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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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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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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

DUMMY

무기의 파손



몬스터의 상태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일반적인 헌터에게는 이미 후퇴를 고려해야 하는 전투나 마찬가지. 하지만 시우에게는 그게 상황이 불리하다고 해도 끝날 정도는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무기는 자신의 몸이니까. 금나(擒拿)란 것이 원래 그렇다. 맨손으로 사로잡고(擒) 움켜잡는(拿), 어찌 보면 창(戈)을 멈춘다(止)는 무공(武功)이라는 근본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술



다만 상대방이 사람이 아닌 몬스터이니 접근법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주의점을 다시 새기면서 비탈리아의 바깥쪽으로 밀어붙이듯이 달려드는 시우. 그리고 비탈리아의 팔뚝을 몸에 닿기 바로 직전에 시우는 미리 자신의 숨을 크게 내뱉었다.



아무리 비탈리아가 힘 조절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체중에서 나오는 충격량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이런 대비를 하지 않으면 팔뚝과 가슴이 충돌하면서 터져 나오는 숨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단순히 팔뚝을 가슴으로 받아내는 것도 순간적으로 터질 것 같은 욱신함이 느껴지는 데 말이다.



그래도 숨을 미리 뱉은 덕분에 첫 번째 충돌에서 오는 충격을 버텨냈다. 그렇게 자신의 가슴에 붙어버린 팔뚝을 양팔로 붙잡은 시우는 자신의 허리부터 시작되는 하반신을 휙 비틀었다.



.

.



"저게 되나?"

"저건 되죠."



시우의 몸이 빙글 돌면서 비탈리아의 균형이 조금이지만 무너진다. 그 빈틈을 만들어내는 것과 함께 시우가 비탈리아를 살짝 옆으로 밀쳐내자 더 크게 술렁거림이 퍼졌다.



말이야 상대방의 힘을 이용한다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그것도 상대는 평범한 인간형 몬스터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괴수다.



'저게 되나'라고 중얼거린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는 거다. 그렇기에 '저건 되죠'라고 말한 손시훈은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자, 일반적인 들짐승이 움직이는 형태를 생각해 봅시다."



짐승이 뛰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바로 직선으로 쭉 달리는 동물은 극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보다 대부분의 동물이 유연한 건 당연한 사실. 그에 걸맞게 사냥당하는 쪽이든 사냥하는 쪽이든 지그제그로 끊임없이 방향을 전환하면서 움직인다.



"한 가지 더, 동물이 넘어지는 형태를 상상해 보시길. 일반인들은 떠올리기 힘들어도, 몬스터들을 막아낸 여러분들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순간적으로는 머리가 땅을 향해서 내려와도, 빠르게 땅을 어깨로 받으면서 옆으로 넘어진다.



"그겁니다. 앞뒤로 넘어지는 사람과는 달리, 동물들은 좌우로 넘어지죠. 본능이라서 옆으로 밀치듯이 돌리면 저렇게 넘기는 게 가능합니다."

"저기, 그래도 힘은 정면으로 들어오는 게 가장 큰데, 일반적인 메치기는 진짜로 안 되나요?"



이 질문에 손시훈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린다. 그리고 몇몇 이들은 눈썹을 꿈틀거리는 것을 넘어서 '되겠냐?'라는 감정을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뭐, 일반적인 경우에는 정면의 힘이 가장 크고, 그를 이용한 메치기가 가장 효율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체격이 몇 배는 차이가 나는 몬스터. 어지간해서 그런 상대에게 메치기를 잘못 시도했다가는 허리가 접힐 거다. 만약 메치기가 가능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힘을 다른 곳에다가 쓰는 게 효율적.



하지만 그래도 구체적으로 안 되는 다른 이유들까지 설명하는 게 교육자로써 좋은 태도겠지. 그렇기에 손시훈은 설명을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를 도울 제자를 이름을 부른다.



"카리나!"



그 부름에 맞춰 괴수의 모습으로 변하는 카리나. 모두가 반이 사라진 염소뿔 달린 사자의 머리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이런 동료들과는 달리 베테랑들은 손시훈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에 집중한다. 그 손은 어느새 괴수로 변한 카리나의 발목까지 내려가 있었다.



"흔히 말하는 역관절 구조죠. 정확한 용어는 따로 있습니다만... 이런 상대에게는 메치기가 힘듭니다. 특히 몬스터라면 더더 욱요."



