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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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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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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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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과 용5

DUMMY

-하늘로 도망치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자신의 계약자와는 다르게 바로 눈치 좋은 말을 꺼내는 아눕롤. 시우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



"생각해보니 큰일 날 뻔했네. 갈리나가 아니었다면 구름을 타고 도망쳤을지도 몰라요."

-카슈미르 지역은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니까요. 번개의 특성상 한번 도주하면 추적이 상당히 난감해지옵니다.

"저, 잘한 거 맞죠?"



순간적으로 갈리나에게서 마경태의 모습이 떠오른 시우였다. 그래도 자신의 형처럼 뻔뻔하게 배 째라는 태도로 나오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시우였다.



먼저 한 마디를 꺼내는 블루베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진짜로 다행이다.



뒤쪽의 덩치 좋은 부관분들은 전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헌터에게 있어서 중요한 랭크마저도 까먹게 할 만한 위압감이 넘친다.



"옷만 바꿔도 덜할 텐데."

-도련님, 저것도 제복이옵니다.

"민소매 줄무늬 러닝셔츠 가요?"



텔냐시카(тельня́шка). 그 원조는 19세기 중반의 프랑스 해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을 러시아 해군이 채택하여 소련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계승됐다. 즉,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닌 제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왜 고프닉들이 입고 있냐고?



소련이 붕괴한 직후의 혼란기에 상당수의 군 출신 인물들이 범죄 조직으로 넘어갔다. 범죄 조직과 얽힌 고프닉들이 그를 입는 것이 그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장이 군과 관련이 있다는 핑계로 입고 다니는 거겠지요. 솔직히 갈리나 말고 여러분들이 입는 건 좀 그렇습니다.

"원래도 평상복처럼 입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저씨들이나 그렇게 입지 젊은이들이 누가 그렇게 입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한국에도 민소매 러닝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물론 아눕롤의 말대로 아저씨들이나 여름에 그렇게 입지 제정신으로 그렇게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은 없다.



정곡을 찔렸는지 표정이 단체로 일그러지는 가방끈 긴 부관들. 그리고 그들은 뒤쪽에서 '전통'소리가 들리자 더 표정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랑스럽게 입는 그 옷들이 그들에게는 아눕롤의 말대로 좀 창피한 모양이다.



그 무안함을 말머리를 돌리며 시우에게 푸려고 하는 부관들이었다. 민간인인 의사회의 헌터가 여기서 뭘 하냐는 추궁에 가까운 질문.



물론 이 질문은 처음부터 준비했기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시우였다.



"평화유지군의 저지선 위를 넘어서 이동하는 정령체를 포착했습니다. 이를 저지할 필요성이 있어서 즉시 요격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정보를 평화유지군에 넘겨도 되지 않았습니까?"

"단순히 평화유지군의 위를 넘어서 이동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구름에서 구름 사이를 건너뛰면서 이동하고 있었죠. 즉시 처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추정 랭크 A+랭크입니다. 의사회에서 상당수의 인원이 철수했기에, 접근 전에 선제 타격을 가해야만 했습니다. 한국 지부 관할은 아니나, 이 근처에 의사회의 베이스캠프가 있으니까요.



이 대화의 내용만으로도 무난하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아눕롤의 본체가 의사회의 베이스캠프를 향해서 이동하는 정령을 포착, 시우가 요격을 했고, 도주하려는 정령을 안전상의 이유로 갈리나가 마무리했다.



사실하고는 뭔가 좀 다른 게 많지만, 당사자들이 그렇다고 우기면 그만. 아눕롤은 대놓고 이 내용으로 보고서를 먼저 메일로 보냈다고 통보하고 있었다.



최선의 해결책은 맞지만 이 해결책이 부관들은 썩 마음에 든 것 같지 않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손시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그 이유인 듯하다. 시우도 방금 전의 해결책에 형 특유의 억지가 물씬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이게 최선이니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자신은 형과 다르다는 걸 말하는 시우였다.



"앞으로 계속되는 작전에는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민간인이 작전에 참여하는 것 부터가 합리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원칙대로였다면 전 이미 귀국했겠죠. 물론 여러분들 잘못은 아닙니다."



