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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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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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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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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들?8

DUMMY

이 교사 면접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우에게 고역이었다.



분위기는 평범한 교사 면접과 비슷한 것 같다. 시작할 때 손시훈에게 경례, 시우에게 목례. 끝낼 때도 손시훈에게 경례, 시우에게 목례를 올리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 딱딱하고 경의가 가득 찬 인사에 손시훈은 유치원의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손을 흔들면서 대답했다. 덤으로 해맑은 표정이 마치 자식들을 보는 것 같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알지?"

"쓸데없이 똑똑해서 아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군주(君)와 스승(師)과 아버지(父)는 같은 존재(一體)다. 그러니 사람이라면 그 셋을 똑같이 대해야만 한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형만 받고 주면 안 될까?"

"어차피 살다 보면 또 우리 아이들을 만나게 될 텐데 뭐..."



'우리'라는 말에 한 번, 그리고 '아이들'이라는 말에 또다시 소름이 돋았다. 아이들은 그렇다고 쳐도 '우리'가 아니라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우였다.



이런 시우의 속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안들을 꺼낸 손시훈이었다. 그중에 그나마 받을만한 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가벼운 대화.



그건 약간의 흥미가 있었다. 전에 갈리나를 통해서 약간의 조언을 건넨 것도 그렇고, 그 사람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약간은 믿을만한 사람이다.



문제는 그걸 핑계 삼아서 자신의 형이 사이사이에 뭘 또 끼워 넣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만남은 형의 주도가 아니라 자신의 주도해야 깔끔할 거다. 그렇기에 아쉽지만 형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는 시우였다.



러시아의 쌀쌀한 공기는 괜찮지만, 그걸 제외한 모든 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 거기다가 다 큰 어른들이 순진한 아이처럼 훔쳐보고 있는 시선을 더 이상 받아내기 힘들다.



안타까운 건 저들 중 최소한 한 명은 한국으로 온다는 사실이었다.



.

.

.



"죄송해요. 저 혼자 감당이 잘 됐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됐을 텐데."

"아니에요. 형이 언제나 그랬듯이 자기 멋대로 한 탓이죠."

"수고 하셨슴다."

"손 치우지 못해? 넌 역시 용서 못해."



부드럽게 말한 카닌과는 달리, 자신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는 블루베리에게 차갑게 말한 시우였다.



러시아에 갔다 오고 나서 시우는 몸살을 경험했다. 내공을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다음으로는 두 번째다. 마경태의 진단에 따르면 찬 공기도 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주원인.



당연히 그 원인은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시종 분과 그 주인인 형 탓이다. 러시아로 끌고 간 건 손시훈이지만, 그 제안을 건넨 건 블루베리라는 걸 시우는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슴다."

"거짓말! 우리도 시훈씨의 행동대장이 블루베리씨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구요!"

"시우씨는 의사회의 직원이라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지금 하는 것도 병 주고 약 주고잖아요?"



사무실 직원들도 블루베리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여러모로 철은 없지만 유능한 마경태로 인식했다면, 슬슬 그 속에 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파악하든 말든 블루베리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시우의 시종을 들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무실 직원들의 말대로 병 주고 약 주고의 식이다.



"그래도 저는 많은 짓을 하고 있슴다! 너희 총책임자님이나 징징거려서 하루 단련을 쉬고 나온 누구의 계약자는 달리 말임다!"

"나는 그래도 요새 일하고 있는데..."

"하루 정도는 좀 쉬게 해줘요..."

"꼬맹이에게도 여러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슴까? 가령 얼굴값 못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 준다던지..."



얼굴 값 못하는 사람



이 단어에 분위기가 다른 방향으로 기묘해졌다. 그걸 느낀 시우가 우선 한 행동은 눈을 감는 것이었다.



눈을 감지 않고도 분위기가 뻔히 보인다. 꼬맹이와 누구의 계약자. 그리고 총책임자 분 및 남성 직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면서 블루베리의 얼굴을 뻔히 보고 있을 것이다.



여성 사무실 직원들과 카닌은 반대로 적개심을 끌어올리고 있겠지. 양 쪽 모두 시우는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시우는 누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울분을 토하듯이 외쳤다.



"형이! 형이 이랬던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어!"

