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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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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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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우직하고, 굳세게3

DUMMY

그리고 또 한 달 뒤



총 두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마주 서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앞에서 자세를 다잡은 도련님을 비탈리아는 유심히 관찰했다.



옆쪽이 아주 살짝 비어있다.



이 빈틈을 만들어낸 원인으로 추정되는 김송현을 힐끔 쳐다보는 비탈리아. 원래라면 저 빈틈을 저 철부지가 채우고 있었을 거다. 그 뜻은 두 달간의 시간 동안 저 철부지도 나름대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과 맞상대를 하고 있는 시우에게는 하나의 빈틈도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손시연과의 1 대 2의 대련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맡을 사람은 저 철부지 말고는 없었던 것이다.



이걸 확인한 그녀는 다시 시우를 보면서 마른침을 삼킨다.



하지만 굳은 표정도 잠시, 살짝 미소를 짓는 비탈리아를 향해서 시우가 입술을 열었다.



"할만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럴 리가요, 아니 그럴 리가. 언제나 긴장이 되더라도 겉으로는 여유를 보여야지."



낯가림을 던져버리고 다시 교관님으로 돌아온다.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전 고안 단계에서만. 적의 앞에서는 여유를 갖추고 있어야 해. 공포와 희망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퍼지니까."



손시훈이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는 기본 전술 또한 그것. 잔혹한 행동을 통해 적들에게 공포를 퍼트려서 행동을 심리적으로 저지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상대방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헌터가 겁에 질려서 물러나면 그 뒤의 사람들은 누가 지킨단 말인가.



여기까지 살짝 딱딱하게 교훈을 던져주고는 잡담을 꺼내는 비탈리아였다.



"대련이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 2달 동안 엠바고를 걸었잖아?"

"엠바고..."

"따져보면 그렇지 않아?"



따져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 시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으로 단련을 하는 두 달 동안 일행이 무슨 단련을 했는지는 오늘까지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심지어 손시훈도 아눕롤에게서 특별히 무언가를 듣거나, 라자르를 통해서 관측하지 않았다. 몰라야지 기대를 하는 맛이 있다나. 그저 김송현이 함께 한다는 걸로 무공과 관련이 있겠거니, 할만한 수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달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딱히 변한 게 없어보이는 손시연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게 손시연은 무공에 관해서만큼은 평범한 이나 마찬가지.



결국 까놓고 말하면 그녀는 자기 단련의 측면에서만 따졌을 때 두 달을 고스란히 날린 거다. 내공과 무공에 대한 재능은 김송현과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데, 접한 시기마저도 늦어서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다.



"너는 어떨까?"

"..."

"흠"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긴장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기 위해 집중하기 때문임을 비탈리아는 구분해냈다.



김송현이 시우의 옆쪽을 차지할 수 있게 성장한 것처럼 역시 뭔가 달라지긴 달라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부터 힘을 꽤나 쏟아부어야 할까, 아니면 살짝 간을 보면서 유도를 할까. 고민을 하면서 그녀는 낮게 몸을 숙이며 낮춘다.



의식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무의식이 한 건 사람이건 짐승이건 엇비슷한 전력 질주를 위한 자세. 거기에 머리는 뒤틀리면서 반쪽이 잘려나간 끔찍한 괴수의 것으로 변한다.



어지간해서는 바로 몸을 움츠리면서 방어 자세를 취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다. 머리를 보면 금세라도 자신을 향해서 뛰어들어서는 목을 물어뜯을 것 같으니까.



그러나 시우는 다리와 허리에 힘을 주면서 자세를 굳히는 대신 비탈리아의 모습을 크게 살펴보았다.



머리는 완벽한 짐승의 것으로 변했다만, 아직 팔과 다리는 인간의 것. 그리고 입은 평범하게 벌려져 있지만, 가슴과 배가 살짝 부푸는 것이 은근슬쩍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다.



거기서 갑자기 시우의 머릿속에 스쳐간 것은 N의 모습. 그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지, 지켜보고 있던 김송현이 중얼거린다.



"브레스?"



마나를 가공해서는 불꽃, 얼음, 번개, 바람, 독, 산 등의 형태의 원소로 방출하는 마법



이 정답이 나오는 것에 맞춰서 시우가 빠르게 벌려진 비탈리아의 입을 피해 온 몸을 움직인다. 시우의 그 발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함께 검은 연기가 비탈리아의 입에서 숨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러자 뒤늦게 의문을 내뱉는 김송현이었다.



