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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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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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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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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령과 용

DUMMY

평상시의 진동 수준이었다면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금 전의 진동은 이 지역에서의 일상이라고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컸다.



결정적으로 아눕롤이 '가 보셔야 될 것 같다.'라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그에 우선은 질문을 던지는 갈리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지맥 개발을 하다가 선을 넘은 것 같군요. 이중 암호문 통신이라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꽤나 강한 몬스터를 건드린 것 같습니다.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이야기하기를 바라죠."



평화유지군의 입장으로써 빨리 복귀를 해야 한다. 그에 빨리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눕롤이 중얼거렸다.



-기계인 제가 하기엔 좀 이상한 말이지만, 예감이 좋지 않사옵니다. 땅이 흔들린 사실 이상으로 말이옵니다.

"이중 암호문 통신이라도 완전히 해석한 거 아니에요?"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즉시 만들어진 암호는 해석할 수 없사옵니다.



예시를 들자면 모스부호로 통신이 전달되었다고 생각해보자. 1차적인 내용은 다음과도 같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를 해석하면 '빨간달팽이'라는 내용이 된다. 아눕롤의 한계는 바로 이 지점이다. 빨간달팽이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추측과 짐작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문자를 이루는 게 한자다 보니 해석의 여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걸 어떻게든 살린 내용은 다음과도 같았다.



"'모순의 도마뱀이 역류를 계속해서 구사하고 있음'. 일단은 그것만 반복되고 있다는 거죠?"

-예. 통신기가 고장이 나서 그것만 반복되는지, 아니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령왕급 정령이 날뛰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결국 중국이 사고를 이렇게 치는구나..."



조미선의 한탄에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누군가가 한탄하면 고개를 끄덕일 게 분명했다.



게이트와 관련된 개발 정책에서 중국은 좋게 말하면 적극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격한 수준의 개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 1위 수준의 인구수와, 높은 인구 밀도의 문제를 게이트의 개발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런 쪽이라면 인도가 더 심각하지 않겠냐고 물을 수 있겠다. 인구수는 중국과 비슷한데, 국토는 중국의 1/3밖에 안되니 말이다. 그러나 국토의 내용물이 너무 다르다. 사람 살기 좋은 땅이 대부분인 인도와는 달리, 중국은 국토의 반 이상이 사람이 살기에 곤란한 땅이다.



문제는 그 해결책으로 이 세계 너머의 거주민들까지 쫓아내는 수단까지 동원하는 방법을 쓴다는 거다. 오죽하면 인도-중국-파키스탄의 3파전에서 파키스탄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 반사이익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래도 파키스탄과 계약한 다른 정령들처럼 그 모순의 도마뱀이 파키스탄의 편에 든다는 평화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죠?"



중국에게는 많이 유감스럽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제일 평화로운 결과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이런 지진을 일으킨 정령이 날뛰면 재앙이 따로 없으니까



-모순의 도마뱀이 정령이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정령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서...

"카슈미르에 열리는 대부분의 게이트들은 정령계나 유사 정령계와 연결된 게이트들이 아닌가요?"

-도마뱀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몬스터가 있지 않사옵니까.



아눕롤의 암시에 시우와 조미선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드래곤?"

-엄밀하게 따지자면 용종이라는 단어를 써야겠지요. 드래곤은 그들 중 일부이니까요. 용종이란 이름만으로 그들의 강함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사옵니다."

"허..."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라는 말이 있다. 비슷하게 그들은 강해서 살아남는 건지, 살아남아서 강해진 건지 의문이 절로 드는 몬스터들이다.



단순히 강한 몬스터가 아니라 어느 세상에서 튀어나와도 그들이라면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으니 말이다. 비유가 아니라 땅이 끓으며 통째로 불타오르는 세계에서도, 바다마저 꽁꽁 얼어붙은 세계에서도, 심지어 휴식을 취할 땅이나 바다마저 없는, 하늘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도 관찰된 바가 있다.



그렇기에 아눕롤의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드래곤은 용종 중에 극히 일부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시에 아눕롤은 나름대로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었다.



-굳이 용종들이 자신들과는 맞지 않은 정령계를 갈 이유는 없사옵니다. 대부분의 용종들과 정령계는 상극이옵니다.



정령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세계는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천천히 이루어지는 변화가 반복되는 세계다. 때문에 정령들 사이의 영역 교체는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땅의 정령들이 머무르는 곳에 물의 정령들이 비를 뿌리고, 나무의 정령들이 숲을 만들면 바람이나 벼락의 정령이 산불을 일으켜 불의 정령을 부른다. 그리고 황무지가 된 땅을 땅의 정령이 가다듬으면서 순환이 시작된다.



