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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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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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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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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난관6

DUMMY

'평범한 훈련이라면 최선의 대응은 옥스 발처겠지요.'



빠르게 시우의 창을 흘러낸 시연. 그를 향해서 아눕롤이 전음을 보낸다.



일단은 그 전음에 시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시우가 갑자기 돌진을 해오고, 자신은 한 발 늦게 대응한 상황. 여기서 가장 무난한 대응은 역시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올 수 있는 옥스 발처다.



아니면 그냥 잠깐 힘을 더 끌어올리면 된다. 전력을 다 할 것도 없다. 진짜로 조금이면 충분하다. 기술의 비탈리아니, 뭐니 하더라도 일단 비탈리아와 손시연은 같은 A랭크 상위권의 적합자니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는 교관이라는 면모에서 비탈리아보다 한 수 아래이옵니다.'



이어지는 전음의 내용이 시연이 눈 끝을 살짝 꿈틀거리는 걸 넘어 이를 살짝 악물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맞는 말. 괜히 되지도 않는 반박을 했다가는 너무 추해지니 일단은 묵묵히 창을 받아낸다.



그와 함께 머릿속으로 빠르게 자신의 조건을 되새기며 대응책을 생각하는 시연이었다.



기본 조건은 자기 자신에게 페널티를 줄 것. 물리적인 압박감을 줄 수 있는 기본선 이상으로 마나를 끌어올려서든 곤란하다.



이 기본선이 살짝 애매하긴 하다. 똑같은 인간 적합자만 따지더라도 사용하는 마법의 종류에 따라서 그 선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니 말이다.



S랭크의 벽을 넘은 적합자라도 신체 강화에만 그 능력을 대부분 쓰는 경우라면 바깥으로 뿜어내는 압박감은 꽤나 적다. 반대로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 못한 약골이지만 마법의 이해가 대학 교수를 넘어선다면 B++급 정도로도 A랭크와 맞먹는 압박감을 뿜을 수 있다.



'기술의 비탈리아는 딱 그 정도의 출력량으로 도련님을 상대했사옵니다. B랭크의 출력량과 S랭크의 기량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절묘한 조화는 저도 살짝 놀랄 정도였지요.'



맞는 말이라도 계속되는 비교에 시연이 다시 아눕롤을 째려본다.



그러너나 그걸 무작정 따라 하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잘하는 특기가 따로 있는 법. 지금 본 목적은 오빠의 난관 극복인데 자신의 자존심을 무리하게 세우려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특별한 방법이 있냐고 전음으로 물어보는 아눕롤. 시연은 그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저런 방법을 쓰다니."

"의외로 아가씨도 응용성이 좋은데요?"

"말했잖아.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점이 시우에 비해서 모자란 점이지만, 그래도 쟤도 충분히 천재라고"



관측을 하는 라자르와 시훈의 대화다.



그 대화에 모두가, 특히 팀장들이 두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이 대화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서 자신들의 미래도 조금 바뀔지 모르니까.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손시훈의 고개가 비탈리아를 향해서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모두가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던 동생의 평가가 나왔다.



"무승부다, 비탈리아."

"와아아아아!"



아주 난리가 났다.



씁쓸한 표정을 짓는 건 비탈리아뿐. 그 외의 모두가 작게 기쁨의 신호를 보내고, 상당수는 본능으로 가득 찬 환호성을 내지른 것이다. 그에 제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사람은 손시훈이었다.



아직 비탈리아가 온 지 하루도 다 지나가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반응인지. 이미 힘의 카리나, 기술의 비탈리아라는 별명을 아는 선생님으로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심한 반응 아닌가.



우선 그 가운데에서 거의 눈물까지 흘리려고 하는 김송현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 올리는 손시훈이었다.



"적당히 못 하겠냐? 비탈리아가 오고 나서 1시간만에 가장 많이 두들겨 맞은 게 너인 걸로 아는데? 너는 카리나를 직접 경험한 적도 없잖아."

"그런데도 놀랍게도 기절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카리나에게 맞은 팀장들도 정신이 아찔하다고 하는데, 아직 제 뼈는 무사하다고요!"

