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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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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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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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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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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누나들?

DUMMY

"테이밍 몬스터 단체?"



먼저 반응한 건 김송현이었다. 자신은 싫다는 찜찜한 표정. 그 반응이 오히려 시우와 카닌에게 안도감을 선사했다. 저 반응을 보인 이유가 왠지 짐작이 가서다.



-우리 계약자는 뭐가 그리 찜찜할까. 말이 테이밍 몬스터 단체지, 사실상 이세계인 친구가 있는 동호회나 마찬가지지 않느냐.

"그게..."

-주객전도가 된 상황이 싫으면 우리 계약자가 그만큼 잘하면 되지 않을까? 나이가 몇인데 내가 아직까지도 챙겨줘야 하겠느냐. 쯧. 우리 계약자의 누이도 내 눈에는 차지 않는데, 내가 없었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눕롤의 말에 잔뜩 삐졌다는 표정을 지은 김송현은 과자를 한 입 가득 집어넣었다. 그리고 여전히 너커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세계인이라는 말에도 말이다.



그런 너커를 두고 미끼를 던지듯이 말을 꺼낸 아눕롤이었다.



-평범한 이세계인이 있는 동호회는 아니지요. 테이밍 몬스터 취급을 받는 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사람과 많이 달라야지 그를 그나마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법입니다.



사람과 많이 다르다는 말에 너커가 미묘한 혐오심을 드러냈다. 본인도 따져보면 충분히 괴물이면서 또 다른 괴물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충 거대한 금속 거미인 아눕롤의 본래 모습을 기준으로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반응을 깔끔히 무시하면서 아눕롤이 말했다.



-다만 걱정이 좀 있다면 사교의 장이 저 녀석에게는 조금 이르다는 겁니다. 용종이라고 다 같은 용종은 아닌 법. 괜히 망신을 당해서 카닌양까지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두렵군요.

<용종? 그건 또 무슨 괴물이야.>

-너와 가까운 종족들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이 힘만 센 무식한 꼬맹아.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다. 이름도 없는 꼬맹이가 함부로 나섰다가는 망신만 당하겠지.

<쇳덩어리가 보자 보자 흐읍!>



윽박을 지르려고 하는 너커에게 아눕롤은 바로 해골장미의 표식을 들이밀었다.



-러시아가 여러모로 험악한 곳이긴 하지만, 너를 담당할 가정교사 한 둘은 바로 보낼 수 있는 곳이란다, 꼬맹아.

<치사해!>

-가정교사라고 했잖느냐. 버릇없게 굴면 선생님을 더 늘려야지. 어쩌면 한 명을 부르고 시작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구나.



효과는 확실히 있었을 거다. 손시훈이 그들이 사람을 만들었듯이, 그들 또한 나름대로 저 너커를 빠르게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별별 노력을 다 했을 거다.



최소한 저렇게 과자만 먹으면서 시간을 때우게 하지는 않았겠지. 아주 쉽게 학습지라도 풀게 감시를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덤으로 옆에서 투덜거리며 같이 붙잡혀있는 마경태는 덤이다.



그러나 그건 시우가 싫었다. 가정교사랍시고 올 정도의 해골장미 대원이라면 갈리나보다도 여러모로 더 무서울 사람일 게 뻔하다. 그래서 아눕롤도 지금은 위협만 하는 수준에서 끝내는 것이다.



이런 위협이 조금이지만 효과는 있었는지 너커는 손에 스마트폰을 잡았다.



대충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는 조금 더 안 좋아졌다. 한 손에는 과자, 한 손에는 스마트폰인 그 모습은 진짜로 장래가 걱정된다. 그래도 그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건 뉴스다.



용종의 비상한 머리라면 흘러 듣는 뉴스라고 해도 충분히 언어와 문화를 학습할 수 있다. 이렇게 속을 박박 긁어야만 쬐금씩 한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본격적으로 어울리기에는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어떤 곳인데요?"

-흠 분위기만 따진다면, 저번에 평화유지군과 의사회의 다과회와 비슷합니다.



