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389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1.05 20:00
조회
24
추천
1
글자
13쪽

잠깐의 평온6

DUMMY

여기에 한 수 더해서 손시훈의 옆집에는 김송현을 여건이 된다면 김송아까지 이사를 시킬 계획. 진짜로 가관, 설상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예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사지 그러.."

"아가씨, 아-"



이 상황에 사이좋게 정신줄을 가볍게 놓쳐버린 시우와 김송현을 대신에서 시연이 한마디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가볍고 당연한 항의 시도도 블루베리의 손길에 막힌다. 언제 쌌는지 모를 큰 쌈을 시연의 입 속에 쏙 집어넣은 것이다. 이를 살짝 못마땅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거리는 시연이었다.



딱히 블루베리의 성의를 봐준 게 아니다. 쌈에 들어간 고기를 썬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해서 씹고 맛볼 뿐이다. 그렇게 블루베리의 정성과 부모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쌈을 삼킨 시연은 말을 이어나갔다.



"뭘 해도 빈틈을 주지 않겠다. 이거구나."

"너무 빡빡하게 말씀하시는 것 아님까, 아가씨?"

"지금 이 상황도 모두에게 충분히 빡빡한 것 같은데."



시작이 반이고, 이런 일에 따라붙기 쉽다고 해도 뜬금없이 열린 회식이다. 가족들에게도 살짝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해골장미 대원들에게도 긴장이 될만한 일



그래서인지 지금 그들은 맥주를 생수처럼 들이켜고 있다. 러시아에서 맥주는 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어서 그나마 걱정은 좀 덜 된다만, 괜찮다고 말할 상황은 전혀 아닌 것이다.



"물과 맥주만 좀 바꾼다면 억지로 고깃집에 학생들 데려온 40-50대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

"그게 뭐 어째서? 나빠?"

"그것 만이라면 좋겠다만, 그 고깃집이 선생님의 부모님이 하시는 고깃집에 말까지 스스로의 힘으로는 안 통한다는 문제점이 있지. 설마 정확히는 고깃집이 아니라 정육점이라고 변명하려는 건 아니겠지?"



시연의 이 말에 라자르가 맥주를 또 크게 한잔 더 들이켰다. 그 모습이 시우는 살짝 불쌍하게 느껴졌다.



해골장미 인원들의 대부분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 범죄 조직에서 10대를, 길면 20대 초반까지 보낸 그들은 대부분 가방끈이 당연히 짧은 편. N의 학교에 교사로 온 사람들이 어디까지나 특수 케이스다.



그나마 게이트 너머, 혹은 던전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말이 통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상황에서 기계화를 통해서 홀로 한국어를 알아먹는 라자르의 부담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굳이 번역의 문제가 아니다. 번역은 아눕롤도 해 줄 수 있다. 그보다는 주변의 말을 일일이 다 알아먹는다는 게 문제인 것. 이 모습을 본 시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시연에게 살짝 눈치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흥"



이를 알아먹고는 고맙게도 큰 오빠에 대한 공격을 조금은 멈추는 시연. 하지만 이걸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정말로, 이럴 때 우리 집이 정육점이라는 사실이 고맙단 말이야. 마음껏 먹어요. 먹어야지 사람들을 지킬 힘을 내지!"



무서울 정도의 호의가 쏟아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정육점에서 하루 안에 들어온 고기를 다 판다는 건 불가능 한 일이긴 하다. 남는 고기가 있기는 분명히 있겠지. 그러나 지금 어머님이 대접하고 있는 고기는 그렇다고 보기에는 질도 너무 좋고, 양도 너무 많다.



이건 집에서 계속해서 산 시우와 시연이 더 잘 아는 사실. 그래서인지 시연은 작은 오빠에게 '이 상황 자체는 어떻게 하시려고?'라는 눈치를 주고 있다.



시우도 이 상황을 해결한 방안은 딱히 답이 안 나오기에 은근슬쩍 아버지를 보았다. 현명하신 아버지라면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선을 받은 아버님은 자신의 맏이이자, 환생자 아들에게 살짝 타박하는 말을 건넸다.



"마음은 알겠지만, 광고는 좀 적당히 해 줬으면 좋겠구나."

"광고라니요. 저 특별히 그런 거 한 기억 안 나는데요? 광고는 저번에 바캉스 끝나고 시우가 했었죠."

"아..."



흐릿하게 시우의 머릿속에 옛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바캉스가 끝나고 나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친구와 함께 소고기 세트가 30개를 건 내기를 공개적으로 했었지.



