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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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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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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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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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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우직하고, 굳세게

DUMMY

상태가 안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이 설상가상이라고 할만하다. 굉장히 정신이 없을 정도로.



소리로 인한 균형 감각 혼란에서 - 신체의 미묘한 운동 부위를 노리고 - 이제는 정석적으로 마나의 압박감으로 눈을 손상시키는 연계



하지만 이 모든 수에 대한 대응 방법은 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인 빈틈없이 내공으로 전신을 보호하는 것. 그것을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해내면 된다.



어려워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쉬울 행동일 거다. 1살 먹은 아기는 한 번 걷기 위해서 수 없이 넘어지지만, 3살만 넘어가면 어지간해서는 자연스럽게 뛰어다니니까.



밀린다고 해서 굳이 스스로 기를 죽여서는 물러설 필요까지는 없다. 그 생각과 함께 시우는 살짝 흐트러지려는 숨을 붙든다. 그리고 빠르게 창을 휘두르는 오빠를 받아치며 가볍게 투덜거리는 시연이었다.



"진짜로 숨을 제대로 쉬는 것 만으로 강해진다니. 너무하는 것 아니야?"

"숨을 쉬는 건 쉽지만, 숨을 제대로 쉬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거든. 적합자도 똑같잖아"



이 또한 말이야 쉽다. 극소수만이 재능으로 가지는 고유 마법이니, 고뇌에 연구를 거쳐서 만들어낸 특별한 비기니.... 그런 걸 다 제쳐두고 마나를 많-이 쓰면 대체로 강하다. 애당초 크게는 랭크를, 작게는 급을 나누는 기준도 그것이지 않은가.



그러니 아무리 따져도 자신은 어쩔 수 없는 논쟁을 그만두고 뒤로 잠깐 물러나는 시우였다. 마나와 내공을 모두 쓸 수 있는 마경태나 조미선, 김송현과는 달리 자신은 내공만을 쓸 수 있으니까.



괜히 쓸 수 없는 것에 집착을 하고 쫓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기운 낭비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만 확실히 붙들면 된다. 그 생각과 함께 뒤로 물러난 시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시연을 향해서 거칠게 창을 던졌다.



어지간한 헌터라면 몸이 먼저 굳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투척이었다. 하지만 중앙 협회의 팀장은 역시 다른지 시우가 어깨와 허리를 비틀 때부터 간파를 해서는 피해내고 있다.



누가 봐도 완벽한 회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연의 눈동자는 놀란 감정을 완전히 숨길 수 없는지 살짝 커져 있었다.



기습도 기습이지만, 여기서 창을 던진다는 그 선택이 놀랐는 모양이다. 하긴 어지간해서는 아무리 기습이라고 하더라도 하나뿐인 무기를 던진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게 정상이 아니다.



이렇게 놀라는 동생과는 달리 시우는 정말로 평안한 마음이었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건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 금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대니까. 바깥쪽으로 복잡하게 돌아서 들어갈 필요가 없이 바로 안쪽으로 파고들면 그만이다.



이걸 대놓고 손목을 보면서 달려들고 있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모습이라 시연은 눈동자가 침착하게 줄어드는 것과는 별개로 입가로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절묘한 구도에서도 억지로 피하려면 피할 수는 있겠지. 그건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의 3인자, 제2 팀장으로서는 굉장히 쉬운 일이다.



그러나 한 명의 B랭크 헌터로써 피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금나에 특화된 시우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그 이전에 받아내는 이의 힘과 속도의 문제가 더 크다.



지금 그 가상의 B랭크 헌터는 크게 어깨와 허리를 비틀면서 회피 동작을 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무기를 쥐고 있는 상태라서 팔의 반응 속도가 조금은 느려진 상태. 상식적인 대응을 넘어서 물리적으로 몸을 완전히 뺄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시우가 자신의 무기를 포기했듯이, 시연 또한 자신의 무기를 포기했다.



"???"



시우의 입장에서는 시연이 창을 던지는 시우의 모습 이상으로 기괴했을 것이다. 자신처럼 무기를 던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놓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붙잡힌 다음 맥없이 내던져지기까지 한다.



아니, 일부로 내던져졌다. 시우만의 힘이었다면 그저 땅바닥에 몸이 꽂혔겠지만, 시우의 힘에 반동까지 실은 대가로 더 세게 던져진 대신에 시우가 기껏 좁힌 거리를 다시 멀찍하게 확보했다.



