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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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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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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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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잠깐의 평온2

DUMMY

"이것저것 따져보면 송현이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네요."



중앙 헌터 협회 건물의 앞. 시우가 그 말을 하자 김송현의 얼굴이 급격하게 환해졌다. 마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락에서 빛줄기와 함께 동아줄이 내려온 걸 본 표정이다.



그 표정을 두 명의 어른이 못마땅하게 바라보자 볼멘소리를 내뱉는 철부지였다.



"아니,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두 분이 이상한 거라니까요? 선택권이 있다고 하는데도 왜 굳이 뛰어드시는 건데요? 그리고 경태형은 손시훈씨와 한번 대련한 적도 있잖아요?"

"맛보기 수준이었지."



똑같은 B랭크 수준에서 맞춘 대련이었다. 당시의 손시훈은 카푸스와의 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신비에 휩싸여 있던 헌터. 그 상태에서의 대련은 마경태의 말대로 진짜로 맛보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맛보기를 넘어서서 진짜를 경험할 기회를 준다니. 베테랑 헌터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아닌가. 일반인의 입장이라면 몰라도, 헌터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니가 이상한 거라며 타박을 하는 마경태였다. 카닌은 하필 일이 있어서 오늘 못 오는 걸 아쉬워 했다고 말이다.



거기에 조미선도 가세한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욕망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서는 가늘기만 하지 길게 사는 건 힘들다고 말이다.



시우가 볼때는 딱히 김송현이 가늘게 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대충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이런 원칙적인 말들을 철부지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말머리를 시우에게 돌리며 선택권에 대해서 묻는 김송현이었다. 그에 차갑게 또 다른 선택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위기 상황마다 네가 아눕롤과 융합되면 된다고 했어."



말한 시우와 그것보다 더 한 걸 본 적이 있을 적운흉풍을 뺀 모두가 굳는다.



헬멧을 쓰고, 상반신의 일부를 빼고는 아눕롤에게 파묻힌 그 모습. 하늬에게도 그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는지 그녀는 입을 퐁 벌리고 '음, 좀... 그건 좀...'이라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당연히 당사자는 굳는 것을 넘어서 눈동자에 빛이 사라지고 있을 정도의 가혹한 선택지였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형의 말을 또 옮겨 오자면, 이 난세에서 한 몸 지킬 힘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지."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시우형. 나 그래도 능력이 있어. 전 세계를 따져도 전자기기와 접촉할 수 있는 적합자는 열 손가락도 안 될걸?"

-그 능력이 바로 문제다. 계약자여



듣고 있었는지 스마트폰에서 바로 아눕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지간한 세계에서 계약자의 능력은 흥미롭기만 한 능력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세계는 전자공학보다는 마도 공학을 중점으로 발달하니까.

"문제는 지구에서는 반대라는 거지. 아 거꾸로 생각해보자. 네가 만약에 높으신 분이나, 흑마법사라고 생각해보자. 마법 아이템들에게 손도 안 대고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뭔 짓을 하고 싶겠냐?"

"현대 지구에서 대놓고 사람을 납치해서 실험한다고?"

"아눕롤도 있는데, 닌 진짜 집에서 한 줄 흘러가는 뉴스도 안 보고 사냐?"

-우리 주변의 예시도 있지. 해골장미들만 해도 충분한 가능한 이야기 아니겠느냐, 우리 철부지 계약자여



블루베리가 진짜로 좋은 예시를 말해줬다.



재능은 있지만 조금 불우했던 소년 소녀들이 범죄조직의 손에 닿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니까. 실험체나 인간흉기나 악랄하기는 거기서 거기다.



-해골장미 이야기가 나왔으니, 예시를 더 들게 생겼구나. 해골장미들의 전투 기록이나 회수 기록에 따르면 '생체 기기'라는 것도 있었다.

"생체 기기?"

"사람을 가공해서 도구로 만들었다고."



제발 자신의 이야기쯤 되면 눈치가 있어라는 목소리로 말하는 조미선이다. 그제야 실감이 나는지 김송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만하면 다시 그를 갈궈야 하는 이유를 말해도 될 것이다.



