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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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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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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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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잠깐의 평온4

DUMMY

"허어어어..."

"시우가 저번에 한 고생을 떠올리면 바로 전기 충격을 줘서 깨우고 싶지만, 오늘은 첫날이니까 이 정도로 끝난 줄 알아라."

"너어어..."



너무하다는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지쳐서는 바닥에 뻗어버린 김송현. 그를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손시훈은 박수를 짝짝 쳤다.



그러자 김송현을 쫓았던 3명의 괴물들이 모습을 바꾼다.



첫째는 그냥 보면 골렘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의 괴인이었다. 박쥐의 날개에 도마뱀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인간형의 조각상이 살아 움직인다면 골렘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시시콜콜 따진다면 가고일(Gargoyle)이라고 억지로 분류할 수는 있겠다.



그 날개가 접히고, 머리가 줄어들며 바위로 된 갑옷을 입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얼굴은 인간의 것이 됐지만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온 건 아닌 게, 피부는 여전히 바위의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로 검은 피부의 마인이 모습을 바꿨다.



평범한 검은 물감이 아닌, 살아있는 어둠을 두르고 있는 모양새의 마인.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소환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형태를 제대로 못 갖춘 악마와도 같은 모양새다.



그 어둠이 꿈틀거리자 정장을 입은, 그런데도 여전히 평범한 사람하고는 다르게 느껴지는 위화감을 품은 남성의 형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염소뿔을 단 사자머리의 괴수.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앞선 둘에 비해서 제일 무난해 보인다. 완전한 짐승의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적합자들도 있고, 이세계에서 넘어온 수인들도 있으니까.



그러나 사자머리가 세로로 쪼개져서 왼쪽과 오른쪽의 턱이 따로 달칵거리는 모습을 보면 제일 끔찍한 외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균열부터 시작해 몸이 좌우로 완전히 나눠지며 쪼개진 다음 줄어들며 뒤틀리자, 괴수는 털가죽을 걸치고 염소뿔을 나눠서 단 두 명의 여자가 되었다.



알고 보니 3명이 아니라 4명. 모두가 그 점에 살짝 놀라는 가운데, 김송현은 미묘한 말투로 다른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사람을 이렇게 짐승처럼 부려먹다니 여러모로 인권 침해야..."

"아! 언니, 이것도 아마 중의적 표현이겠지?"

"응. 짐승처럼 부려먹는다는 말이 우리를 향한 소리인지, 자신을 향한 소리인지 애매하게 말한 것을 봐서는 그런 것 같아."



한쪽은 쾌활하게, 한쪽은 묵직하게 대화를 나눈 자매. 그 다음으로 손시훈을 보는 표정은 쌍둥이처럼 씨익 웃는 게 사람의 불길함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그냥 찔러봤는 건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챈 김송현은 쭉 뻗은 자세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지쳐서 헛소리를 내뱉은 척을 하는 모양. 그 허공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시선을 맞추면서 시훈은 음산하게 말했다.



"해골장미 대원중에 말이지, 악마와 정신적으로 융합된 녀석이 있거든."

"그래서요?"

"내가 어떻게든 가르쳐서 필요 이상의 사고는 안 치지만, 선배든 동기든 후배든 가리지 않고 속을 긁으려고 하지. 다행이라면 해골장미 대원들은 상당수가 눈치가 느려서 상처를 잘 안 받지만 말이야."

"아하."

"들켜놓고는 무슨 아하냐."

"설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사람에게 뭔 짓을 하시려는 건 아니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돌아오면 몇 배로 구를 것만 알아둬라."



형벌 선고를 내리는 목소리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씨익 올라간 입꼬리를 유지하고 있는 자매들의 표정이 보인다. 거기서 더 돌리면 딱딱하게 굳은 남자들의 표정이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의 신세를 그렇게 더 조졌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김송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



"자, 여러분들이 노력을 안 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새끼를 보니 왜 더 노력하셔야 하는지 알겠죠?"



별 수 있는가, 실시간으로 자신을 까는 목소리를 들어야지.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몇몇 적합자들은 특수한 능력의 마법에 각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인 치유 능력 마법이죠. 또한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서 특수한 능력의 마법을 각성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게 유용할 수는 있습니다만, 늘 좋은 건 아닙니다."



