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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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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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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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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진짜와 가짜3

DUMMY

딱 들으면 도발처럼 느껴지는 밑 조건.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시우는 침착하게 분석을 했다.



'엄청'이나 '아주'라는 표현 대신 구체적으로 '2'배라는 숫자를 쓴 비교. 그렇게 표현을 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시우의 시선은 뒤로 물러나 있는 사람에게 향한다.



김송현에게 도전했다가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그 사람이다. 아마도 타나즈 굽타는 저 사람보다 2배 이상 강하다고 판단하는 게 좋을 거다.



'어때요 아눕롤?'

'2배는 어디까지나 숫자상의 조건이겠지요. 저는 실질적으로는 3배쯤 된다고 추측하옵니다.'



급이 올라갈수록, 마나를 생산하는 양이나 출력하는 양 중 하나만 늘어도 적합자는 급격히 강해진다. 단순히 힘이 세지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니까. 그렇기에 같은 랭크라도 급에 따라서 그 강함은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니 아눕롤의 말대로 2배는 어디까지나 그럴듯하게 보여주기 위한, 숫자상의 조건. 친절하다면 친절한 정보제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침착하게 여기까지 분석한 시우에게 김송현이 전음을 보냈다.



'괜찮지 않아?'

'나는 그렇다고 쳐도 너는 직접적으로 아랫급으로 비교당하는데 괜찮냐?'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하겠다고 했잖아. '졌지만 잘 싸웠다'소리가 나올 정도로 해달라는 거 아니겠어?'

'졌지만 잘 싸웠다...'

'그러면 어느 쪽이 이기든 지든 내 평가도 오르지 않겠어?'



참... 이 녀석다운 발상이다. 전음으로 해서 다행이지, 말로 했다면 바로 아눕 롤이 몹쓸 마음가짐이라고 전기 충격을 흘러 보냈겠지.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라 고개를 끄덕인 시우였다. 반대로 이 녀석이 지금까지의 도전자들을 대신 물리쳐줘서 자신의 주가도 오른 게 있다. 지금까지의 노고는 인정해주자.



결국 이런저런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 그러자 주변에서 당사자들보다 더 격렬한 반응이 퍼지기 시작한다.



"하겠다고 한 거야? 그럼 지금이 직접 나서는 게 처음 맞지?"

"손, 손시우씨, 잠깐만요! 촬영 세팅을 다시 맞출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주변이 이렇게 시끄러워졌지만, 딱히 내색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뭘 하든간에 조금이지만 미리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렇기에 속으로 평온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시우는 적절한 위치에서 창의 역할을 할 목봉을 쥐고 자세를 잡으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누가 봐도 기본적인 준비는 되었다고 볼 만한 분위기. 그러나 마나 측정기는 잠잠하기만 하다. 그걸 몸으로 느꼈는지 타나즈 굽타는 고개를 묵묵히 끄덕였다.



"호오, 아니네요."

"..."

"혹시라도 적합자로 갑자기 각성하면서 감지 계열의 특수한 마법을 얻었을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는데."

"..."

"무시는 아니지만, 대답도 안 하시는 걸 보면 엄청 집중을 하는 게 분명하고. 그런데도 마나는 느껴지지 않는다니... 확실히 비적합자가 맞군요."



비적합자



어지간하면 그 단어를 강조하는 경우는 깔보는 경우다. 그러나 타나즈의 목소리에서 그런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 굳이 읽어낼 만한 기색이 있다면 강렬한 긴장.



그 긴장이 살짝 엿보이는 손으로 손목의 팔찌를 툭툭 친다. 그러자 손목의 팔찌가 부드럽게 풀려서는 커지면서 기다란 봉이 되었다.



-호오

"왜 그래?"

-독특하구나. 칼라리파야트의 훈련 과정은 4단계로 나뉘지. 그중, 2단계가 목봉류 무기 훈련이다.

"2단계...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목봉이 아닌 석봉을 쓴다는 게 확실히 이상하다는 거지? 재질이 다르면 특성도 다를 테니까."

-그렇지. 칼라리파야트는 요가를 통한 단련으로 유연성을 기르고, 3단계 훈련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배우는 무기는 채찍처럼 휘두르는 검인 우르미다. 그런데 딱딱한 재질의 석봉을 쓴다니...



