나치게 푹 빠져있는 카닌, 혹은 양심을 집어던진 블루베리를 보면 높은 확률로 이 말이 나온다.



이런 원흉이었던 사람이 한 말에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으로 한 행동은 마경태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험한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당신들은 정말로 쓰레기야."



말을 하면서 시선이 향한 곳은 여러 사진들이 놓여져 있는 탁자였다.



그 위에는 사진들이 잔뜩 찍혀 있다. 중점은 역시 활동적인 체육시간. 그 외에도 각종 수업 때의 사진이 찍혀 있다.



주인공은 붉은 머리칼이 참 인상적인 귀여운 소년, N이다. 시우가 그토록 말렸는데도 언제 사진을 이렇게 찍었는지 모르겠다.



이 사진들을 보며 시우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장미를 휘감은 해골이 새겨진 손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다른 사무실 직원들의 손으로 넘겨지는 사진들. 당사자들이 없다고 숨길 생각도 없는 듯하다.



그게 참 어처구니가 없는지 마경태는 한참을 '헛헛'거리면서 숨만 간신히 내뱉다 말했다.



"시우야."

"네."

"내가 총책임자긴 한데, 이것까지 책임을 질 필요가 있을까?"

"형이 책임을 왜 져요. 러시아가 책임져야지."

"그렇습니다! 책임은 제가 질 테니..."



뻔뻔한 소리를 입에 담은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바로 금나수로 책상을 뒤엎으려고 하는 시우와 그를 보조하려는 마경태. 그에 맞서서 1차적으로 사람의 벽을 세우는 여성 사무실 직원들.



남성 직원들은 거의 불이 난 건물에서 대피하듯이 우르르 문으로 빠져나간다. 이 피난을 뒤로 두고 해골장미 대원은 남아있는 사무실 직원들의 주머니 속에 은근슬쩍 사진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만두라고..."

"그만두지 않으면 어쩔건데요?"

"일단은 다 뒤집어엎고 카푸스에게 죄송하니까 복구하는 데 도와달라고 할 수밖에 없죠."



해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사무실 직원의 말을 가볍게 받아치는 시우였다.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면 카푸스는 좋아하고도 남을 거다. 그 사람은 어떻게든 블루베리에게 흠집을 내고 싶은 사람이니까. 보나 마나 드디어 사고를 쳤다고 말하면서 시우에게 그 뒷수습을 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격려할 거다.



실질적인 복구의 문제도 걱정 없다. 사무실이 통째로 날아가도 카푸스의 운디네 나이트들이 있다면 3일 안에 복구가 가능하다.



이렇게 배를 째자는 작전이 안 먹히자 이번에는 눈물을 짜면서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하는 사무실 직원이었다. 학교에 같이 다니는 아이들만 누나들이고 자신들은 아줌마냐는 한탄



그 한탄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치 두 눈으로 본 것처럼 N이 다른 소녀들과 노닥거리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한탄에 시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해골장미 대원을 추궁했다.



"설마 다른 학생들 사진을 찍지는 않았겠죠?"

"저를 범죄자로 아시는 겁니까! 절 그렇게 신뢰하지 못하겠나요!"



이미 N의 사진을 찍고 사무실 직원들에게 돌린 순간부터 범죄자다.



"단지 저는 보고서를 정리하기 위해서 상담을 한 것일 뿐입니다! 여자의 마음은 같은 여자가 잘 알지 않겠습니까!"

"그지 같은 임무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기밀자료가 들어간 보고서 아니에요? 본인도 여자신데 혼자서 생각하시지 그랬어요?"

"저는 10대 시절을 범죄 조직들 속에서 인간병기로 지내서..."



사실이지만 해명은 되지도 않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 남아있는 사무실 직원들은 알면서 너무한다.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이 개소리들에 블루베리 이후로 여자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이 처음으로 시우에게 들었다.



몸속에 혈관이 꼬이는 게 느껴지는 것이 왜 무림인이 감정에 휩쓸리면 주화입마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빠르게 눈을 감고는 심호흡을 하는 시우.



그리고 마경태는 시우를 돕기 위해서 귀에 헤드셋을 씌워주었다. 고요한 음악이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는지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을 짓는 시우. 그는 이대로 내버려 두고 자신이 이 싸움을 이어나가야 된다는 결심을 한 마경태였다.



블루베리, 아니 시를라 틴 캅생트의 말을 떠올리자. 자신은 한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단지 어지간한 동기에는 잘 자극이 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시작은 거기부터. 자신이 몰입할 수 있게 현장에 맞춰서 상황을 가정해보자. 현지로 따진다면 대충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지역 유지들을 상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우선 자신이 진지하게 당신들의 사정에 관심이 있다는 표시를 내줘야 한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여러분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시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뭔가 행동을 하기 전에 의견부터 일치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

"^*!$@%*....!"


한국어인데 너무 빠르고 감정에 차 있어서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시는 겁니다. 안 들어주겠다는 게 아니구요. 흠, 생각을 해보니. 해골장미 대원분, 정확한 성함이?"

"바르노 파르모노바입니다."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어느 쪽으로 부르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좋습니다. 파르모노바 대원. 대원께서는 따로 의견을 정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직원과 파르모노바 대원에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으니까요. 사무실 직원들이 사적인 누나들이라면, 파르모노바는 같은 선생님을 둔 선배이시지 않습니까? 공적과 사적의 차이를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진지하게 관심이 있다는 티가 나는지 분위기가 살짝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아직 마경태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근본부터 잘못되어 있어서 쉽게 해결되지 않다는 점을 아는 탓이다. 최소한 자신은 뻘짓은 해도 직접적인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이때까지 이런저런 뻘짓을 잘도 참아온 시우가 약간이지만 주화입마에 들려고 했겠는가.



