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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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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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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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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우직하고, 굳세게2

DUMMY

똑같은 선택, 똑같은 말



바로 호기심이 치솟지만, 김송현은 자신의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건 눈치의 문제가 아니라 지능에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그렇게 현명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김송현에게 손시훈이 질문을 던졌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서 적운흉풍은 어떤 '상징'일까?"



자신에게 있어서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며, 상징이라는 추가적인 단어 선택이 들어갔다. 그에 김송현은 눈동자를 빠르게 진동시키면서 두뇌를 가동시켰다.



그리고 손시훈의 시선이 돌아가는 것을 따라서 헌터들의 눈동자가 김송현과 비슷하게 흔들린다.



아직 지옥의 질주의 마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다. 설령 지옥의 질주의 대상자가 아니라고 해도 조금은 더 편안해지고 싶은 게 사람의 심정.



설령 그런 안일한 마음이 아니더라도, 손시훈에게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느껴진다. 그에 여기저기서 '후계자'나 '2인자' 혹은 그와 비슷한 의미가 담긴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블루베리가 대놓고 하는 말들도 있으니 너무 거창하다고 하기도 좀 그렇다. 파랑의 시종인 시를라 틴 캅생트, 초록의 무기인 비아취월에 대응되는 존재가 바로 적운흉풍이다.



그에 걸맞는 예시도 있다.



손시훈이 전생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다음에 블루베리가 적운흉풍을 데리고 이 지구로 온 것 정도는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니까. 그렇게 추측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예리한 점을 짚어내는 김송현이었다.



"후계자는 확실히 아니겠네요."

"어째서지?"

"여기서는 시훈 형이지만, 어디에서는 아저씨일 것 아니에요."

"호오"

"그러니까 신뢰의 상징이죠. 무력적인 측면에서 재능이 있다는."



역시 마냥 철부지만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송현이었다. 확실히 집중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서 살짝 한 술 더 떠보는 시훈이었다.



"무력적인 측면이라."

"키잔트헤임은 그 입....입..."

"의회가 통치하는 입헌군주국이지."

"그래, 입헌군주국. 군인도 탱크를 타고 돌아다니는 건 좀 그런데 국회의원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역시나 예리한 측면을 계속해서 짚어내고 있다. 그에 고개를 한번 더 끄덕이는 손시훈이었다. 거기에서 기세를 실은 김송현의 말이 이어졌다.



"시우 형이 재능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처럼 그, 자신감을 주고. 보호받게 하는 거죠. 그래서 언젠가는 시훈 형에게 적운흉풍을 돌려주겠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더 이상 보호받지 않고도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시훈 형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그런 일반적인 내 아이들에 비해서 차이가 있다면, 저 녀석은 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

.

.



지금 시우가 원하는 건 단순하다.



힘이다.



게이트가 갑작스럽게 터졌을 때, 적운흉풍 없이도 주변 사람들을 지켜줄 힘 말이다. 게이트를 넘어가서 던전을 돌파하고, 우두머리 몬스터를 해치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소박하다고 말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소원은 소박하기에 더 어려운 소원이지요."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옛날 동화책을 읽다 보면 거의 마무리마다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보다 훨씬 더 격렬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도련님이 원하는 힘은 그런 소망을 지키기 위한 힘이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다른 도련님이나 아가씨들하고는 동기부터 다르지요.



그들이 원하는 건 증명이었다고 한다. 아버지, 할아버지, 혹은 먼 선조의 힘 없이도 자신 또한 전쟁터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증명 말이다.



이에 비해서 시우의 소망은 손시훈이나 아눕롤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소박했다.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위험은 손시훈이 막아내고, 인간의 범위 내의 위험은 시연이 막아낸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얼굴로 맞이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눈에는 띄지 않지만, 확실히 더 어려운 꿈이라고 할 만하다. 갑작스럽게 열린 게이트로 인한 피해는 초기에 생긴다는 공식적인 통계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를 나름대로 공무원에 가까운 입장이라서 잘 아는 손시연은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그런 동생에게 먼저 선수를 치는 시우였다.



