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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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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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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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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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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용3

DUMMY

"...안녕"

<....>



빈약한 몸체에 짧고 가는 팔다리를 가졌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드래곤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다. 직접 바라본 그 모습은 단순히 날개 없는 큰 도마뱀이라고 할 수 없는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가장 압도적인 건 그 크기다. 못해도 20m 가까이 되는 몸길이. 그걸 온몸에 힘을 줘서 세우자 코끼리도 작은 송아지처럼 느껴졌다.



이 덩치만 하더라도 먼 과거에 멸종됐던 공룡이 살아 돌아왔다고 할 만하다. 거기에다가 스스로 빛을 내뿜고 있는 적갈색의 비늘과 피부를 뚫고 몸 바깥으로 뼈가 솟아오른 느낌의 흰 뿔들은 저것이 평범한 우두머리 몬스터와도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마법 공격을 몇 번 맞은 정도로는 위엄이 사라지지 않을 모습. 오히려 연기가 잔뜩 피어오르도록 마법 공격을 맞은 탓에 위엄에 흉폭함이 더해진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생생함이 담긴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버린 카닌은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해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손에 펼쳐진 한 마법진은 유지하고 있다. 땅을 계속해서 얼리고 있는 바로 그 마법진이다. 이를 확인한 너커에게서 지금까지의 정령들과는 다른 정중한 말투가 나왔다.



<마법을 거두어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이 주변을 원래대로 돌린다면 생각해볼게요."

<죽어>



물론 정중한 건 딱 한 번뿐이다.



자신을 전기로 지져버린 이본도 있지만 지금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은 퇴로를 막고 있는 카닌이 되겠다. 그걸 바로 파악했는지 너커는 바로 입을 벌린 머리를 화살을 쏘듯이 카닌에게 들이밀었다.



'창으로는 못 막아.'



중상을 입힐 수는 있지만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저지력도 상당히 떨어진다. 지금 필요한 건 저 공격의 궤도를 바꿀 힘. 적운흉풍의 고삐를 몰면서 머릿속으로 그 사실을 빠르게 계산한 시우는 주먹을 빠르게 휘둘렀다.



홍류선법-예등권(蝶登拳)



무지개의 빛을 뒤에 늘어트리며 거대한 강철 공을 쏜 것처럼 시우의 주먹이 빠르게 너커의 목을 올려친다.



단순히 보는 것으로만 따진다면 말에 탄 상태로 주먹을 휘두르는 어색한 모양새. 그 어색한 겉모습과는 달리 시우의 주먹은 충분히 본래의 목적을 다했다.



"읏!"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허리를 뒤로 홱 젖힌 카닌이 너커의 머리를 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로 살짝 궤도를 비틀었지만 그 살짝이 카닌의 목숨을 구했다.



이어서 제대로 된 공격을 위해서 시우는 무기를 만들어냈다.



손시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극도. 정말로 오래간만에 잡아보는 무기다. 본격적으로 무공을 단련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창이나 검만을 잡아왔으니까.



어중간한 극도와는 달리, 확실한 특성이 있는 그쪽이 대부분의 경우 짐승형의 적이든 인간형의 적이든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쪽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쭉 늘어진 몸을 상대하는데 검은 날이 너무 짧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비늘은 가벼운 창날을 흘려낼 것이다.



반면에 길이와 무게를 둘 다 잡은 이쪽이라면 쉽게 목을 베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침 딱 좋을 때가 아닌가. 카닌을 잡으려고 쭉 뻗은 목은 완전히 무방비인 상태로 노출이 되어있다. 그렇게 판단하며 높이 극도를 치켜올린 시우의 눈동자에 비늘이 촤르륵 비틀린 모습이 비쳤다.



"시우 씨, 허상화!"



살짝 늘어진 카닌의 목소리.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녀를 빠르게 낚아채서 뒤로 끌고 가는 모양이다. 귀로 그것을 느낀 시우는 너커의 비늘이 움직이며 바로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기막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상화를 안 쓸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중을 하려는 시우는 적운흉풍의 거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대신 적운흉풍은 더 빠른 반응속도로 몸을 뒤로 홱 빼 주었다. 그와 함께 시우는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살기를 느꼈다.



목덜미의 비늘들로 그려진 마법진에서 터져 나오는 독이 든 연막은 그저 견제용. 사령마인 적운흉풍에게 일반적인 독은 통하지 않는다.



