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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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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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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과 용3

DUMMY

절대로 평범한 말에서는 나올 수 없는 울음소리다. 그건 그 누가 들어도 늑대의 울음소리에 가깝다. 이 울음소리에 인간이고 정령들이고 똑같이 얼어붙은 피난민들이었다.



아눕롤이 선을 넘은 소리에 꼽을 주라는 게 대충 이렇게 주라는 게 분명했다. 처음에는 좀 심한 게 아닐까 싶지만, 당사자가 되어보니 바로 심정이 이해된다. 방금 전 적운흉풍의 행동 덕분에 시우는 속이 너무나도 시원해졌던 것이다.



뭔가 받은 거라도 있어야지 조금이라도 찜찜하지 않겠는가. 피난민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미약한 정령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완전히 시간낭비였다.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있기에 시우는 적당히 적운흉풍을 말리는 척을 했다.



"나름대로 용기를 도움을 요청하러 왔는데, 겁을 주는 건 아니지."

<그래, 그래! 짐승은 빠져 있으라구!>

<이렇게 현명한 주인도 있는데 왜 먼저 발끈거릴까?>

<죽어서도 미련이 남았으니 어쩔 수 없지.>



진짜로 지능은 높은데 지성이 살짝 부족한 것과 것과, 지성은 있는데 지능이 많이 부족한 것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적운흉풍을 향해서 바로 이리저리 떠드는 정령들에 대한 적운흉풍의 대응은 지그시 피난민들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건 마치 아이들에게 화를 낼 수 없기에 부모나 보호자에게 압박을 넣는 모양새다. 바로 좀 전에 위협을 먹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정령들과는 달리, 적운흉풍은 옛 경험들을 잘 살린 노련한 대처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두 번이나 압박을 먹고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피난민들은 도망치듯이 후다닥 벗어났다. 그 와중에도 눈치없이 적운흉풍을 향해서 혀를 내밀거나 날개를 휘두르는 정령들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린 시우였다.



"진짜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른데요?"

-그런 환상이 나름대로 있지요. 정령 하면 어지간한 세계에서는 엘프와 엮이는 면이 있으니 말이죠.



멀리 갈 것 없이 진지하게 마법을 쓰려는 카닌만 생각해봐도-카푸스까지 생각해보면 너무 거창해진다.- 나름대로의 환상을 충족시킨다. 손바닥 위에는 자연스럽게 허공을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올려두고, 주변에는 운디네들을 거느리고 있다.



엘프보다더 더 신비롭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카슈미르의 정령들과 그들과 계약한 사람들은 상당히 깨는 면이 있다. 좋게 말하면 인간미가 있다지만 대신에 신비로움은 저 멀리 집어던졌다.



-중급 이상의 정령이라면 조금은 대중이 생각하는 가까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사옵니다. 그리고 상급 이상은...



말을 잠깐 멈추고 아눕롤의 분신체가 기이잉 움직였다. 특이하게도 본체보다는 분신체가 조금 더 감정과 생각이 드러난다. 그 감상을 하고 있는 시우에게 아눕롤은 마저 말을 했다.



-나름대로 무리의 대표니 현실적인 감이 더해지겠지요. 평범한 때라면 신비로움과 조화를 이룰지 모르나, 위기 상황에서는 다른 종족과 마찬가지로 추잡한 면모를 보여줘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해야 하옵니다.

"손익을 보는 정치싸움은 어딜 가나 똑같다는 건가요?"

-그렇사옵니다. 저희 키잔트헤임의 과거만 하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지요. 신이라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데, 그들보다 약한 정령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사옵니까?



다행이라면 어지간한 문명에 비해서는 그 추잡함이 귀여울 수도 있다고 말하는 아눕롤이었다.



정령들의 체계는 지구는 물론이고, 다른 세계나 종족들과 비교해봐도 굉장히 원시적이다. 말이 정령왕이지 인간으로 따져보면 여러 부족 연합의 대표나 마찬가지. 대한민국과 비교해보면 삼국시대 초반의 고구려, 신라, 가야와 비슷하다.



이 말을 듣자마자 시우의 가슴속에 바로 걱정이 차올랐다.



"그나마 정령들과 엮인 파키스탄 말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고 있을까요?

-당사자들 끼리는 서로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게 뻔하옵니다. 물론 시를라 양이 그들 사이의 대화를 듣는다면 바로 비웃겠지요.

"역시 그렇겠죠?"



