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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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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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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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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뻔뻔하게2

DUMMY

한 조직의 책임자가 이제 1년 정도 된 사람에게 존경심을 갖는 이 상황은 여러모로 대단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나마 나은 사람이라는 더더욱 대단한 일이다.



제대로 사람이 된 마경태는 이 심각성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자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을 일. 그렇기에 그는 자신은 물론이요, 어지간한 사람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에게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시우씨의 생각이 아니라 마경태군의 생각이라는 겁니까?"

"네. 카넬리스씨"

"허... 새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시훈씨에게 들었지만 이 정도라니. 대단하군, 경태군. 좀 실례되는 말이지만 지난 몇 년과, 시우씨를 만나고 난 이후의 1년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네."

"제가 사람이 아니었죠?"

"사무실 안에서는 말이야. 물론 내 책임도 상당수 있지. 아무튼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필요한가?"

"그게 아무래도 저희 한국 지부에서는 거의 처음인 일이다 보니까..."



이미 비슷한 일을 하던 다른 단체와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시우와 마경태가 제프 카넬리스를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손시훈을 통한 인맥이 아니라, 제프 카넬리스를 통한 인맥을 찾는다면 확실히 정상적인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



"찾아보겠네.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건 의사회의 일이지만, 다른 기구에도 자문은 두고 있으니까."



든든한 목소리. 손시훈이나 블루베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게 이렇게 편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시우와 마경태의 기대에 맞춰서 제프 카넬리스는 적절한 선에 맞춘 다음 가벼운 덤까지 선물해주었다.



-흐음, 인터넷 업창 양식까지 소소하게 만들어 주시다니. 이건 코딩이라고 할 것도 없는 가벼운 작업이라 제가 해도 되는 일이었을 텐데요.

"괜찮아?"

-네,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대기업 마케팅도 아니고, 가벼운 행사니까... 다른 단체들도 쓸 걸 생각해보면 이쪽이 무난할 것 같사옵니다.



잠시 평가를 한 아눕롤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부드럽게 계획이 흘러가고 있다. 그녀가 지구의 어지간한 전문가보다도 경험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청신호다.



그에 뒤쪽의 일부 사무실 직원들은 시우와 마경태가 무안해질 정도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런데, 그 N이 다니는 학교에 봉사활동 관련 동아리라도 있사옵니까?

"그건 지금부터 만들어야죠."



한 사무실 직원이 뻔뻔하게 말했다. 그 말에 아눕롤은 '-어째 이 단체는 한 사람이 정상이 되면 다른 사람이 비정상이 되는 것 같다.'라고 중얼거렸다.



뻔히 스피커를 틀어놨으니 다 들어라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 그런데도 사무실 직원들은 뻔뻔하게 마경태에게 제안들을 계속해서 건네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총책임자의 행보를 그들은 계속해서 이어나가라고 말이다.



명색이 총책임자면 강연 같은 것도 다니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설득. 그 설득에 제일 먼저 반응을 한 건 아눕롤이었다.



-택도 없는 소리 좀 하지 마십쇼. 사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대본을 미리 정한 인터뷰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어른도 아니라 아이들 앞에서 강연을 합니까.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요, 아눕롤씨?"

"우리 총책임자는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남자라고요!"

"그렇게 신뢰가 없어서야! 우리 총책임자님을 못 믿으시는 건가요?"



바로 마경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는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눕롤의 말대로 이제 사람이 되고 있는데, 사람들의 앞에서 말을 길게 이어나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 이 당연한 지적과 반응에도 거칠게 움직이는 사무실 직원들



결국 아눕롤도 거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움직이지마!

"흥! 본체는 A+랭크의 테이밍 몬스터지만 분신체로 뭘 어쩌시려고요?"

"지금 본체는 '우리 계약자'를 감시하고 있는 거 다 안다구요!"

-EMP 터트린다!



파직거리면서 푸른 불꽃을 튀기기 시작하는 아눕롤의 분신체. 저건 단순한 공갈 협박이 아니다. 이 모습에 남성 사무실 직원들은 자신의 전자기기들을 감싸 안고 일제히 피난했다.



