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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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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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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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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누나들?9

DUMMY

마경태와 꼬맹이 너커에게는 블루베리란 누나-사실 너커라면 몰라도 마경태의 입장에서는 할머니나 마찬가지다-가 있고, 김송현에게는 무려 아눕롤과 조미선으로 둘이나 있다.



이렇게 누나, 혹은 누나들이 봐주는 누구들에 비해서 시우는 혼자였다.



하지만 딱히 섭섭함은 느끼지 않았다. 저 셋과는 달리 시우는 여러모로 어른인 사람이다. 그런 어른답게 시우는 적절하게 헌터직의 단련과 사무직의 업무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나갔다.



종종 블루베리가 헛소리를 하고, 김송현이 사무실로 탈주하는 일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시우는 물론이요, 카닌마저도 블루베리가 의사회의 사무실에 있는 걸 자연스럽게 여길 정도로 말이다.



영원했으면 좋을 이 평화는 당연히 계속될 리 없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도 나름대로 바쁜 사람이랍니다?"



직접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꼬맹이와 마경태를 가르친 그 기량은 하루이틀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마경태는 블루베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한동안 보기 힘들 거라는 블루베리에게 펑펑 울면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런 마경태를 보고 추하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경태 만큼은 아니어도, 사무실 직원들 중 몇몇도 약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헌티직 직원중에 0.5인분이라도 사무실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탄생했다. 처음부터 사무직 업무가 가능한 시우와 카닌을 제외하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몇몇 상황만 아니었다면 시우도 이 업적에 살짝 감동을 받아서 눈시울을 붉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마경태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그런 마경태에게 블루베리, 아니 시를라 틴 캅생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았다.



"A la prochaine!"



모두가 봐도 강인하고 아름다운 절벽에 난 꽃 같은 미소와 함께 말이다. 그것이 사라진 빈 자리를 바라보는 마경태에게 시우가 말했다.



"프랑스어에요. 번역해드릴까요?"

"철자만 적어줘."

"철자만요?"

"배워야지. 블루베리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서 배울 수 있으니까. 너처럼."

"그렇게 하세요."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걸 가볍게 적어주면서 시우는 힐끗 너커를 바라보았다.



펑펑 운 마경태 만큼은 아니지만, 이 녀석의 변화도 꽤나 있었다. 이전에는 목숨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본능이 시키는 대로 바로 내뱉었는데, 조금은 뇌의 필터가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가 한 가지 더 . 자신은 누구인가 하는 철학적인 고민도 진지하게 시작했다.



아직은 No Name의 'N'. 뭣하면 자신의 이름을 지어줘도 좋다고 마음을 연 꼬맹이에게, 블루베리는 정령용 같이 스스로 태어난 이의 이름은 스스로 깨닫고 정할 때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하며 임시로 N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 만큼 중요한 것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말도 덧붙여서 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블루베리와 잠깐의 작별을 할 때 자신은 누구라고 말해주고 싶었나 보다. 살짝이지만 섭섭하고 아쉽다는 표정을 드러내는 걸 보니 확실하다.



"성격상 입학식 때 멀리서 구경은 할 거야."

<알고 있어.>

"벌써 누나가 그립냐?"



살짝 늘어진 목소리에 김송현이 뭐라 한 마디를 던졌다. 자기 딴에는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한 말일 것이다.



그에 뭐라고 한 마디를 하려는 시우의 바짓가랑이를 꼬맹이가 붙들었다.



"N"

<지금은 좀 심하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좋아. 한 번 해봐"



이 때 김송현은 분위기가 살짝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빠르게 시우와 N사이에 시선 교환이 있었고, 이 둘은 마경태에게 시선을 보낸 것이다.



시우가 '한 번 해봐.'라고 말한 건 마경태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 이후였다. 그러나 그것을 하나도 눈치채지 못한 김송현은 가슴에 꽂히는 대못 같은 N의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너, 정신 좀 차려라. 그래서 결혼은 어떻게 할래?>

"...음?"

<똑같은 시간이야. 그런데 너는 마경태씨와는 비교도 할 것도 없고, 시우씨나 나에 비해서도 모자라잖아.>



시우가 차마 블루베리의 작별인사에서 눈시울을 붉히지 못한 이유였다. 자꾸만 마경태에게 몰입을 하려고 해도 옆의 김송현이 너무나도 신경 쓰인 것이다.



