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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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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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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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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들?5

DUMMY

호들갑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감탄이다. 그 감탄과 비슷한 반응을 시우는 한 번 경험해서 알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중 세이렌을 발견했을 때의 그 반응이다. 톤은 조금 달랐지만 그때도 살짝 말을 떨며 '세, 세이렌이라고?'말했었다.



아무래도 본인의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온갖 미사여구가 붙을 수준의 엄청난 미인인 것 같다. 다만 시우의 눈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미인은 아니다.



만약에 그 정도로 미인이었다면, 주변에서도 어떻게든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하다못해 철부지인 김송현이라도 어떻게든 말을 했겠지. 그 생각에 고개를 돌린 시우는 살짝 삐져있는 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카닌?"



입이 살짝 앞으로 튀어나와있다. 좀 너무하지 않냐는 감정이 커져가는 얼굴이다.



'아눕롤?'

'예? 뭐. 실물로 보니 SNS에 올라온 사진보다 훨씬 귀엽사옵니다. 저 꼬맹이가 신경 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미묘한 반응이다. 아무런 눈치 없이 신경을 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손시훈, 카닌의 사이에 있는 반응. 그 반응에 시훈이 고개를 끄덕이는 투의 목소리로 말했다.



'태생이 기계니까. 주관과 객관 사이에 있는 가치 판단 구분에 살짝 둔감한 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이쁘다고?'

'엄청 예뻐. 너의 감각 때문에 살짝 필터링이 되어있는데도, 저 정도라니. 직접 보면 쉽게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진심으로 믿고 싶은데... 형과 블루베리가 한 게 있어서 이게 대규모 몰래카메라라는 의심이 자꾸만 드는데.'

'흠. 그럼 집중해서 저 녀석의 심장소리를 들어봐.'



형의 말을 한번 더 믿으며 감각을 집중하는 시우. 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커의 심장 박동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폴리모프로 변한 겉모습은 엠피티어 모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에 가깝지만, 내용물은 그들보다 더 튼튼한 탓이다. 그렇기에 다시 형에게 말을 걸려고 한 시우는 미묘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철판이 미묘하게 떨리는 느낌



너커가 혼혈 엠피티어 소녀를 볼 때 그 떨림이 느껴진다. 강철보다 더 단단한 육체로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을 만큼 안쪽의 무언가가 움직이는 반동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반신반의인 수준. 그런 시우에게 형인 시훈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사람 사이의 예의를 지켜가면서 대화하라고 해 봐.'

"이야기를 할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눈을 봐야지. 상대방도 너랑 이야기할 때는 너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잖아."



시우의 말에 떨림이 조금 더 심해졌다. 그리고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 시우는 작지만 분명한 두꺼운 나무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똑 똑'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겉으로는 그런 티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심장 박동은 느껴지는데도 표정 변화는 커녕 홍조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자 두꺼운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는 다시 철판이 떨리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소리마저 사라지며 너커는 완전히 잠잠해졌다. 다시 힐끔 혼혈 엠피티어 소녀를 바라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허어'

'내 말 맞지? 그나저나 잠깐 엄마 얼굴 좀 한 번 보자.'



솔직히 시우의 입장에서는 얼굴과 목덜미를 더 많이 덮고 있는 비늘을 빼고 보더라도 엄마 쪽이 훨씬 더 미녀다. 아직 저 혼혈 소녀가 덜 자란 탓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도 그런 것 같다.



마경태와 김송현은 물론이고, 사무직 직원들도 그쪽을 더 신경 쓰고 있다. 이 분위기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말을 하는 손시훈이었다.



'엄마도 예쁘기는 하다만 딸내미 수준까지는 아닌데.'

'도대체 어느 수준이길래...'

'경국지색(傾國之色)에 더하여 침어낙안(沈魚落雁)의 미녀야. 희귀성으로 따진다면 마이너스의 손에서 각성한 세이렌에 걸맞는다. 이번 생에 도대체 뭐가 있나? 게이트에, 세이렌에, 저런 미녀까지 보다니.'



경국지색이라는 표현이야 흔히 연배가 좀 있는 사람들이 종종 쓴다지만...