"시우씨. '그 여자' 아직까지는 블루베리니까 눈 떠도 돼요."

"이 몸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라면 눈을 감아야 하는 거군. 추하다! 카닌!"

"닥쳐!"

"창창한 여자들이 말이야. 쯧쯧"

"닥치라고"



사무실에서 소리를 연속해서 빼액 내질렀지만 아무도 그녀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자들은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축축하게 젖을지도 모르고, 여성들은 카닌과 같은 마음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대한 언급은 그다지 길게 하고 싶지 않기에 시우는 눈을 감고는 꼬맹이에게 말했다.



"꼬맹아. 보면 알겠지만 예쁜 누나라고 해서 좋은 누나는 아니란다. 말 그대로 얼굴값 못하는 사람이 있지."

<당사자가 좋고 나쁘고 이전에, 질투를 하는 것도 좀 추한...>



아무리 귀여운 꼬맹이라고 하더라도 용납받지 못할 말이 있는 법. 한 층 더 싸늘해진 분위기에 꼬맹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그는 요령 좋게 화제를 비틀었다.



대충 러시아에서 오실지도 모르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그에 아직 미녀라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사무실 여성 직원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꼬맹이의 말대로 질투를 하는 것도 좀 많이 추하다. 이쪽도 교육에 그다지 좋지는 않은 장면이라서 나지막히 말하는 시우였다.



"후보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골고루 섞여 있어요. 진짜로 누가 될지 몰라요."



시우의 그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짓는 사무실 직원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시우가 손시훈의 소감란 중 일부까지 말해주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한국어 사용은 기본이고,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 사용하는 마법의 대중성, 위기상황 시 학생들의 보호 적합도까지. 소감란만 보면 외모는 그저 덤으로 보일 지경이다.



"제 입장에서는 1차에서 합격한 수준으로도 충분히 선생님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1명만 보낸다는 말은 없었으니 여럿이 올 수 있겠죠."



시우에게는 조금 끔찍한 상상이다.



그러나 능력면에서는 정말로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시우는 정말로 저들 중 누가 해골장미고, 누가 불곰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목도 다양한 게 특수부대가 아니라 교육 대학교 출신인 것 같을 정도였다. 그중에는 심지어 한국어로 고등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수학 좋지. 단순한 계산이잖아.>

"남자다."

<아>



남들이 계산을 하며 끙끙 앓는 동안 이 꼬맹이는 선생님 얼굴이나 감상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꼬맹이의 그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안도를 하는 몇몇 직원들의 모습에 시우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누구에게 찝적거릴지 모를 이 꼬맹이를 학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렇게 불안하면 권력을 마구잡이로 쓰는 방법도 있슴다."

"어떻게?"

"학교 안을 곰돌이 같은 남자 선생님으로 채워버리는 검다. 국적이야 세탁질을 하면 그만. 기존의 선생님들은 문제니 전부는 안 되겠지만 절반 정도는 가능할검다."

<유사 감옥이잖아! 싫어! 다른 학생들은 무슨 죄야!>

"순간적으로 솔깃했지만, 꼬맹이가 간만에 맞는 말을 했구나. 그래, 다른 학생들은 무슨 죄니."



시우의 핀잔에 블루베리는 '괜찮을 것 같다'며 아쉬운 중얼거림을 흘렸다.



그런 아쉬움도 잠시, 블루베리는 좀 전에 자신이 말한대로 나름대로의 일 중 하나를 하기 시작했다.



꼬맹이의 가정교사 역할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나름대로 가정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해왔었다. 단순히 말 뿐만이 아닌 것이 정황상 손시훈은 블루베리에게 전생의 자녀 교육을 맡긴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됐다. 본인이 먼저 자신은 '얼굴값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신뢰가 갈 까. 그 의심으로 손상된 신뢰를 그녀는 단번에 회복시키는 모습을 주변에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교육법. 의사회의 가벼운 공문서를 처리하면서 세상일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장소가 허름한 소파와 탁자라서 그렇지, 번듯한 의자와 화려한 탁자였다면 말 그대로 중세 귀족가문의 도련님에게 실무를 가르쳐주는 시종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러고 보니 외모를 살짝 깎아내린 모습도 지나치게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 직원들도 비슷한지 그들도 나름대로의 작업을 하면서 블루베리와 꼬맹이를 힐끗힐끗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이전에 살짝이지만 보였던 질투라고는 없다. 중세 시대에 떨어진 사진사가 찍은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눈동자. 그만큼 블루베리는 순식간에 침착하게 분위기를 다잡고 있었다.