"근데 드래곤, 용종만 진짜로 위험한 브래스를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난 도대체 왜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오해를 하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독만 하더라도 상징하는 동물들이 꽤나 많다. 역시 가장 유명한 건 뱀이겠지만, 거미도 있고, 전갈도 있으며 바다까지 영역을 넓히면 해파리 등등의 경우도 들 수 있겠다.



"독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거 N과 비슷하잖아요."

"자세히 봐라. 검은 연기라는 대략적인 형태만 같지, N의 브레스하고는 천지차이야."



손시훈의 말대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가는 주변이 일렁거린다. 단순히 독 연기를 내뿜는 N의 브레스하고는 형태가 확실히 다르다.



시우를 쫓으면서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검은 연기가 쓸고 지나간 바닥을 보면 그 파괴력을 알 수 있다. 땅이 녹은 동시에 갈려나간 것이다. 이를 보면서 감탄하는 아눕롤이었다.



-위력은 용종에 비해서 조금 모자라지만, 2대 브레스 중 하나를 쓸 수 있다니. 굉장하군요.

"2대 브레스?"

"일반적인 용종이 쓰는 브레스 중에서도 가장 강한 브레스를 말하는 거야. 마법적으로는 번개를 방출하는 형태의 브레스를, 물리적으로는 화산쇄설성 밀도류 형태의 브레스를 최고로 치지."

"화산쇄설성... 뭐요?"

"쉽게 말하면 화산이 터질 때 가장 위험한 재앙을 토해내는 거야."



단일 속성이 아닌 복합 속성의 브레스. 목표가 된 대상을 고온의 열로 구워버릴 뿐만 아니라 잘게 찢고 뜯어내는 힘까지 가지고 있다.



이를 피해 빠르게 횡이동을 하는 시우를 보면서 김송현이 말했다.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저런 거 써도 돼요?"

"쟤는 자기가 토해낸 브레스를 다시 삼킬 수 있으니까. 당연히 시우가 못 피할 걸 알면 진작에 삼켰어."

-그, 그건 진짜로 몇몇 용종만이 해낼 수 있는 일 아니옵니까?

"괜히 기술의 비탈리아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말을 하기 무섭게 땅을 녹여가면서 퍼졌던 브레스가 다시 비탈리아의 입 속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비탈리아의 머리는 방금 전까지 그런 무서운 걸 내뿜었다고는 믿기 힘든 본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작은 기침과 함께 검은 연기를 조금 내뱉긴 했지만, 여력이 있어 보인다. 아마도 브레스를 삼키면서 마력도 상당수를 회수했으리라.



이걸로 시우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비장의 수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창을 던지고 당황하는 틈을 타서 파고드는 것. 비탈리아에게 진지하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로 브레스로 카운터를 당하겠지.



브레스를 쓰기 전에 숨을 들이켜는 등 동작이 크다지만 상관없을 거다. 자신 또한 상대방을 위협할 정도로 창을 던지려면 동작을 크게 해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여기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응책은 단 하나



먼저 달려드는 것. 마법을 쓸 수 있는 원거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겠지만, 비적합자인 자신은 상대방 또한 몸을 쓰게 만드는 방법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도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시우의 모습에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여기가 대부분의 부상이 줄어드는 환상계라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무모한 돌격 아닌가. 단순한 신체적 능력은 힘 조절을 했다고 해도 비탈리아가 우세. 특히 비탈리아의 주특기는 힘싸움이 아닌, 갑작스러운 기술을 통한 압박이다. 저렇게 돌격을 한다면야 확실히 브레스를 뿜기 직전에 덮칠 수 있겠지만, 비탈리아의 발톱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다.



다들 그 비슷한 판단을 마치고는 빠르게 눈동자가 돌아간다. 과연 저게 옳은 판단일 지를 자신들보다 잘 아는 건 시우와 함께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이다.



보이는 건 자신들보다 훨씬 더 긴장한 표정. 손시연은 그나마 몸을 담담하게 두고 있다만 김송현은 두 손을 살짝 모을 정도다. 하지만 그 둘은 긴장은 했어도 눈동자만큼은 떨리지 않고 있었다.



뭔가 있기는 분명히 있다.



그렇게 믿기로 한 헌터들의 시선이 반으로 갈린다.