확실히 그쪽은 광고가 맞다. 그에 비해서 형이 방송에서 딱히 광고라고 할 만한 말들은 딱히 기억나지 않은 시우였다.



분명히 1부의 잡담 방송은 시우도 거의 같이 했었는데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앞에서 담담히 말했다.



"방송에서 도축업자 이야기 한 적 있지 않니?"

"한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특별한 이야기는 안 한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는 큰아들. 그 아들을 향해서 어머님께서 허둥지둥 움직이시더니 무언가를 가져오셨다.



절대로 사소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감사패다. 내용은 축산업자 인식 개선에 크게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 그 아래에는 큼직하게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축산물 시장의 이름이 떡 하고 박혀 있다. 그걸 보는 손시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째서? 내가 뭘 했다고? 왜?"

"도축업자를 이렇게 심하게 푸대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잖니."

"아니, 사실이니까...!"

"그래서 이런 게 집에 왔단다. 본인에게 직접 보내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블루베리가 이런 건 다 중간에 차단한다고 하더구나."

"당연히 그래야죠! 뭐, 똑같은 말과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제가 하면 뭐 만고의 진리라도 된답니까? 그런 걸로 하나하나 뭔가를 받는다면 집에 아예 방을 따로 만들어야 할 걸요?"



맏아들의 말에 잠깐 작은 아들과 딸의 얼굴을 보는 아버님. 이어서 그는 마법의 단어와도 같은 말을 꺼냈다.



"넌 키잔트헤임의 칠현이잖니."



이 말에 손시훈은 평소에는 볼 수도 없고, 절대로 상상할 수도 없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낯이 뜨겁기는 한지 얼굴의 색이 살짝 붉게 물든 것이다. 속은 얼굴보다 훨씬 더 뜨거운 모양인지 자신의 제자들처럼 맥주를 거침없이 들이켜고 있다.



그런 아들을 두고 아버님은 해골장미 일행 중 유일하게 한국어를 알아먹는 라자르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결국 제 아들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광고가 돼서 장사는 잘 됩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요."

"너무 푸짐한 것 아닌가 싶어서요."

"원래 장사란 게 그런 겁니다. 손님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까 뭐든 넉넉히 물건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시선을 돌리는 쪽은 아직도 처분을 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금괴 더미가 있는 쪽이었다. 평범한 조명을 받고 있음에도 금은 금인지 번쩍번쩍거린다.


아직도 매일매일 어머님께서 닦고 계신 모양


진짜로 저걸 보낼 때의 손시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저건 진짜로 어떻게 처분을 해야 할까.



손시훈을 제외한 모두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해골장미 대원들마저도 눈치로 쓴웃음을 짓게 할만한 광경. 거기서 고개를 다시 돌려서 서로를 바라본 아버님과 라자르는 고개를 동시에 끄덕였다.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고마워요. 환생자니, 제가 모르는 비밀이 잔뜩이겠지만, 이건 알거든요. 제 아들은 착하지만 이상해서 친구가 적다고요."

"켁! 커으윽! 커흑!"

"괜찮으심까, 주인님?"



뜬금없이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명치를 바늘처럼 쑤시는 것을 넘어서 대못처럼 때려박는 친구가 적다는 말에 손시훈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는 게 그 적은 친구들 중 카푸스가 본다면 혀를 쯧쯧 찰 만한 모습. 이 자리에 없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간신히 숨을 쉬는 아들을 두고 아버님은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그런 제 아들의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알겠습니다."



타당한 이유로 상처를 받은 큰아들을 제외하고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시우의 소감을 말하자면... 형이 조금 불쌍하기는 해도 짠한 안타까움보다는 보다는 시원한 통쾌함이 더 크다. 그건 막내 동생인 시연도 마찬가지인지 그녀는 맥주가 가득 든 잔을 오빠인 시우에게 살짝 내밀고 있었다.



이 건배, 받아주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가슴을 부여잡은 환생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건배를 외치면서 회식이 계속된다.



어색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화기애애한 분위기. 맥주를 생수처럼 들이켜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표정에서는 약간의 여유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소통의 문제는 라자르와 아눕롤의 힘이면 충분히 해결 가능. 그렇게 고기를 먹으며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서로 오고 간다.



가장 딱딱한 이야기는 시연과 남자 해골장미 대원들 사이의 이야기 되겠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지 게이트나 몬스터들의 대책을 주제로 놓고 있다.



