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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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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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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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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진짜와 가짜

DUMMY

"중국의 무공 말이죠. 반응 어땠어요 시우씨?"



오래간만에 의사회로 다시 돌아온 시우. 아무리 헌터직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사무직 업무를 보는 게 의사회의 원칙이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사무직 직원들이 대부분의 밀린 업무를 알아서 처리해 줬다는 것. 이미 마경태의 뒷바라지를 몇 년간 해 온 경험이 있던 그들이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대신 그들은 그 대가로 중국의 무공 복원에 대한 반응을 물어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 반응은 손시훈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긴 뉴스가 흘러나올 때의 자신들도 손시훈의 반응을 신경 썼으니 이 사람들도 충분히 궁금해했을 수 있겠다.



그에 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말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순수 무공은 어림도 없겠지만, 어쩌면 새로운 혼합 무공의 형태로 복원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순수 무공? 혼합 무공?"

"내공만을 움직이면 순수 무공, 그 외에 다른 힘까지 쓰면 혼합 무공이죠. 아무튼 생각 외로 진지하게 듣더라고요."



모두가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당시에 시우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 뉴스를 듣기 몇 시간 전 그가 했던 말이 뭐였던가. '이 세계의 소림은 망했어!'였다.



자연스럽게 그 말을 하면서 핀잔을 준 시연. 그런 동생에게 시훈은 새로운 무공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을, 그리고 그 과정을 분석하는 건 의미가 있다는 말을 했었다.



그랬던 그의 반응은 뒤에 길게 이어진 현지 인터뷰에서 나온 말에 싸늘하게 식었다.



"태권도는 사실 원본이 일본의 가라테라는 거?"

"어, 그건 불편한 진실이라고 했죠. 솔직히 입식 유술기인 택견과 입식 타격기인 태권도가 뭔 연관성이 있냐면서요."

"중국의 긴 역사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따라올 수 없다는 거?"

"그건 조금 비웃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가까이에는 인도가 있고, 멀리는 이집트가 있다... 그 왜 한 때 유행했던 짤도 있었잖아요."



이집트와 중국의 자존심 대결.



외국인 게스트들이 등장하는 방송에서, 한 패널이 볼링의 기원은 옛날 이집트라고 했다. 그에 중국인 게스트가 천 년 전의 당나라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자신이 말하는 옛날은 기원전을 말하는 거라며 은근슬쩍 망신을 줬던 이야기다.



그걸 이해하고 작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긴 손시훈의 입장에서는 그건 진짜로 우스운 말이었을 것이다. 인류 문명이 길어봤자 만년을 넘어가지 않는데, 손시훈은 그 이상을 살아온 환생자 아닌가.



설령 손시훈이 아닌 다른 환생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긴 역사 운운은 정말 우스운 농담이지 않았을까? 못해도 사람보다 훨씬 더 성숙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낸 키잔트헤임의 고대 문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아무튼 형의 관심이 푹 식게 만든 말은 따로 있었죠."



진짜와 가짜



.

.

.



"그러고 보니 금강경에도 비슷한 말이 있었지?"



두 달 동안 달달 외웠다. 이미 눈을 감고 금강경을 외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중 큰오빠가 말한 내용을 요약하는 시연이었다.



"본인이 깨달음의 경지인 아라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경지에 집착하는 욕망이 있으니까 아라한이 아니다."

"그래. 진짜 무공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이 또한 비슷하지. 안타깝네..."



.

.

.



지식 또한 살아있는 것. 그렇기에 끊임없이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변화한다. 그런데 진짜와 가짜를 따진다면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날까?



손시훈의 말대로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설령 순수 무공을 복원했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게 뻔했다. 이미 중국 권법은 현대 격투기에 밀려서 사장이 되지 않았는가.



자신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자신의 금강불괴신공만 하더라도 잠깐이지만 집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말을 못 하지 않는가. 그러니 이런 단점을 극복할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집착은 성장을 쉽게 멈추게 만들 거다.



잠깐 반짝하고 떴다가 맥없이 끝나겠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시우를 두고 역시 환생자님의 생각도 그렇다면서 들떠있었다.



"뭔데 그래요?"

"몰랐어요 시우씨?"

"손시훈만의 힘으로 여겨졌던 무공을 복원했다는데, 여기저기서 반응을 안 할 리가 없잖아요?"

"그랬겠지만, 그냥 신경을 껐는데요."



