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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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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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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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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력을 다해3

DUMMY

시우가 정확하게 본 것은 비탈리아가 휘두른 팔을 형이 허리를 젖히며 아슬아슬하게 피했다는 것. 그리고 바로 허리를 튕기며 비탈리아의 팔뚝을 향해서 달려든 것이었다.



이다음부터는 좀 흐릿하다. 둘의 몸이 충돌하기 전부터 마나가 공기까지 떨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있더라도 주변이 통째로 흔들거리니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공기를 꿰뚫고 본 것은 비탈리아를 어떻게든 메친 모습. 그렇게 비탈리아의 등을 땅에 내리꽂자 솟아오른 흙과 자갈들이 시야를 완벽하게 가려버렸다.



보통은 여기까지만 보면 손시훈의 승리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탈리아에게 계속해서 패배해온 시우는 이것이 절대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점은 잡았지만 이다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를 확인하기 위해서 창을 만들어낸 시우는 창을 세게 휘둘러서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있는 먼지를 날려 보냈다.



그렇게 드러난 시훈과 비탈리아의 모습은 뒤엉켜 있는 게 살짝 기묘했다.



정확히는 비탈리아의 상반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손시훈의 모습은 독특하긴 하지만 기괴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팔의 안쪽을 붙잡은 게 아니라, 바깥쪽을 붙잡았을 뿐, 비틀어서 꺾은 자세는 어쨌든 관절기니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끝. 함부로 움직이면 관절이 그대로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난다. 비탈리아도 그걸 아는지 선생님에게 붙잡힌 팔은 몸에 붙인 상태로 고정시키고 있다.



그 대신 뒷발을 거의 겨드랑이 높이까지 올리고 있다. 이 뒷발에서 뻗은 발톱은 정확히 손시훈의 목을 겨냥하고 있다.



"결국 누가 이긴 거야?"

"개인과 개인의 싸움으로 따지자면 비탈리아의 승리. 팀 단위로 따지자면 내가 속해있는 팀의 승리지."



제자와 얽혀있는 몸을 풀면서 손시훈이 동생의 질문에 대답한다.



"팀의 실력이 좋으면 이 상태에서 어떻게든 몬스터와 몸이 얽혀 있는 전위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어. 그것도 꽤나 다양하게."



제일 안전한 방법은 전이 마법을 쓰는 것. 그걸로 팀원을 빠르게 위기상황에서 탈출시키는 거다.



물론 제일 안전한 대신 제일 힘든 방법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에게 전이 마법을 쓰는 것도 정말로 어려운 일이니까. 카닌만 하더라도 본인에게 빠르게 전이 마법을 쓰는 걸 배우려면 몇 달, 남에게 빠르게 전이 마법을 쓰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 거다.



"둘째로, 무난한 방법은 방어 마법을 걸어주는 거지. 목덜미를 향할 발톱이 비껴나가서는 어깨, 혹은 그 아래를 노리도록 말이야."



셋째는 본인이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다.



"야, 니만 가능한 방법 말고."

"아니오. 충-분히 가능합니다. 호신강기(護身罡氣)라고 들어 보셨나요?"



이론상 최소한의 가능성만 가졌을 뿐, 아무리 들어도 사기꾼이 약을 파는 것 같은 손시훈의 설명이 이어졌다.



명색이 존경하는 선생님이라 비탈리아는 그걸 또 괴수로 변신한 상태에서 열심히 눈을 빛내며 들어주고 있다. 정작 시훈은 뚱한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좀 믿어봐! 애당초 금나로 괴수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호신강기를 쓴다는 걸 전제로 두고 하는 거라고!"



마나로 옮긴다면 일부 헌터들도 비슷한 행동을 하기는 한다. 단순한 신체 강화가 아닌, 신체의 겉면을 코팅하는 것. 바로 근처에 있는 중앙 헌터 협회의 팀장들에게는 기본 소양과도 같은 방어법이다.



그 방어법과 내공을 이용한 호신강기에 공통점을 찾자면 방어가 상대적으로 얇은 부위가 있다는 것이다.



"이건 일반적인 방어구의 약점 하고도 같지. 자주 움직이는 부분 말이야. 목, 겨드랑이, 팔꿈치, 손목, 허리, 무릎, 발목."

"그건 누구나 다 똑같지 않아?"

