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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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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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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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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누나들?7

DUMMY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무언가의 불이익을 맞이해야 할 상황이 오면 이 녀석은 후퇴라는 방법을 써 왔다. 상황을 절대적으로 피하는 거다.



그건 손시훈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이마법을 통한 도주는 너커의 땅굴을 통한 도주보다도 깔끔하며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는 더 악질적이다.



하지만 손시훈과 너커의 차이점이 있다면, 손시훈에게 있어서 피해를 외면하는 후퇴는 어디까지나 수많은 선택지 중 한가지라는 것이다.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손시훈은 눈 앞의 불이익을 절대로 피하지 않는다. 가령 동생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여기서 반드시 마왕들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머리보다도 더 큰 철퇴도 이마로 받아낸다.



즉, 손시훈이 이득을 보더라도 피해를 받는 선택을 안 하는 거라면, 이 꼬맹이는 이득을 보더라도 피해를 받는 선택을 못 했던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던 녀석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퇴하지 않고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그럼 제가 이 녀석의 선생님이 되는 게 최선이 아님까?"

"네가?"

"명색이 처음으로 선택한 건데.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조금 이쁘다곤 해도, 근육 덩어리 괴물을 선생으로 두는 건....헉!>



끼어든 블루베리를 향해서 겁도 없이, 가소로운 목소리를 꺼낸 너커. 그러나 너커의 그 말은 제대로 힘을 준 블루베리의 모습에 쏙 들어갔다.



시우도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었을 정도다. 진정을 하기 위해서 심호흡을 몇 번 해야만 했을 정도다. 그렇게 간신히 진정을 한 시우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혀에 힘을 주면서 형에게 말했다.



"그러니까....엠피티어 혼혈 아가씨가 몇 년 뒤면 이렇게 예뻐진다는 거지?"

"조금 분위기는 다르지만. 보시다시피 진심의 블루베리는 잘 웃는 얼굴이 아니거든."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블루베리. 아니, 시를라 틴 캅생트의 본래 모습은 어딘가 살짝 소름이 돋는 강인함과 섬뜩함을 주기도 했다. 그 섬뜩함을 선명하게 느끼고 있음에도 시우와 꼬맹이 너커는 그 강인한 얼굴의 매력에 홀려 눈을 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천금일소(千金一笑)의 미인이라고 할 수 있지."



말을 하기가 무섭게 작은 미소가 피어나며 얼굴에 어린 섬뜩함이 봄을 맞이한 고드름처럼 녹아내렸다.



남은 것은 절벽의 찬 바람을 맞고도 시들지 않는 꽃같은 강인한 미소다. 손시훈의 말이 맞다. 저 사람은 미소 하나가 천금의 가치를 가진 미인이다.



똑같이 그 생각을 한 시우와 꼬맹이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시훈을 향해서 원망의 목소리들 내뱉었다.



"니가 사람을 하나 제대로 망쳤어!"

<도대체 이 미녀가 왜 이렇게 된 건데!>

"당사자를 앞에 두고 망쳤니, 왜 이렇게 됐니 하는 건 좀 심한 게 아닌가요? 거기다가 주인님은 제 종족을 구원하신 분입니다."



타당한 원망이었지만 당사자인 시를라 틴 캅생트가 변호해주자 원망의 마음이 쏙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다시 평상시의 블루베리로 돌아가자 다시 여러모로 복잡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솟아오른 것이다.



이어서 여러 망상이 시우의 머릿속을 스쳤다. 어쩌면 방금 전의 그 모습은 블루베리가 본래의 모습에 약간의 환상을 첨가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물론 환상이라고 해도 약간의 화장 수준일 것이다. 평상시에도 하는 행동과 말투가 깨서 그렇지 충분히 미인이니까.



그리고 이래나 저래나 어차피 폴리모프인데, 본래 모습이라고 부를 것도 없다. 동생이 그 결론을 내리자마자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하는 손시훈이었다.



"참고로 이 방식의 폴리모프는 '변신하는 종족으로 태어났을 경우 이런 모습이다.'란 것을 운명적인 단위에서 반영하는 거거든.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환상을 통한 위장이 더 힘들어지지. 평상시의 블루베리는 일부로 외모를 살짝 깎아내린 모습이야."