"허허, 그래서 그게 그렇게 좋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김송현. 철부지의 이 반응에 시훈은 말문이 잠깐 턱 막힌다. 그리고 그가 가볍게 박수를 짝짝 치자 누군가가 김송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표정은 덤덤하다만 눈동자는 살짝 침울해진 카리나다. 그런 상태에서 먹잇감을 발견했는 듯이 손에 힘이 빡 들어갔다.



"끄아아악! 봐! 힘 조절 안 되네! 놔! 이 괴... 끄아아악! 놓아주세요! 힘의 카리나님!"



사정을 하는 모습은 꽤나 안타깝다만, 그건 카리나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손시훈은 더 무서운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카리나의 한 손이 비는군. 한 손으로는 저 철부지의 어깨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다른 누군가의 어깨를 붙잡고 이 환상계의 푸른 들판을 마음껏 달릴 수 있었어. 정말로 꿈과 같은 시간일 거야 그치?"

"으허허어어!"



슬픔의 비명을 내뱉는 김송현을 두고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변신한 상태의 카리나는 A랭크 최상위권의 몬스터나 마찬가지. 그런 존재에게 붙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건 비위가 약한 사람이 격렬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손시훈이 말한 대로 꿈과도 같은 시간이 되리라. 물론 그 꿈은 악몽이다.



그리고 도대체 왜 우리가 그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퍼졌다. 물론 그들은 그럴 만한 잘못을 저질렀다.



"카리나가 내가 빈 말로도 거칠지 않다고 하기 좀 그렇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기뻐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환호성은 좀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이어서 두 눈동자가 차오르는 마나로 인한 곤색으로 번들거린다. 그 눈으로 얼어붙은 사람들 중 빠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던 자들을 골라낸 손시훈이 말했다.



"까더라도 내 제자는 내가 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는 관계로 너희들 중 제일 불행한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하겠어."

"'희생'? 동생 두 명 다 저쪽에 있다고 단어 선택 막 하는 것 좀 봐..."



아예 체념을 했는지 김송현은 말을 막 늘어놓고 있다. 그런 철부지를 깔끔하게 무시하면서 손시훈은 누군가에게 확실한 구제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손시연과 비탈리아가 시우의 교관으로 왜 무승부인지를 설명할 것. 그걸 설명하는 자에 대한 상품은 지옥의 질주 추첨 면제권을 주겠다고 말이다.



그 선언에 헌터들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하지만 섣불리 오답을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오답을 말했다가는 나중에 지옥의 질주를 무조건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 불을 붙이는 이가 있었다.



"저기... 다른 사람도 맞히면 뭐 없습니까?"

"협회장이라는 양반이 그런 말 하면 좀 그렇지 않아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습니까?"

"잠깐"



슬그머니 한 팔을 뻗어서는 시훈의 어깨를 감싸고는 몇 걸음 이동하는 협회장. 그리고 그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를 꺼냈다.



"영감님, 나 많이 힘들어."

"그래서, 뭐?"

"나 곧 50이야. 알잖아"

"곧 50이지, 아직 50은 아니잖아? 뭔 경찰로 따져도 정년 은퇴까지 10년은 넘게 남으신 분이 힘들다고 징징거려? 덕분에 슬슬 처지려는 뱃살 들어갔잖아?"

"그것 때문에 안사람이 좀 그래... 잔소리를 해... 몸은 더 좋아졌는데 왜 신통치 않냐고..."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니면 내가 이해를 잘못한 건가?



고개를 슬그머니 돌려서 뒤쪽의 분위기를 살피는 손시훈이다. 작은 목소리지만, 팀장들은 물론이요, 단련을 한 몇몇 예민한 헌터들은 들을만한 거리였으니까.



눈에 들어오는 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들이다. 그 표정을 확인한 손시훈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 몇몇 이들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의무방어전이니, 서니 안 서니, 그게 문제가 아니니...



"그, 알잖아. 부부 관계가 아이 본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

"서긴 한다니까, 허리와 허벅지에 좋은 약이면 충분하지?"

"아니, 모두가 당신 같지 않다니까? 영감님이야 800살을 넘긴 상태에서 키잔트헤임의 마계에서 선봉으로 싸웠을지 몰라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40 중반만 돼도 힘에 부친다고."