"형이 중앙 헌터 협회의 기강을 다잡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 사람들이 시연이의 옆에 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너에 대한 걱정은 조금 달라. 형이 너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말한 건, 네가 구멍이 될까 봐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걱정이 돼서 그런 거라고."



여기까지 말하면 더 이상 징징거릴 수 없다. 그렇기에 어깨는 축 늘어지고, 고개를 푹 숙이며 일행의 끄트머리에 선 상태 기는 해도, 자기 발로 중앙 헌터 협회의 건물로 들어서는 김송현이었다.



꼴은 좀 좋지 않다만, 그래서 좋은 점이 하나는 있다. 시우의 일행이라는 점에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을 덜 느껴도 된다는 거다. 명색이 대한민국 헌터계의 중심인데, 소속 인물도 아닌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는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일행은 굴러들어 온 조약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 그리고 블루베리와 손시훈은 절대로 손시연의 낙하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불만이 있는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는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그를 덤덤하게 넘기자는 아눕롤이었다.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저 중에는 연합의 끄나풀도 있겠지요.'

'끄나풀이라고 말할 것 까지야 있나요.'

'충분히 있지 않겠사옵니까? 저번 테러 사건도 있는데 말이옵니다. 팀장급 인물들 중에는 없겠지만, 아래쪽 헌터들이나 사무직 직원들 중에는 분명히 섞여 있다고 보는 게 옳사옵니다.'



생각해보니 아눕롤의 그 추측을 마냥 음모론이라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저번 테러가 그냥 테러였는가? 아니다. 게이트들을 정밀하게 유도한 테러다. 미리 대한민국에 어떤 게이트가 열릴지 알아야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가장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게 중앙 헌터 협회. 충분히 물어뜯을만한 주제라서 기자들이 나서려는 순간, 국제 헌터 연합에서 먼저 조사를 하겠답시고 압력을 넣어 조용히 끝날 수 있던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국제 헌터 연합에서 알아서 잘 조사를 했구나 생각을 하겠지. 그러나 시우의 입장에서는 빠르게 장막으로 가리고는 꼬리를 쳐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아눕롤의 의심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소리다.



'팀장들이 현인님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것이겠지요. 자신들의 목숨도 목숨이지만, 몇몇 광신도들의 잘난 사상에 팀원들이 희생되는 꼴을 볼 수 없을 테니까요.'

'하긴'



자신의 형도 맛이 좀 가기는 했다만, 그 방향성이 아주 다르다는 걸 시우는 잘 알고 있다. 설령 그걸 잘 모르더라도 똑같이 맛이 갔다면 S++급 이상의 헌터를 믿지, 팔랑귀에 사이비에 홀린 김 아무개를 누가 믿을까?



이런저런 잡념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이 총총 달려온다. 아무리 봐도 시우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면서 달려오는 모양새다. 그에 바로 인사 대신 본론으로 건너뛰는 시우였다.



"정기 미팅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는 걸로 아는데요? 회의실은 저쪽이고요."

"그게, 그랬는데, 몇몇 팀장분들의 재촉이 있어서요."

"형이 뭔 짓을 저지른 건 아니고요?"

"2 팀장님 말씀으로는 애석하게도 이번은 아니라고 전해달랬어요."



사무원의 말에 마경태가 잠시 '니네 동생, 형에 대한 취급이 좀 심한 게 아니냐?'란 말을 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한데, 시연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서 오빠에게 '미친 새끼야!'라고 외치면 일반적으로 입이 험한 동생이지만, 그 오빠가 '오늘 간식은 여신(이었던) 팝콘 되겠네'라는 말을 했다면, 몇 번을 저랬길래 그런 말을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약간의 유도는 손시훈이 했을거다. 다만 몇몇 팀장들이 과민반응을 했겠지. 그래서 '애석하게도'라는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명색이 중앙 헌터 협회의 팀장들인데도 과민반응을 보인 무언가를 확인해야 할 시간이다. 그를 위해서 일행은 평범한 회의실이나, 훈련장이 아닌, 깊숙한 어딘가로 안내를 받으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호오, 건물의 다른 구역과 비교해 봤을 때 살짝 이질적이군요. 만들어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네. 솔직히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게이트에서 발견한 핵을 이용해서 만든 신규 훈련장이라는 것만 알아서요."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는 건만 안다는 겁니까?