이런 아눕롤과 김송현의 대화를 옆에서는 기자들과 인터넷 방송인들이 열심히 메모하고 있다.



그게 시우의 주변에서 가장 고요한 행동이었다. 시우가 자세를 잡으면서 시작된 수군거림은 하나도 멈추지 않았으니까. 반응은 기대가 반, 미리 하는 실망이 반.



이렇게 부담스러울 정도의 말들이 잔잔하게 쏟아지는데도 시우의 시선은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고정된 상태. 그 고정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타나즈 굽타가 말했다.



"준비는 다 되신 것 같네요. 그럼 갑니다."



말을 했기에 첫 걸음도 타나즈가 먼저 내딛는다.



하지만 두번째 걸음은 동시에 내딛고, 세번째 걸음은 조금 더 빨리 내딛은 건 시우였다. 그대로 가속을 실어서 봉마저도 먼저 내지르는 시우를 보면서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대충 평범하지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베테랑급 헌터로 추측되는 타나즈보다도 조금 더 빠른 것이다. 이런 속도는 당사자에게도 예상 외였는지 맞상대를 하고 있는 타나즈는 표정을 빠르게 굳혔다.



하지만 굳은 것은 표정 뿐,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헌터의 덕목이다.



이를 감안하면 확실히 타나즈 굽타는 군 혹은 헌터 소속의 사람이 맞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는 달리 허리를 빠르게 뒤로 젖히며 시우의 봉을 피했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 살짝 질겁하는 김송현이었다.



"뭔 허리가 활처럼 뒤로 휘어?"

-인생의 반 이상을, 어쩌면 적합자가 되기 한참 전의 아이일 때부터 요가를 해 온 모양인 것 같구나.

"아니 그래도 저건..."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진작에 시우에게 머리, 어깨, 가슴을 맞고도 남았겠지. 하지만 타나즈는 아슬아슬하게 시우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마치 신기루를 때리려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타나즈를 찌르지 못하는 시우의 봉



그래도 어찌 됐든 시우가 몰아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시우는 공격을 퍼붓고 있고, 타나즈는 별다른 반격도 하지 못하고 피하니 말이다.



대다수의 관객이 그렇게 느끼는 분위기 속에서 아눕롤의 분신체가 기이잉 움직였다. 사람으로 따진다면 살짝 신음을 흘리고 눈을 가늘게 뜨는 행위. 약간이지만 심기가 불편한 그 기색을 눈치챈 김송현이 말했다.



"괜찮지 않겠어?"

-뭐가 괜찮은지 말해보거라 계약자여.

"지금 저거. 시우 형의 기술에 나름대로 익숙해지려고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란나찰은 익숙해져도 별 거 없잖아?"

-조금은 성장했구나. 뭐, 그건 문제가 없기는 하지.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타나즈의 행동은 뻘짓에 가까웠다. 진짜로 란나찰은 익숙해져도 별 게 없는 창이니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란나찰창은 분명히 나쁜 무공은 아니다. 무공으로써 란나찰창은 죽었다만, 무술로써의 란나찰창은 현대에도 살아남아서 전해질 정도. 그건 기본기가 워낙 탄탄하다는 뜻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워-낙 기초적인 창이라서 딱히 분석할 게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동작이 크게 세가지인 무공을 분석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상대가 란나찰창을 즉석에서 응용을 하는 것을 대응하려면 자신 또한 즉석에서 대응책을 생각해내야 한다. 미리 분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거기다가 하필이면 란나찰창은 선 방어, 후 반격을 위한 창. 세 가지밖에 없는 기술 중 두 가지가 무려 방어를 위한 기술이다.



시우의 모습도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공격이 정직한 찌르기 뿐, 휘두르는 동작은 거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피하는 타나즈의 모습이다. 계약자여, 타나즈가 도련님의 공격을 '어떻게' 피하는지 집중해서 보거라.



타나즈는 어떻게 시우의 봉을 피하고 있는가. 그에 김송현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시선과 카메라들이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



그리고 아눕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상대하는 게 기술을 쓰지 않는 몬스터라고는 해도 기본기가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시선이 시우의 봉 끝과 가장 가까운 타나즈의 가슴과 머리에 대체로 집중되어 있다.



그래도 자신의 계약자인 김송현은 정석대로 타나즈의 무릎과 발목에 집중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는 아눕롤이었다. 그렇다면 금방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테니까.



"관절이..."