그에 비하면 분위기가 다른 쪽으로 무거운 쪽도 있다. 비탈리아의 '언니'인 카리나와 김송현의 '누나'인 김송아 사이의 대화다.



뭔가 문제가 있는 동생이라는 관심사를 주제로 뜨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그 옆에서 비탈리아와 김송현은 내가 저런 것이랑 비교가 되고 있다는 자괴감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시우가 볼때는 거기서 거기, 도긴개긴이다.



"라자르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생 생활이 안 되는 헌터나, 게이트 너머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 헌터나... 시우씨 말대로 도긴개긴이네요."



바로 이런 굴욕도 없다는 두 철부지의 표정이 돌아온다. 그 두 철부지는 시우와 라자르에게 각자 자기 딴에 변명이 가득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를 나름대로 중재해보기로 한 시우였다.



"비탈리아씨. 제 얼굴 보세요."

"..."

"라자르도 번역 하고 있고, 아눕롤도 번역하고 있으니 '나, 한국어 몰라요.'같은 태도 하지 마시고."

"..."

"얼굴만 제 방향으로만 향하지 마시고, 눈 맞추실 수 있겠어요?"

"..."

"좋아요. 눈 감으셔도 돼요."



이런 말은 또 냉큼 들으면서 눈을 감아버리는 비탈리아. 질끈 감은 것이 앞에 못 볼 괴물이라도 있을 것 같은 자세다. 그런 비탈리아를 두고 살짝 김송현과 자리를 바꾼 시우는 라자르에게 신호를 줬다.



동기의 그 말에 눈을 뜬 비탈리아가 보는 건 정면으로는 처음 보는 김송현의 얼굴. 아직은 낯선 이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보자 비탈리아의 호흡이 깔끔하게 멈춘다.



그걸 정면에서 바라본 김송현은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이겼다는 목소리를 누나에게 크게 내뱉었다.



"봤지? 난 최소한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숨 쉬는 걸 멈추지는 않아! 내가 얘보다는 낫다고!"

"비탈리아씨, 눈 앞의 김송현씨를 범죄자라고 생각해 보세요."



바로 떠진 눈 한가운데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세로로 찢어지고, 입술 사이에서 그르릉 거리는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에 기겁해서 뒤로 넘어가려는 김송현을 재빨리 받아준 시우였다.



물론 그건 그거고, 타박은 타박대로 해야 한다.



"누가 누구보다 낫다고?"

"솔직히 시선 교환에 울음소리로 답변한 건 너무한 거 아니냐? 누가 봐도 형네 엄마, 아빠도 놀랐을 걸?"



글쎄. 아버님이신 손영철씨는 무덤덤한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속으로 놀란 것을 진정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처음 보는 사람은 구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어머님은 놀란 대신에 바로 자신의 자식같이 '저 철부지를 어찌할꼬'란 표정을 짓고 계시는 걸 넘어서 말까지 꺼내고 계셨다.



"시우야, 쟤도 헌터라고? 그냥 마나만 쓸 수 있는 적합자가 아니라?"

"더 놀라운 건 기간으로만 따진다면 시연이랑 경력은 같아요."



이건 아버님에게도 상상 이상의 소식이었는지 바로 놀랍다는 감정이 얼굴에 확 드러난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을 차리신 아버님은 모두가 그 반응에 놀란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서인지 그 답지 않게 먼저 건배를 하자고 하셨다.



어색할 것 같지만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은 건배였다. 좀 전에 시무룩했던 손시훈이 그대로 김송현으로 바뀐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에 승리했다는 표정을 짓는 비탈리아를 째려봐서 진정시키는 카리나였다. 이걸로 이 소동은 이렇게 끝났으면 좋겠다. 동생의 이런 속마음은 알 것 같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시훈은 이 소동을 연장시키는 말로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이 아들이! 전력을 다해 이 녀석들을 사람으로 만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7 진짜와 가짜6 21.02.03 25 2 13쪽
216 진짜와 가짜5 21.02.02 23 2 14쪽
215 진짜와 가짜4 21.02.01 19 2 13쪽
214 진짜와 가짜3 21.01.29 18 1 13쪽
213 진짜와 가짜2 21.01.28 20 1 13쪽
212 진짜와 가짜 21.01.27 21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1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4 1 13쪽
206 난관5 21.01.19 24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2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20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 잠깐의 평온6 21.01.05 25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8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8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