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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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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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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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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난관2

DUMMY

"끄으으..."



얕은 시우의 신음소리. 그 신음소리에 살짝 불안한 비탈리아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제가 너무 늦게 멈춘 걸까요?"

"아냐."

"그래도..."

"적절하게 멈췄어. 교훈을 줄 정도의 고통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손상이지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정도로 말이야. 자, 시우야 어떠냐?"



어떠냐고 물으면... 좀 고통스럽다. 양파를 좀 많이 썬 작업장에 들어간 느낌이다. 그 느낌을 느끼고 있는 이유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시우였다.



"분명히 마나의 압박을 막아낸 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그랬고, 계속해서 그럴 것 같았지."

"뭐가 문제였던 거야?"



이 질문이 시우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진짜로 고통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면 계속해서 신음을 흘리지,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을 하겠는가.



그것은 좋은 징조란 것을 모두 알기에 살짝 굳었던 분위기가 풀렸다. 이런 가운데 손시훈은 잠시 적절한 비유를 생각해내기 위해서 '흐음...'거리는 소리를 흘리다 입술을 열었다.



"니가 차가운 냉탕, 혹은 뜨거운 열탕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래. 들어갔어. 그래서?"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시간이 좀 지난다면 그럭저럭 버틸만할 거야. 네 몸에 닿는 물의 온도가 체온과 조금은 비슷하게 변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격렬하게 움직이면 다시 찬 물이나 뜨거운 물로 이동하는 거니까 영향을 받게 되는 거군. 그런데 눈에서 직접 보호를 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는 거야."

"엑사크타(Exacta)"



정답. 바로 그거다.



가만히 있을 때는 상대방의 마나의 압박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신체에서 뿜어낸 내공이 전신을 보호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몸을 급격히 움직이면 전신을 보호하는 내공이 흐트러지게 되고, 시우의 말대로 눈이 직접 보호를 하지 못하면 서서히 눈이 갉히고 만다. 거기서 보충 설명을 덧대는 손시훈의 목소리는 상당히 밝았다.



"이걸 니가 중간에 잘 느끼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지. 하나는 싸울 때는 맞아도 덜 아픈 것과 같아. 흥분을 하고 있어서 고통이라는 감각에 둔해진 거야. 둘째는 내공으로 인해서 예민해진 감각이 저하된 시각을 충분히 대체해서 불편함을 못 느낀 거지."



아마도 목소리가 상당히 밝은 이유는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해는 된다만, 지금 눈이 상당히 쓰리고 따가운 시우의 입장에서는 아니꼽다. 그래도 지금 해야 할 말은 형을 탓하는 게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진정시키는 말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제 때 멈췄네요. 고마워요, 비탈리아."

"정말로... 괜찮아요?"

"끝났을 때는 아픈 걸 몰랐잖아요?"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갑자기 비탈리아가 인간의 형태로 돌아와서는 멈추자 시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것도 잠시, 5분이 지나자 흥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슬슬 이상 증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나타난 증상은 주체를 하지 못하고 찔끔찔끔 흘러내리는 눈물. 처음에는 격렬하게 움직여서 생긴 땀인가 했지만, 몸이 식고 땀이 마르고도 눈을 촉촉하게 적시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동시에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욱씬거리는 감각은 심해져만 갔고. 아눕롤의 분신체를 뒤집어쓴 상태가 된 시우였다. 그 모습을 참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김송현이 중얼거렸다.



"나한테는 저렇게 해 준 적이 없는데..."

-계약자여, 정작 해주겠다고 했을때는 싫어했지 않았느냐?

"아, 누나. 나한테 해주겠다고 한 건 저것과는 모양새가 달랐잖아."



뜬금없는 앙탈을 부린다. 그래도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상상은 되는지라 이번에는 가만히 있는 시우였다.



현재 '저렇게' 된 상태의 시우의 상태는 그다지 기괴하지 않다. 고급 피부과에 가 봐도 시우와 비슷한 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까.



붉은 빛이 흘러나오는 게 피부 미용으로 쓰는 적외선 마스크를 쓴 모양새다. 그 마스크가 조금 독특한 형태기는 해도 나도 못 쓸 건 없다고 여길 정도.



