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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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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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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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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들?3

DUMMY

시우가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은 가운데, 김송현을 놀리는 것 같은 기묘한 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생명력, 내공을 느낄 수 있다면 김송현과 시우의 차이를 단번에 알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바로 시우에게 말을 거는 편이 정보는 빠르게 알 수 있을 거다. 지금 시우를 힐끔힐끔 보는 김송현을 보면 그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자리는 헌터들끼리의 정보 교환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눈 앞에 게이트나 몬스터를 두고서야 바로 정보 교환을 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사람 사이의 평범한 만남에서까지 효율만 따져서는 안 될 일.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성장은 시우 덕분'. 이 말만 하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시우의 쪽으로 넘어갈 거다. 그 하나를 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쭈그러들고 있는 김송현이었다.



불쌍하긴 하지만 본인의 미숙함이 더 큰 문제란 것. 그래서 아눕롤에게 전음으로 한마디를 해 버린 시우였다.



'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고 하잖아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죄송하옵니다. 허나 도련님의 말대로 이런 자리에 더 끌고 나올 필요가 있겠군요....'

'....'

'부탁드리겠사옵니다, 도련님'



죄인이 아닌데도 쩔쩔메고 있는 김송현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 뿐이다. 이제는 지켜보는 게 안쓰럽기에 시우는 말이 살짝 빌 때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단련법의 차이로 인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시우가 끼어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내공만으로 따진다면 이제 시우는 C랭크 중에서도 상급. 슬슬 B랭크의 벽에 넘어가려는 단계에 닿아있다. 마나 없이도 그런 힘을 가졌다면 순수한 흥미든, 계산된 흥미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기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시우는 거짓말 하나 없이 순수한 진실을 말해주었다.



수련법이 사람의 재능에 비해서 너무 어렵고 까다로우면, 수련법을 초심자용으로 낮추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수련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평범한 지구의 인간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내공 단련법을, 이세계인들이 잔뜩 뒤섞인 이 곳에서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걸 눈치챘는지 아쉽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이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비전'이라.




'순환에너지 개론이 그렇게 대단한 책이었나요?'

'학술적 가치로만 따지면 꽤나 있는 책이긴 하옵니다. 유명한 기초 서적이지요. 초심자들을 위한 개량형 심법 없이도 대충....대한민국의 '수학의 정석'쯤 되는 위치에 있겠군요.'



아눕롤에게는 준 교과서나 마찬가지인 책. 그 책이 지금 저 사람들에게는 만고의 진리가 적혀있는 책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우주와 평행세계에 중심이 있다면, 이 곳은 외곽이지요. 충분히 가능한 반응입니다. 지구만 하더라도 한 세기 전에는 마나가 없던 세계가 아니었사옵니까?'

'그렇긴 하죠.'



그렇긴 한데, 너무 두근두근거리는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다가 시우가 말실수를 하면 조금이라도 그 비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엿보인다.



시우의 신경이 더 곤두설만한 기대다. 내공 심법을 잘못 썼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으니까. 아무리 안전성 및 접근법을 최대한 끌어올린 순환에너지 개론의 토납법이라도 부분만 빼서 익히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어떻하죠?'

'정말로 기초적인 원리를 설명하는 것 까지는 괜찮을 것이옵니다.'

'괜찮다고요?'

'생명력을 증폭시키는 기본적인 방법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저들이 생각하는 바가 대충 짐작이 됩니다.'



일단 가장 대중적인 방법인 마나로 뇌와 신경을 자극시키는 방법은 아니다. 완전한 비적합자인 시우에게 그건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런 시우가 쓸 수 있는 방법은 풍수지리(風水地理)를 이용하여 외부의 마나인 몸 안에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홍류선법의 그것에 비하면 원시적이지만 그 방법이면 비적합자도 마나를 이용한 수행이 가능하다.