바로 무리라는 생각에 동의한 시우와 카닌이었다. 한 때 인간병기였던 갈리나도 거기서는 순진한 한 명의 소녀였다. 살짝 어색한 감이 있어도 온탕과도 같은 따뜻한 분위기에서 녹아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저 녀석은... 온탕 위에 둥둥 떠 있는 바가지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견제를 할 누군가가 없다면 솔직히 온탕 위의 바가지처럼 겉돌기만 해도 지금의 저 녀석에겐 대단한 일이다.



"일단 '누나'의 말은 좀 들어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이옵니다.

"창피하니까 시우 씨나 아눕롤은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정신적인 누나는 맞잖"



뒤에 말을 덧붙이는 김송현. 눈치없는 그 행동의 대가로 순식간에 김송현의 머리를 거대한 물덩어리가 감쌌다.



"......!"



뽀글거리며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 '잘못했어요.' 하고는 입술의 모양이 다른 걸 보니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가인 씨 바닥 닦은 지 얼마 안돼서 마구잡이로 해제하면 안돼요."

"침 섞인 물이 바닥에 뿌려지면 좀 찜찜하잖아요?"

"....!"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사옵니다.



아눕롤의 허락이 떨어지자 카닌의 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 손길을 따라서 싱크대로 움직이는 한 줄기의 물. 그리고 한 때 김송현의 머리만을 감쌌던 물은 깔끔하게 하수구로 사라졌다.



확실히 지구에 마나가 퍼져나가고, 마법이 반쯤 일상이 된 지금의 기준에서도 대단한 경지다. 인간의 마법 하고는 차원부터가 다른 기술. 그러니 저 너커가 카닌한테는 '누나'라고 부르면서 약간의 존경을 표하는 것이리라.



물론 물리적인 시간으로 계산하면 너커가 한 참 연상이다.



조금도 아니고 아저씨나 할아버지 뻘 그 이상. 그러니 '누나'라고 불렀을 때 마냥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살짝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무실의 사무직 직원들도 그다지 정상은 아닌 것 같사옵니다.'



시우도 아눕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왜 누나 소리를 들으려고 별별 짓을 다 하는 걸까. 지금도 너커가 과자를 다 먹자마자 자연스럽게 리필을 해주고 있다.



본 모습을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데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확한 랭크는 물론이고, 전투 및 제압과정도 대폭 생력이 되었지만 원래 모습이 찍힌 사진 정도는 봐서 알고 있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것도 잠시. 조금만 얌전히 있자 순식간에 사무실 직원들은 이 녀석을 오냐오냐 해주고 있다. 그리고 저 녀석은 그걸 이용해서 은근히 얻어먹을 걸 다 챙기고 있다.



악질이라면 악질적인 행동이다. 사무실 직원들은 저 너커가 자신들을 향해서 '누나'라고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정작 저 녀석은 사무실 직원들을 조공을 바치는 존재, 그 비슷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테니까.



때문에 카닌은 그럭저럭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저 녀석의 절제 능력은 그다지 길러지지 않고 있었다.



"진지하게 누나들로 접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시우씨."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요. 저 녀석이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거지만, 지금 저 녀석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수직적이잖아요."



대충 여기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로 따진다면 시우, 카닌 > 아눕롤 >= 자신 >>> 마경태 및 기타 등등 이 되겠다.



"조금이나마 눈치를 기르려면 자신보다 위인 사람들이 남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봐야 하지 않겠어요?"

-복종이 아니라 배려하는 모습입니까.

"네."



해골장미들하고는 살짝 맞지 않는 임무다. 병기에서 사람이 됐다곤 하지만 그들도 인간관계가 살짝 서툴다. 저 녀석과 함께 같이 정신 순화를 한다면 모를까, 롤모델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 그런데 표현이 누나들이에요."

"정신적인 누나들"

"시우 씨도 물 좀 마셔볼래요?"



손가락을 들자마자 바로 물방울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걸 보는 것 만으로도 시우는 콧구멍과 목구멍이 촉촉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김송현과는 다르다. 지금 자신은 생각을 하고 있다. 논리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말할 수 있는 시우였다.



"카푸스도 한 번 검진을 했잖아요. 나이는 자신보다도 많을지도 모른다고요. '그 여자'는 뭐라고 말했죠?"



