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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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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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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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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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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력을 다해2

DUMMY

각자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 해야겠지. 그 점을 다시 명심하면서 창을 세게 쥐는 동생을 보면서 손시훈은 휘파람을 길게 불었다.



"형?"

"S랭크다. 이래야지 균형이 맞아."



덤덤한 형의 목소리에 괜히 머쓱한 시우였다.



한 치의 부정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맞는 말이니까. 이미 A랭크 시절인 비탈리아에게도 지고, 지고 또 졌는데, 자신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서 합체한 자매를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전력으로 내지른다고 해서 가죽에 흠집이라도 갈 까?



자매의 말에 열정인 자세로 맞이 한 건 좋았다만, 너무 들떴다는 거다.



그렇기에 머쓱한 표정을 두고 속은 빠르게 냉정을 되찾는다. 그 증거로 시우의 팔은 적운흉풍의 입을 향해서 자연스럽게 뻗어지고 있었다.



반동을 타고 한 바퀴 회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운흉풍에 올라타는 시우. 시훈은 동생의 그 모습을 제자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했다.



"어떠냐?"

-"직선적인 돌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네요."

-"균형을 잡은 선생님에 비해서 힘보다 속도에 더 치중한 모양새입니다."

"사실은 이게 균형이 맞춰진 쪽이야."



주인의 그 말에 추임새를 넣듯이 적운흉풍이 푸르릉 울음소리를 흘렸다.



"기마병의 목적은 돌파를 통한 적진의 붕괴가 핵심이야. 힘과 속도의 배분이 1 : 3.5 그 이상은 되어야 해. 솔직히 지금 시우도 힘의 비중이 조금 높아. 1 : 3이니까."

-"그런데 왜 선생님은 힘을 더 실으셨죠?"

-"시베리아에서 보여준 비율은 대략 1 : 2 인 것 같은데."

"그야 나 혼자 돌파해봤자 뒤쪽에서 밀리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



희생을 무시한다면야 시훈도 이상적인 배분을, 어쩌면 그보다도 더 속도를 살려서 움직일 수 있다. 그럴 수 없으니 직선적인 돌파를 하는 대신 힘으로 넓게 쓸어버리면서 전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1 : 2의 비율도 해골장미들과 불곰 대원들이 뒤에서 받쳐줘서 나오는 비율. 극 초창기에 블루베리의 도움만 기대할 수 있던 시기에는 1 : 1.5의 비율로 움직여야 했었다. 적운흉풍을 탄 의미가 크게 없을 정도로 말이다.



"결론은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속도를 줄이고 힘을 끌어내라?"

"..."



대답 대신 급도로 평온해지는 표정을 짓는 손시훈. 보기만 해도 짜증이 치솟는 얼굴이지만 기반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라서 너무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재촉을 하는 게 최선의 대응이다.



"말을 해 말을"

"아니, 뭔가 일이 지나칠 너무 잘 풀린다 싶었거든. 지금 저기서 대충 떨어지고 있는 어떤 철부지와는 달리 너는 좀 느긋해도 되는데 말이야."

"대충 떨어진다고 말하는 건 좀..."

"대충 떨어지는 거 맞아! 낙하를 통한 임사 체험은 정확한 속도와 각도를 지키면서 떨어져야 한다고! 속도도 각도도 완벽하게 안 지키고 있는데 대충이지!"



무한으로 번지점프를 즐기고 있는 김송현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래, 모르고 말해서 미안하다."

"미안할 것 까지야. 아무튼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실수도 할 수 있고. 네 착각은 전형적이고, 유혹적이거든."



몬스터 건 사람이건 일반적으로는 속도를 조금만 줄이고 힘을 더 주면 편하게 처리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착각일 뿐이다.



"중요한 건 박자라고 몇 번을 말했었지. 평균 속도나 순간 속도 중 하나라도 훨씬 더 빠른 쪽이 자신의 박자로 상대방을 이끌 수 있어. 특히 기병이면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장을 위해서 속도를 줄이고 힘을 늘리는 건 진짜로 유혹이다."



짧게 요약하면 '하지 마라'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여러모로 특이 케이스가 겹친 경우긴 한데, 니가 지금 그것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고... 그 정도로만 해도 돼. 물론 쉽지 않을 거야."



바로 시우의 눈에 부풀어 오른 괴수의 근육이 들어온다.