"똑같긴 하지만 방어력의 격차가 훨씬 심해졌으니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거야. 절대로 사람에게 하듯이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는 안 돼."



말을 하고는 양 손가락으로 비탈리아를 가리키며 의문의 제스처를 던진다. 선생님의 그 제스처에 시우를 본 비탈리아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바로 굳어버린 게 아니라 자신을 보면서 굳었다. 일단은 그놈의 제스처가 뭔지를 이해했다는 거다.



어지간하면 무슨 짓인지를 타박했겠지만, 그 대상은 갑자기 낯가림이 확 하고 도지는 사람. 우선 무슨 짓을 시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별 거 아니야. 고양잇과 특유의 유연성을 보여달라는 거지."

"또 뭔 기괴한 자세를 시키려고."

"이미 보여줄 사람들한테는 다 보여준 건데? 대충 이런 거다."



바로 요란하게 손이 움직이고 뒤로 공중제비를 돈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여우를 떠올린 시우의 눈 앞에서 손시훈은 한 마리의 개로 변했다.



"시연이나 엄마한테는 그 마법 쓰지 마."

'마법이 아니라 도술. 선법에 가까운 건데?'

"뭐가 됐든 하지 마."

'궁금해졌는데. 이 상태에서 애교를 부리면 시연이나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그럼 그렇지. 시우가 아는 자신의 형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귀여워하는 사람들의 앞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깔깔 웃음을 터트릴 사람이다.



어머님은 잘 모르겠지만, 손시연의 표정은 바로 썩어 들어가겠지. 그 상대방의 표정을 즐기는 웃음. 진짜 악당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적운흉풍"

"푸르르릉"

"한 적 있냐?"



긍정을 뜻하는 것 같은 침묵. 혹시나 싶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질문을 해 보자. 제자들의 앞에서도 그 몹쓸 장난질을 했다면 진짜 성격이 글러먹은 거다.



"한 적 있어요?"

"저희 앞에서는 아직 없어요.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미치겠네."

'잡담은 여기까지. 대충 이런 거다.'



개나 고양이를 멍하게 보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장면. 뒷발로 자연스럽게 목덜미를 긁는 모습이다. 그걸 진짜 개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형을 본 시우는 비탈리아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비탈리아도 이미 비슷한 행동을 했다. 바깥쪽에서 팔을 짓누르는 형의 목덜미에 발톱을 들이댔었지.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바깥쪽에서도 저렇게 팔다리가 닿으니, 안쪽은 말할 것도 없겠지. 특별한 몬스터가 아닌, 짐승만 봐도 사냥을 할 때는 몸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자세를 취한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은 말 그대로 머릿속에 목숨을 들이미는 행동이라는 거다.



"그건 그거고, 여자한테 그런 걸 시키는 건 좀..."

'당연히 이거와 똑같은 자세를 시키지는 않았지.' - "내가 아무리 이런 쪽에 둔감하다고 해도 사람으로 따지자면 유연성 있게 등의 묘한 곳을 벅벅 긁는 자세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거든?"



사람으로 돌아오면서 거꾸로 시우를 타박한다. 말뿐만이 아닌지 그는 바로 허리를 비트는 요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인간인 형태로 하면 이런 걸 해도 뭔가 설득력이 덜하거든. 이건 쟤가 그냥 갑자기 낯가림을 부린 거라고."



선생님의 이 타박에 비탈리아는 머리를 싸맸다.



평상시의 수줍음이 선생님을 대상으로까지 도진 모양. 문제는 아직 괴수로 변신한 상태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시우에게 적운흉풍의 재롱을 보는 듯한 깜찍함으로 포장된 끔찍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괜히 반응을 했다가는 낯가림이 더 도진다. 그걸 며칠간의 경험으로 잘 알게 된 시우는 그 끔찍한 모습을 지긋이 바라봐 주어야 했다.



짜증을 내는 것은 선생님의 몫으로도 충분하니까.



"내 동생이기 이전에 동종업계 종사자야! 이미 군인들 상대로도 보여줄 걸 다 보여줬잖아. 그렇게 하면 돼! 상대는 눈 빼면 생김새와 체취도 나랑 똑같으니까. 응?"

"생김새까지만 말하면 됐지 굳이 체취라는 단어까지 써야 해?"

-"무리예요, 선생님! 결정적으로 마나가 없다고요! 마나 기반 생명체에게는 그게 더 중요하다는 건 선생님이 저보다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야이"

"사실이라도 그건 하면 안 되는 말인데요."