시우의 말에 그럼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라는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한 직원이다. 그에 맞춰서 또 다른 직원이 검색을 한 컴퓨터와 TV 모니터 화면을 연결시킨다.



그러자 미묘하게 그 인터뷰의 수준이 낮다고 까는 영상들이 주르륵 뜨기 시작한다. 요지는 손시훈과 비슷한 것들. 전투기술에 그런 식으로 가짜와 진짜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이다.



다만 그중 과격한 몇몇 의견이 조금 불편한 시우였다.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면 안 되나요? 뭘 또 내가 나서야 한다는 거야."

"폐관수련도 했잖아요?"

"이럴 때 뭔가를 보여줘야지! 안 그래도 종종 몇몇 헌터팀에서 전화가 온다고요. 대련이 가능하냐고 말이죠!"



폐관수련(閉關修鍊)이라.



꼬박꼬박 출근에 퇴근을 하듯이 수련하고, 먹을 것 다 먹고, 쉴 것도 다 쉬었는데 그게 어딜 봐서 폐관수련인가. 다들 그런 생각인지 환상계에서 함께했던 세 사람이 시선이 교환된다.



그리고 그중 두 사람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렸다.



"저기, 잠깐만. 왜 나한테 시선이 쏠리는 거야?"

"명색이 베테랑 헌터잖아요. 택도 없다는 거 좀 말해줘요."



말이야 맞는 소리. 비탈리아에게 특별 과외를 받은 게 한 달, 금강경을 외우며 수련을 한 게 두 달. 합쳐서 고작 세 달이다. 상식적으로는 그 사이에 사람이 바뀌지 않는 게 정상적. 그걸 가지고 대련을 받아주니 마니 하는 건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은가.



대충 이만하면 알아먹을 텐데, 갑자기 우리의 의사회 총책임자님이신 마경태씨는 머뭇거리고 있다.



'확실히 변하긴 했잖아?'



능력 있는 헌터의 입장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일반인의 상식으로 할만한 작은 거짓말도 못하나?



이럴 때는 진짜 베테랑 헌터라는 사실이 도움이 안 된다.



-어쩔 수 없군. 계약자여, 네가 나서야겠구나.

"응? 저요? 아눕롤 누나, 저 말하는 거예요?"

-그래, 너. 시간으로 따지고 보면 계약자가 이 지구에서 제일 먼저 무공을 접한 존재가 아니더냐.

"아니, 잠깐만, 그런 게 어디 있..."



.

.

.



"괜찮은 거 맞나?"



뻔히 아닌 걸 알면서도 시우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겉으로는 입을 꾹 다물고 정신 집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슬슬 몸의 겉모습으로 속마음을 흐릿하게나마 읽을 수 있는 시우에게는 '손시훈 개새끼! 손시우 개새끼!'라고 외치는 김송현의 속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시우를 향해서 나름대로 도전해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어느 사이에 그의 몫이 되어 있었다. 김송현이 할 수 있는 건 시우도 할 수 있다는 엉망진창의 논리로 말이다.



순식간에 '최종보스를 상대하려면 우선 중간보스인 나를 상대해라!'는 입장을 즐길 사람은 극소수일 거다.



지금도 그렇다. 현재 위치는 의사회가 입주한 건물에 자리 잡은 수련장. 그 자리에서 김송현은 누가 봐도 기세가 살벌한 한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속이 쓰릴 텐데, 근처에는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모로 속이 쓰릴만한 환경. 그에 한마디를 더하는 구경을 온 손시훈이었다.



"아자아자! 힘내라! 무패의 중간보스!"

"개새끼야아아아!"



누가 들어도 마냥 좋다고는 힘든 별명. 그걸 들어버린 결국 김송현은 울음이 섞인 비명을 토해냈다. 이 처절한 울음소리에도 김송현의 대련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머리에는 저 귀찮은 걸 어떻게 멜 까 싶을 정도로 두꺼운 터번과 그에 대비되는 아주 얇은 한 겹의 옷. 그리고 그 틈 사이에서 보이는 단련된 근육에서는 수도승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결국 이에 맞서 김송현 또한 자세를 다잡는다. 이를 본 도전자가 길게 말을 이어나가는 걸 굳이 번역해주는 아눕롤이었다.



-고행을 하는 몸으로, 똑같이 깨달음을 찾는 이를 만나서 기쁘다고 하는구나. 이만하면 자신을 시험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이다.