바로 살짝 무덤덤한 표정과 함께 5명의 해골장미 대원들이 한 손을 들어서 흔든 다음 내린다.



"우선 물리적으로 일상생활이 좀 불편한 경우가 있고"



바위와도 같은 몸의 대원과 어둠을 몸에 둘렀던 대원이 다시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종교적인 이유로 배척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놈의 염소뿔 진짜..."



이번에는 수인화된 자매가 사이좋게 손을 올렸다가 내렸다.



"또한, 조금 독특하고 대체적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언제 심각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사람도 있죠."



마지막으로 라자르가 손을 올렸다가 내렸다.



"이 대원들의 공통점은 독특한 재능을 범죄 조직이 인위적인 방향으로 개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국토의 차이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치안 상황과, 러시아의 치안 상황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마냥 방심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제는 똑같은 인간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해도 맞는 말이지만, 손시훈이 그 말을 하자 더 깊숙이 와 닿는 중앙 협회의 헌터들이었다. 예시로 들고 온 것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떨어진 상태의 해골장미 대원들이었으니까.



그다음으로 서문을 맺는말은 '시대는 변할 수 있어도 전쟁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였다.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점점 더 강렬한 것에 손을 대는 것이 사람의 내면 속에 새겨진 본능이다. 그 본질을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이 그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시훈이었다. 서로 소개를 하는 건 중앙 헌터 협회와 해골장미 대원들끼리는 마친 상황. 다른 일행의 안내와 합동 훈련은 그쪽에게 맡기기로 하고 시훈은 잠시 시우와 따로 걷자고 말했다.



어색하게 뒤쪽에서 졸졸 따라오는 한 명의 대원을 두고 말이다.



"은근히 낯을 가린단 말이야."

"에이,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어색한 건 당연한 일이죠."



언니에게 하는 말투도 그렇고, 지금 시훈에게 하는 말도 그렇고 전혀 낯을 가리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시우가 원치 않는데도 굳이 알려주겠다는 환생자님이었다.



"자! 우리 친해지길 바래! 규칙은 간단해. 지금 내가 만들어낸 벽을 사이에 두고 있지? 벽이 사라지고 나서도 서로의 얼굴 피하지 말기야!"



어린아이도 아니고 굳이 이 창피한 행동을 해야 할까? 서로의 얼굴을 잘 새겨보자고 하는데, 저 쪽은 이미 자신의 얼굴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명색이 자신들을 구해준 선생님이니까



그래도 나름대로의 깊은 뜻을 찾고자 한 시우였다. 계속해서 얼굴을 힐끔힐끔거리면 실례이니 볼 기회를 줄 때 실컷 보라는 뜻으로 이해하자. 말 그대로 얼굴을 머릿속에 새기라는 것이다.



이 생각은 벽이 사라지고 나타난 눈동자에 바로 사라져 버렸다.



만약 시우의 감각이 예민하지 않았다면 이 대원의 눈이 원래부터 고양이 같은 세로 동공인 줄 알았을 거다. 그러나 내공으로 인해서 단련된 시각은 눈동자가 마주치면서 사람과도 같은 눈동자가 긴장감으로 날렵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분명히 자신과 형의 차이라고 해 봤자 분위기와 눈의 미묘한 차이밖에 없다. 저건 분위기보다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신경 쓰면서 낯을 가리는 모양새. 그걸 눈치챈 시우는 형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은근히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엄청 낯을 가린다.



"형, 이제 시선 돌려도 돼?"

"이제 눈동자만 본 것 아니냐?"

"숨을 안 쉬잖아."



이건 내공으로 예민한 감각이 없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실시간으로 대원의 얼굴이 빨개지고 있으니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건 그렇다고 쳐도 숨까지 못 쉬는 건 좀 심하다.



결국 시우가 먼저 몸을 비켜줘야만 했다. 그러자 간신히 크게 심호흡을 한 대원은 바로 쪼그려 앉아서는 얼굴을 양 손으로 싸맸다.



좀 전의 추태가 죽을 만큼 창피한 모양. 그런 자신의 제자가 여유를 갖출 틈도 주기 전에 쓴소리를 내뱉는 손시훈이었다.



"비탈리아, 너도 이제 어른인데 정신 좀 차려라. 언제까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언니에게 떠넘기려고 그러냐?"