생명력과 내공의 수련법에 있어서 재능도 덜 가리고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그 대가로 속도가 워낙 느리고 장소 선별이 꽤나 까다롭다는 등 단점도 만만치 않다.



'50년을 수련해서 5년어치의 생명력을 추가로 얻는다. 기본적으로 100년 이상 장수하는 종족이라면 모를까,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지요.'



그걸 인간에게 맞춰서 효율성을 끌어낸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불로불사에는 호불호가 조금 갈리나, 불로장생은 누구나 추구하니까요. 그 방법이 안전하다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이 분위기에서 안전하지 않고, 재능도 상당히 요구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솔직히 알려줄 뿐이다.



"호흡법입니다. 더 이상은 말해줄 수 없군요."

"호흡법요?"

"네. 순환계를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잘못했다가는 혈류의 순환이 꼬이거나 폐가 파열될 위험이 있죠. 저도 단련에 주의를 가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이 있다면 시우는 단련에 딱히 주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재능이 기록되어 있는 손시훈의 영혼이 복제된 데다가, 순환에너지 개론으로 기초까지 탄탄히 다져져 있다. 추가로 배운 심법들은 키잔트헤임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심법들.



일부로 위험한 실험을 한답시고 무리해도 주화입마에 들기는 힘들 거다.



하지만 자신의 말은 원칙적인 이야기라 딱히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시우가 그런 기색을 드러내자 한 사람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습니까. 하긴 호흡법이든, 자연의 힘을 끌어들이는 편이든 함부로 알려줄 힘은 아니겠군요."

"왜 그러시는 건지..."

"저희들의 이기심이에요. 각오하려고 해도 쉽게 각오하지 못하는 게 있거든요."



머리에는 한 쌍의 뿔이 양 옆으로 작게 솟아 있고, 귀 밑부터 뺨의 일부와 목덜미에는 뱀 같은 비늘이 나 있다. 아무래도 폴리모프를 쓴 용종인 듯하다.



의사회에서 과자를 먹고 있을 그 너커보다는 살짝 사나워 보이는 인상. 그 인상과는 달리 그녀는 부드럽게 옆에 있는 남자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다른 종족이랑 인연을 맺는다는 건 여러 각오가 필요하죠.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건 연인의 수명에 대한 고민이에요. 이런 자리에서 하기는 어두운 이야기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먼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각오는 했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자식들의 죽음을 보는 것 까지는 각오하는 건 쉽지 않죠. 부모니까요."

'이런.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는데, 죄송하옵니다.'

'아니오. 이 단체의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온다는 소문에 모인 거겠죠.'



원래는 자기들끼리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을 것이다. 굳이 사회 고위층이니, 장수종 종족이 아니더라도, 건강 관리 비법 정도는 서로 물을 수 있으니까.



그게 손시훈의 동생이 온다는 소문에 건강 관리 자문회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원래는 가벼운 마음으로 얼굴을 보려고 했던 사람들도, 먼저 참석한다고 말한 사람들을 보고 발을 뺐겠지. 그 결과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가 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 유혹을 시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만 하더라도 자식들 사랑이 극성인데, 남들이라고 그러지 못할까. 부모인 이상 자신의 자식이 자신보다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법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자신은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글쎄요. 내공을 통한 생명력 증진의 효과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옵니다.'



일단 시우 정도의 수준에 닿으면 어지간해서는 80대에도 현역들에게 밀리지 않는 30대 시절의 팔팔한 신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거기서 미묘한 차이점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100살 대까지 그 신체 능력을 유지하다가 사망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현역보다는 살짝 밀릴 수준인 50대 수준으로 천천히 신체 능력이 감소하면서 130대쯤에 죽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150대까지 사는 대신 걷기는커녕 서기도 힘든 90대의 신체 수준으로 쇠퇴할 것이다.



'50대 수준으로 130대까지 사는 건 좋은데, 90대로 골골 거리며 150대까지 사는 건 좀...'

'안타까옵게도 그건 본인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옵니다.'