말뿐만이 아니라 직접 신체를 접촉하면서 메치기의 시늉을 하는 스승에 맞서 대응하는 카리나였다. 사람 이상으로 굽혀진 다리를 쭉 펴서 늘리며 끝까지 발이 어떻게든 땅에 닿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걸 별별 짓을 다 해가며 다리를 땅 위에서 들어 올렸나 싶으면 대신 앞다리가 땅에 닿아서 신체를 어떻게든 지탱시킨다. 일반적인 메치기처럼 앞과 뒤가 완전히 땅에서 떨어진 순간이 도저히 오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관계로 짐승형 몬스터에게 메치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물론 짐승형 몬스터가 아니라고 해서 쉬운 일도 아니지만요."



바로 시선이 옆쪽의 다른 제자들에게로 향한다.



가고일의 육체에 영혼이 빙의된 안드레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힘들게 정면에서 몸을 띄웠다고 해도 날개로 날아버리면 그만이다. 라자르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마나를 부스터처럼 방출해서 충격을 흡수하는 방법이 있다.



악마의 저주를 받은 형태의 세묜의 경우에는 더 난감하다. 어둠을 실체화시킨 물체를 몸에 두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를 고려해 보면 옆쪽으로 비키듯이 균형을 무너트리고 밀치는 방법이 훨씬 더 낫다.



"자, 그럼 계속해서 지켜보도록 하죠."



.

.



옆으로 비틀어서 밀쳐낸 건 괜찮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의 행동. 여기에서 우쭐해서 계속해서 밀어붙이면 안 되는 것을 아니 반 걸음 뒤로 물러나는 시우. 그러자마자 그는 빠르게 괴수로 변한 비탈리아의 뒷발이 날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자리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었던 자리였다.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신이 졌을 것이다. 손시훈이 시우에게 보여준 대련에서도 비슷한 구도로 무승부를 이루었다. 손시훈의 손은 완전히 비탈리아의 앞쪽 팔을 붙잡아 꺾었지만, 뒷발의 발톱이 목덜미를 겨눈 형태로 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얼핏 보면 '왜 팔을 꺾다가 말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시우 또한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조금만 더 꺾는다면 확실히 관절과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자신이 직접 상대한 비탈리아가 해 줬던 말을 생각하며 꿋꿋이 참는 시우였다.



.



'선생님이 말하기를, 인간은 단순히 도구를 쓰는 것으로 지구의 정점이 된 것이 아니라고 해. 도구의 힘에 더해서 체력, 정확히는 지구력(持久力)이 받쳐줘서 그것이 가능했다고 하더라고.'



.



이 지구력은 지구의 동물들 중 유일하게 무식하게 사냥감을 지쳐 떨어질 때까지 추적하는 사냥법이 가능하게 할 정도다.



그러나 그건 일반적인 들짐승을 상대할 때가 아니고, 지금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아니냐고?



그렇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게 있겠는가. 들짐승을 상대하던 옛 원시인들은 전문적인 내공을 사용할 수 없었고, 지금의 자신은 내공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자신감으로 시우는 비탈리아의 뒤쪽에서 달려들었다.



이번에 노리는 부분은 방향 전환을 위해서 땅을 박차려는 다리. 충돌 직전에 숨을 내뱉는 건 똑같다.



다만 이번에는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 가슴으로 받아낸 부위는 일자로 쭉 뻗은 팔뚝이었지만, 이번에 가슴으로 받아낼 부위는 망치처럼 묵직한 무릎이 될 테니까.



단순히 숨을 미리 내뱉는 테크닉으로는 부족하다. 조금 더 섬세하고, 잘못하면 위험을 부담할 기술을 써야 할 때다.



.

.



이 기술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가벼운 긴장감으로 지켜보던 중앙 협회의 헌터들. 미리 예고를 안 했으니 놀랄 준비를 했을리가 없다.



그랬기에 그들은 비탈리아의 뒷다리를 붙들어 맨 시우의 자세를 보고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뺨으로 밀면서 다리의 움직임을 막는다고?"

"천재적이지 않습니까? 가르쳐줘도 하기 힘든데. 저걸 자력으로 배웠네."



덤덤하게 말하는 손시훈의 목소리. 하지만 이건 해골장미 대원들도 살짝 놀랄 만큼 대담한 행동이었다.