그렇게 다시 마주본 상태에서 두 손을 높게 들어올리는 시연이었다.



.

.

.



"어떠냐?"

"평범한 C랭크 헌터의 입장에서는 진짜로 뭐 하는 건지 싶은데요."

"솔직히 어지간한 헌터들의 입장에서도 뭐 하나 싶은 구도지."



한쪽에는 창이 땅에 떨어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곡도가 버려졌다시피 놓여져 있다. 그를 곁에 두고 맨손으로 대치를 하는 모습을 보면 시훈의 말대로 진짜로 뭐 하나 싶은 구도다.



한쪽은 그나마 체계적으로 배운 복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다른 한쪽의 자세는 양 팔을 앞으로 뻗은게 뭐를 하는지 짐작이 잘 안간다.



그래서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영상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3류 컨셉 헌터들의 영상으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이라면 바로 가까이에 있는 무기를 주우러 달려갈거라고 말이다.



"이제는 그게 별로 현명하지 못하다는 걸 알지만요."

"호오, 어째서?"

"함부로 등을 보였다가는 바로 마법이 날아올 테니까요."

"조금은 성장했구..."

"제대로 분석하면 지옥의 질주 안 하는 거 맞죠?"

"이노무 시키가"



다가오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조금은 성장한 철부지가 말한 대로다. 게이트가 열린 이후의 인간은 빈 손이라고 하더라도 마법이라는 도구가 있으니 말이다.



카푸스처럼 단신으로 군대를 부리는 대마법이나, 그런 대마법사의 필살기도 튕겨내는 블루베리의 반격기까지 갈 것도 없다. 공격 마법의 기본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화염구는 D랭크의 적합자들도 상당수가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섣불리 등을 드러내고 뛰어갔다가는 노릇노릇해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시선은 상대방에게 둔 채로, 천천히 뒤로 몸을 빼면서 무기에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석적인 대응은 그렇지. 문제는 일정 선이 넘어가면 주먹이 마법보다 훨씬 더 빠른 경우가 생기거든."



.

.

.



서로의 몸을 향해서 손이 뻗어진 건 거의 동시. 정확히는 시연의 주먹이 시우의 금나보다 훨씬 더 빠르다.



단순히 능력치로 밀어붙이기 때문은 아니다. 단순히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주먹이 곡선을 그리면서 낚아채려는 금나보다 빠른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그렇기에 모자라는 속도를 정확성으로 보충하면서 손목을 낚아채서 얽으려는 시우. 그러나 사람의 팔은 두 개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시연의 또 다른 주먹이 내질러지면서 얽히는 팔을 밀쳐내고 가슴으로 향한다.



이를 시우가 저지하고, 다시 시연이 공격하고, 그걸 시우가 반격하고, 시연이 봉쇄를 하고...



팔과 팔이 계속해서 얽히면서 타다다닥 거리는 소리가 빠르게, 마구 울려 퍼졌다.



.

.

.



"시우 형한테 팔 보호구라도 줬어요?"

"듣기 괜찮은 소리지?"



시훈의 대답에 참 괴상한 취향이라는 표정을 짓는 김송현. 사람과 사람의 팔이 부딪히는데 그 소리를 담은 스피커에서는 단단하게 건조처리를 한 나무 곤봉과 단단한 바위판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있다.



눈을 감고 자기 세뇌를 조금 한다면 난타 공연을 한다고 착각할만하다. 김송현이 이런 일반적인 감상을 보이는 반면에 손시훈은 비범한 감상을 드러냈다.



"생명력과 사고력이 맞부딪혀야만 날 수 있는 소리지. 내공만을 쓰는 무공 사용자 두명이나, 마나만을 쓰는 적합자 두 명 사이에서는 절대로 이런 소리가 나지 않지. 괜찮은 소리지 않아?"

"그, 그렇군요."

"오래는 이어지지 못할 것 같네요."



비탈리아가 살짝 끼어든다. 제자의 그 분석에 시훈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

.

.



그리고 잠깐이지만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공방이 멈췄다.



시우와 시연이 서로의 손과 팔을 맞잡은 것이다. 그 상태에서 손이 꿈틀거리며 팔이 마찰되자 살이 맞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끼이익 거리는 소리가 난다.



귀로는 그 소리를 들으며, 머리로는 아눕롤의 전음을 듣는 시우였다.