이런 정령계가 일반적인 세계와 차이가 있다면 실체화가 되어있지 않은 환상에 가까운 세계라는 것이다.



용종들은 그 세계에 사는 정령들에게 있어 최악의 손님들이다. 용들의 본능은 극과 극. 환경을 일방적으로 고정시키거나, 반대로 환경을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갑작스럽게 변화시킨다. 마음껏 본능을 해소하는 용은 인간의 환경파괴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용들에게도 정령계는 그다지 좋은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정령계가 가는 경우는 정말로 강한 경우거나 정말로 약한 경우. 그 중 강한 경우일 가능성은 없을거란 희망적인 예측을 하는 아눕롤이었다.



-강한 경우라면 진작에 사고가 났겠지요. 환경 친화적인 경우라면 자신들의 친구인 정령들을 괴롭히는 인간들을 단죄했을 것이옵니다. 난폭해서 깽판을 치러 간 용이라면 인간이든 정령이든 관계없이 공격했겠지요. 마법사같이 연구의 목적으로 간 경우라면... 카푸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사옵니다.



손시훈을 제제하겠다고 그를 부른 김XX PD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카푸스는 그가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바다에 적셨다가 꺼내기를 반복했다.



물론 친구인 손시훈의 눈치를 본 것도 있겠지만, 그 처벌에는 당사자의 의지도 꽤나 깃들어 있다. 이러한 경우들을 감안하면 강한 용의 심기를 건드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늦게 터졌다는 거다.



"그래서 아눕롤은 어느 정도로 랭크를 측정하고 있죠?"

-헌터로 따진다면 A++급, 혹은 잘 해봐야 S--급 헌터를 중심으로 한 소형팀쯤 될 것 같군요, 아무리 못해도 중국 당국의 선에서 해결이 되겠지요.



말투는 느긋하기 그지없다. 냉철하게 따져보면 그렇긴 한데 그래도 S라는 글자를 가볍게 언급하는 수준에서 키잔트헤임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시우와 조미선이었다.



사실상 이세계인이나 마찬가지인 손시훈을 제외하면, 그녀와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은 지구에서는 없겠지. 평범한 지구인이라면 이건 뉴스로 확인하자마자 지인에게 국제전화를 걸 일이었다.



.

.



"예, 예. 엄마 전 괜찮아요. 예... 거리가 멀다니까요. 말이 지역이지 카슈미르는 넓이만 해도 한반도 수준이에요. 예. 의사회는 어디까지나 난민 보호 및 의료 지원의 역할이니까요. 예"



당연히 시우의 부모님도 평범한 지구인에 포함되어 있다. 거기다가 이런 일에는 더 민감한 비적합자. 시우는 부모님, 특히 그의 어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꽤나 오랜 시간을 써야만 했다.



"휴..."

"의외로 전화는 늦게 걸려왔는데 말이지."

"시간이 1위네. 역시"



시우의 전화가 끝나고, 왜 하는지 모를 감탄을 하는 마경태와 김송현. 그를 향해서 시우가 불퉁한 목소리를 대놓고 드러냈다.



"이런 걸로 내기까지 한 건 아니겠죠?"

"나를 뭘로 보는거야! 나는 의사라고! 이런 걸로 장난치지는 않아!"

"..."

"..."

"뭐야, 다들 왜 이래?"

'이 사람들이?'

-우리 계약자는 바깥에 있는 내 본체와 이야기 좀 하자꾸나.



순진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마경태. 눈치가 그보다 훨씬 있는 카닌은 뒤틀린 웃음을 짓고 있고, 조미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들은 시우의 눈치를 심하게 살피고 있지는 않다.



그 대신 김송현을 포함한 상당수의 헌터들이 시우와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시우는 블루베리를 불러서 참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충동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 저기 시우야."

"비적합자가 그렇죠, 뭐. 형은 그래도 내기 같은 걸 진짜로 몰랐으니 위로 안 해주셔도 돼요."

"딱히 비적합자만 전화 오고 그런 게 아니잖아? 나를 봐. 의외로 제일 많이 전화가 걸려온 게 나였어."

"형, 그래도"

"다들 내 결혼 이야기를 꺼내더라고. 오래간만에 전화를 한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아아"

"잠깐, 왜 눈물이 나지? 나는 웬만해서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오네."



뭔가 위로를 하려는 것 같았는데, 그 방법이 시우보다 조금 더 처참한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다. 효과는 가벼운 진통제를 쓸 일에 강력한 마취제를 쓴 격이 되었다. 그렇게 분위기는 진정되는 수준을 넘어서 착 가라앉고 말았다.