이게 다 총 사령부의 잘못이다. 변명이 아니라 눈치가 있다면 연합이고 연맹이고 방향성만 다를 뿐 일종의 기대를 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기회가 생겼다고 말이죠. 사람을 위한 의사회의 기본 정신대로 말입니다."



좋게 말하면 그렇다. 그리고 일이 꼬인 이상 빨리빨리 모든 걸 해결하고 각자의 일상대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카슈미르 지역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부담이 심해지는 건 시우보다 갈리나의 부관들이다.



친구들은 죄다 나쁜 짓만 그만둔 양아치들에 자신들의 사령관이 가지고 있는 지도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수준. 딱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한계다. 그렇게 온순한 고프닉들처럼 있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건 고국인 러시아밖에 없다.



-정령 사태만 수습한다면 평화유지군이 상당수 철수할만한 환경이 마련되겠지요. 의사회에서 차례대로 철수를 하듯이 말이죠.



그 차례대로에서 빠져서 억지로 남아있는 시우와는 달리, 갈리나와 그 휘하부대는 1순위 철수 대상이다. 연합은 말할 것도 없고 과격파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게 해골장미 출신 대원이니까.




이해관계 이렇게 성립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는 시우와 부관이었다.


.

.

.



"갈리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저도 제 형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솔직히 아눕롤도 필요하다고 말하지 마냥 좋은 방식이라고는 안 할걸요."

-...

"그래도 형이잖아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긴 하지만, 그걸 알고도 편하게 먹을 수 있지는 않죠."



기어들어가는 갈리나의 목소리에 이 말을 하자마자 한 부관이 속이 편안해진 표정을 지었다.



안 봐도 뻔하다. 손시훈이 분명히 자신들은 입에 쓴 약 운운 같은 소리를 했겠지. 그걸 갈리나는 그대로 따라 했고, 부관이 비슷한 지적을 했을 거다. 그걸 한 번 더 확인시켜주는 시우였다.



"필요성은 저도 인정합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갈리나도 형에게 배운 방식을 쓰기 전에 그 점을 한 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네."

"그래서 우리 둘이서 바로 중심까지 쳐들어가서 용과 싸운다는 작전은 기각입니다. 여긴 러시아가 아니에요"

"..."

"시무룩하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저는 형이 아닙니다."



계속되는 기각에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실례되는 생각이오나... 산책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강아지들 같군요...'



아눕롤의 전음을 들으며 시우는 속으로 '서류상으로 당신들은 군인이야!'라는 말을 외쳤다. 하지만 갈리나를 중심으로 한 그들의 모습은 아눕롤의 말대로 산책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시무룩해하는 강아지들 같다.



갈리나는 오히려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녀는 이제 사람이 돼가고 있는 중이니까. 그런데 이미 사람이었던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같이 날뛰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다.



진짜로 지금까지 부관들의 노고가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김송현을 다루는 아눕롤과는 차원이 다른 싸움을 해왔던 것이다.



당연히 마경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사무실 안에서 의료 전산 시스템을 제대로 건들지 못하는 건 좀 심각하긴 하다. 그래도 바깥쪽에서 보여주는 능력을 통해 사무실 안의 모습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솔직히 그가 한국 지부 총책임자가 아니라, 그보다 조금만 아래였어도 사무실 직원들에게 욕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괜히 그가 총책임자 자리를 진심으로 시우에게 넘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다.



그럼 김송현을 보살피는 아눕롤과 갈리나와 친구들을 붙잡고 있는 부관들을 비교해보자.



우선 수부터 너무 차이 난다. 아눕롤의 철부지 계약자는 김송현 하나뿐. 최근에 들어서는 조미선이나 시우처럼 그 철부지에게 한 소리를 할 사람이 늘기도 했다. 반면에 저쪽은 혼자서 여러 친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한다.



거기다가 김송현을 향해서 확실한 우위 관계를 붙잡고 있는 아눕롤과는 달리, 저 부관들은 그렇지도 않다. '말 좀 들어!'라고 외치면 '대장도 안 하는 데, 뭐'라면서 배를 째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이걸 짐작할 수 있다면 여기만큼은 자신도 도와야 한다. 그 생각과 함께 아눕롤에게 전음으로 몰래 말하는 시우였다.



'키잔트헤임에서의 형의 전술이나 전략. 회의록도 저장되어 있죠?'