-기괴하지?



일반적인 사람이면 바로 비명을 내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각도로 꺾이는 발목과 고관절. 그걸 보면서 살짝 기겁한 김송현은 아눕롤이 왜 살짝 못마땅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저거, 어지간한 관절기는 안 통하겠지?"

-그렇겠지. 도련님이 무릎 관절을 꺾으려고 하면 고관절을 비틀어서 빼내고, 팔의 관절을 꺾으려고 하면 어깨를 탈골시켜서 빼낼 거다.

"일부로 노리고 보낸 건가?""

-아마도. 기본적으로 도련님이 금나에 능하다는 정보는 알려져 있겠지. 그래서 집안 내에서 유연한 적합자를 선발로 내보낸 것 같구나. 봉술도 마찬가지겠지. 아무래도 똑같은 무기가 주특기라면 파악에 더 쉬울 테니까.

"내가 그렇게나 창문 바깥으로 내던져진 것이 불러온 나비효과인가..."

-그건 니 잘못이지 않느냐, 계약자여.

"솔직히 그렇다고 치고, 아무리 받아준다고 해도 사람을 건물 바깥쪽으로 던지는 게 할 짓이야?"



뜬금없이 말다툼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은 갑자기 난 쿵 거리는 소리와 주변 관객들이 다시 내지른 환호성에 고개를 돌리며 동시에 외쳤다.



-계약자 때문에 놓쳤잖은가!

"누나 때문에 놓쳤잖아!"



저 둘이 말싸움에 놓친 장면을 알려주겠다.



기본은 지금까지의 양상과 같았다. 시우가 봉을 크게 내지르는 것. 거기에 타나즈는 조금씩 발목을 뒤쪽으로 튕기면서 물러났었다.



그랬던 그녀가 시우가 내지른 봉대를 한쪽 다리를 휘두르면서 뱀처럼 휘어감은 것이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관객들이 입을 조금이든 크게든 벌려버렸다. 자신을 향해서 정면으로 내질러지는 창대를 손도 아닌 다리로 붙잡은 과감한 행동이든, 창대를 휘어감은 다리가 자연스럽게 그려낸 요염한 선이든 시선을 끄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땅을 딛고 있던 남은 한 다리도 마저 창대에 얽어버리는 타나즈. 어지간한 헌터들도 갑자기 그런 무게가 자신의 무기의 끄트머리에 실리면 균형을 잃을거다.



마법이 만능이라지만 기본적인 물리 법칙은 어쩔 수 없는 법.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봉을 떨어트리는 관객들의 상상을 깨트리고, 허리와 가슴을 뒤로 살짝 빼는 것으로 시우는 타나즈의 체중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봉을 높이 들어올려서는 크게 바닥으로 내려치는 시우의 행동에 타나즈는 봉에서 다리를 풀고 뛰어내려야만 했다.



너무나도 급하게 뛰어내려서 다리를 봉대에 감을 때에 비하면 꼴사나운 모습이 됐다. 그래도 시우가 내려친 봉이 바닥과 부딫히면서 난 소리를 생각해보면 현명한 행동이다.



아눕롤과 김송현은 이 모든 장면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들이 본 건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뒤의 살짝 패여버린 바닥과, 바닥에 반쯤 누워있는 타나즈의 모습 뿐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잠깐 서로를 째려보는 두 사람은 다시 시선을 시우에게 돌렸다. 계속해서 투닥거리다가는 또 이런 사건을 놓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 번 달궈졌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식는 가운데, 자신을 향해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시우를 향해서 타나즈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이야기로 들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상당히 침착한 면이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꽤나 인간미가 있으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

"아니면 그런 쪽인가? 형인 손시훈처럼 전투에 들어가면 사람이 완전히 바뀌는 타입?"

"..."



대답 대신 타나즈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다잡는다. 실전이었다면 상대방이 아직도 바닥에 반 쯤 앉아있든 말든 상관없이 달려들었겠지만, 이것은 대련.



딱 거기에만 집중하고 절도를 차리는 모습에 살짝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타나즈였다. 자신보다 속도도 힘도 약간 더 앞서는 것 같은데 집중력마저도 월등하면 어찌 할 도리가 없으니까.



이런 상대에게 기점을 잡으려면 역시 기습이겠지.



그에 빠르게 머리를 굴려서 선택한 방법에 시우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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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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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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