반은 시우의 다리에, 반은 비탈리아의 어깨. 시우의 다리 쪽에 더 집중을 하는 쪽은 시우가 어떻게 피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쪽이고, 비탈리아의 어깨에 집중을 하는 쪽은 시우가 어느 정도의 공격까지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쪽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시우가 비탈리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믿고 가장 긴장한 건 비탈리아였다. '의심되면 우선 긴장해라.'라는 선생님의 말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가 선택한 건 평상시의 휩쓸기보다 더 난처한 한수였다.



닫힌 상자 속의 스프링 장난감처럼 갑작스럽게 쏘아지는 찌르기. 그거라면 힘과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다. 과연 도련님은 이걸 어떻게 피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깨를 뒤로 뺀 그녀에게 선생님의 흘러가는 듯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금강(金剛)



.

.



-핵심은 '금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길이 갈린다고 볼 수 있겠사옵니다.

"저기... 금강이면 다이아몬드 아닌가?"



이번에는 딱히 김송현의 말에 태클을 걸지 않는 시우와 시연. 그들 또한 한자로 금강경(金剛經)의 금강을 다이아몬드로 이해했으니까.



영어로 금강경의 번역도 The 'Diamond' Sutra다.



-그 해석도 틀린 해석은 아니다, 계약자여. 하지만 세세하게 분석하면 미묘하다고 할 수 있겠지. 중의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중의적?"

-한자로 번역한 금강의 원어인 와즈라(Vajra)는 다이아몬드를 뜻하기도 하지만 벼락을 뜻하기도 하니까. 우선 원어를 기준으로 해석하면 금강경은 '와즈라처럼 깨달음으로 이끄는 강력한 지혜의 경전'을 뜻하게 되겠지. 즉 금강경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벽력경(霹靂經)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



이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벽력경은 '분별, 집착, 번뇌 등을 번개처럼 부숴버려 깨달음으로 이끄는 강력한 지혜의 경전'쯤 되겠다.



아눕롤의 이 해설에 바로 두 헌터의 눈이 번뜩였다. C랭크의 철부지 헌터나, A랭크의 베테랑 헌터나 강력한 파괴력이 나오는 데 관심을 안 가지는 쪽이 더 이상한 걸 거다. 아무튼 그들은 빨리 몬스터를 처리해야 하는 헌터들이니 말이다.



이런 두 동생들을 두고 시우가 말했다.



"그럼 금강경으로 해석하면 '그 어떤 번뇌에도 깨어지지 않는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깨달음으로 이끄는 강력한 지혜의 경전'이 되겠군요.



.

.



다시 말하지만 모두가 예상한 시우의 선택지는 기묘한 회피였다. 아무리 비탈리아가 힘 조절을 한다고 해도 막아낸다는 것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의 그 예상을 뒤집고, 쏜살같이 튀어나온 비탈리아의 손톱이 시우의 어깨에서 튕겨나간다. 그 모습을 본 김송현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흥분한 목소리를 크게 외쳤다.



"됐다! 실전에서 해냈어!"

"아냐, 아직은 아냐... 중요한 건 이어지는 공격을.... 막아냈어!"



손시연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를 꺼낸다.



그것도 공격을 그냥 막아내고 있는 게 아니다. 방어구가 없는, 사실상 맨몸으로 막아낸 거다. 그것도 그냥 몬스터의 손톱이 아닌, A랭크 상위권의 몬스터나 다를 바 없는 손톱을 말이다.



증거로 옷은 이리저리 찢어지고 있지만, 그 너머의 살에는 작은 생채기도 나지 않고 있다. 그 부위도 상대적으로 팔뚝이나 어깨의 방어가 얕은 부분들이다. 아무리 비탈리아가 힘 조절을 했다지만 과연 저게 말이 되는 일인가?



어쩌면, 그냥 무식하게 내공이란 것을 둘러서 버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헌터들 속에서 시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큰 부상없이 집중력만 유지한다면 저 상태로 1시간도 버틸 수 있을 거야. 원래 그런 무공이거든."

"도대체 무슨 무공이길래...?"

"듣는다면 모두가 알만큼 유명한 무공이지"



소림(少林)의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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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8 1 14쪽
»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5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203 난관2 21.01.14 20 1 13쪽
202 난관 21.01.13 2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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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6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0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29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8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8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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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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