내공으로 신체가 강화된 시우도 비슷하다. 사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내뿜는 형태의 독들은 대부분 비효율적이다. 밀폐된 공간이 아닌 이상 공기에 금세 희석이 되니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저건 순전히 허상화 능력을 소모시키기 위한 노림수다.



어지간한 수준의 사령이라면 영문도 모른 채 진짜 공격인 꼬리에 꿰뚤려 소멸할 것이다.



그러나 적운흉풍은 어지간한 수준은 한참 지난 사령마다. 허상화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이 진짜 공격인 꼬리도 발목과 발굽의 기묘한 움직임으로 피해낸다.



말 보다는 늑대에 가까울 정도의 유연한 움직임. 단순히 체술로는 상대가 안 된다. 그렇게 판단했는지 솟구쳐오른 늪은 파도가 되어서 시우와 적운흉풍을 단번에 쓸어버릴 것처럼 달려왔다.



한 겹의 파도가 아닌 여러 겹의 파도. 이렇게까지 하고도 허상화를 쓰지 않을 거냐는 질문을 하는 것 같다. 그 질문과도 같은 공격에 대답하기 위해서 시우는 내공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무지개의 무늬가 꼬이기 시작했다. 두 줄의 사선으로 꼬아둔 무늬. 흘러나온 그 무늬로 주인이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적운흉풍은 뒤로 빼던 몸을 멈추고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기세는 속도를 살린 도(跳) 동작은 도려내고(拷) 끊어내는(切)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지막 파도의 앞에서 시우는 빠르게 극도의 끝을 내질렀다.



진흙이 잔뜩 뒤섞인 파도가 닿기도 전에 내지른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날의 끝이 파도에 닿기도 전에 너커의 머리가 먼저 진흙의 파도를 꿰뚫고는 덮칠 듯이 시우를 향해서 뛰쳐나왔다.



정면은 아니고, 살짝 비스듬한 각도. 극도를 빗껴치면서 시우를 물어 끝내려는 것 같다. 저 각도에서는 어떻게 극도를 움직여도 월아 부분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일반적인 헌터라면 긴장감에 이를 살짝 물 구도다. 그러나 시우에게는 살짝 곤란한 구도일뿐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 월아로 후려치지 못하면 창대로 누르면 된다. 원래 란나찰(攔拿扎)은 월아라고는 없는 짧은 창날만 있는 창으로 쓰는 기술이니 잇몸이라고 표현하기도 그렇다.



창대로 볼을 제대로 후려 맞은 너커에게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생각 이상의 타격이 들어왔는지 튕겨나간 머리의 가운데에 있는 눈동자에 힘이 살짝 풀린 게 그래 보인다.



마치 처음으로 뺨을 맞아본 사람의 분위기다. 이때까지 마법 공격은 수도 없이 맞아봤어도 직접 맞은 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 번 더 경험해보라는 듯이 갈리나의 도끼가 너커의 정수리 한가운데를 '빡'거리는 소리를 내도록 내리찍었다. 그걸 보면서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느낀 시우에게, 형인 손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깝네. 하필 용이라서.'

'뭐?'

'기절했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죽지는 않아도 어지간하면 끝이지.'



좀 전에 눈동자가 풀린 것이 정신적인 충격 때문이라면, 이번에는 물리적인 충격까지 들어가 완전히 의식을 놓은 게 보인다.



'그런데 용종들은 말이야. 그러니까... 종족 스킬로 따진다면 의식 회복력이라는 걸 달고 있거든?'



천천히 풀려버린 눈동자에 다시 빛이 돌아오는 게 보인다. 실제 시간으로는 0.6초쯤 된다. 이만하면 이걸 과연 기절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의심이 되는 시간이다.



'어디까지나 순수 자가 회복력의 기준으로 최소 배율은 50-60배다만 심하면 3000배 이상의 경우도 있지. 저건 대충 500배를 살짝 넘겠다.'



덤으로 손시훈은 이만하면 사실상 기절이 아니라 경직이라고 봐야 한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걸 듣고 있는 가운데 시우는 너커의 비늘이 빠르게 서는 것을 보고 형에게 말했다.



'제자가 당하게 생겼는데, 뭐 좋은 생각 없어?'

'한 번 더 경직을 걸어야지.'

'거리가 안 되는데.'



변명이 아니다. 창대로 밀쳐냈기에 너커에게 기절을 시킬만한 힘을 실을 거리가 시우와 적운흉풍에게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 상황에 대한 답변은 가벼운 휘파람. 단순한 휘파람이 아닌,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휘파람이다. 그 휘파람을 가볍게 분 형과는 달리 시우는 목에 최대한 힘을 실어서 세게 불었다.