<누나가 둘이나 붙어있었는데도 고작 그 정도라. 도대체 뭘 했는지 의심될 정도야.>



시우도 진짜로 뭘 한 것인지 모르겠다.



마경태는 아예 논외로 해도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N에 비해서도 고작이고, 자신에 비해서도 고작이었다.



"그, 그건 블, 블루베리가 베테랑이라서..! 너도 '기밀'은 조금 알잖아!"

<아무리 그래도 둘을 가르치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을 가르치는 둘이 같냐? 그럼 시우형은 뭐가 되지?>

"시, 시우형은 재능이 있으니까..."

<변명하지마!>



N의 외침에 시우는 뭔가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을 느꼈다. 김송현의 말은 N의 말대로 변명에 불과했다. 둘이서 봐주니 대충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건성건성 했으니 재능에 비해서도 결과물이 시원찮은 것이다.



진지하게 '둘이 붙었는데도 이 정도라고?'가 아니라 둘마저 없었다면 아찔했을 수준. 그것을 N은 나름대로 조리 있게 말하고 있었다.



<기껏 해봤자 너는 내가 프랑스어로 또 뭐라고 말하고, 시우 형이 그걸 고쳐서 번역한다고 생각했겠지. 안 그래?>

"그, 그랬다! 왜! 그런데 그걸 가지고 왜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건데? 응?"



찔리는 게 많은지 말이 떨리는 게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결혼 이야기가 자신이 아닌 꼬맹이에게서 먼저 나왔다는 것을 믿으며 마경태를 바라보는 김송현.



평상시의 마경태를 기대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말에 축 늘어진 그 꼴사나운 모습을 말이다. 그 대신 그가 맞이한 건 자신을 상당히 딱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

<마경태씨와 너를 비교해보자. 마경태씨는 나이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나 시우형이 초라해질 정도로 사람이 바뀌었어. 니가 마경태씨의 나이에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응?>



그에 전에 얼핏 들은 외모 이야기를 꺼낸 김송현이었다. 자신도 나름대로 내공 단련을 하고 있으니 마경태만큼 나이를 먹더라도 얼굴은 유지가 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외모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거기다가 김송현에게는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그가 못생긴 건 아니더라도 딱히 잘 생긴 건 아니다. 외모만으로 이야기하면 김송현과 비교했을 때 마경태는 진작에 결혼을 하고도 남았다.



연애는 이상이지만, 결혼은 현실. 그에 중요한 건 환경과 능력 및 정신상태다. 거기에 운이 곁들여진다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내가 봤을 때 마경태씨가 결혼을 못한 건 바쁜 의사회의 근무환경과 기묘한 운 탓이야.>



시우도 그렇게 생각한다. 평상시의 푼수 짓이 한심해서 말을 안 했지만, 소집령 때 본 베테랑이자 양아치 헌터들을 고려하면 마경태 수준이면 충분히 준수하다.



몇 번이고 말했지만 평범한 헌터 활동을 했다면 조미선보다도 먼저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능력을 비교해보자. 한쪽은 B랭크 중상위의 적합자 헌터이자 의사, 한 쪽은 C랭크 중하위의 고졸. 정신상태는 이제 확실히 마경태씨가 너보다 낫지. 누구는 나이를 먹고도 배우고 변하는데, 누구는 그대로니까.>

"...경태형?"

"송현아. 너는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이대로 있으면 나보다 더 초라해질 것 같아."



마경태의 말에 맞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난의 기색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분위기. 하나같이 N처럼 정신 좀 차려라는 말을 시선으로 대신하는 걸 느끼며 김송현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차마 못 봐주겠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린 N은 조심스럽게 시우와 카닌을 보며 평가를 요청했다.



<시우 형, 카닌 누나. 어땠어?>

"잘했다, 우리 꼬맹이. 땅굴을 파서 도망치려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됐을까."

"블루베리가 이 모습은 보고 갔어야 했는데..."

<하지만 어지간히 쓰레기가 아닌 이상, 학교에서는 참아야겠지?>

"그래. 아직 저 녀석처럼 어른이 아니니까."

"그럼"



부드럽게 N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는 시우. 그리고 그는 카닌이 N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도록 넘겨주며 털썩 주저앉은 김송현을 인형처럼 들어 올렸다.



