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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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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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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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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진짜와 가짜2

DUMMY

좀 전까지의 멋진 모습이 무색한 칭얼거림이다. 계약자의 그 칭얼거림에 아눕롤의 분신체가 바로 모습을 바꾸었다.



겉모습부터가 죄인에게 씌울 인상의 섬뜩한 느낌이 잔뜩 어린 마스크. 그것이 김송현의 머리에 거칠게 씌워져서는 파직파직 전깃불을 내뿜는다.



-이노무 자식. 칠현님과 도련님께 이 무슨 무례냐.

"끄아아악! 그래도 못해!"



전기가 신경의 중심을 쭉 훑고 지나가고,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도 명색이 누나니 동생이니 부른 관계라서 진짜로 죽을 정도의 전기가 흐르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고통이 상할 텐데도 김송현은 드러누워서는 끝까지 배가 하늘을 향한 자세를 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철부지를 두고 원거리 전이마법 장치로 등장하는 인물을 향한 기대감은 점점 커진다.



그도 그럴 게 분명히 저런 장치를 쓸만한 사람이면 엄청나게 높으신 분이 뻔하지 않겠는가. S랭크 중에서도 혼자서 전이 마법을 쓸 수 없는 사람이 한가득. 이를 감안하면 저 작은 전이 마법 장치의 가격은 어지간한 비행기보다도 비쌀게 뻔할 뻔자.



그렇게 주변의 기대감에 맞춰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던 시우는 전이마법으로 등장한 사람의 모습에 살짝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반박자 느리게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김송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그래! 환생자 영감탱이"

-이노무 자식이 계속...

"끼야악! 키잔트헤임의 위대한 칠현께 막말은 한 건 잘못했지만 이건 다 시우형의 잘못이잖아요!"



일단 눈에 들어오는 첫인상만 객관적으로 따진다면 대한민국의 기준에서 이국적인 미인.



갈색의 피부에 선명한 이목구비는 세계 어디에서나 미인의 조건 중 하나이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서 속이 살짝 비치는 얇은 옷 너머에는 단련된 근육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몸매가 빛나고 있다.



복장에서 눈에 크게 점을 따진다면 한쪽 손목에서 묵직하게 빛나고 있는 팔찌. 색과 질감으로 봐서는 돌로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런데 첫인상도 그렇고 얼굴을 보면 볼수록 낯이 익다. 미묘하게 N의 봉사활동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떠오르는 것이다. 미묘하게 닮아서 더욱더 가족이라고 느껴지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에 시우는 은근슬쩍 자신의 형을 향해서 곁눈질을 했고, 이 곁눈질에 대한 형의 반응에 김송현과 비슷하게 욕을 내뱉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 자기 혼자 도망쳤어!"



이왕 전이 마법으로 도망칠 거면 같이 가면 어디가 좀 덧나나? 분명히 같이 전이마법으로 사라질 수 있는데도 자기 혼자만 뿅 하고 사라져 버렸다. 김송현의 환생자 영감탱이라는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는 행동



그러나 이미 도망친 사람에게 이런 걸 따져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게 진작에 먹혔다면 처음부터 도망치지도 않았겠지. 결국 눈을 꽉 감으면서 조졌다고 생각하는 시우에게 한국어가 들려온다.



"반갑습니다, 손시우씨. 타나즈 굽타라고 합니다."

"마두리 카푸르씨는 사실 인도의 정부 요원이었나요?"



정중한 인사에 살짝 날이 선 대답을 해버렸다. 그래도 이해해주자, 외국에서 뜬금없이 온 사람이 유창하게 한국어를 쓴다면 의심이 되지 않겠는가? 이미 데인 것도 몇 번



N의 봉사활동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인도 정부 관계자라는 의심은 이 시점에서 합리적이다. 그걸 알기는 아는지 상대는 시우의 살짝 무례한 태도에도 정중하게 말해주었다.



"외가 쪽의 친척이에요. 간단한 프로필은 그쪽의 키잔트헤임 순례자에게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흐음, 무슨 의도이신지?

"상대적으로 제 입으로 소개를 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할 테니까요."



은근히 합리적인 성격도 비슷한 것 같다. 그에 렌즈를 살짝 움직이고는 검색 결과를 바로 말하는 아눕롤.



이 설명을 들어가면서 시우의 표정이 미묘하게 딱딱해진다. 그리고 아눕롤의 살짝 긴 설명이 끝나자마자 김송현은 바로 자신의 소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거 파면 팔수록 괴담이 나오는 집안 아니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희 집안이 상당히 빡빡한 감이 좀 있죠."

