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349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0.11.06 20:03
조회
24
추천
0
글자
13쪽

뻔뻔하게3

DUMMY

'영혼에는 업보가 저장되지. 몇몇 예민한 종족은 그걸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고. 가장 보편적인 감각은 시각이야.'



대표적인 예시로 11명의 마왕들이 손시훈을 보자마자 지구의 수호자로 착각했거나, N이 손시우와 육체적인 모습은 똑같은 손시훈을 보고 바로 압도된 것을 들 수 있다.



'후각으로 전달될만한 정보도 나름대로 제어하고 있지.'



안 그랬다가는 진동하는 피 냄새에 몇몇 종족들은 기절을 하고도 남을 거란다.



딱히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본인의 입으로 마왕들에게 분노 조절 장애니, 피에 굶주렸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인간.



행동 또한 최근에는 용종의 목을 뜯어내고, 조금 더 옛날로 가 보면 11명의 마왕을 때려죽이고, 아주 먼 옛날로 가면 800살이 넘은, 내공의 한계까지 도달한 몸으로 전쟁의 선두에 섰었다. 업보가 쌓일 만큼 쌓이고도 남을 생들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 영혼에 새겨진 업보로 인한 인식을 받는 시우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좋아. 그럼 변명을 해보자.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오이를 향 때문에 못 먹는 사람은 이해를 해야지. 유전자의 문제는 극복이 쉽게 안 되거든. 근데 오이가 아니라 오이를 행군 물로 씻은 사과에도 오이향이 난다고 싫어하는 게 말이 되냐?'



이해가 돼서 더 짜증이 난 시우. 이렇게 속사정도 여의치 않은데 겉으로 다가오는 사정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전생은 전생이고, 현생은 현생이니까요. 학생들에게는 평상시에 제가 잘 말하겠습니다!"



학교에 새로 생긴 봉사활동 동아리의 담당 선생님이 외친 말씀이시다.



딱 봐도 겉모습에서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인도인 선생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아니다. 카슈미르에 갔다 온 시우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봐도 현지인들과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전통적인 느낌을 따진다면 이 쪽이 더 강렬하다. 거기서도 티셔츠를 입을 사람은 티셔츠를 입고, 청바지를 입을 사람은 청바지를 입는다. 저렇게 전통의상을 빡빡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오히려 소수다.



거기에 기혼자임을 알려주는 미간 사이의 빨간 점, '빈디'까지. 현대의 빈디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패션 아이템에 가깝다지만, 이 사람은 진짜로 기혼자를 알려주기 위해서 빈디를 찍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니 시우의 전생이 피로 물들었다고 착각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인류의 역사상 평화로웠던 시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사람으로 환생한 걸 보면 시우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렇지. 전쟁이 나면 사람 좀 죽일 수 있지. 안 그래?'

'다물지 못해?'



형의 깐족거림에 흐트러진 집중을 되찾고자 시우는 가볍게 자신의 볼을 두 번 치고는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섰다.



'다 모였네?'



손시훈의 말대로 다 모였다. 강연을 할 때 시우를 은근히 노려보던 아이들 말이다. 물론 그 아이들만 있지는 않았지만 농도가 확실히 짙어진 게 느껴졌다.



'그러면 형은 이만 가보마. 이제 슬슬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어서.'



만악의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은 도주했다. 동아리 선생님은 빠지지는 않았지만 옆으로 물러선 게 일단은 지켜만 볼 것 같다.



여러모로 씁쓸한 이 상황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게 있다면 N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블루베리, 아니 시를라 틴 캅생트가 이 녀석만큼은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놨다.



시체를 목걸이로 쓰겠다는 녀석과도 이런 관계를 맺었는데 상황이 마냥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우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번 더 자기 소개를 했다.



"좋습니다. 의사회의 헌터직 직원 손시우라고 합니다. 봉사활동 동아리라고 하지만, 그렇게 무거운 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니 부담을 너무 가지시지 않아도 됩니다."

"얼마나 자주 오실 생각이시죠?"



한 여학생의 질문. 그 질문이 시우에게는 얼마나 자주 감시할거냐는 말로 들렸다.