어지간해서는 화를 내야 하겠지만 괴수의 모습으로 덜덜 떨고 있으니 그러지도 못하겠다. 결국 적운흉풍이 위로랍시고 뺨을 핥아주는 가운데, 손시훈의 잔소리가 더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는 시우가 그렇게 원하지는 않는 사과를 자신의 제자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확실히 비적합자에게 사과할만한 일을 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얼굴을 싸매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냐, 해야 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올 거 아니냐."

"그래도 저러는 사람에게 이러는 건 좀..."

"지금까지 얘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있었으면 카리나가 했었는데, 그럼 앞으로도 쭉 언니인 걔가 하란 말이야?"



언니의 이야기까지 나오자 꽁꽁 싸맸던 몸이 조금 풀린다.



그리고 시우를 힘겹게 바라보는 게 사과를 어떻게든 하려는 것 같다. 전력을 다 하는 게 마음씨는 참 곱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변신은 좀 풀었으면 좋겠다. 자신은 무슨 죄라고 머리가 반쪽은 사라져 버린 괴수의 머리와 마주 보고 있어야 하는가. 정면으로 사과를 하려는 비탈리아도 전력을 다하고 있겠지만, 이건 시우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곤혹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도 손시훈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둘 다 눈을 바라봐야지. 누군가의 동생 대 누군가의 동생이라는 공통점도 있잖아?"



이건 전음으로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음으로 쏟아지는 욕이 조금 강렬했는지 손시훈의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그래도 사람이 아주 뻔뻔하지는 않은지, 평상 시라면 할만한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던데'같은 중얼거림은 내뱉지 않는다.



물론 그게 개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자, 다시 친해지길 바래!"



해골장미 대원들끼리는 비슷하게 해 본 적이 많으니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개소리. 이걸 받아들이려면 형의 얼굴이 아닌, 비탈리아의 언니인 카리나의 얼굴을 떠올려야 한다.



김송현을 볼 때마다 김송아의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다면, 카리나에도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비탈리아가 시우의 이 속마음을 듣는다면 그 철부지와 비교는 심하다며 번쩍 뛰고도 남을 일이지만, 반쪽만 남아있는 괴수의 머리를 마주해야 하는 처지니 이해해주자.



시우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판에는 눈을 질끈 감아버린 비탈리아. 그 바로 뒤에서 시훈은 가차없는 요구사항을 늘어놓았다.



"사과의 기본은 자신이 무엇을 했고, 왜 그게 잘못됐는지,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자세를 다 말하는 거겠지?"

"죄, 죄, 죄, 죄송해요! 제가 긴장을 했다고는 했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어요! 앞으로는 확실히 조심할게요!"

"정면에서 선 상태로 사과는 용케 해냈군. 시우야, 눈 마주치고 있지?"



용케 해 냈으니 시우는 살짝 거짓말을 해주기로 했다.



"설령 눈을 감고 있어도 자신의 앞에 있다는 건 알 수 있잖아. 눈동자가 좀 떨리는 건 봐주면 안되냐?"

"호오"



추궁을 하는 눈빛. 이제는 그 정도의 눈빛은 담담하게 버텨낼 수 있다. 시우의 그 생각이 먹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시훈은 고개를 돌린다.



그 방향에는 적운흉풍이 있었다. 자신과 긴 세월을 함께한, 그 블루베리보다도 오래 지낸 가신이라면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엿보인다.



다만 그가 간과한 게 있다면 적운흉풍은 블루베리보다도 손시훈과 더 오랜 세월을 보냈지만, 블루베리보다도 적운흉풍의 마음가짐이 정상인에 가깝다는 거다.



아직 비탈리아가 정상인의 행동을 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누구나 그녀가 노력을 하려는 의지는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적운흉풍은 그 의지를 존중해서 손시훈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아 주었다.



"흉풍아. 내가 조금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눈치다?"

"푸릉"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얘 그랬다가는 평생 혼자서 못 살아."

"푸르르릉...."



그건 또 맞는 소리기에 마음 속으로 한 발 물러서는 적운흉풍. 일단 이 건은 이렇게 끝날 듯 하다. 이걸로 한숨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우와 비탈리아에게 손시훈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해주었다.



"그럼 둘이서 전력을 다해서 한 번 잘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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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진짜와 가짜 21.01.27 20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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