"송현이 말대로 파도 팔수록 괴담만 나올 것 같은 집안이?"



명문가의 아가씨와, 평범한 집안의 청년의 사랑의 도피



얼핏 들으면 낭만적이다. 그래도 지금 시대가 21세기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상당히 과거로 밀려난 낡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 낡은 단어가 이쪽 집안사람들에게는 파면 팔수록 괴담만 나올 것 같은 현재의 일이란 거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소중하게 키우고, 능력 있는 딸이 초라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속이 상할 수는 있겠지. 나름대로 명문가였던 집안의 분위기가 조금 쪼개지는 일도 드물게나마 있기는 있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인연을 끊지 해코지까지 하려는 게 요즘 세상에 말이 되는가.



이미 아눕롤이 해준 이야기들 속에서도 괴담이 여럿 있다. 신용카드가 갑자기 사용이 정지가 되는 등등... 얼마나 버티기 힘들었다면 인도에서 한국으로 도망을 쳤겠는가.



심지어 그 배경도 따져보면 괴담 같은 이야기다. 영미권쪽의 선진국에 가면 인맥을 통해서 간섭을 당할 염려가 있으니 그나마 영어가 국어가 아닌 선진국 중 하나를 골랐던 거다.



"집안 모두가 그렇게 못살게 괴롭히는 건 아니에요. 반 정도는 은근슬쩍 도와주고 있다고요."

-그러시겠지. 그런데 그런 상식적인 쪽의 사람이라면 이런 짓은 안 할 것 같은데.



살짝이지만 비아냥거리는 아눕롤이었다. 인도의 차별은 종교적인 신분차별에 의한 것들도 있으니까. 반종교적인 키잔트헤임 출신인 아눕롤에게는 이 상황이 좀 띠꺼울거다.



그리고 시우와 김송현은 그런 심정의 아눕롤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뜬금없이 장거리 전이마법 장치로 이렇게 등장했을까?



명색이 나라에서 나라 사이의 이동이니 분명히 높으신 분들에게도 압력을 넣었겠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날카롭게 짚어내는 시우였다.



"말씀하신 대로 선생님과 아직도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가족이 있겠죠.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이건 누가 그 사적인 대화를 몰래 살펴보고는 접근한 느낌인데요?"

"글쎄요. 저는 그저 집안 어른들의 말씀을 받고 온 거라서. 가해자를 보기만 하는 방관자도 공범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겠네요."



순순히 인정을 하는 건지 뻔뻔한 건지 모르겠다. 그를 보면서 잠깐 할 말을 잊은 시우.



그래도 침묵이 이 불편한 상황에 도움이 되지는 않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도대체 원하시는 게 뭡니까? 친척분의 뒷조사를 원하신다면 어림도 없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키잔트헤임의 칠현이라도 부르실 건가요?"

"굳이 그럴 것 까지야. 카슈미르의 정령용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카슈미르의 정령용. 게이트를 폭주시키고, 근처의 수많은 정령들을 날뛰게 만들었던 N의 진정한 정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N은 A랭크로 위장된 정보만이 알려져 있지만, 이 사람이라면 충분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다. 시우의 그 예상대로 계속해서 여유를 보이던 표정이 조금이지만 살짝 굳었다.



거기서 기세를 더 끌어올려서 말하는 시우였다.



"쓸데없는 짓 할 거면 당장 돌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성격이 있으시군요. 저도 딱히 제 친척 언니의 뒷조사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그쪽과의 대련이죠. 이미 수 없이 해왔잖아요?"

"응~ 오늘은 더 이상 안 해~ 못 해~"



바닥에 드러누운 채 마구잡이로 내뱉는 김송현. 그래도 이때까지 계속해서 중간보스의 역할을 해 온 사람이라 충분히 말할 자격이 있다.



그렇기에 조용히 묵인하는 시우에게 타나즈 굽타는 진짜로 색다른 방식의 압력을 행사했다.



"의사회에 기부를 하도록 하죠."

"시우형을 돈으로 사려는 겐가! 시우형을 모욕할 셈인가!"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일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아이언 스파이더와 사무실을 같이 쓰는 폐차장과도 저희 집안의 회사와 계약을 추진할 수 있겠네요."



이미 집안 내부에서는 거부하든 말든 추진하기로 한 사실이란 말이 덧붙여진다. 그에 김송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의사회의 기부야 무시할 수 있다고 해도, 뒤쪽의 제안은 쉽게 무시하기 힘들다. 폐차장의 주요 사업 중에는 상태가 좋은 차를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속물이라고 마냥 꾸짖기는 그랬다. 아눕롤이 오기 전의 아이언 스파이더, 정확히는 아이언 소드 팀은 빈곤한 처지라 폐차장과 겸업을 하는 방식으로 힘들게 운영했으니까. 그들에게 있어서 폐차장은 또 다른 집이나 마찬가지다.