평범한 칼로는 흠집도 안 날 정도로 꽤나 두터운 털가죽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도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보이는 근육. 저걸 상대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힘을 넣지 말아야 한다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찔하다.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더 하고 싶다는 말도 있잖은가. 괜히 유혹이라는 표현을 들어서 창을 쥐고 있는 손이 더 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잡념들을 떨치기 위해서 적운흉풍의 허리를 세게 허벅지로 치는 시우였다.



"이랴!"



이에 맞서 염소뿔이 달린 사자의 머리가 더 넓게 쪼개지고, 두 톤으로 쪼개진 함성이 크게 공기를 흔들며 울려 퍼진다. 진짜 저런 걸 상대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하라는 건 맨 정신으로 못할 짓. 창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다른 쪽으로 기운을 살짝 빼야 한다.



시우가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완전히 괴수로 변한 자매에 맞서서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



있는 힘껏 숨까지 토해내는 기세로 외치는 거라 목이 아플 지경이다. 그래도 덕분에 손에 들어간 힘은 부드럽게 들어간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 그렇게 가벼운 기세로 창을 휘두르는 시우.



창끝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완전한 수평은 아닌 살짝 아래로 떨어지는 사선을 그린다. 저번의 대련에서 배운 그대로 중력을 타고 흘러내리는 일격. 적운흉풍에 타고 있는 상태니 이만하면 충분히 상처를 내고도 남는다.



그걸 당연히 맞아줄 수 없는지 회피기동을 하는 자매. 그런데 그 기동이 꽤나 기묘하다.



한쪽 발은 발톱까지 써가면서 땅을 붙잡으면서 급정지하고 있고, 다른 한쪽 발은 땅을 박차면서 급가속한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모순을 지적하기에 앞서 몸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의심이 되는 움직임. 아니나 다를까 세로로 쪼개져 있는 머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이 앞뒤로 쪼개지기 시작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쪼개진 단면에서 솟아난 팔이 서로를 밀쳐주고 있다. 멈추려는 사람은 뒤로 밀려나고, 가속을 받으려는 사람은 더 거칠게 달려 나올 수 있게 말이다.



의도는 대충 짐작이 간다. 시간차 공격을 노리는 거겠지. 한쪽이 급격히 정지를 했다지만, 저 육체라면 충분히 정지한 상태에서 다시 가속이 가능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는 멈추고 있지만, 팔은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서 손톱을 드러낸 자세다.



기합을 내지르면서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면 저런 뒤쪽의 대응은커녕, 가속을 받은 앞쪽의 대응도 불가능했겠지.



일단 가속을 붙은 쪽의 대응은 간단하다. 이미 창에 붙어있는 회전을 이용해서 한 번 더 베는 것. 그걸로 앞서 달려오는 상대를 후려친다.



문제는 뒤쪽에서 달려오는 상대인데... 이건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겠다. 벌써부터 상대방은 창의 궤도를 예측해서는 비틀어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시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앞발을 보고는 충격을 대비하며 숨을 미리 내뱉는 것 뿐이었다.



.

.

.



"나, 얼마나 기절해 있었냐?"

"3분 32초"



이걸 또 정확하게 세주었다. 뭐, 훈련이라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시우에게로 시훈이 말을 걸어왔다.



"마지막에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나냐?"

"내가 분리된 비탈리아를 쳐서 밀어냈고, 카리나는 그 궤도까지 예측해서 비집고 들어왔지. 어디 보자..."



시선을 내리니 가슴에 긁힌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에 손바닥으로 가슴을 후려친 모양이다.



"맞지?"

"맞아. 동기들이라면 대련이라고 해도 그냥 손톱으로 활퀴었을텐데, 그러지 않아서 참 장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살짝 흘겨보는 눈동자. 그 눈동자의 시선을 따라가니 딱딱하게 차렷 자세를 하고 있는 자매가 보인다. 본래 모습으로 들어온 것이 싸우는 때보다도 더 기합이 들어간 모습. 뭔가 자신이 말을 꺼내지 않으면 이 딱딱한 태도가 계속돼서 유지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에 빠르게 머릿속을 정리한 다음 계속해서 소감을 말하는 시우였다.



"허상화를 생각하지 못했어. 아니, 지금 생각해 보니까 허상화를 써도... 결과가 비슷했을 것 같아."

"흠"

"본능적으로 느껴져."

"그건 네 본능적 감각으로 느낀 게 아니라, 적운흉풍이 느낀 거야."