반면에 아눕롤이 김송현에게 해주겠다고 한 것은...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뻔하다. 아마도 전신을 거의 융합한 모양새겠지. 빈말로도 안마의자라고는 할 수 없는, 혹시나 권유를 받으면 정중하게 사양할 모양새의 물건 말이다.



모두가 그것을 짐작하기에, 중앙 헌터 협회의 직원들은 물론이요, 해골장미 대원들도 묵묵히 있다. 주변의 이 기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김송현이 크게 소리쳤다.



"왜 갑자기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건데?"

"아무도 너를 동정하지 않아, 송현아."

"닥쳐, 손시우! 지금 당당하게 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해서 구라치지 마! 너, 잠깐이지만 나를 동정했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이런 식으로 편하게 흘러갈 줄이야. 김송현의 말대로 당당하게 구라를 쳐도 아무렇지도 않다.



"모두가 너랑 시선을 못 마주치고 있지는 않을 거 아니야. 그렇죠 아눕롤?"

-그렇사옵니다, 도련님. 당장 칠현 분께서도 제 계약자를 덤덤하게 보고 있사옵니다

"덤덤하게? 실실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게 덤덤하게냐?"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성격이 살짝 뒤틀린 환생자분은 이 상황이 웃겨 죽을 것 같겠지. 그 감정이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는 표정은 5살짜리 어린아이가 봐도 덤덤한 표정이 아닐 거다.



이런 나잇값을 못하는 늙은이를 향해 애송이가 의미 없는 징징거림을 늘어놓는 시간이 잠깐 흘러갔다.



.

.

.



자, 다시 비탈리아와 시우, 둘의 수련 시간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눕롤도 가까이에서 참관하고 있다. 눈에 피로가 쌓이면 바로바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일부로 어색함을 주는 목적도 있다. 어색함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말을 열기 위한 훈련이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다음 비탈리아가 편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 간이 대처방법을 알려줄께. 물론 이것도 생각 이상으로 좀 어려운 행동이야."

"뭐죠?"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는 거지. 눈물을 보충해서 안구를 보호하는 거야. 바로 눈에 마나가 닿는 것 보다는 얇은 눈물에 한 번 걸쳐서 닿는 게 조금은 더 나으니까."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반인도 그게 되지 않아서 걸리는 병이 있다. 바로 안구 건조증이다.



TV니 컴퓨터니 스마트폰의 화면에 집중한다고 눈을 제 때 깜박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싸우는 경우에야 오죽할까. 무의식이 눈을 계속해서 뜨게 만든다. 그래서 안구 건조증은 수많은 평범한 헌터들이 고생하는 직업병 중 하나라고 한다.



단지 다른 직업병, 예를 들면 관절염이나 피부염 같은 병들에 비해서 눈에도 덜 띄고 심각성도 낮아서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제 주변에는 딱히 없던데요?"

"보통 둘 중 하나지. 안구 건조증을 진작에 극복한 베테랑이거나, 그만한 고생을 하지 않거나. 네 주변에 헌터들은 많지만 평범한 헌터들은 거의 없잖아?"

-그래도 곰곰이 따져보면 있기는 했을 것이옵니다.



아눕롤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시우. 그러고 보니 의사회의 일반 헌터들 중에 안약을 쓰는 헌터들이 몇몇 있기는 했다.



"이게 너는 너무 빨리 성장을 해서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도 있어."

"그런가요?"

-충분히 일리가 있는 분석이옵니다. 키잔트헤임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와 통계가 있으니까요. 지구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단순한 랭크는 더 높지만, 나이는 더 어린 명문가 출신의 헌터가 마나로 인한 안구 건조증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하옵니다.

"결국은 눈을 깜빡이는 쪽이든, 눈에서 직접 마나를 보호하는 법을 익히든 경험이 답이라는 거네요."

-그렇사옵니다.



아눕롤 뿐만이 아니라, 비탈리아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건 해골장미와 불곰 대원들 중 상당수도 이미 경험해 본 일이라는 거다.



자신 또한 그들과 똑같은, 자연스러운 길을 걷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속에 차올랐던 조급함이 약간은 가라앉은 시우였다. 그런 그의 앞에서 비탈리아가 한 손을 꿈틀거렸다.



털가죽과 완전히 융합이 되어있는 손이다. 그 손을 시우에게 겨누면서 비탈리아가 말했다.



"이번에는 변신을 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알지?"