"삐이이이!"



그리고 그 휘파람에 답해 한 마리의 하늬가 자신의 양다리를 전력으로 갈리나의 도낏자루에 내리꽂았다. 자신들보다 수백 배나 되는 덩치를 가진 괴조들의 뼈도 가볍게 부러트리는 크호콘펠의 발차기다.



이 타격이 도끼날을 타고 집중돼서 전해지자 한 번 더 너커의 눈동자가 풀렸다.



모습만 보자면 이번에는 진짜로 죽었다고 생각할만하다. 그러나 귀에 들리는 소리는 이번에도 경직 수준의 타격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도 거리를 벌리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삼는 시우에게 손시훈이 어림도 없다는 걸 알려주었다.



'두개골만 부서지는 소리는 플라스틱이 부서지는 소리와 조금 비슷해. 그런데 일반적으로 머리는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잖아? 속에는 뇌와 뇌수가 있고. 두개골이 부서지면 그것들이 소리를 조금 잡아주겠지?'



그럴만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쪼개지기는커녕 금도 가지 않았다는 소리다. 단단하고 굵은 쇠자만도 못한 얇은 플라스틱 자로 머리를 때린 것처럼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0.5초 만에 의식을 회복하면서 눈동자에 힘을 주는 너커였다.



'상대는 용종이야! 날로 잡을 생각 하지 마! 요즘 어-린 것들은 쯧쯧. 라떼는 말이야...'



눈 앞에 보이는 모습도 그렇고, 꼰대스러운 형의 말투도 그렇고 안팎으로 아주 미쳐버릴 것 같다. 더 골때리는 건 그 꼰대스러운 말투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섞여 있어서 세세히 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 조언들을 조합하자 정예들을 선발해서 천천히 용을 때려죽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 참 착잡한 시우였다.



어쩔 수 없다. 현재 갈리나가 도끼로 머리를 내리찍었는데도 경직 수준의 기절로 끝났다. 어지간한 우두머리 몬스터였다면 카닌을 지키기 위해서 휘두른 예등권(蝶登拳)으로 승부가 났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시우와 갈리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봐도 좋다.



그렇다고 마법에 큰 기대를 걸 수도 없다. 손시훈의 말에 따르면 갈리나의 도끼질이 기절로 끝난 건 마나를 끌어모아서 만든 방어막 덕분에 일어난 일. 그런 무식한 형태의 방어막은 물리적 공격보다 마법적 공격에 더 강하다.



이 방어막을 꿰뚫고 계속해서 피부 너머의 근육과 신경에 타격을 주면서 피로를 누적시키는 게 유일한 돌파 방법이다. 신경의 손상은 아무리 회복력이 강한 용종이라도 단기간의 회복이 어려우니 말이다.



'중국 쪽에서 인해전술로 해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어쨌든 기절은 두 번이나 시켜봤으니 이쪽에도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아쉬운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시우였다. 각종 전설을 보면 용의 목을 벴다는 말이 나오는데, 안 되는 걸까?



'되니까 영웅이 쓸법한 전설의 무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니.'



이어서 전설에 기록된 건 대부분 과정이 심하게 생략된 결과물들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목을 벤 것을 빼면 기본적인 토대와 과정은 똑같다고. 그리고 다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는 손시훈이었다.



'가래와 호미 이야기를 갈리나가 했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모루와 망치다. 모루의 신뢰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거야. 명색이 내 제자니까.'



말을 하는 가운데 갈리나는 홀로 너커를 막아서고 있었다. 도끼날보다는 반대쪽의 곡괭이 같은 부분이 더 효율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판단해서 대처하는 중이다. 그걸로 한 올의 숨도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로 그녀는 쉴 새 없이 너커의 몸을 후려쳤다.



'힘만큼은 저 아이가 유일하게 너랑 맞설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너커의 몸에 둘러져 있는 마나를 걷어낼 수단이 없지. 이해했어?'



이해했다.



전력 이상의 힘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대와 최공의 긴장을 모조리 이끌어 낼 때다. 이 둘을 인식하면서 집중하는 시우의 등 뒤로 나비의 날개처럼 무지갯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영혼으로 느낀 손시훈이 말했다.



'홍류선법은 난무(亂舞)의 무공이야.'



홍류선법은 난무의 무공. 그를 되새기면서 극도를 창으로 바꾼 시우의 손이 창을 빠르게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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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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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4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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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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