침어낙안이라니. 이건 진짜로 잘 쓰지 않는 사자성어다.



물고기(魚)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먹어서 가라앉고(沈), 기러기(雁)가 나는 것을 잊어먹어서 떨어질(落) 정도의 미모. 일단 저 꼬맹이 너커가 약자멸시라는 본성을 완벽하게 억누르고 '미안'이라는 사과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일리는 있다.



'마나의 파동으로 영혼을 느낄 수 있다면 미리 그 미모를 짐작할 수 있는 법이지. 나나 저 꼬맹이 말고 카닌도 반응을 보여주고 있잖아?'



이제는 상당히 심란해 보이는 카닌이었다. 손톱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한 손을 입 가까이에 데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명색이 계약자인 자신의 말도 엉성하게 듣는 꼬마가 처음 보는 미녀에게 속으로 헬렐레거리는 꼴을 보고 좋아할 여자 마법사는 없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평범한 인간들이 미모를 인식하려면 몇 년이 필요하겠지만.'



말하자면 이제 피어나려는 꽃봉오리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못 알아봐도, 식물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다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출 수준의 아름다움을 가진 꽃봉오리.



그리고 본격적으로 꽃이 피어나면 길거리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손시훈은 약간의 소문이 퍼지고도 남을 텐데 왜 몰랐을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의문은 시우도 가지고 있었다. 만약에 형이 저렇게 놀랄 정도의 미인이라면 어떻게든 인터넷 상에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까. 사진은 조금 예쁜 수준이지만, 실물로 보면 엄청나다고 말이다.



아눕롤이라면 충분히 그 소문을 듣고는 미리 너커에게 '예쁜 누나도 온다는데 좀 정신 차려라'라는 말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진짜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 궁금해진 시우는 조심스럽게 엠피티어 어머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학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대한민국은 이세계인의 인권을 잘 인정하지 않잖아요? 이때까지는 어떻게 하셨는지..."

"성장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홍콩에 있었을 때는 집에서 가정교사를 통해서 가르쳐야 했어요. 이제는 슬슬 성장속도가 느려지고 있으니 올해 한국에 온 김에 학교에 보내려고요."

"평범한 학교에는 입학시키기 힘들 텐데요."

"그렇죠. 그래서 국제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해요. 아이 아빠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제 국적도 있거든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를 앞에 두고, 시우의 뒤쪽에서는 스마트폰 액정을 두들기는 소리가 빠르게 퍼졌다.



그 소리를 잡아냈는지 손시훈의 '대단하다.'라고 중얼거린 목소리가 시우의 머릿속에 퍼졌다. 그리고 너커는 빠르지만, 완벽한 영어로 말했다.



<I was born in India, so I think I'll be fully qualified to enter an international school.>


일단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건 넘어가자. 프랑스어로 사람을 까는 녀석인데 영어라고 못 하겠는가.



그런데 말한 내용도 살짝 약을 파는 소리다. 정확하게 이 녀석의 출생지는 인도가 아니라 중국에 속해 있는 카슈미르 너머의 게이트다. 제압된 곳이 인도 영역 내였을 뿐.



이 뒷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시우와 카닌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거기에 더해서 영어 정도는 충분히 알아먹는 마경태도, 못 알아먹어도 분위기로 알아먹는 김송현의 표정도 굳어가고 있었다.



어머님도 딸을 향한 저 꼬맹이의 관심이 그리 하얗지는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곤란하다는 눈치다. 첫 만남에 그냥 학교도 아니고 외국인 학교에 진지하게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누가 봐도 평범하지 않다.



주변의 그 걱정을 정작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소녀는 저 꼬맹이의 그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말이다. 그와 함께 시우는 두꺼운 나무판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단 동족끼리의 첫 만남은 그럭저럭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그렇게 모녀가 사라지자마자 꼬맹이 너커는 정말로 뻔뻔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미인계라. 고작 그 정도에 난 흔들리지 않아.>



그 말에 머릿속으로는 자신의 형이 속이 시원하도록 거친 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들이 있어서 그 험한 말은 바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거기다가 마경태와 김송현은 괜히 한마디를 꺼냈다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무실 직원들의 반발에 저 녀석의 기만 살려줄 게 뻔하다.