중국, 파키스탄, 인도, 평화유지군



이 모든 쪽의 정보를 파악하는 아눕롤이 볼 때 건질만한 정보가 없다는 건 제 3자가 볼 때 개판이나 마찬가지란 거다. 사고가 터지고도 며칠이 지났는데 달라진 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다행이 아니냐고? 아무도, 심지어 제일 가까이에 있는 당사자인 중국도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데 뭐가 다행인가. 이건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직전의 안정기다.



이래서는 차라리 손시훈을 부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과 러시아는 여기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자신들에게 생긴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 마왕들의 발악이나 마신들이 강림 시도 때문에 러시아와 그 인근 국가들은 언제나 침공을 받을 수 있다. 아눕롤의 표현에 따르면 일부 마왕이나 마신들에게는 등대라도 밝혀둔 것처럼 훤히 보일 거란다.



하루이틀 사이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100년이 지난 다음 기록을 봐도 머릿속에 가볍게 상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기록을 하고 있다.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만큼은 똑같은 이곳은 대충대충 일처리를 하는 데 말이다. 이런 두 장소를 비교하면서 아눕롤은 이곳의 현실을 한 번 더 비꼬았다.



-현자께서 너무 친절하신 까닭도 있사옵니다. 먹고살만하니 못된 꾀나 부리는 거겠지요. 혼쭐이 한 번 제대로 나야지 정신을 차릴 텐데 말입니다.

"형도 시도를 몇 번 했는 것 같은데, 하필이면 그때마다 변수가 생겨서 실패했었죠."



대표적으로 허둥지둥 수습을 한 11명의 마왕 사건. 그 수습의 이유는 동생인 손시연도 휘말린 게 있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는 각 국가가 미래를 던져버린 탓이다. 만약에 그런 최악의 조건만 아니었다면 손시훈은 헌터들이 대놓고 죽을 동안 구경만 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런 형이 꽤 비인간적이라고 느낀 시우였지만 지금은 충분히 그 심정이 이해된다. 아눕롤의 말대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버티는 모양인데, 혼쭐이 한 번 나지 않아서 그 짓을 한다고 느껴진다



"어쩔 수 없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라도 해야죠."

-어떻게 하실 생각이옵니까?

"폭주하는 일부 정령들의 수습 및 피난민들의 인도 작업 말이에요, 카닌이 갈리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했죠?"

-예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야죠."



그전에 시우는 우선 전음으로 마경태에게 자신이 할 일을 알렸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다는 걸 누군가는 알아야 말을 맞출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시우는 한 팔로 아눕롤의 분신체를 안고, 다른 팔을 쭉 뻗었다.



오랜만에 보내는 '그 신호'다. 적운흉풍은 그 신호를 바로 받아주며 가볍게 시우의 팔을 물면서 고개를 부드럽게 돌렸다. 그렇게 시우를 자신의 등허리 위에 앉히자마자 적운흉풍의 허상화가 바로 발동되었다.



진짜 귀신과도 같은 움직임. 일반적인 인간들은 물론이요, 정령계만 아니라면 정령들의 감지능력에도 벗어날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과 함께 시우는 자연스럽게 카닌과 갈리나가 있는 장소를 향해 적운흉풍을 몰았다.



.

.

.



<타오른다! 불타오른다! 타오른다! 타오른다!>



화끈하게 외치자 정령의 몸에 꽂혀있던 화살들이 진짜로 불꽃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화살들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물로 녹기도 전에 바로 불꽃으로 변하는 모습에 카닌은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진짜 이것들을 굳이 근처의 정령계로 돌려보내야 하나?"

"못마땅하더라도, 필요 이상의 불합리가 아닌 이상 상부의 명령에는 복종해야 하지요"

"끄음."



갈리나의 말에 작은 신음을 내뱉는 카닌. 그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거대한 멧돼지 모양의 정령은 발을 크게 굴렀다.



"아 또.."



툴툴거리는 카닌. 그럴만도 한게 갈라지는 땅에서는 불꽃의 정령들이 새로 태어나고 있다. 이건 더 투덜거릴만한 일이다.



"제가 전문적인 군사적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비효율적인 싸움을 강요하는 건 충분히 불합리한 명령이 아닌가요?"

"흐음"



이번에는 갈리나가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두 사람의 뒤에서 부관이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목소리를 꺼냈다. 대충 파키스탄이 정령과 계약하는 방식을 사용하니, 그쪽을 덜 자극해야 한다는 것. 근처에 피난하지 못한 민간인이 있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어떻게든 소멸은 피해야 한다.



그게 불합리한 명령이라며 한 번 더 투덜거린 카닌은 손을 까닥였다. 이 수신호에 맞춰 얼음으로 된 화살들이 비가 오듯이 계곡의 틈 사이에 있는 정령들을 향해서 쏟아졌다.



