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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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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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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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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난관4

DUMMY

선생님의 그 예상대로 잠시 뒤, 시우와 시연은 번뜩이는 비탈리아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시우는 두 번 보는 눈이다. 갑자기 울린 무전기에서 무언가를 듣자마자 비탈리아의 눈이 한 번 굳은 것이다. 그에 왜 굳었을까 싶은 의문은 시연이 오자마자 해결되었다.



비탈리아의 입장에서는 도련님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으로 느껴졌겠지. 그리고 그녀는 바로 시연에게 한 소리를 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드디어 제 언니가 누군가의 뼈에 금을 가게 해줬나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올리가 없지. 선생님이 허락을 했을 리도 없고."

"너무 단정 짓는 것 아니신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희는 해골 장미 내부에서 힘의 카리나, 기술의 비탈리아라고 불린다고요."



살짝 오글거리는 이명이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기술의 비탈리아라는 것을 시우는 순순히 인정해주었다. 그녀는 시우에게 기술적으로 훌륭한 교관이 돼 주었으니까.



그렇다면 반대쪽의 카리나가 어떨지 짐작이 좀 된다. 작은 오빠의 그런 시선에 시연은 자기도 모르게 비탈리아에게 구차한 목소리로 대답을 늘어놓았다.



"아직 타박상은 있어도 골절 수준의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습니다."

"일반 팀원들을 가르치는 건 아예 손을 놨군요. 모두가 아주 기뻐하겠어"



낯가림은 반 정도 던져버린 모습이다. 손시연이 A랭크 이상의 전문적 헌터임을 감안해도 대단하다. 그걸로 시우는 분노가 정말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눕롤도 그렇게 느끼는지 그녀는 전음으로 시우에게 만약의 경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번뜩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블루베리님이 치료를 하기 전의 마경태 씨와 저희 계약자와 저 소녀가 같이 일했으면 어땠을까요?'

'개소리같지만 왠지 모르게 솔깃한데요. 그 외에도 의사회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잖아요.'



일부 직원들의 경우에는 해골장미들의 손을 빌려 N을 스토킹까지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의사회도 참 대단한 조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정신이 좀 나가겠지만, 해골장미들은 하나하나가 비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의 의사회는 사회와 군대 사이의 중간 지대...



"오빠, 갑자기 왜 그래? 스스로의 뺨을 짝짝 치고."

"몹쓸 생각을 해서."

"훈련에 대해서는 저희 언니를 향해서 얼마든지 몹쓸 생각을 해도 돼요. 이미 한 번 당하고 기절도 해 봤잖아요?"

"좀 그렇긴 해, 오빠."




다행히도 비탈리아와 시연은 제대로 오해를 해 주었다. 그리고 이걸로 분위기가 조금은 진정됐다고 느끼려는 잘나 비탈리아가 기회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진짜 언니는 제가 일생상활이 좀 안된다고 뭐라고 할 게 못된다니까요."



좀 안된다고? 게이트 바깥으로 나가시면 입을 꾹 닫으시는 분이? 지금도 시연이 오자마자 시우에게 말을 편하게 놓다가 다시 존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게 좀 안 되는 건가?



당연히 시우와 아눕롤이 지적을 자연스럽게 해 버렸다.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게이트 밖에서 그 말을 똑같이 하실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말고, 오늘요.

"지금의 저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큰소리를 쳤기는 했다면 과연 어떨지...



좋다. 미래가 뻔히 짐작되기는 해도 이건 잠시 뒤로 미뤄두자. 아직 하루의 절반밖에 가지 않았으니까.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도 기다려 줄 수 있다고 말해주자.


시우의 그 말에 우선은 언니와 모두에게 제대로 된 교관이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줄 때라며 발걸음을 옮기는 비탈리아였다.



그 뒷모습에서 시우는 바로 당장의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30분 뒤에 바로 편애라는 소리 듣는 거 아닌가...?"

"설마..."

"생각해봐. 일반적인 적합자라면 마나의 흐름을 참고하겠지만, 나는 그런 것 없이 움직임만으로 힘 조절을 해야 해. 그런데 비탈리아는 그걸 엄청 자연스럽게 했다고."

"... 내일까지는 괜찮을 거야."

-그게 괜찮은 것이옵니까?

"..."