다시 제정신이 아닌 자들과,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자들만이 사무실에 남았다.



"또 이 구도야?"

"형은 쉬셔도 돼요. 최근에는 열심히 했으니까."



마경태가 자신에게 그랬듯이, 이번에는 자신이 헤드셋을 씌워주는 시우였다. 그리고 그는 바로 아눕롤의 옆에서 나란히 섰다.



도련님이 그렇게 같이 싸울 준비가 되자 아눕롤은 조용히 자신의 몸에 흐르는 전압을 줄였다. 수틀리면 자신은 도련님과는 달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EMP를 터트릴 각오는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화의 여지가 남아있다.



일촉즉발의 이 분위기에서 먼저 아눕롤의 스피커가 작동되었다.



-도련님과 카닌이 있지 않습니까. 최고의 효율로 보면 그 둘이 있습니다.

"모양새라는 것이 있잖아요?"

"학생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학부모님들이 관심을 더 가지려면 역시 높은 사람이 움직여야..."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낸다면 그렇겠지요. 하이 리턴은 확실합니다. 문제는 그만큼 하이 리스크인 행동이지요. 도련님과 카닌이 가더라도 안정적으로 필요한 성과는 거둘 수 있습니다.



아눕롤의 이 말에 이어서 굳이 마경태가 갈 필요성이 있냐는 반문을 던지는 시우였다.



총책임자의 입장에서 마경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의사회의 총책임자라는 위치에서 홍보를 하다 말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N의 법적 테이머이자 보호자인 카닌이라면 N이 다니는 학교에만 홍보를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리고 거기까지 말한 이유는 사무실 직원들이 마경태의 등을 떠민 이유를 이해하고 이를 꽉 물게 되었다.



"아하. 경태형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니 N이나 카닌이 눈치를 챌 일이 없다?"

"무슨 말씀을 하세요 시우씨."

"저희는 단지 총책임자가 그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빨리 가지시길 바라는 것뿐이에요."

"확대 해석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우리 계약자에게도 들지 않는 생각인데, 적대하지도 않는 인간을 이렇게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옵니다.



키잔트헤임의 순례자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게 하는 저들은 도대체...



아무튼 마경태를 부려먹으려는 속셈도 간파했으니 단단히 못을 박는 시우였다.



.

.

.



"고마워요..."

"사람의 도리니까요. 솔직히 카닌도 신경은 쓰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



시우의 말에 바로 반쯤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카닌이었다.



시우의 말대로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N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누나들과 카닌은 사실상 또래이니까. 종족 간의 나이를 따져보면 카닌이 상대적으로 더 어린 경우도 좀 많다. 그런데도 그녀는 N의 성장을 위해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는 사무실 직원들이 자신들도 누나라고 나서는 이 현실이 유쾌할리가 없다.



"머리야..."



거기다가 신뢰도 통과를 하면 양보를 하겠단다. 이건 그냥 카닌을 무의식적으로 무시를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사무실 직원들과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카닌에게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N에게 직접적인 관심이 없다고 해도 자신을 빼놓고 양보의 이야기가 나온 건 선을 넘은 소리다.



그것을 본격적으로 인식하자 잠시 침묵에 빠진 시우와 카닌이었다.



"...."

"...."

"일단은 바로 앞의 일에 집중하죠. 카닌은 알아야 할 이야기지만 N이 알 필요는 없잖아요?"

"하아, 그렇죠. 진짜, 시우씨에게는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하겠네요."



그러고는 아눕롤과 비슷하게 누군가가 멀쩡해지니 단체로 이상해지면서 균형을 맞춘다고 중얼거리는 카닌이었다.



이 중얼거림도 잠시, 그녀는 시우의 말대로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우의 말로 인해서 지금 자리가 단순히 의사회의 홍보 강연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자신은 N의 첫 번째 누나라는 점을 알리는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걸 바로 옆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시우였다.