얼핏 보면 소멸을 피해야 한다는 명령을 무시한 것 같다. 하지만 화살에 맞는 정령들은 사람이 화살을 맞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령의 몸에 닿자마자 바로 얼음 가루로 부스러지는 화살들. 그리고 순식간에 부스러진 얼음가루는 정령들의 몸을 완전히 감싼 마법진을 만든 다음, 그 정령들을 바로 근처의 게이트로 추방시켰다.



문제는 제일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정령을 못 추방시키고 있다는 거다. 거대한 정령의 열기는 대부분의 화살들은 닿기도 전에 수증기로 바로 승화시키며 근처의 새로 태어난 일부 정령들까지 지켜주었다.



이 꼴을 바라보면서 갈리나가 차갑게 말했다.



"폭주하는 정령을 추방 하라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멀쩡히 추방시켜란 말은 없었어."

"대장. 아니 갈리나. 진심이야?"

"어쨌든 현장 사령관이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 방법과 선택들에겐 합리적인 요소가 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지."

"그놈의 선생님, 선생님. 그 선생님이 러시아 안에서는 얼마든지 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내 말이 틀렸어?"

"...좋아. 보고는?"

"어차피 우리가 제대로 올려도 언론 통제라며 먼저 덮잖아. 러시아에서도 언론 통제를 했지만 이 따위로 하지는 않았는데."



이 따위라는 말에 강세가 실리자 입을 뻥긋거리기만 하는 부관이자 친구를 향해 갈리나가 말했다.



"너희들 안 다치게 하려면 내가 직접 나서는 게 최선이야. 늘 하던 대로잖아?"



말을 하면서 갈리나가 손을 가볍게 푼 갈리나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도끼를 가볍게 돌렸다. 한 손으로 돌리기에는 상당히 큰 소방용 도끼. 그걸 가볍게 빙글빙글 돌리는 갈리나가 못마땅한지 부관이 인상을 찌푸리자 갈리나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불만이 많아. 생긴 건 가방끈과 가장 거리가 멀게 생겨서는."

"가방끈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



우락부락한 근육과 그를 드러내는 가로줄무늬 민소매 셔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나쁜 습관이긴 한데, 진짜로 가방끈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습이다.



본인도 알기는 아는지 피식 웃는 갈리나의 모습에 이를 악물기만 하는 부관이었다. 그런 친구를 두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갈리나를 향해서 카닌이 손을 뻗었다.



평범한 헌터라면 공격이라고 착각되는 인챈트. 한겨울의 높은 산의 나무에나 덮힐 것 같은 진한 서리가 갈리나의 몸과 도끼를 감싼다. 그 인챈트와 함께 살아남은 정령들의 틈 사이로 파고든 갈리나는 부채질을 하듯이 도끼의 면을 크게 휘둘렀다.



"약간의 손실은 어쩔 수 없는 법이죠. 안 그래요?"

"그러시겠죠."



소멸을 피하기 위해서 날이 아닌 면으로 휘둘렀다. 그런데도 약한 정령들은 터져나가듯이 소멸하고 있었다. 좀 전의 추방되는 정령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이건 누가 봐도 카닌의 인챈트가 너무 강한 탓이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러시아어로 말하는 카닌을 향해 부관은 한국어로 답해주었다.



"아니, 원래부터 있었던 정령이 아니잖아요. 소멸 좀 시키면 어때요?"

"여기서 아무도 지적 안 하는데 굳이 러시아어로 변명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생긴 것과는 맞지 않게 가방끈이 기신 몇몇 분들이 꽤 지적 많이 하던데. 뭐, 이해해요. S랭크도 자신의 말을 좀 듣는데, A랭크 따리가 옆에서 깐족거리는 불만족이겠지."



카닌의 깐족거림에 부관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가 뭘 할 수는 없다. 가방끈이 긴 부관들을 모두 합쳐도 A랭크 따리의 카닌을 상대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 현실이 재밌는지 가방끈이 짧은 갈리나의 부하들이자 친구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갈리나는 그들의 앞에서 작은 불꽃의 정령들을 뻥뻥 터트린다.



그러자 더 이상 그 만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타오르고 있는 멧돼지 모양의 정령이 갈리나에게 달려들었다.



서리로 덮인 몸을 순식간에 불태우거나 뭉개버릴 것 같은 돌진. 그건 마치 불타는 대형버스가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달려온 정령이 꼴사납게 몸을 구른 건 한순간이었다.



"우선 다리 하나."


작가의말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sun923님 댓글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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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1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1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2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4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7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2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8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2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5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7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4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0 0 14쪽
»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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