'현인분처럼 설득하게 도와달라는 거군요. 알겠사옵니다. 맡겨 주시옵소서.'



정말이지 든든하다.



이 든든함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아눕롤은 바로 자료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 정리된 자료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대로 브리핑을 하는 시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형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갈리나의 눈, 오오거리며 감탄하는 대다수의 부대원들. 그리고 다시 못마땅해진 부관들의 눈초리까지. 끝 맛이 씁쓸하긴 해도 고개를 끄덕이는 카닌의 모습을 보면 제대로 말한 듯하다.



"좋습니다. 다들 모두 현재 상황을 이해했겠죠. 우선은 확실한 정보 수집이 우선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유지군의 일원이 아닌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은 평화 유지군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은 자신의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그러자 조금은 표정들이 풀린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풀린 표정으로 만족하고 쉴 수는 없다. 한 건이 해결되면 바로 다음 단계로 행동을 옮겨야 한다. 그 사이에 카닌은 시우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전방의 사정을 말해주었다.



대충 아눕롤이 걱정했던 대로다. 평화유지군의 사령부는 상급 정령들이 제대로 협력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카닌의 눈으로 봤을 때 정령들은 간을 보고 있다.



갑자기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지만, 용이 이길 것 같으면 제일 먼저 도망칠 게 뻔히 보인단다.



"그 왜, 저번에 갔던 이세계 있었잖아요. 대놓고 마왕님이라고 불렀던 유지들 기억나죠?"

"아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군요.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면 그 세계보다 더 미개한 곳이다. 그런 환경에서 줄타기란 일종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갈리나라도 있어서 줄을 타는 정도라도 협력하는 거겠지요. 아니었다면 소문을 듣고 죄다 파키스탄 쪽으로 도망쳤을지도 모르겠사옵니다.

"인도나 평화유지군 쪽으로 온 정령들은 아직 포기는 하지 않았다는 거군요."

-저는 그렇게 보고 있사옵니다. 이 쪽도 강하다는 확신을 준다면 본격적으로 그 용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지도 모르겠지요. 사건이 터진 지가 며칠인데 이걸 이제 알아보는 것도 웃기지만 말이옵니다.



멈추지 않는 아눕롤의 비꼼에 시우고 카닌이고 입꼬리의 한쪽만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런고로 갈리나 양의 부관들과 연합의 헌터들은 싫어하겠지만 무력시위를 좀 할 필요가 있겠사옵니다.

"형의 스타일로요?"

-어쩔 수 없지요. 번개의 정령이 구름을 타고 저지선을 넘은 것 자체는 사실이 아닙니까?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 형태로, 혹은 다른 형태로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자연물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주하는 정령의 위험성은 사령과 맞먹거나 그 이상. 그런 위험에 민간인이 상당수인 의사회가 노출될 뻔한 거다.



요컨대 무력시위의 형태는 손시훈의 스타일로, 그 논리는 의사회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무력시위는 어디까지나 논리를 제시하기 위한 밑 작업이다.



때문에 망설임 없이 적운흉풍에 올라타며 힘을 끌어올린 시우였다. 그에 맞춰 카닌은 주변에 운디네 나이트들을 거느리고, 갈리나도 장비와 복장을 그대로 가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사령부로 돌진하듯이 접근하자 일행에게 돌아온 대응은 장관이었다.



자연물이 하나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요새. 물의 옆에 불이 꺼지지 않고 붙어있고, 바로 그 옆에 나무가 타지 않고 붙어서 벽을 이룬다. 그 너머로 시우는 화들짝 놀라서는 허둥지둥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정령들과 사령부의 간부들을 간파했다.



이 와중에 아눕롤이 보낸 것 같은 보고서를 팔랑팔랑 흔드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왜 이러는지는 아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의사회와 인맥이 있는 연맹 측 사람인 것 같다. 그가 안쪽에서 날뛴 지 몇 분 뒤, 일행은 사령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고도 한참 뒤에야 정령들은 간신히 정보를 평화 유지군에게 넘겨주었다. 진작에 알려주었어야 할 결정적 정보를 말이다.



"정령용."



정령과 용종. 이 둘이 합쳐진 존재. 중국의 암호문에 있던 모순의 도마뱀은 어쩌면 그걸 완벽하게 설명하는 단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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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 정령과 용5 20.10.12 35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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