목구멍에 진정해라는 소리가 간질거렸지만, 아무런 내용도 남지 않은 그 말은 오히려 악화를 시킬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럴 때는 카닌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가지는 사실 우위만 말하는 게 효과적이다.



능력 면으로 따진다면 또래에서 카닌의 상대가 될 여자는 없으니까



N과 계약관계를 맺은 건 제외해도, 10대 후반에 가문의 후계자 후보에 실무를 바로 볼 정도의 스펙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사회성도 문제가 없는 수준. 일부 사무실 직원들이 카닌의 뒤통수를 치기는 했지만 이건 카닌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사무실 직원들의 문제다. 정상적인 헌터팀이나 대기업 연구 부서 소속이었다면, 그녀는 팀의 여왕 혹은 부서의 아이돌이 되고도 남았을테니까.



이 사실을 자각시켜주자 불안감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되찾은 카닌이었다.



그다음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처음 하는 일이지만 그렇게 부담되는 일은 아니다. 학생들 앞에서의 가벼운 강연. 이미 이세계에서의 해방자 행세나, 냉탕에 들어간 분위기의 다과회같이 이런저런 속 쓰린 일을 경험한 시우에게 있어서는 쉬운 일이다.



이세계인이니, 혼혈이니 하지만, 기본적으로 있는 집의 아이들. 그래서인지 평범한 학교를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이다.



살짝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다면 몇몇 학생들이 자신을 향한 눈매가 매섭다는 것이었다.



카닌보다도 신경을 훨씬 더 쓰는 눈치. 그것을 시우는 대충 비적합자에 대한 인식으로 받아들였다. 잠잠히 있는 N의 모습을 보니 강연의 내용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강연은 무난하게 막바지에 이르렀다. 가볍게 시작한 질의응답에서 카닌과 자신의 관계를 묻는 악의가 깃든 질문도 있었지만 그 또한 무난히 받아넘긴 시우. 이대로 강의를 끝내면 무난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멘트를 준비하던 그의 눈에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네, 질문하세요."

"N과 무슨 일이 있었죠?"

"예?"



그 질문을 듣고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는 시우였다.



우선적으로 보이는 건 당황하고 있는 N의 모습. 빠르게 표정이 굳어가면서 안색이 나빠지고, 눈동자가 떨리는 걸 보니 이 질문은 그에게도 예상 외인 듯했다.



그리고 세세히 살펴보니 자신을 매섭게 바라본 학생들이 전부 여학생임을 눈치챈 시우였다. 하필이면 전부 다 감이 예리한 것 같은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거짓말을 했다가는 분위기가 더 싸늘해지겠지. 일부 사실만 빼놓고 이야기해야겠다.



"서로 간에 의견 대립이 심했습니다. 설득은 실패했고, 무력으로 제압한 이후 설득을 해야 했죠. 처음 관계는 그래서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최대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시우를 목걸이로 쓰겠다는 말은 쏙 빼놓자, N의 안색이 급격히 좋아졌다.



반대로 시우에게 질문을 한 소녀는 당황을 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잡아내려고 했는데 그럴 기미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자기 딴에는 비수 같은 기습 질문이라고 날렸겠지만, 이미 손시훈과 블루베리를 상대한 시우에게는 무딘 나무칼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형이 최고지? 응 그렇지?'

"마지막 설득이 뭐였죠?"

'그놈은 모가지가 따일 만한 놈이었어.'



차라리 입을 꾹 닫고 있으면 덜 미울 텐데, 다른 여학생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영혼으로 하는 손시훈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 말들을 무시하며 시우는 질문에 답했다



"마지막 설득요? 군사 기밀입니다. 참고로 그 설득을 제가 직접 하지는 않아서 함부로 말할 수 없겠네요."

'그렇지. 바로 그거지. 안알랴줌의 고급진 표현, 기-밀'



이렇게 학생들의 귀여운 청문회를 받아주며 봉사활동 동아리가 생긴다면 N을 지켜주겠다고 나설 부원들은 많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우였다.


작가의말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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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뻔하게2 20.11.05 26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3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6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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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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