양 팔로 붙잡은 다리가 움직이자 고개를 기울이고 뺨으로 짓눌러서 움직임을 봉쇄한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턱으로 누르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그리고 그것이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턱에 전달되는 충격은 쉽게 뇌로 향하니까. 제대로 맞으면 고통 없이 바로 픽 하고 쓰러진다.



대신에 뺨으로 받아내면 욱씬거리기는 해도 뇌가 바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고통에 정신이 꺾이지만 않는다면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정도로 꺾일 시우가 아니기에 팔다리는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한다.



다리들이 땅을 제대로 딛지 못하게 쥐어 흔드는 것. 상반신으로는 붙든 뒷다리를 끌어당기는 동시에 하반신으로는 어떻게든 땅을 딛으면서 균형을 잡으려는 남은 뒷다리를 엮으면서 균형을 무너트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우는 재빨리 몸을 한 바퀴 굴러서는 비탈리아의 품 속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이걸로 간신히 비탈리아에게 일격을 먹일 빈틈을 만들었으니까. 그를 위해서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우. 그러자 단순한 무지개의 무늬가 둥글게 한 번 말린 형태로 퍼져나가고, 나비의 날개와도 같은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춘다.



그렇게 비탈리아의 허리를 향해서 뻗은 시우의 손바닥에서 충격파가 방출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류선법은 난무(亂舞)의 무공이니까.



시우의 등 뒤로 펼쳐지는 무지개의 무늬는 빠르게 쇠사슬을 꼬아둔 무늬로 바뀐다. 순수한 파괴력은 이전의 나비 모양의 날개만은 못해도, 빠른 공격을 퍼붓기에는 이게 훨씬 더 적합한 형태



기본은 어느 싸움이나 쓸법한 주먹(拳)과 다리(脚). 그걸로 단순히 때리고 차는 것을 넘어서서 도려내고(拷), 끊어내며(切), 깨트리는(破) 움직임이 빠르게 이어진다.



거리 조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상태. 그 상태로 계속해서 바깥쪽에서 밀어붙인다. 비탈리아가 힘 조절을 하고 있음을 감안해도 승부수를 굳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걸 이렇게 간단하다는 듯이 파훼하는 비탈리아였다.



.

.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란 겁니다."



몸을 뒤로 구르는 것 만으로 완벽하게 여유가 확보된다. 하지만 그것은 거꾸로 보면 기세가 꺾여서 물러난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가 그런 감상을 말하기도 전에 손시훈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미 난무에 휩쓸린 시점에서 기세가 꺾인 것이죠. 본인만 모를 뿐입니다. 정말로 예외의 예외가 아닌 이상 맞서는 것보다는 저게 낫습니다."

"예외의 예외라면?"

"저처럼 두들겨 맞으면서도 꿋꿋이 버틸 내구력과 정신력이 있으면 뭐 물러서지 않아도 되겠죠."



참고로 이 양반은 팔괘로 속에 자신도 집어넣고 급속 냉동을 걸어버리는 인간이다. 어지간해서는 따라 할 게 못된다는 소리다.



모두가 그걸 빠르게 납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시훈이 뿌듯하다는 웃음을 흘린다.




"아무튼 잘 됐네요. 시우와 비탈리아의 대련을 통해서 여러분도 뭔가 건질 게 있어서요."



두들겨 맞고 있고, 앞이나 옆으로 빠질 수 없을 것 같으면 뒤로 굴러라. 반대로 상대방이 그렇게 구르고 있더라도 이기고 있다고 방심하지 마라.



그 정도면 충분하니 이만하면 여기서 슬슬 끝내야 되겠다고 말한다. 그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들이야 이 정도면 충분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우는 지금 한참 기세를 타고 있는데 계속하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중앙 협회의 헌터들이 다들 비슷하게 그 생각을 하는 가운데, 안드레이가 말했다.



"저기, 도련...아니 시우씨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리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단번에 그걸 해낸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



의미심장하다. 그냥 늙은이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세계를 돌아다닌 환생자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라는 표현을 쓰다니.



모두가 살짝 놀란 분위기 속에서 담담히 말하는 손시훈이었다.



"내 동생도 천재기는 하지만 그런 쪽의 천재는 확실히 아니거든. 어때, 라자르?"

"눈물이 분비되고 있군요. 선생님의 예측대로 슬슬 눈이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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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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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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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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