"일주일에 정규 동아리 시간이 두 번이죠? 한 번은 제가, 한 번은 채가인씨가 올 예정입니다. 다만 가볍게 마법을 가르칠 일이 있는 채가인씨와는 달리, 저는 자문 역할이니 종종 빠지겠지요. 비적합자라 더 노력을 해야 하거든요."



방금 동기도 생겼고 말이다.



지금 자신의 내공 수준은 헌터로 따지면 B랭크 하위권 남짓. 그보다 한 단계는 더 높은 A랭크는 돼야지 영혼의 간섭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손시훈의 깐족거림은 시우의 동기를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사람 좀 죽일 수 있지'라니. 냉혹하게 따져보면 쉽게 부정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만, 오해를 대신 받고 있는 동생에게 그게 할 말인가.



잠시 속으로 화가 치솟았지만, 눈 앞의 아이들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 그렇기에 시우는 미소가 깃든 표정을 계속 유지하면서 말했다.



"의사회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얼마든지 질문하셔도 됩니다. 정규 규정은 전부 다 외우고 있거든요. 커리큘럼을 보니 프랑스어 과목이 있던데 가벼운 철자 교정이나 문법 검토도 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숙제를 완전히 대신 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가벼운 농담에 분위기가 살짝 풀렸다.



"제가 없는 주에는 채가인씨나 다른 봉사활동 단체 소속의 강사분이 오실 수 있습니다. 각 봉사활동 단체마다 성격이 꽤나 다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한 번 안 오기 시작하면 몇 달만에 볼 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자신이 여기에 있어서 뭘 하겠는가. 내공을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될 10년-20년 뒤라면 모를까, 자신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제 역할은 어디까지나 자문이니까요. 봉사활동에 감시는 그렇잖아요? 여러분들 중 몇몇은 봉사활동 시간이나, 자기소개에서 몇 줄 넣을 생각으로 오셨겠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했으니까요. 전 충분히 존중합니다."



시우의 말에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보고 온 학생들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을 위해서 시우는 잠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순수하게 타인에 대한 이타심? 그런 걸로 시작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죠. 제가 의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음... 아는 지인 덕분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취업준비생, 사실상 백수였죠. 비적합자는 취업이 여러모로 어렵거든요."



시우의 자학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아이들이었다. 기본적으로 적합자인 그들에게 비적합자가 얼마나 살기 힘든지 이야기를 직접 듣는 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빼야할 이야기는 빼고 나름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말하는 시우. 그러고도 할 이야기가 워낙 많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반 밖에 하지 못했다. 그 상태로 첫 동아리 시간이 끝나버렸다.



"이런. 다음 주에는 오게 될 것 같네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아! 의사회 홈페이지에 오시면 청소년 봉사활동 캠프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참가 부탁드려요."



인사에 가벼운 박수소리가 돌아왔다. 봉사활동을 생각하고 온 학생들에게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는 듯하다.



그리고 N을 주 목적으로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서는 살짝 혼란스러워하는 반응을 느낀 시우였다. 하긴 희미하게 피비린내가 나는 사람의 과거가 세상에 치인 비적합자 취준생이라는 사실은 좀 깰 거다.



피비린내가 애초에 자신의 것부터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 생각에 교실을 나가며 쓴웃음을 짓는 시우의 옷깃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N?"

<형, 바빠?>

"아니. 뭐 할 이야기라도 있니?"

<그게...>

"흠, 여러모로 곤란하네."



평범한 사람이라면 따로 의사회에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N을 지켜보는 소녀들 중에는 거짓말을 대충 간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아마도 오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는 이 녀석이 입을 꾹 닫고 있어서일 것이다. 머리는 좋다만 아직까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의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N의 대처방안은 그게 한계였을 테니까. 그 사이에 오해는 점점 더 커졌을 것이다.



직접 소통을 해야지 오해가 풀리겠지



학교에 온 김에 그러기로 한 시우였다. 어차피 지금 교문 밖으로 나가면 바르노 파르모노바에게 소감을 줄줄 들려준 다음 관찰 임무에 끌려갈 처지니까.



그보다는 정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어색하더라도 학교 안쪽에 머무르는 편이 낫다. 그렇기에 동아리 담당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N에게 잠시 뒤에 보자고 하며 학교를 둘러보는 시우였다.