"그치만...!"

"너와 비슷하게 낯을 가리는 애들이 있기는 해도, 그럴 이유가 있거나 나름대로 극복을 했잖니. 갈리나만 봐도 그렇잖아."



형의 말에 순간적으로 '갈리나가?'라고 생각한 시우였다. 이쪽에 비해서는 낫다지만, 갈리나도 사람을 대하는 게 영 불편해하는 걸 보면 좀 그렇다. 아무리 봐도 비교하기에 좀 초라하지 않은가.



비탈리아는 이런 시우와 다르게 생각하는지, 그녀는 갈리나는 알아서 일반인과도 잘만 결혼하겠다는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설마 그 일반인이라는 것이...



"전투 능력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겠지? 그 녀석 주위의 고프닉들도 따지면 일반인들이니까."

"아무튼 일반인 맞잖아요..."

"하, 됐다. 속으로는 알겠지. 일단은 내 동생을 연습 삼아서 천천히 고쳐보자."

"지금도 좀 고쳐진 거 아시잖아요."

"더 고쳐야지.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일상 생활은 가능할 정도로. 내 동생이 A랭크 정도의 수준에 닿는 게 먼저일지, 너의 낯가림이 먼저 고쳐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형, 랭크가 그렇게 중요해?"

"이 녀석이 낯가림을 하는 기준 중에 하나라서."



범죄 조직에 있었을 때 받은 암시나 훈련의 영향으로 추측된다. 동생인 비탈리아만큼은 아니지만, 언니인 카리나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까.



낯을 완전히 가리지 않는 조건은 동료인 동시에, A랭크 이상의 적합자일 것. 그 조건을 둘 다 만족하지 않으면 같은 해골장미 대원이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어색함을 가진다고 한다.



시우는 얼굴만 시훈과 똑같을 뿐, A랭크도 아니고 동료도 아니니 이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나마 얼굴이 똑같아서 잠시 어색함을 내려놨지만, 눈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낯가림이 확 도져버린 것이다.



"언니인 카리나도 확실히 문제는 있어. 잠깐 보고할 일이 있어서 몇몇 애들을 두고 자리를 비웠거든? 1시간 반이었나, 직접 말을 걸지 않았다고 다들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는데 혼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면 언니는 그때까지의 침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반면에 이쪽은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주위에 없으면 가벼운 불안증세에 사로잡힐 지경이다.



과연 이런 사람을 데리고 뭔가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든다. 동생의 그 걱정어린 표정을 눈 앞에 두고 시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련을 시작해보자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이 낯을 가리는 것과는 원리가 많이 달라. 짐승에 가깝지. 마치 낯선 사람에게는 꼼짝도 못 하지만, 다른 짐승들을 상대로는 늑대 이상으로 사나워질 수 있는 양치기 개처럼 말이야."



1차적인 소개를 마치자마자 자세를 잡는 비탈리아. 자세를 완전히 잡은 사람과 짐승의 경계가 흐릿한 투기가 흘러나온다. 거기서 좀 전까지 수줍게 낯가림을 심하게 타는 여자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일상이 아니라 전투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제자가 그렇게 준비가 다 된 것을 확인하지 손시훈은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좋아. 그럼 이 훈련의 목적을 설명 하마. 비탈리아의 목적은 말했다시피 낯가림을 좀 줄이는 거지. 나와 정말로 똑같지만 결정적인 몇 가지가 다른 너를 통해서. 그리고 너의 목적은 비탈리아를 통해서 무공으로 짐승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는 거다."

"중앙 헌터 협회에게는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익힐 필요가 있다면서?"

"그랬지. 헌터들의 기술은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되어있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빈틈이 있으니까. 하지만 넌 반대잖아?"



무공은 사람과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헌터들 하고는 방향성이 정 반대다.



"설명은 여기까지.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라고."


작가의말

작년은 빈말로도 좋은 한해라고 하기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올해는 다들 진심으로 좋은 한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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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진짜와 가짜2 21.01.28 20 1 13쪽
212 진짜와 가짜 21.01.27 20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8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5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203 난관2 21.01.14 20 1 13쪽
202 난관 21.01.13 22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6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0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29 1 14쪽
»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8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0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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