"아빠의 꿈이 뭐지?"

"나중에 은퇴하고 강원도나 저 멀리 한적한 시골에 가서 목장 차리는 거."

"그래. 난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여유를 주고 싶은 거야."

"아눕롤의 말대로 지금 같은 시대에 쉬운 일은 아닐텐데?"

"그래야지 형 같은 사람이 이 지구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지."



.



"이 새끼가 진짜 뒤질려고."

"사실이잖아요."

"안드레이, 처리해라."

"맞잖아! C8!"



.



-저기 도련님,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 알겠는데...

"솔직히 형의 깊숙한 마음 속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일껄요? 그렇지 않고서야, 사성칠현의 회의에서 그런 걸 정했을리가 없잖아요."

-무슨 말씀을 하는지 잘 모르겠사옵니다만...

"에이"



그 '에이'가 아눕롤에게는 '헌법'이라는 단어로 들렸다. 그걸 추측에만 그치지 않게 확인사살을 하는 시우였다.



"사람이라면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본인들이 정치에 발을 디딜 여지를 안 줬다는 건, 자기들 중 일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스스로도 인정을 할 정도로 말이죠."

-어.. 저기...

"솔직히 형은 좋은 사람이지만, 그게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잖아요."



분명히 이 대화도 손시훈이 듣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동생의 이 발언에 한탄을 토해내고 있겠지. 전에 아버지에게 일침을 듣고 휘청거리는 것과 비슷한 반응일거다. 그래도 명색이 냉철한 기계로써 부정할 수 없는 아눕롤이었다.



그런 아눕롤에게 시우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눕롤의 말대로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그래서 더 진지하고, 절박해질 필요가 있어요. 적운흉풍 없이도, 소중한 사람들을 자신감 있게 지켜낼 힘이 말이죠."

-그를 위해서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는 구체적으로 아시는지요?

"포기라"



단순히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S랭크의 힘을 말하는 건 아닐거다. 그건 기본중의 기본이니까.



아눕롤이 말하는 건 조금 더 구체적인 무언가. 이걸 알고 있었기에 시우는 '포기'라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인가 잠깐 생각을 했다.



"포기보다는 선택이라는 말이 맞지 않나요?"



지금까지는 그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적운흉풍에 타고 있는 상태라면 이론만으로 알고 있는 무공이라도 어지간해서는 대충 구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배웠다. 그 결과로 평상시에 여러 빈틈들이 드러난다.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체력과 유지력의 문제. 그 다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건 전문성의 문제다.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현재 시우가 제대로 쓸 수 있는 창술은 란나찰, 검법은 삼재검법. 기본중의 기본이 아닌가. 금나 또한 지구의 평범한 그래플링 기술들에 내공을 가미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는 확실하게 방향성을 정할 때가 온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시우는 적운흉풍을 잠깐 쓰다듬는다. 그러자 도련님의 각오를 이해한 적운흉풍이 시우의 볼을 핥고는 허상화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도 시훈이 있는 쪽으로 갔을 것이다. 미약하게 센서로 감지가 되는지, 아눕롤은 그걸 느끼고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야...

"아니 뭐, 원래 적운흉풍이 있었던 건 비탈리아와 저만 있는 어색한 분위기를 줄이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이제는 형을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본체의 능력은 C나 D랭크지만, 그러나 위협성은 베테랑 헌터에 걸맞는 테이머 헌터. 손시훈은 충분히 그 역할을 중앙 헌터 협회의 헌터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힐끔 시연을 보는 시우였다.



"설마 온 지 한나절만에 돌아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니 덕분에 진짜 중요한 문제점들을 찾았는데,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겠냐? 그러니까... 같이 공부하자. 이런 말이 있어 무공의 공은 공부의 공이라고."

"나도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좀 그렇지 않아?"



마나의 측면에서는 한쪽은 적합자, 다른 한쪽은 비적합자다.