"어... 임진왜란에서 행주 대첩을 승리로 이끈 때의 권율이 57세였던 건 알고 있냐?"

"야이 씨, 그게 일반인은 안된다고!"

"그때의 권율이랑 지금의 너랑 다를 바 없어, 이 인간아!"



틀린 말은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의 권율은 현대로 따진다면 국군 총책임자였고, 중앙 헌터 협회장은 명목상 비상사태의 헌터 총책임자다.



그를 두고 참 추한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몇몇 헌터들은 한심하다는 눈치로 보고 있고, 몇몇 헌터들은 공감을 실은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다.



일부에게는 협회장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들 또한 요새는 왜 집에 들어오면 쿨쿨 뻗기만 하냐는 타박을 듣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 또한 자고 싶어서 자는 게 아니다. 마음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모든 기력을 이 환상계의 단련에 쏟아붓고 있기에 그렇지 못할 뿐. 굳이 카리나에게 고생을 하지 않더라도, 다들 사정은 비슷하다.



결혼을 한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마경태가 중얼거렸다.



"나, 왠지 갑자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어... 아냐 경태야. 그런 게 아니야. 기분 탓이겠지. 안 그래? 응?"

"그런 것 같아, 미선아. 그렇지 않고서야..."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마경태의 음산한 중얼거림이 뒤섞인다.



이걸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주도권을 자신에게로 돌아올 기회로 잡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시훈은 협회장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몸을 돌리며 큰 목소리를 외쳤다.



"여기서 마경태씨에게 기회! 비탈리아와 무승부를 이룬 시연의 비장의 한 수는?"

"그것은..."



.

.

.



온몸이 저릿한 감각이 몸의 끝에서 중심으로 서서히 올라온다.



추가적으로 어느샌가 머릿속을 천천히 채워버린 있는 삐- 거리는 소리와 미묘한 어지러움. 한참 시연을 몰아 붙이다 이를 떨쳐내기 위해서 시우는 크게 기합을 내질렀다.



"하아아압!"



그러자 조금은 어지러움이 가시는 느낌이 든다. 그런 시우에게 시연이 말했다.



"좋아. 내가 밀리면서 슬며시 숨겨놓은 문제를 알아차린 것 같네?"

"소리야. 마나를 소리의 형태로 천천히 퍼트렸어."

"뭐, 그 녀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엑사크타. 정답이야."



살짝 우쭐거린다. 그래도 시우는 그런 동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서도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보다는 청각이나 후각에 의존하는 동물이 더 많다. 그렇다면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도 당연히 그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귀가당하면 청각뿐만이 아니라 방향 감각과 평형감각도 같이 무너진다. 뒤늦게 기합을 불어넣기는 했다만, 이래서는 무식하게 돌진을 했다가는 자신이 먼저 발이 꼬여서 무너질 판이다.



우선 어지러워진 균형을 내공으로 다시 붙잡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을 하는 시우였다.



"고막에도 내공을 두른다. 그런데 그랬다가는 소리를 못 듣는 것 아니야?"

"요령이지 뭐. 그렇게 따지면 눈도 마찬가지 아닐까? 마나가 눈을 긁지 못하도록 부드럽게 덮되, 투명한 유리나 물처럼 볼 수는 있게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바로 기세가 뒤집힌다.



곡도에 무게가 쭉 빠지고, 바람에 쓸려나가는 나뭇잎처럼 춤을 추듯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연이 시우에게 썼던 그 악랄한 검법이다.



자잘하고 느긋하게 회복할 시간은 가지겠다는 의도는 이미 간파당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원래 오빠에게 알려주려던 건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이었던가?"

"으읏...!"

"테러리스트를 상대로는 좋은 말투였어. 미묘한 의문문을 던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대답을 하고 싶어 지는 게 사람의 심리거든."



정작 그렇게 대답을 하는 동생분의 집중력은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지러운 감각은 사라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그 악랄한 검술도 점점 익숙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시우는 대신 눈이 따가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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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진짜와 가짜 21.01.27 21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1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 난관6 21.01.20 24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2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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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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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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