-뭐요. 째려보시면 어쩌실 겁니까? 설마 오라버님을 닮았다는 말로 이해하신 것 같아서 말을 덧붙이는 건데, 칠현님께서는 '그건 그때 가보고 생각해보자.'라고 하시지, 남 일이라는 듯이 내일까지는 괜찮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제가 그럼 오빠보다 못하다는 거예요?"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



시연이 아눕롤을 째려보는 것보다 더 음산하게 동생을 바라보는 시우였다.



하긴 평상시의 손시훈은 내가 '조금'은 책임진다는 거지만, 시연의 대답은 그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그걸 뒤늦게 인지하고는 대답을 바꾸는 손시연.



그런데 그것도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조금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중앙 헌터 협회의 서열로 찍어 누르겠다는 대답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점점 막 나가는 시훈 이상으로 추해져 가는 아가씨가 안타깝다는 듯이 아눕롤이 한마디 했다.



-그냥 훈련하죠?



평범한 기계음이라도 자괴감이 들 말. 그걸 고운 교회 누나가 동점심을 담아서 부른 목소리니 더더욱 가슴이 푹 쑤시는 타격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텅 빈 눈동자를 한 채로 손시연은 자신의 얇은 곡도를 뽑았다.



하지만 의욕이 살짝 죽은 머리와는 달리, 목덜미 아래로는 튼튼히 자세가 잡혀 있다. 이만하면 습관의 영역을 넘어서 만들어낸 본능의 영역에 가깝다.



여기서 더 신경 쓰이는 건 마나의 압박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조금 따가운 감각은커녕, 뭔가 스치는 감각조차 없다는 게 더 신경 쓰인다. 그에 긴장을 더 끌어올리며 시우 또한 창을 쥔 자세를 다잡는다. 그런 작은 오빠를 보는 시연의 눈동자가 다시 살아났다.



"호오. 느슨해지지 않네?"

"그것도 이미 비탈리아에게서 배운 기본기에 포함되는 거거든. 의심되면 우선 긴장해라."

"흠. 의심되면 우선 긴장해라. 나는 블루베리에게서 들었는데."

"뿌리는 같잖아?"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는다. 가령 뻔히 보이는 '의도가 뭐야'같은 질문 같은 것 있잖은가.



실전에서 말 많은 풋내기 악당이 아닌 이상 누가 숨겨진 의도를 말해줄 리 없다. 기껏 해봤자 약간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비장의 한 수를 숨기는 것들이겠지. 그러니 행동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수필승이라는 생각으로 시우는 빠르게 창을 내질렀다.



얼핏 봐도 매섭다. 한쪽은 A랭크, 다른 한쪽은 B랭크 수준으로 한 랭크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그냥은 못 막아낼 것 같은 공격. 시우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창을 내지르면서 바로 동생의 대응책을 떠올리고 있었다.



가장 그럴듯한 것은 무기에다가 오라를 둘러서 형태를 바꾸는 방법. 얇은 곡도 보다는 두꺼운 롱소드가 이 창격을 막아내기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이런 시우의 예상과 공격을 시연은 부드러운 동작으로 가볍게 흘러냈다.



마치 곡도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붙어 있는 것 같아서 시우의 창을 붙잡아 끌어당기는 모양새. 그 상태에서 시연은 손목을 틀어서는 창대를 긁듯이 칼날을 빠르게 올린다.



시우의 입장에서는 얘가 비탈리아와의 경쟁 심리라도 생겼나 짐작하게 만드는 대응이다. 명색이 A랭크, 중앙 헌터 협회의 2 팀장이자 3인자이니 가능은 하겠다만, 여간 집중력이 필요한 게 아닐 텐데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창대를 치켜들어 칼날을 쳐내는 시우. 그걸 시연은 다시 칼등으로 창대에 힘이 빠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내리치면서 창대를 짓누른다. 이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끼어드는 아눕롤이었다.



-아가씨, 굳이 기량으로 밀어붙이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이쪽이 더 편해요."



눈은 자연스럽게 시우의 어깨를 향해 고정시키고 검을 휘두르면서 한 말이다. 잔뜩 긴장해서 칼날을 쳐내는 시우에 비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살짝 느긋한 모양새. 자연스러운 걸 보니 원래부터 이런 기량으로 하는 싸움에 익숙한 모양이다.



이렇게 분석을 빠르게 하는 오빠에게 시연이 말했다.



"왜, 수호천사에게 하듯이 옥스 발처라도 쓸 줄 알았어?"

"칼이, 얇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오빠가 나보다 딱히 힘이 센 건 아닐텐데?"