"근본은 A랭크. 신체가 서서히 부담이 될 정도의 고농도 마나 환경인 것도 다를 바 없겠죠."

"그래. 알면 됐어."



말과 함께 자세를 다잡는 비탈리아. 그건 짐승이 사냥감을 향해서 뛰어오르기 직전의 동작 같기도 했고, 특수부대원이 본격적으로 몸을 푸려고 준비한 동작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적을 일방적으로 덮치려고 하는 위압감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에 무의식적으로 움츠리려는 몸을 의식적으로 펼치며 단단히 굳히는 시우였다.



"좋아."



거기까지만 하고 '간다'는 말은 생략하는 비탈리아.



이와 함께 달려들어서 팔을 거칠게 흔들었지만 딱히 비겁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실전의 몬스터는 '좋아'라는 신호도 줄리가 없으니까.



그보다 훨씬 더 연한 징조를 흘린 다음 달려들겠지. 이를 감안하면 비탈리아는 충분히 줄만한 신호를 다 준 상태에서 습격을 한 것이었다.



이런 교관님은 거의 한 마리의 늑대처럼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해 가면서 시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전력으로 대응을 해야겠지. 그 생각과 함께 몸을 낮추면서 창끝을 비스듬히 위로 치켜드는 시우였다.



시우의 그 기본적인 대응에 맞서서 초승달과도 같은 궤도를 그리며 파고드는 비탈리아. 단순히 창날을 내지르면 무조건 빗나가는 경로로 몸을 들이민다. 비록 변신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정면으로 부딪히면 뼈에 금이 갈만한 돌진이다.



하지만 창날로 찌르는 건 불가능해도, 창대로 밀쳐내게 후려치는 건 가능하다. 그다지 특별한 동작도 아니다. 따져보면 란나찰 창 중 상대의 공격을 밖으로 눌러 막는 란(攔)창의 응용기라고 할 수 있겠지.



그걸로 거리를 확보하고는 빠르게 찌르는 창인 찰(扎)창으로 연계하는 시우. 이에 맞서 비탈리아도 조금 고급진 응용을 보여주었다.



한쪽 팔만을 완전히 괴수로 변신했을 때의 형태로 부풀린 것이다. 그것이라면 전력으로 내지른 창을 거의 정면에서 받더라도 가죽의 두터움으로 흘러내는 게 가능하다.



마치 살아있는 방패와도 같다. 그렇게 시우의 빠른 창 놀림을 여유롭게 흘러내는 비탈리아. 시우가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하게 흘러내릴 정도로 창을 내지르고 있지만, 그걸 흘러내는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두 사람의 치열한 대련을 아눕롤은 정밀한 센서로 측정하고 있다.



종류는 다양하다. 기본적인 가시광선 영역의 카메라에, 찰나의 순간도 포착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도 있다. 이런저런 센서들 중 영상화를 했을 때 가장 화려한 모습이 감지될 센서라면 역시 마나 감지 센서일 것이다.



푸른 불꽃이 비탈리아의 몸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고. 허공에서는 작은 불꽃이 파밧하고 계속해서 튀어 오른다. 시우의 모습은 이 센서가 감지할 수 없기에 측정되는 모습이다.



그 모습과 일반적인 광학 장비의 센서에서 측정되는 값을 겹쳐본다면 정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공이 실린 시우의 창끝이 비탈리아의 몸과 부딪힐 때마다 폭죽이 터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통상적인 생명체는 할 수 없는, 고도의 기계 공학과 마도 공학의 융합체만이 볼 수 있는 장면 되겠다.



거기서 상대적으로 수수한 적외선 센서로 집중력을 옮기는 아눕롤. 그러자 그녀는 빠르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시우의 머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역시나 가장 빠르게 달아오르는 부분은 피부가 얇은 귀와 입술. 그리고 바로 노출이 되어있는 눈. 잠깐이지만 멈출 필요가 있겠다.



"휴..."



그래도 빨리 조치를 취했으니 이번에는 아눕롤이 적외선 마스크 일까지 해 줄 필요는 없었다. 차가운 수건으로 잠시 눈을 덮어서 찜질을 해 주면 끝.



이 휴식을 취하며 시우는 이 난관이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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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진짜와 가짜2 21.01.28 20 1 13쪽
212 진짜와 가짜 21.01.27 20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 난관2 21.01.14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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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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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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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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