형의 말에 고개를 돌린 시우는 자신 이상으로 괴로워하는 너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우보다도 더 방금 전의 모습이 차라리 환상이라고 믿고 싶은 모양. 그러나 용의 감각이 알려주는 진실은 저것이 진정한 블루베리의 진짜 모습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 듯했다.



"아무튼 애가 왜 이렇게 됐냐 하면... 내가 여러모로 정신병이 있는 탓이지. 블루베리에게는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어."

<고마워하면 편하게 다니게 해!>

"본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더 안 편하거든. 괜히 찝쩍거리는 녀석들이 꼭 있다고. 마치 너처럼."

<내가 왜>

"거짓말은 나빠요."

<흐읍!>



좀 전의 그 모습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알려줬다. 모습은 둘째치고 목소리와 행동도 진짜로 같은 사람인지 믿기지 않는다. 보는 시우도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뒤에서 안긴 너커는 심장이 터지기 일보직전일 것이다.



이 자극에 기절하지 않기 위해서 몸을 딱딱히 굳힌 너커에게 시를라 틴 캅생트는 안타까운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조금 이쁘다곤 해도, 근육 덩어리 괴물을 선생으로 두는 건 무리라고 말하셨죠?"

<내, 내가 실언을...>

"한 번 뱉은 말은 쉽게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랍니다. 꼬마 용 도련님. 오늘 일을 교훈으로 삼으시길."

<크흐으윽...>

"자, 그럼 학교 가기 전에 기본적인 예의 교육을 좀 받으셔야 할 것 같슴다."

<최소한 블루베리 말고, 본래의 시를라 틴 캅생트로....>

"이것도 나름대로 벌이고 교육이니까 안됨다."



다시 평상시로 돌아와서는 꼬맹이를 끌고 어딘가로 데려가는 블루베리였다. 시우라면 몰라도, 저 꼬맹이가 살면서 10년 이내에 시를라 틴 캅생트의 원래 모습을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미묘한 예감에 착잡해하는 시우를 두고, 손시훈은 다른 의미에서 착잡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자식 키울 때도 저러지는 않았는데."

"현재 누구를 닮아버린 블루베리의 상태를 보면 영 신뢰가 안 가는데."

"야! 세상이 엿같아서 내가 이렇게 된 거지, 어렸을 때의 나도 나름대로 순수하던 시절이 있었을 거야!"



사실이든 아니든 슬픈 이야기라 시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 시우를 향해서 손시훈은 변명 같은 자신의 과거사를 늘어놓았다.



"다시 말하지만, 내 자식들은 저러지 않았다고?"

"진짜로?"

"아빠는 누나 같은 여자가 이상향인데, 몇몇 딸들이 갑자기 연하 취향을 드러내는 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그래, 그러시겠지. 뜬금없이 나보다 나이 많은 조카들이 뜬금없이 지구에 와서는 사고만 안 친다면 상관없어."



시우의 당연한 걱정에 손시훈의 가벼운 역정이 이어졌다. 얼굴 한 번 보지도 않은 조카들에게 말이 너무 심한 게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일부라고 해도 연하 취향이 있다는 걸 아버지가 인정했으니 시우에게 사과할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사무실 직원들이 멋도 모르고 꼬맹이 너커를 귀여워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할 게 뻔하니까.



그 생각까지 모두 잊으려고 푹 쉬려는 동생의 어깨를 붙잡는 시훈이었다.



"어딜 가려고. 면접 자리에는 너도 가야지."

"갑자기? 뜬금없이 뭔 면접을 봐?"

"저 꼬맹이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될 텐데, 아무나 뽑을 수는 없잖아."



자신이 뭐라고 해골장미나 불곰 대원들을 평가한단 말인가. 시간상의 경력으로만 따진다면 자신은 김송현보다도 풋내기인 헌터다. 교육자나 선생님으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다못해 차라리 조미선을 심사의원으로 두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전에 손시훈이 한 추측이 사실인 것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러시아 헌터 협회와 한국 헌터 협회 사이의 이야기 말이다.



시우가 그 지적을 하자마자 무섭게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손시훈. 그리고 그는 시우에게 정말로 소름 끼치는 표정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미치겠네 진짜..."



.

.

.