자, 그럼 처음은 누가 될 것인가. 그 생각과 함께 자신의 뒤를 밟는 인기척을 느끼며 시우는 운동장의 한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동시에 떨리는 휴대폰을 보니 인기척의 정체를 알려주는 메세지가 와 있었다.



-식육목 수인, 상대적으로 온순하게 생긴 외모에 방심하지 말 것

'쉬운 말로 알려달라고...'



식육목이라고 하면 고양이도 있고, 개도 있고, 곰도 있다. 대충 알려줄거면 뒤쪽에 방심하지 말라는 말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모습에 시우는 바르노 파르모노바가 일부로 '식육목'이라는 애매한 단어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육목 수인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라도 사람을 발톱과 이빨로 해칠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축 늘어진 귀와 온순한 표정은 그 누가 봐도 맹수하고 거리가 말다. 그 여러 인상을 시우는 간단히 요약해서 말했다.



"골든 리트리버를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겠네?"

"네."

"수업은 없니?"

"선택한 커리큘럼에 따라서 정규 교시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 있어요. 그러는 강사님은 뭐 하세요?"



살짝 뻔뻔한 질문이다. 인간보다 감각이 예민한 수인이니 잠깐 학교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은 뻔히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시우는 '그렇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용건을 간단히 말해주었다.



"N과 잠깐 이야기를 하려고 했거든. 그래서 기다리고 있지."

"그런가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시우는 그 침묵을 먼저 깨트리면서 물었다.



"나에게서 피냄새가 나니?"

"네?"

"형이 말하더라고, 감각이 예민한 종족에게서는 자신 때문에 느껴질 수 있는 피 냄새가 날 수 있다고 말이야. 나는 그런데 전혀 모르겠거든."

"남 탓인가요?"

"남 탓이라. 나긴 나는 모양이구나."



역시 학생은 학생. 카닌과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그런 말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대충 자신이 간파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소녀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걸 못 본 척 하면서 시우는 자신에게 화제를 집중시켰다.



"N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머뭇거리고, 종종 몸을 떨 때가 있지. 그런데 N의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서 흐릿하지만 피냄새가 나. 하나하나만 해도 찜찜한데 그게 조합되면?"

"충분히 의심스럽다는 걸 아시는군요. 거기다가 N도 모르게 N을 감시하고 있죠."



결국은 들켜버린 것인가. 하지만 어떤 쪽이 얼만큼 들켰는지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와 러시아 중앙 헌터 협회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해골장미나 불곰 출신의 선생님이 들어왔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 꽤나 시끄러울 테니까.



그 사실에 긴장하는 시우를 향해 골든 리트리버를 닮은 수인 소녀는 비장의 한 수라는 듯이 말했다.



"풀과 나무들은 엘프들의 친구죠. 아직 명백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시간문제라구요!"

"진짜 어리구나."

"네?"

"사실이든 아니든, 이럴때는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안다는 하는 게 좋아. 명백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은 안심하고 철수를 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야."

"적,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 말을 바로 믿으시나요?"

"적의 말을 바로 믿는 건 바보같은 행동이지만 너무 뻔한 걸."



바로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소녀였다.



생각외로 순진한 이 소녀들을 보자니 여러모로 맥이 빠진다. 이게 어딜봐서 N에게 용의주도하게 달려드는 기회주의자들의 모습인가. 이 아이들은 단지 귀여운 아이가 더러운 어른들의 마수에 빠져있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는 아이들이다.



차라리 편을 든다면 이 아이들의 편을 드는 게 옳은 일. 사무실 직원들보다는 이 순진한 아이들이 더 좋은 누나들이다.



그렇다면 좀 더 뻔뻔해져야 한다. 그 생각으로 시우는 소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갖다대고는 나지막히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전달했다.



"지금도 감시하는 것 맞고, 나는 이 감시가 정말로, 죽을만큼 싫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뻔뻔하게6 20.11.11 22 0 13쪽
156 뻔뻔하게5 20.11.10 23 0 13쪽
155 뻔뻔하게4 20.11.09 24 0 13쪽
» 뻔뻔하게3 20.11.06 25 0 13쪽
153 뻔뻔하게2 20.11.05 26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2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2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3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2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3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6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6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6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6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5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1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5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