사령마니 똑같이 물질적인 실체가 흐릿한 대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기에는 괴수지만 자매의 본질은 정령이나 악마에 더 가까운 상태. 허상화를 써서 피해도 비슷하게 그 공간으로 진입해서는 타격을 날릴 수 있다.



물론 봐줄 수 있지만, 그랬다면 아예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연계기를 쓰지 않았겠지. 다시 분위기가 기절했다가 막 깨어난 상태의 어색한 때로 돌아왔다.



정면에서 변신한 자매를 볼 때와 맞먹는 불편함. 결국 형에게 시우는 그 불편함을 솔직히 드러냈다.



"그만해!"

"뭐가?"

"하란다고 해서 꼭 그대로 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나는 괜찮고, 만족한단 말이야!"

"그렇긴 한데, 저 녀석들은 다른 사람들도 가르쳐야 하거든. 그럼, 다행히도 시우는 만족하는 것 같군. 가 봐도 좋아, 카리나."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가벼운 경례, 그리고 사과 인사를 한 다음 이동한다. 손시훈이 말한 대로 다른 사람들인 중앙 헌터 협회 팀장들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바쁘게 이동하는 카리나의 그 뒷모습이 시우에게 괜히 미안해진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동생의 그 기분이 손시훈의 딴에는 지나친 배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재빨리 비탈리아가 자세를 다잡게 만들었다.



본인의 입으로 괜찮고 만족한다고 해 놓고는 갑자기 쉬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 지는 상황. 몸은 전력을 다 할 수 있겠다만, 마음은 아니다. 동생의 이 심정을 빠르게 공기로 읽었는지 시훈의 입술이 먼저 열렸다.



"자! 그럼! 맛보기는 여기까지! 합체한 자매와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 맞부딪히는 건 조금 뒤로 미루자고! 이미 이론은 잘 아는 것 같으니까, 기본기를 더 다져야겠지?"

"그래 그래. 그럼 왜 나는 가만히 둔 건데?"

"우선적으로 보여줄 게 있어서. 걸은 다음에 뛴다지만 다 똑같이 뛰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다잡은 형의 자세는 시우의 눈으로 보기에는 살짝 어색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극도를 휘두르며 상대방의 방어를 정면으로 파부수는 손시훈에게 있어서, 상대방의 방어를 돌아서 무너트리는 금나는 조금 덜 익숙한 방법일 테니까.



그럼에도 쓰는 사람이 무공의 대가기에 그를 마주한 비탈리아는 묵직하게 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런 제자를 향해서 손시훈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익숙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실전에서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하는 이는 꽤나 있을 거다."



자신의 주 특기를 내려놓고 다른 선택지를 고르는 경우. 그 이유는 손시훈이 말한 대로 꽤나 많을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경우는 상대방의 빈틈을 찌르기 위한 경우.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페널티보다, 상대방이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한 페널티가 더 크다면 충분히 시도를 해 볼 만하다.



그다음으로 많은 경우는 후계의 육성을 위한 경우. 육식 동물이 일부로 힘을 빼서 사냥에 임하는 상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두 보편적인 경우에 모두 해당되는 것을 알고 비탈리아의 가슴이 뒤로 살짝 빠진다. 그를 놓치지 않은 손시훈이 크게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 사냥꾼에게 겁을 먹은 짐승은 도망치지 못하면 사냥당할 뿐이야!"



선생님의 외침에 뒤로 살짝 빠져있던 가슴이 다시 앞으로 나온다. 이어서 몸이 부풀어 오르며 괴수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녀는 빠르게 손시훈을 중심으로 하는 원을 그리면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흐릿하게 잔상만이 남을 정도의 속도. 스치는 것 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어딘가가 부러지는 것을 넘어서 뜯겨져 나가고, 재수가 없으면 절단이 되고도 남을 것 같은 움직임이다.



이미 바람만으로도 시우의 뺨을 툭툭 칠 지경. 바람도 바람이지만 튕겨져 나온 작은 돌조각들도 시우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내공으로 단련이 되어 있어서 아직 상처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대응할지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그건 그다지 현명한 행동은 아닐 것 같다. 자신이 대상이 아닌대도 위험 신호가 뇌를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재빨리 적운흉풍을 타고는 안전지대인 하늘로 올라가는 시우였다.



이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사람과 괴수의 몸이 충돌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바위와 바위가 부딫히는 것 같은 소리가 이 환상계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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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진짜와 가짜 21.01.27 21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1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4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2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 전력을 다해2 21.01.07 20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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