'그 여자'



카푸스를 넘어서 그 가족들에게 있어서는 원수나 다른 없는 사람을 언급했다. 그러자 시우의 목에 물방울의 테가 걸렸다.



이 살벌한 위협에도 시우는 꿋꿋이 자신의 논리를 펼쳤다.



"그만큼 살고도 이름이 없는 게 신기하다. 어쩌면 인생 최고의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죠? 그렇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성공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게 '누나'라는 표현을 쓸 이유는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저 녀석에게 조금 더 와 닿아야지 효과적일 것 같아서요. 바뀌어야 하는 건 카닌씨가 아니라 저 녀석 아닌가요?"

-누나들로 구축하는 인간관계라. 좀 기이하긴 하지만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합니다.



'하옵니다.'가 아니라 '합니다'다. 시우가 아니라 카닌에게 하는 말. 객관적으로도 일리가 있다는 표시에 일단은 물을 다시 거둔 카닌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만족할 수 없는지 뚱한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굳이 누나를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형 하면 제 형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 형이라는 말에 바로 화들짝 놀라며 너커는 스마트폰을 떨어트렸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손을 덜덜 떨고 있는 것을 봐서는 트라우마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쉽게 사라지지 않을만한 기억이긴 하다.



이걸로 카닌의 추궁은 피했지만 대신 사무직 직원들의 추궁을 받게 된 시우였다. 도대체 뭔 짓을 했기에 애가 이런 반응을 보이냐면서 말이다.



여기서는 침묵이 금이라는 속담을 써야 할 때다. 절대로 자신의 형이 반쯤 자른 상태에서 뜯어낸 용종의 목으로 위협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시우는 자연스럽게 구석으로 향해서는 입을 꾹 닫고 사무실 직원들의 공격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흠흠, 아무튼 일반적인 종족과는 다른 방식이긴 해도, 공적이 아닌 사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일단 동급의 친구라는 개념이 이 녀석에게는 없으니까요.



기껏 해봤자 자신보다는 약하지만 신경쓰니는 경쟁자가 인식의 한계선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자신보다 상급의 존재라도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존재가 있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누나는 그냥 저 녀석에게 있어서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호칭입니다. 민증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민증이라는 말에 내려왔던 카닌의 손이 다시 올라갔다.



살짝이지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 모양이다. 실제로는 미성년자지만, 지구에 등록된 신분은 몇 살 나이를 위로 올린 상태. 의사회에서 정식적으로 근무를 하기 위해서 한 조치라 이해는 했지만 불만이 없었을 리가 없다.



그 불만이 지금 폭발한 카닌에게 사무직 직원들은 별 도움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았다. 처음부터 어려 보였느니, 동안이니... 말하지 않아도 소년으로 보이는 할아버님인 카푸스를 고려해보면 안 하느니만 못한 말들이다.



"누구, 송현이처럼 물 맛 보고 싶은 사람?"



자신들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덧붙이는 한 마디에 조용히 침묵하는 사무실 직원들. 시우는 진작에 김송현과 함께 벽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건 무리다. 옳은 말이라도 목숨을, 그보다는 못해도 자신의 몸을 고려해가면서 해야 하는 법.



한 발 더 나아가서 사무실에 계속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렇기에 시우는 김송현과 함께 은근슬쩍 도망치듯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민증 이야기는 왜 하셔 가지고..."

-인정하지요. 제 실수였사옵니다.

"경태형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는데 괜찮을까?"

"방금의 카닌은 헌터였어. 오히려 경태 형이라면 이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자신의 희망사항을 김송현에게 말하면서 시우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겉으로는 잠잠한 걸 보니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명색이 B랭크, B+급의 베테랑 헌터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는 불안했기에 휘파람으로 하늬를 부르며 고개를 내린 시우였다.



어떻게든 될 거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형의 안 좋은 점을 닮아간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이닥쳤다. 그래도 진짜로 자신은 그쪽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 씁쓸함에 이를 가볍게 문 시우의 얼굴을 적운흉풍이 핥아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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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뻔뻔하게3 20.11.06 24 0 13쪽
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1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1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2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4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5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4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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