이어서 잠시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니, 요새 이래 저래 빠지는 경우가 잦다고 생각되는 시우였다. 마경태가 드디어 0.5인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만, 그게 자신이 쉽게 빠져도 되는 상황은 아니다. 이 일로 양해를 구하는 건 좀 뻔뻔한 게 아닐까?



잠시 고민을 하는 시우에게 먼저 이해의 격려를 해 주는 사무실 직원들이었다.



이 '분'은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 요 '것'을 사람으로 만들 차례라는 격려. 이런 단어 차이에 김송현은 자신의 서열이 사무실 최하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삐-익"

"흠흠, 우리 하늬는 여기까지면 충분해."

"푸르르릉"



조심스럽게 하늬의 귀를 막아주는 카닌과 해로운 것을 가리듯이 위치를 잡은 적운흉풍이 확인사살을 했다. 그 확인사살로 다시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김송현을 질질 끌고 나가는 시우였다.



"자 이걸로 선생님 하나에 조교 둘이다. 부드럽게 누나 둘에 형 하나야. '것'소리를 더 듣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라도 진짜 잘 해보자 송현아."

"다들 사람에게 너무하는 거 아니야?"

"경태형을 뺀 다른 헌터직 직원들은 사무실에 올라오지도 못하는데 뭔 소리야."



그들은 빨리빨리 치워야 하는 쓰레기 취급이다. 너무하는 것 같지만, 원래는 그들이 해야 할 기초적인 업무들도 사무직 직원들이 처리해주니 인과응보라 할 수 있다.



김송현이 그보다는 나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건 사무실 직원이 아닌 다른 누나가 일을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 그 누나와 그 누나에 타고 있는 조미선의 모습이 시우의 눈에 들어왔다.



태워주고 있는 아눕롤이나 타고 있는 조미선이나 평상시보다 더 결심이 가득 차 있는 모양새. 덤으로 너 정말 큰일났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조미선의 남편분까지 있다.



어지간해서는 아이들을 돌봐야 할 사람이 여기 있으니 확실히 큰일이 난 건 맞다.



"형?"

"블루베리가 떠나면서 이쪽에도 단단히 한 소리를 했는 모양이네."



.

.

.



남들이 하는 가벼운 걱정은 블루베리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부정적 요소다.



손시훈처럼 마왕과 마신들이 처들어오는 걸 예측해서 집을 나갈 수준은 아니지만, 그녀 또한 예지에 닿은 수준의 예측은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니 자신이 한동안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여러 대비를 하는 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꼬맹이, N의 선생님 겸 자신의 대타를 대한민국에 보내는 것으로 하나. 그리고 손시우와 손시연의 주변의 구멍을 줄이는 것이 둘.



이 구멍을 줄이는 작업과정으로 김송현은 정말로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루는 땀을 흘리며 자신의 육체를 단련하고, 하루는 복지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신을 단련한다. 본격적인 무공을 가르치는 건 무리지만,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무술 정도는 호신술 정도로 괜찮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실수를 바로잡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블루베리의 이 노림수는 먹혔는지, 드디어 김송현은 성장다운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미선의 고함과, 그 남편분의 한숨소리와 아눕롤의 핀잔소리가 뒤섞였었다. 그리고 시우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수준으로 안정화가 되었다.



이제 자신은 없어도 괜찮을 수준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은근슬쩍 자리를 옮긴 시우는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게 자신은 다른 일을 하러 빠져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까.



"진짜 형이 사람을 너무 망쳤어."

"선생님과 블루베리 선생님께 너무 하십니다."



시우의 혼잣말에 대답한 건 시우와 기본적인 톤은 똑같은, 하지만 시우는 물론이요 손시훈과도 뭔가 다른 목소리였다. 심지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쌍둥이 형제와 얼굴까지 똑같았다.



형하고는 또 다른 느낌으로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자신과 같지만 다른 그 얼굴을 보면서 시우는 울분을 토하듯이 외쳤다.



"그냥 누나들에게 자연스럽게 맞기자고!"

"이것도 따져보면 시를라 누나의 생각입니다..."



시를라 누나는 개뿔, 근육덩어리 괴물인 블루베리의 생각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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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 누나들?9 20.11.02 23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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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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