그러나 그것이 내공의 영역으로 오면 완전히 반대로 뒤집힌다. 시우와 같이 내공이나 무공과 관련된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계속해서 비교받게 되리라. 시연의 말대로 그 또한 좀 그렇긴 했다.



이런 미묘한 분위기에서 추가적인 제안을 건네는 아눕롤이었다.



-뇌지컬에 이어서 피지컬. 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 것 아니옵니까? 같이 공부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



"정신... 나갈 것 같애..."



단순히 육체적으로 구르는 건 이 환상계에서 계속해서 해 온 훈련이다. 그리고 큰 맥락으로 따져보면 지금 하는 훈련도 다르지 않다. 양팔 양다리에 무거운 철갑을 차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



다만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



의외로 꽤나 힘든 단련이다. 자전거도 타는 것에 익숙해지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면서 묘기를 하는 것보다 천천히, 거의 멈춘 듯한 상태에서 정확히 균형을 잡는 묘기가 조금 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김송현이 정신 나갈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게 아니다. 김송현이 정신 나갈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건 그 옆에서 들려오는 다른 중얼거림 때문이었다.



"....如恒河中所有沙數 如是沙等..."

"...作是言 我當滅度 無量衆..."



한자의 음을 웅얼웅얼 외우는 것이 모르고 들으면 음산한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다. 김송현의 표정은 딱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의 표정. 그런 김송현에게 아눕롤은 미묘한 한 마디를 던졌다.



-이걸로 한달이 넘어간다. 그 사이에 중간 부분을 또 잊었느냐, 계약자여?

"한자로 총 5000자, 단어로 바꾸면 약 6000개나 되는 불경인데요?"

-그만하면 불경 중에서는 짧은 편이지. 작정하고 외운다면 30분 정도에 다 외울 수 있으니까. 스님처럼 박자를 탄다면 40분 정도가 걸리지. 이렇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계약자여. 최신 유행가를 12곡 정도 외운다고 말이다.



40 나누기 3.5를 하면 대충 11.4가 나온다. 그에 정말로 기계적인 논리라고 생각하는 김송현은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소림사에서 이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해..."

-보고 듣는다면 뭐 어쩔 것이냐. 소림사의 맥은 중일전쟁때 한 번, 그리고 문화대혁명때 두 번 끊어졌는데 말이다.



굳이 소림사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워낙 그 시기에 사라진 것이 많아서 이건 살아남은 예시를 드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그걸 힘들게 찾아내서 말하자면 태극권 정도? 그조차도 흔한 무협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무당파(武當派)와 장삼봉(張三丰)의 태극권이나 광동진가(廣東陳家)의 태극권하고는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다.



-현대에 존재하는 소림사는 뭔가 어설픈 종합무술 수련반이다. 그에 비하면 이쪽이 훨씬 더 원본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정신으로는 금강경을 외면서 깨달음을 찾는 것 말이다.



금강경, 정확히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거기서 우리 철부지도 지혜를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말을 하자마자 금강경의 다른 부분을 중얼거리고 있던 시우와 시연이 같은 구절을 언급했다.



'阿耨多羅三藐三菩提'-'위없이 올바른 깨달음으로 향하는 마음'



자신의 가슴을 은근히 쿡쿡 찌르는 말이라 김송현의 입가가 파르르 찔린다. 자기는 경전의 내용을 까먹는 것에 비하면 누구들이 단순히 깨달음을 얻는 것을 넘어서 그 깨달음이 거짓없고 올바르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게 보이는구나, 계약자여.

"저, 누나? 칭찬은 고마운데, 갑자기 이러니까 무서운데?"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느냐. 언제나의 실전 시간인데.



바로 시우와 시연의 두 눈이 빛난다. 그리고 중얼거리던 금강경이 뚝! 하고 그치자 진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김송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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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진짜와 가짜2 21.01.28 20 1 13쪽
212 진짜와 가짜 21.01.27 21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9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1 1 13쪽
208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2 1 14쪽
203 난관2 21.01.14 21 1 13쪽
202 난관 21.01.13 23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7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1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30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9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1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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