그 속에서 조금씩 바뀌는 꼬맹이의 모습을 보면 초등부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지금 꼬맹이는 생긴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다잡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무실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좀 전만 해도 높은 목소리가 오갔다고 믿기 힘들다. 그 고요한 분위기를 즐기는 시우에게 마경태의 전음이 들려왔다.



'저번 이세계 이후로 오랜만인 분위기야.'

'그러게요.'



그때도 이런 분위기가 조금 났었다. 예지능력의 반발로 인해서 기면증이 있는 제나를 돌본다고 블루베리는 시를라 틴 캅생트의 분위기를 내주었다. 그때가 5분짜리 트레일러였다면, 지금은 체험판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이어서 너는 결혼하면 편하겠다는 슬픈 말을 하는 마경태였다. 본인의 결혼은 이제 당사자가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 것 같다.



"블루베리..."

"네?"

"이 꼬맹이가 사람 좀 되면 우리 경태형도 사람 만들어주자..."



결혼의 문제든, 총책임자의 문제든 마경태도 조금 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축 늘어진 마경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블루베리는 마경태와 꼬맹이를 동시에 사람으로 만드는 교육을 바로 시작했다. 마경태가 워낙 동안이다 보니 그럭저럭 형이 공부를 옆에서 봐주는 모양새로 좋게 보인다.



여기는 이만하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에, 시우는 고개를 돌렸다.



"송현아."

"시우형. 나는 의사회 직원이 아니니까 저 사이에 끼일 필요 없지?"

"그럼 나가서 뭘 해야 할지도 알겠지?"

"응?"



조용히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는 시우.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뒤를 돌아본 김송현은 숨이 턱 막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문 너머로 아눕롤의 본체와 그를 타고 있는 조미선이 보인다. 조금만 어두워지면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가 따로 없는 모습이었다.



"여기가 몇 층이었지?"

"형이 고생한다고 몇몇 금속 자제를 전달해준 모양이더라고. 덩치는 그대로지만 무게는 훨씬 줄었겠지."



그 외에도 첨단 과학 기술을 새롭게 적용했을 것이다. 아무리 경량화를 했다고 해도 사람 한 명을 태우고 벽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겉은 그대로지만 속은 많이 갈아 끼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우가 알바는 거기서 끝이다. 자신도 집중하고 다시 사무실에서의 일을 할 시간. 그를 위해서 장애물을 바깥으로 내던질 필요가 있다.



"혀, 형?"



당황하는 김송현의 뒤에서는 사무실 직원들이 나름대로의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눕롤이 먼저 몸을 비키고, 그 자리의 큰 창문을 열는 사무실 직원들. 그러자 싸늘한 바람이 들어와 김송현의 등을 쓸기 시작했다.



"또 나를 내던지겠단 말이야?"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지는 않아."

"굳이 이래야겠어?"

"굳이 이럴 필요가 없기는 하지. 니가 스스로 나간다면 말이야."



창문을 가리켰던 손가락을 사무실의 문쪽으로 트는 시우. 순순히 김송현이 이 제안을 받아준다면 평화롭게 끝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우에게 달려드는 김송현이었다.



택도 없는 행동. 시우에게는 그 손시훈도 인정할 수준의 재능을 가진 금나가 있다. 상당수의 몬스터에게는 막혀도,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기술이 말이다.



설령 시우를 제압한다고 해도 다음에는 카닌이 있고, 이어서 블루베리가 있다. 결국 내쫓긴다는 결말은 동일하다.



그런데도 나름대로 적합자라는 자존심을 믿고 덤벼든 김송현이었다.



"으아아아!"

"내 인생은 도대체..."



깔끔하게 김송현을 잡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순간 시우는 자신이 B랭크의 벽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는 기뻐할 일인데... 확인하는 계기가 영 찜찜하기에 한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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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뻔뻔하게3 20.11.06 24 0 13쪽
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4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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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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