손시훈의 전이마법은 블루베리보다 조금 더 거칠었다. 비유와 비교를 곁들이자면 엔진만 좋고, 서스펜션 등의 설계가 좋지 못한 슈퍼카를 탄 느낌이다.



"미안한데, 이건 영혼 단위의 재능 차이라서 어쩔 수 없어. 각인회로의 절대적인 양적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거든...."



나름대로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졌지만 시우의 귀에는 그다지 들어오지 않았다.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멀미 탓이다.



갑작스러운 전이마법에 속이 살짝 메슥거리기에 시우는 공기를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자신의 폐 속을 가득 들어오는 메마른 찬 공기를 느끼며, 자신이 러시아에 왔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하나 뽑는 면접에 이런 곳까지 오다니..."

"국제학교잖아. 미리 학부모의 마음을 경험하는 건 어때?"



끊임없는 개소리를 하는 형의 목소리를 뒤로 두고 시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지옥 훈련하고는 거리가 살짝 있어 보이지만,평범하고도 거리가 먼 군사 기지다. 이런 곳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던 사람이 학교의 선생님이 된다라.



불곰이든 해골장미든 학부모의 마음으로는 거부를 하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



"시대가 많이 바뀌었잖아."

"이게 시대하고 상관있나?"

"상관있지. 대한민국은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게이트가 학교에 갑자기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럴 때 군인 출신의 헌터 선생님이 대처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겠어?"



반대로 비적합자라면 인성과 능력이 받쳐줘도 불안할 것이다. 본인의 사례로 그를 잘 알고 있는 시우는 씁쓸하게 이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골장미 출신임을 알면 약간 찜찜해하겠지."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구나."

"그래서 블라인드 면접을 할 거야!"

"야이씨"

"1차 선발이 끝나서 몇몇은 어깨나 등의 문신만 지우면 해골장미나 불곰이나 차이가 없는데, 뭐."

"해골장미의 수준이 높은 건지, 불곰도 그만큼 막장인 건지 모르겠다."



타당한 의문을 뒤로 두고 1일 교사 면접관 체험을 하게 된 시우였다.



시우의 입장에서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 사람이 선생님의 자격이 있을지 평가하는 것. 그리고 잠시 뒤 시우는 대충 영어로 번역된 자기소개서를 보고 표정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걸까?"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다. 문제는 사진에 드러난 얼굴. 딱히 외모를 차별하자는 건 아니었지만, 여성 후보들은 스타일만 다를 뿐 하나같이 미녀들이고, 남성 후보들은 순박한 곰 같다.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꼬맹이의 선생님이니 어쩔 수 없지. 남성의 경우는 꼬맹이를 압박하되, 다른 학생들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아야 하니까."

"좋아. 여성분들은?"

"평범한 미녀를 보여줘서 녀석의 감각을 여러모로 건드리는 거지. 그래서 너무 이쁘다는 이유로 탈락된 사람도 있다네."



어처구니가 없어서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린 시우였다. 좀 전에 블루베리가 진심을 드러낸 것도 그 때문인가.



아마 평범한 미녀라는 게 어디까지나 진심의 시를라 틴 캅생트와 비교해봐서 평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젠 진짜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면접을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각종 항목을 4점(만족함)으로 가득 채워버리고 싶고, 개인 소견평에는 한 줄도 적기 싫다. 진지하게 하고 싶어도 이 모든 게 장난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옆의 손시훈은 시우의 상상 이상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원자는 부드러운 미국식 영어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철자, 어휘 및 문법은 모두 미국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대한민국 교육 과정에서는 원어민 영어 강사로써 모자람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자가 근무하게 될 곳이 다양한 외국인 및 이세계인들이 함께하는 국제 학교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감점 사항이다.



전 세계적으로 따진다면 영어의 사용이 원래부터 영국식 영어의 강세였으며, 이는 게이트 발생 이후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더 강해진 상황이다.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는 단순히 억양만의 차이뿐만이 아니라 단어 및 문법에도 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영국식 영어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는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힐끗 보기만 해도 이런 내용이 적혀있는데, 자신이라고 대충대충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덕분에 시우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머리를 어떻게든 쥐어짜내서 손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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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뻔뻔하게 20.11.04 21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1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5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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