사실이긴 하다. 시우의 재능이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금나에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 말이 어딘가 띠껍기에 긴장만으로는 나오지 않는 굳은 표정을 짓는 시우. 쓸 필요가 없다면 쓰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기에 시우는 자신의 심장과 폐, 그리고 단전을 쥐어짜면서 내공을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홍류선법의 기본이자 상징인 평범한 무지개무늬가 창끝과 시우의 몸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온다.



"흐음."



이에 맞선 견제를 위해서 시연이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나 시연의 손끝에서 펼쳐진 마법진은 흩날리는 무지갯빛이 스쳐가면서 흐트러진다.



홍류선법 특유의 마법 교란 효과. 그걸 확인하고 창과 곡도를 맞댄 이후 처음으로 표정을 찌푸린 동생을 향해 시우가 포정과 비슷하게 굳은 목소리를 꺼냈다.



"인챈트나 단순한 오라는 마법 교란 효과를 조금 덜 받지. 옥스 발처, 써야 할 거야."

"싫어."



대답하는 쪽도 굳은 목소리를 꺼낸다.



그와 함께 시연의 칼놀림에서 힘이 더 조금 빠진다. 대충 보면 손끝으로만 칼을 걸치듯이 쥐었다고 착각할 정도다.



대신에 칼을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기본적인 속도도 속도지만 칼 끝의 방향 전환 속도가 기괴하다고 표현할 수준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우는 바로 내공의 움직임과 홍류선법의 무지개무늬를 빠르게 바꿔야만 했다.



연한 빨간색의 바탕색에 초록색과 파란색의 점이 곳곳이 피어나고, 그 점은 중심은 진한 보라색. 상상력을 조금 더 보태면 표범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래라면 빠른 순발력을 바탕으로 적에게 정면에서도 기습을 걸 수 있는 무늬. 그걸 방어용으로 쓰는 오빠에게 시연은 심기가 불편한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블루베리는 확실히 좋은 선생님이었어. 그렇다고 해도 그전까지 내가 특별한 걸 하나도 배우지 못할 것 같았어?"

"옥, 옥스 발처를 쓰라는 게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그러셔? 그랬구나. 오빠도 좀 전에 내 말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잖아!"



굳은 목소리에 이어 갑자기 빽 소리를 내지른다. 그래도 시연의 말대로 피차일반이라 시우는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저 시연의 곡도를 받아칠 뿐. 하지만 그건 묵묵히 받아치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멀다. 얇다고 해도 강철의 무게가 있는 검을 쳐내는 것보다는 얇은 나뭇잎을 전력으로 후려쳐서 때 내는 모양새니 말이다.



차라리 그러면 조금 받아내고 파고드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얇은 나뭇잎같은 칼끝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알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엄지의 쥐는 힘을 제어하는 힘줄, 팔꿈치 안쪽의 팔을 펴게 만드는 힘줄, 허리를 비트는 힘을 주는 옆구리의 근육, 무릎을 펴는 데 영향을 주는 무릎 관절의 바로 위에 있는 힘줄.



당한다고 해서 목숨이 위험한 부위는 아니다. 하지만 1-2cm의 작은 부상으로도 전투력을 크게 상실하는 부위. 손시훈처럼 머리에 정통으로 철퇴를 맞고도 버티는 괴물이 아닌 이상 절대로 당해서는 안 된다.



이를 살랑살랑 노리는 것이니 정말로 악랄한 검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건 단순히 상대하는 시우의 주관뿐만이 아니었다.



-의도가 뭔지는 약간 짐작이 가옵니다만... 굳이 그런 살벌한 검술을 쓸 필요가 있사옵니까?



지구보다 앞서 수많은 세계를 접한 키잔트헤임의 기준에서도 악랄하고 살벌한 모양이다.



-공과 사의 구분이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인 생명체의 사고방식이라지만, 이건 아무래도 사적인 감정이 조금 더...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시우가 처음에 느낀 것은 시연의 집중력이 분산되었다는 것. 지금 하는 검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더니 이어서 어깨가 텅 비어있는 방향을 향해 움직이지 않는가.



이에 뭐하나 싶은 시우의 시선에 허공으로 튀어 오른 작은 자갈이 잡힌다.



그 자갈을 시연은 빠르게 쳐내면서 아슬아슬하게 아눕롤의 분신체 위로 지나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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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1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4 1 13쪽
206 난관5 21.01.19 24 1 13쪽
» 난관4 21.01.18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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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2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20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5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8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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