"그게..."



살짝 시우의 눈치를 미묘하게 살핀다. 마치 시우는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냐는 표정. 그 표정을 살짝 유지하면서 말하는 사무원이었다.



"외부에서 건설을 한 다음, 전이 마법으로 이동을 시켰다고 하더라고요. 블루베리와 협회 연구부 및 대기업의 극비 합작 프로젝트라는 것까지만 알아요."



미리 알고 있던 게 아니었냐는 말투다. 이미 더 한 비밀들을 많이 알고 있었기에, 이건 몰랐다고 말해도 쉽게 먹힐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동하는 시우였다.



이윽고 입구로 보이는 장소에서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하는 김송현이었다.



"나 돌아갈래."



다만 이것은 마냥 철부지 같은 소리는 아니었다. 딱 봐도 그 입구는 수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마치 안개로 된 흐릿한 벽이 길의 끝에 서 있는 것이다.



사무원도 좀 찜찜한지 수고하라면서 도망치듯이 자리에서 벗어나 버렸다. 그러자 김송현은 더욱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소감을 드러냈다.



"이거, 게임에서 많이 봤어. 보스룸 입구잖아."

"어... 현실은 게임과는 많이 달라."

"이미 지금 현실이 게이트 열리기 이전의 세상의 기준에서는 충분히 게임 같은 세상이야! 내 말 틀려?"



오래간만에 맞는 말이라 말로는 쉽게 꺾기 힘들다.



이렇게 된 이상 물리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빠르게 시우와 마경태, 조미선의 눈동자가 맞춰졌다.



누구든지 분위기가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챌만한 상황이다. 김송현 또한 철부지이긴 해도 바보는 아니라는 듯이 눈치를 채고는 빨리 몸을 홱 돌린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우든, 마경태든, 조미선이든 혼자서 김송현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설령 김송현이 두 발 먼저 움직여도 손쉽게 가로막을 수 있는 게 현실. 결국 범죄자가 연행되듯이 자신의 양 팔을 마경태와 조미선에게 붙잡혀버린 김송현을 보면서 시우가 말했다.



"자, 드가자."

""가자-""

"안 돼! 안 돼! 누나! 살려줘! 누나아아!"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꼴을 보아하니, 시우는 자신이 저승사자라도 된 것 같았다. 거기에 쐐기를 박듯이 조미선은 '앞에 강도 안 흐르는데 좀 그만 징징거려라'라는 말을 해버렸다.



"미선아..."

"미선씨..."

-맞는 말인데 핀잔을 줄 거야 있겠사옵니까. 오히려 지옥 비슷한 세계에서 훈련이라면 더욱더 환영이지요.

"으허허헝! 죽고 싶지 않아! 허허헝!"



결국 반쯤 우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만하면 저번에 아눕롤과 융합한 꼬라지를 보여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지경. 트라우마가 있어서 이런 꼴이라는 것을 이해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생각과 함께 안개의 벽을 넘어, 뿌옇게 흐려진 눈앞을 헤치며 걸어 나가는 일행이었다. 이 사이에 끼여있는 김송현은 버둥거리다가 힘이 빠졌는지 살짝 늘어졌다. 그러던 그는 안갯속에서 무언가를 봤는지 다시 발작을 시작했다.



"허어어억- 허어어"

"뭘 봤길레..."



아직 시우의 눈에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야 시야가 뿌옇다고 치지만, 그를 넘어서 기척도 감지되지 않는 상태다. 그렇게 몇 발자국을 더 걷자 희미하게 기척이 느껴지는 시우였다.



솔직한 첫 인상을 말하자면, 왜 김송현이 경기를 일으키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기척이다. 거의 꺼져가는 장작불, 아니면 막 불을 밝인 촛불 수준의 생명력. 나이가 지긋하게 많은 노인 마법사나, 정 반대로 풋내기 마법사에 가깝다.



그래도 김송현의 능력을 감안해서 추측을 해보면 약간 짐작가는 바는 있다. 이 짐작은 희미하게 보이는 주황색 불빛에 반쯤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이보그"

"선생님께서 제 소개를 하신 적이 있나요?"


작가의말

오늘은 일찍 올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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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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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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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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