"누나. 먼저 요약 안 해줘도 괜찮으니까, 그런 건 끝나고 말해주면 안 돼?"

-이때까지 계속해서 '진짜'들을 만나왔지 않느냐? 이제와서는 딱히 도발도 아니니 그냥 그런 말을 했다고 알려주는 거다, 계약자여....



아눕롤의 말이 떨어지고, 3초도 안 돼서 김송현의 주먹과 도전자의 손바닥이 맞닿는다. 그리고 서로 팔을 비틀면서 주먹과 손바닥을 떨어트린 두 사람의 팔이 계속해서 부딪혔다.



도전다도 도전자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칭얼거렸다고는 믿기 힘든 철부지의 움직임. 눈빛 또한 그에 걸맞게 살아있다. 그에 조금은 만족한듯이 손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기본을 찾기는 찾았구나."

-확실하게 소림오권을 익힌 건 큰 성과지 않사옵니까.

"정말로 다행인 일이지."



의식인 신(神)을 단련하는 용권(龍拳)

육체의 뼈(骨)를 단련하는 호권(虎拳)

외면적인 힘(力)을 단련하는 표권(豹拳)

내면적인 기(氣)를 단련하는 사권(蛇拳)

마음(精)이라고 할 수 있는 무의식을 단련하는 학권(鶴拳)



그 다섯을 단련하는 권법들이 합쳐진 무공인 소림오권(少林五拳)이 김송현의 온몸에서 구현된다. 그건 단순히 손시훈이 '다행'이라고 평가할 수준으로 끝날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 녀석도 어떻게든 B랭크의 헌터와 맞상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상대다. 옛날 감성의 격투 게임처럼 팔의 관절 부분이 쭉쭉 늘어나는 펀치가 쏟아진다.



이미 그 상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 비탈리아와 카리나를 경험했다지만, 결코 평범하다고 넘길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송현은 기가 죽지 않고 차분하게 팔을 휘두르면서 맞상대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방이 꽤나 이어졌을 때쯤 됐을까



평범한 격투기 시합이라면 한 라운드가 끝났을 정도의 시간. 그쯤 되니 슬슬 지친 기색이 도전자의 몸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계속해서 마나와 함께 주먹을 내지르고 있으니 지치는 게 정상인 것이다.



그것은 김송현도 마찬가지인지 그 또한 숨이 살짝 흐트러져 있다.



이윽고 김송현이 발걸음을 잘못 내디뎠다고 느낄만한 순간, 순식간에 파고드는 도전자.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쭉쭉 관절을 늘렸던 모습에서는 뜬금없다고 할만한 무릎차기를 들이민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김송현에게 도전하지 않았던가. 전문적인 종합 격투기 경험자나, 뒷골목의 투기장에서 단련한 파이터, 일본의 검도 수련자 등등... 그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든 버티고 꺾어오면서, 김송현은 송시훈의 외침대로 '무패의 중간보스'가 되어 있었다.



이 무패를 드디어 꺾나 싶은 순간이 왔다는 생각이 든 순간, 김송현은 잘못 내딛었다고 생각한 발을 재빠르게 바로잡는다.



그 훌륭한 속임수가 벌어지며, 도전자의 무릎차기가 김송현의 어깨를 때리는 동시에 김송현의 주먹이 도전자의 배 한 가운데에 정확히 박힌다. 이어서 뒤로 쭉 날아가는 도전자와는 다르게, 김송현은 어깨가 뒤로 살짝 밀린 정도에서 버티는 데에 성공했다.



누가 봐도 김송현의 승리.



그것은 당한 입장에서도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사실인지, 도전자는 배를 때린 충격을 간신히 회복하자마자 김송현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

-자신들의 칼라리 파야트(Kalari Payattu)처럼 깨달음을 얻기 위한 지혜에서 나온 기술을 경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하는구나.

"자신들?"



단수가 아닌 복수형. 뭔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대련은 끝났고, 자신은 패배자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자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바닥에 놓는다. 그를 빠르게 판별한 손시훈이 그 정체를 말해주었다.



"원거리 전이마법 장치? 누가 또 오나?"

"뭐? 아, 나 못해! 오늘은 이만하면 끝! 더 이상 못한다고! 졌다고 할 테니까 시우형이나 환생자 영감탱이가 해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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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진짜와 가짜2 21.01.28 20 1 13쪽
» 진짜와 가짜 21.01.27 21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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