그렇기에 이건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적절히 조절이 된 말을 하는 시우였다.



"완전한 짐승 상태였다면 배를 까서 헥헥거렸을 주제에 뻔뻔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이 말에 너커보다도 사무실 직원들이 더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어지는 시우의 행동과 너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시우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자마자, 너커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게 추태를 들켜버려 변명마저 쏙 들어간 모습이었다.



그리고 꼬맹이는 본심을 섞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너무 예뻤어. 인정해. 바싹 마른 강바닥과도 같은 머릿결에서 그런 생기를 느낄 수 있다니. 태어나서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적은 처음이야. 짐승이었던 시절의 나라면 더 거칠게 다가갔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인데 뭐가 나빠?>



초등학생이 너무나도 예쁜 중학생 누나를 보고 하는 말이라면 약간 당차서 귀엽다. 사무실 직원들은 그 눈으로 너커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내용물은 나이도 알 수 없는 영감탱이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징그럽기 짝이 없다. 거기다기 학교까지 따라가겠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왜? 다 같이 학교에 가면 좋잖아? 중등부에 간다고 했지? 그럼 나는 초등부에, 카닌 누나는 고등부에 가면 되겠네? 카닌 누나는 실제 나이로는 현역 여고생이니까!>



배려하는 척 은근슬쩍 자신의 계약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정말로 몹쓸 꼬맹이다.



이 몹쓸 유혹이 잠깐이지만 흔들리는 카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 증명을 위해서 할아버님이나 중앙 헌터 협회 직원들이 좀 고생한 것을 알기에 카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소악마처럼 유혹을 하는 너커에게 시우처럼 말을 꺼내는 김송현이었다.



"학교를 뭔 누나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선 어지간한 사람들을 깔보는 그 성격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미안한데, 나도 알 건 알아. 학교가 그런 성격을 고치라고 있는 곳이지. 형을 보면 철부지 성격은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씨알도 안 먹혔지만 말이다. 그래도 비꼼이 섞여 있었지만 김송현에게 '형'이라는 단어를 쓴 건 조금 장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는 게 이 꼬맹이의 악랄한 점이다.



<그러고 보니 상당수의 대한민국 남성은 남자 중학교에, 남자 고등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다지?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기회를 남이 가진다고 훼방을 놓는 건 좋지 않아.>

"뭔 남중, 남고를 나오면 앞으로도 여자를 찾을 기회가 없는 것처럼 말하시네? 하긴 수천 년간 홀로 살았으니 그걸 알리가 없겠지! 아니지! 수천 년도 아니고, 몇 년 동안만 모태솔로인 노총각으로 늙어도 알겠다!"

<...>

"할 말이 없지? 어디를 보시.....아."



입을 꾹 닫고 있는 너커의 시선은 살짝 돌아가 있었다. 그 시선이 닿은 곳은 딱딱하게 굳은 채로 서 있는 마경태가 있는 곳이었다.



시우나 김송현 정도면 몰라도, 그 윗 세대들은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단성학교에서 10대의 대부분을 보내던 시절이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었던 마경태는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노총각으로 늙어가고 있다.



의도치 않게 말로 너커를 찌르려다가 애꿎은 마경태를 찔러버린 꼴이다.



"어...형. 경태형. 그러니까. 그게, 저...."



말을 버벅거리는 김송현을 두고 너커는 가만히 있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에 본능적으로 입을 열면 안 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몇몇 사무실 직원들도 입가에 손을 가까이할 정도의 대참사였으니 말이다. 그 대참사의 의도치 않은 주인공인 마경태는 조용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서, 아눕롤의 본체는 흠뻑 젖은 채로 창문에서 떨어지는 김송현을 받아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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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뻔뻔하게2 20.11.05 25 0 13쪽
152 뻔뻔하게 20.11.04 21 0 13쪽
151 누나들?10 20.11.03 21 0 13쪽
150 누나들?9 20.11.02 22 1 13쪽
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2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 누나들?5 20.10.27 25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8 0 13쪽
141 정령용6 20.10.20 43 0 13쪽
140 정령용5 20.10.19 23 0 14쪽
139 정령용4 20.10.16 29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3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5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8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4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1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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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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