'...형은 그럼 어떻게 오래 살았는데요?'

'순수하게 내공만을 이용한 수명 증진에도 한계가 있지요.'



키잔트헤임에 처음으로 갔을 때의 손시훈은 황혼에 들어선 때였다. 키잔트헤임의 해방을 생애 마지막 목표로 삼았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노년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그는 전장의 제일 선두에 서며 군대를 이끌었다. 비아취월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 어떤 젊은이는 물론이요, 사성칠현 중에서도 거의 으뜸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 모습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키잔트헤임이 해방되고, 입헌군주정이 들어서며, 의회가 설립된 지 3년 뒤, 그는 사성칠현 중 가장 먼저, 갑작스럽게 키잔트헤임을 떠났다.



마법이나 각종 기술을 통한 수명 연장을 거부한 채로 말이다. 그때가 향년 824세....



'인간의 경우 순수하게 내공을 통한 생명력 증폭으로 연장되는 기대 수명은 대략 720세에서 910세 사이옵니다. 경지가 더 높아져도 그 벽을 뚫은 경우는 없지요. 내공만으로는 말이옵니다.'



'내공만' 이라고 말해도 시우의 입장에서는 더럽게도 오래 살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나 각종 기술들로 보충하면 얼마나 오래 살 지 짐작도 안 되니까.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다면, 인간과 장수종의 혼혈도 충분한 기대를 하는 게 당연하다. 구체적으로 나이는 못 들었지만 보는 것만으로 생명력을 가늠할 수 있다면 충분히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 희망이 시우를 보고 반 쯤 확신으로 바뀌었겠지. 형보다는 재능이 없어도 효과가 확실히 존재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이다.



'잘 된 거라면 잘 된 것이옵니다.'

'네?'

'저들로써는 계속해서 도련님과 관계를 맺을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그건 왠지...'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 모든 일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옵니다. 어차피 내공 단련법을 영원히 봉인하고 있을 것도 아니잖사옵니까?'

'그렇긴 하죠.'

'저들은 먼저 들을 자리를 잡은 것일 뿐이옵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나름대로 받아낼 건 있어야지요. 원래 목적을 고려해보면 그게 더 낫지 않겠사옵니까?'



하긴. 이 쪽도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다. 철부지 너커의 인간관계 확장. 나중에 가르쳐 줄 내공 단련법은 일종의 후불 친구비라고 할 수 있겠다.



아눕롤의 말대로 세상 모든 일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법. 서로 주고받는 게 있으니 딱히 이 쪽이 이용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렇게 생각하자 불편해지려던 마음이 편안해진 시우였다.



생각해보면 저들이 먼저 내공단련법을 익히는 것도 꽤나 괜찮은 이야기 아닌가. 기본적으로 용종인 데다가 정령의 특징까지 가진 그 녀석은 어지간한 신들과 비슷하게 불로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언젠가는 그 녀석도 타인의,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누나들이나 그 가족들의 죽음이라는 슬픈 경험을 덜, 천천히 하는 게 더 좋겠지.



그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기를 바라며 그 꼬맹이의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낸 시우였다.



이미 하려고 했던 부탁이다. 이름도 없이 정령계에서만 살던 녀석이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다.



말투는 최대한 철부지 아이를 소개하는 말투. 제압 과정에서 반은 잘리고 반은 뜯겨나간 목으로 손시훈이 직접 위협했다는 이야기는 빼먹었다. 그 말투로 소개를 하자마자 용종 여인이 살짝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령용인데도 이름이 없다면... 사실상 이제 짐승을 막 벗어난 수준일 텐데. 그걸 어떻게든 제압하셨군요."

"지금은 조용히 사무실 안에서 과자나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고 10년이고 그래서는 곤란하잖아요?"



시우가 그 말을 하자마자 일리는 있지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얕게 깔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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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6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3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6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 누나들?3 20.10.23 26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5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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