시우는 이런 꼴을 의사회의 이사들이 못 봐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아 이사인 제프 카넬리스 말고 다른 이사들이 이 꼴을 봤다면 진지하게 책임자를 바꾸려고 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때문에 주변의 일로 화제를 바꾸는 시우였다.



"그나저나 피난민들하고 정령들이 의외로 흉풍이를 무서워하지 않네?"



일반적인 상식상 사령과 정령은 상극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고 이쪽으로 피난을 온 정령들은 그다지 적운흉풍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



-지능이라는 것이 미미할 정도로 약한 정령이라도 지성은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일부로 이 쪽으로 피난을 오는 것도 있겠지요.

"차이가 뭔데?"

-흠...적운흉풍과 좀 반대의 경향이 있다고 해야겠군요.



적운흉풍은 확실히 머리가 좋다. 그 머리가 좋다는 것은 짐승의 기준을 넘어서, 전투와 관련된 몇몇 영역에서는 헌터와도 맞먹거나 넘어설 정도다.



-요컨대 이미 학습된 일, 구체적인 물체들을 바탕으로 하는 행동들은 지능의 영역이지요. 반대로 지성은 새로 경험하는 일에 대한 대처능력 및 추상적인 가치들과 관련된 행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가령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 및 소통에 지능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지성의 영역이 더 크지요.

"웬만한 건 다 해내는 흉풍이가 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인가"

-그렇지요. 일정 수준 이하의 지성을 가진다면 아무리 지능이 높더라도 문자를 이해조차 할 수 없사옵니다. 정말로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고차원적인 수학적 연산은 가능한데 간단한 비유법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요.



비슷하게 근거가 약한 희망도 지성의 영역이다.



지금 피난을 온 정령 중 상당수는 이 쪽에는 강한 자들이 많으니, 용과 맞서 싸울 거라는 기대로 오는 자들도 있다. 특히 적운흉풍에게 건 기대가 크다고 한다.



"뭔, 정령도 싫어해, 사령도 싫어해. 용이 좋아하는 게 있어요?"

-자기가 충분히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다면 좋아하지요. 그런데 정령은 인간과 비교해봐도 용의 말을 충분히 안 듣고, 사령은 더더욱 자신의 말을 안 들으니 더 싫어하는 것뿐이옵니다.



아눕롤의 그 말에 '덩치 큰 고양이'라고 중얼거리는 마경태. 그 말이 맞다는 듯이 대답도 하기 전에 아눕롤의 분신체가 기이잉 움직였다.



-흠. 현인이나 시를라 양이 들으셨다면 방금 그 말에 엑사크타(exacta)라고 답했겠군요.

"그 정도예요?"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으니까요. 다른 종족에 비하면 모든 것이 우월한 종족이다 보니, 용종들과 일반적인 종족들 사이에서 평범한 소통관계는 불가능하옵니다.



대부분의 경우 용종이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를 대하듯이 타 종족을 다룬다고. 지성이 낮은 용종의 경우 이 특성이 더 안 좋은 쪽으로 드러나 마경태의 말대로 '덩치 큰 고양이'같은 행동을 한단다.



이러니 조금이라도 오냐오냐 해줬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된다. 그래서인지 땅이 흔들리지 않는 게 더 불안하다고 말하는 아눕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행은 어디까지나 평화유지군을 보조하는 의료 봉사 단체. 일단은 기다려야만 한다.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건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걸 알려주는 철수 권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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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누나들?8 20.10.30 21 0 13쪽
148 누나들?7 20.10.29 22 0 13쪽
147 누나들?6 20.10.28 25 0 13쪽
146 누나들?5 20.10.27 24 0 13쪽
145 누나들?4 20.10.26 25 1 14쪽
144 누나들?3 20.10.23 25 0 13쪽
143 누나들?2 20.10.22 29 1 13쪽
142 누나들? 20.10.21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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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정령용4 20.10.16 28 0 14쪽
138 정령용3 20.10.15 32 0 13쪽
137 정령용2 20.10.14 25 0 13쪽
136 정령용 20.10.13 27 0 13쪽
135 정령과 용5 20.10.12 34 0 13쪽
134 정령과 용4 20.10.09 30 0 14쪽
133 정령과 용3 20.10.08 33 0 13쪽
132 정령과 용2 +1 20.10.07 35 1 13쪽
» 정령과 용 20.10.06 31 0 13쪽
130 인솔자들5 20.10.05 25 0 13쪽
129 인솔자들4 +1 20.10.02 30 1 14쪽
128 인솔자들3 20.10.01 3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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