그렇기에 자신도 이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야 한다. 어차피 정리된 의견은 뻔히 보이니 말이다. 공적과 사적의 차이를 고려하라고 했지만 다를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결론은 아무것도 모르는 N을 못된 아이들이 유혹할까 봐 너무 무섭다는 것. 나름대로 의견을 잘 정리한 두 의견 정리서의 결말 부분은 거기서 거기인 내용이었다. 차이라고는 표현뿐. 평범한 사람이 '눈'이라고 쓰는 걸 의료 관련 종사자가 '안구'라고 쓰는 것과 같다.



'양심이 죽었어...'



이 사람들이 절대로 할 말은 아니다.



몇 달 전의 일이지만 자신과 시우가 카푸스의 저택에 갈 때, 사무실 직원들은 카푸스의 책에다가 사인을 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와 함께 그들은 카푸스에게 뻔히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흑심을 드러냈었다.



솔직히 N에게 있어서 유해한 남자 어른이 몇 주 전의 자신과 철부지 김송현이라면, 유해한 여자 어른들은 이 사람들이다. 그 생각이 목구멍에서 튀어 오르는 것을 억누르면서 마경태는 한 번 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에 다니는 이상 주변의 여학생들과 접촉을 아예 안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우선 그것부터 인정합시다."



이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마경태였다.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면, 행동을 제한해야 할 때다. 우선은 현실적으로 여학생들과 접촉을 아예 안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은 상태. 그 상태를 기준으로 마경태는 그들이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렇게 진지하게 기운을 쏟고 있으면 잠시 딴 생각은 못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시우의 귀에서 헤드셋을 빼고는 사무실 문 밖으로 데려나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실 밖으로 도망쳤던 직원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소란이 끝났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잘 끝났나요?"

"아직 한참 남았어요. 여러분들은...흠 아래의 수련실로 가셔서 헌터직 직원들과 1일 호신술 강의라도 들으면서 시간이나 때우세요. 퇴근시간이 되시면 바로 퇴근하시면 됩니다."



상황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업무에서는 해방이 되었다. 그걸 위안으로 삼으면서 편해진 표정과 함께 내려가는 사무실 직원들이었다. 자신들은 이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상관이 있는 시우는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어쩌려고요?"

"신뢰가 없다면 만들어야지. 별 수 있겠어? 물론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선발도 해야 할 거고."

"형까지 이상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해는 해. 솔직히 나도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그런 불안감이 오히려 시우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한치의 의심도 없다는 것에서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마경태의 계획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시우였다.



"가벼운 수준의 봉사활동을 통해서 인성 검증을 한다라..."

"좀 무모한가?"

"무모하지 않은데요? 좋은 생각 같아요."

"진짜로?"

"형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잠깐 게이트 사건 때문에 위축됬지만 청소년 봉사 활동은 국내는 당연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꽤 많아요."

"그래?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걸 안했지?"

"어...그게..."

"내 능력 탓이군."



마경태의 자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였다.



다른 나라의 의사회가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면, 한국 지부의 활동은 거의 게이트 근처에서의 의료봉사만 하는 편으로 매우 단순하다. 물론 그 탓은 본인이 인정한대로 이런저런 사무 작업이 안되는 마경태 탓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쩌다가 돌아가면서 하는 걸 우리 지부는 매번 도맡아서 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지부가 여러모로 빡세다는 소리 많아요, 형. 너무 원칙적이라면서요."

"제프 카넬리스씨가 내 방패막이를 무난히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건가?"

"그렇겠죠?"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해도 게이트 근처에서의 의료봉사를 따라잡을 수 없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지만 그 덕분에 서류상 한국 지부의 실적은 최상위권이다.



"물론 앞으로는 이 방식을 유지하는 게 문제 있을 거예요. 내공 단련 덕분에 10-20년 뒤에도 무난히 활동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리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그걸 아는 입장에서는 적절한 체질 개선으로 보이겠죠."

"그렇구나."

"거기다가 청소년 국내 봉사나, 해외 봉사를 하면 홍보도 되고... 돌아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좋아할걸요?"



시우의 예상대로 마경태의 계획은 대체로 호평이었다.



부정적인 반응도 살짝 있었다만 긍정적인 방향의 걱정이다. 총책임자로서의 무게를 느끼는 건 좋지만,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을 너무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격인데'

'누구들 때문에 해낸 생각인 건 벌써 잊었지.'



마경태와 시우가 이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남아있는 사무실 직원들은 자기들이 더 신나서 계획에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은 여러모로 복잡함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카닌의 이름



그 이름과 계획에서 느껴지는 소망은 거의 망상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별 생각없는 말인데, 듣는 이는 고백을 넘어서 손자의 태권도장이나 피아노 학원을 알아보는 수준이다.



벌써부터 이세계인, 혹은 혼혈 출신의 후배를 받아들일 생각이라니. 그런 후배라면 기꺼이 N을 양보해줄 수 있다는 말에는 콧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아야만 했다.



'시우야. 괜찮을까?'

'괜찮을리가 있나요. 처음부터 안 괜찮았는데, 이렇게 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죠.'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지 않을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왜?'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먼저 계획이라는 한계선을 말해서 이 정도로 끝난 거라고.'



시우의 말에 마경태는 바로 표정관리를 실패해버리며 잔뜩 찌푸린 얼굴을 드러냈다. 그것도 잠시, 그는 지금까지 이런 걸 수도 없이 참아온 시우에게 존경심 어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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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1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5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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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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