그걸 잊지 않고 입을 다문 건 이 녀석이 나름대로 철이 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겠지.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시우를 두고, 타나즈 굽타는 김송현에게 도전을 했던 사람을 물러나게 했다. 뭔가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타나즈 굽타를 배려하기 위해서인지 아눕롤의 분신체에서 불꽃이 튄다. 그러자 타나즈의 옷 이곳 저곳에서 파직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옷 이곳저곳에 몹쓸 것들이 붙어있어서 말입니다. 전부 싹 지웠지요.

"전부요?"

-뭐, 전부는 아니지요. 저쪽에 그쪽 집안의 시종분의 몸에 붙어있는 건 남아있으니까요. 뭐, 거리가 있으니 들리지는 않겠지만요.

"그러니까, 도청이나 감청의 우려는 없다?"

-불만입니까?

"그럴리가요. 이제야 낯 부끄러운 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터트릴 수 있게 됐거든요."



순식간에 타나즈의 표정이 바뀐다. 위장이라고 하기에는 속이 너무나도 드러나버린 시원한 표정. 그에 살짝 당황하는 일행을 두고 타나즈의 넋두리가 이어졌다.



"솔직히 시대가 어떤 시대고, 집을 나간지가 몇 년이고, 자기 선택을 할 어른인데, 시시콜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좀 그렇지 않아요? 그렇죠? 네?"

"어, 네..."

"제일 짜증나는 게 뭔지 알아요? 집안에 제일 높은 할아버님, 할머님들이면 그나마 이해를 할 수 있어요. 음, 그 때는 그런 시대라서 그럴 수 있지. 라고 말이죠. 인도는 한국만큼 급격하게 발전을 이룬 나라거든요. 안 그래요?"

"그렇긴 하죠?"

"네, 그렇죠. 그런데 정작 그분들은 받아들이는데 어중간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꼰대짓을 한다구요. 나 원 참 아니꼬와서 원..."

"..."

"변명 같지만, 방관을 하는 집안 사람들이 편을 드는 게 아니에요. 그 뭐더라, 이런 말이 있잖아요.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런 거. 우리 집안은 반은 군 관계자, 반은 기업 관계자인데, 말빨로 군 관계자가 기업 관계자를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내가 평상시에 저래?"



말이 줄줄이 길어지는 걸 보면 이쪽도 딱히 군 관계자 같지는 않다.



이렇게 급변한 타나즈의 모습에 살짝 충격을 받았는지 뜬금없이 자아 성찰을 하는 김송현. 그에 아눕롤은 솔직하게 '큰 차이는 없다'는 평가를 내려줬다.



이어지는 타나즈의 말들은 아눕롤의 평가가 불행히도 맞다는 걸 알려주었다.



"원래 집안의 어중간한 꼰대가 건넨 제안 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거든요. 저를 이긴다면 더 이상 마두리 언니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이죠."

"뭔..."

"진짜 유치하죠? 마치 소설 속의 악당이 건네는 제안 아닌가요? 제가 공부를 해서 아는데 딱 봐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식으로 나올만한 제안이잖아요."



아눕롤이 도청 장치를 부순 건 진짜로 의도치 못한 신의 한 수였다.



어쩌면 이 우스운 짓거리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집안싸움에 휘말려서 대련을 할 필요가 없다는 희망이 조금 생긴다. 이를 은근슬쩍 말하자, 타나즈는 유감스럽게도 그건 좀 봐달라고 말했다.



"대신 이 대련이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하죠."

"어떻게 말이죠?"

"말빨이 밀릴 뿐이지, 저희 쪽에도 나름대로 다 생각이 있거든요. 손시우씨가 이기시든 지든 한 번 행동만 하면 말빨만 좋은 꼰대들을 몰아붙일 계획이 있어요."

"흠"

"뭐,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말이죠. 손시우씨가 방금 전의 김송현씨보다 2배 이상 강했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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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진짜와 가짜3 21.01.29 18 1 13쪽
» 진짜와 가짜2 21.01.28 21 1 13쪽
212 진짜와 가짜 21.01.27 21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1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4 1 13쪽
206 난관5 21.01.19 24 1 13쪽
205 난관4 21.01.18 21 1 13쪽
204 난관3 21.01.15 22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2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20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5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8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30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5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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