'힘, 속도, 기량을 전부 B랭크 수준에 맞추는 것 정도는 아가씨 또한 할 수 있는 일이옵니다. 하지만 딱 하나 맞추지 못하는 게 하나 있지요. 그건 기술의 비탈리아도 어떻게든 페널티를 주지 못하는 것이고요. 뭔지 아시겠사옵니까?'

'체력'

'내공의 양에 대한 문제니 정확히는 유지력이라고 하는 게 옳겠군요.'



팔을 그냥 휘둘러도 체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집중을 한 상태에서, 내공과 힘을 실은 팔이 마나를 실은 물체와 부딪히고 있다.



단순히 창을 휘두르고 내지르는 것 이상으로 체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체력이 아니다. 정확히는 몸에 남아있는 내공이 확실하게 줄어든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다. 아눕롤의 말대로 유지력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하다.



그 결과 눈동자는 여전히 맑게 빛나고, 숨은 고르게 쉬고 있지만, 시연을 붙잡고 있는 팔뚝이 점점 떨려온다. 이런 미세하게 보이는 증거를 놓치지 않은 시연이었다.



"맨손으로 직접 마나를 쓰게 되면 반응 속도가 무기를 쓰는 것보다 확실히 빨라지지. 대신 빨라진 반응 속도에 맞게 소모를 하게 돼. 무공이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러게."

"설마 몰랐어?"

"이렇게 오랫동안 공방을 이어나간 건 진짜로 처음이거든."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은 독학이 대부분이다. 거기다가 이 환상계에서 한 비탈리아와의 대련은 하나같이 굵고 짧은 것들.



그녀와 쌓은 것은 뇌지컬의 기본기이다. 반면에 피지컬이 더 중요한 공방을 이렇게 길고 가늘게 이어나간 건 거의 처음이다.



"덕분에 문제점을 하나 더 찾았네."

"사실 이게 진짜 문제가 아니었을까?"



마나의 압박에 밀린다는 건 딱히 약점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건 대충 C랭크 적합자보다 B랭크가, 그보다는 A랭크, S랭크가 더 강하다는 당연한 진리. 지금까지의 훈련은 이 당연한 진리를 뒤집고 대처하며 극복하고자 하는 훈련이었다.



반면에 내공의 양과 유지력은 진짜로 약점이라고 할만한 문제다.



"그런데 이건 오빠가 천재라서 생기는 문제거든. 남들이라면 몇 년을 체계적인 지도 아래에서 단련해야 하는데, 오빠는 거의 독학으로 1년 만에 해냈지."



재능으로 기량과 출력량을 해결할 수는 있었지만, 내공의 절대적인 양을 쌓을 시간은 모자랐다는 거다. 그건 시우의 독특한 경우도 한몫했다.



"솔직히 오빠는 이 모든 약점이나 문제점을 극복할 방법이 있긴 하잖아?"

"적운흉풍에 타면 그만이기는 하지."



적운흉풍에 타기만 하면 S랭크의 힘을 바로 다스릴 수 있다. 이건 처음으로 적운흉풍에 탈 때부터 다룰 수 있었던 힘이다.



거기다가 내공을 조금이라도 쌓으면 겉으로 보이는 체력은 확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당장 타이탄과의 추격전에서도 어떻게든 도망을 칠 수 있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기량만을 중점적으로 쌓아온 결과가 점점 더 떨리기 시작하는 양 손이다. 뒤늦게 내공이 빠져나간 여파가 충격을 계속해서 받아낸 피로와 겹쳐 치고 있다.



이 손의 떨림을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쥐면서 시우가 말했다.



"알면 지금부터라도 방법을 찾으면 돼. 적운흉풍에 타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을 말이야."

"참 천재다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방법을 떠올리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 아니야? 내공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내공이 떨어지기 전에 상대방을 순식간에 해치울 방법을 익히거나. 아눕롤?"

-그런 방향성의 무공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양 쪽 모두 존재하기는 하지요. 하지만... 흠...



살짝 가벼웠던 남매와는 달리 아눕롤의 목소리는 살짝 무겁다.



-도련님께서는 진지하게 장형분이신 칠현님께 적운흉풍을 돌려 드리고자 하시는지요?

"형의 말이니까.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벌써 1년이 넘었는걸?"

-1년이 아니라 10년이라도 칠현님께는 정말로 짧은 찰나의 시간이옵니다. 전에 제가 수명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대충 700살에서 900살 정도까지가 인간의 한계라고 했었나?"

-그랬었지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공만을 썼을 때이옵니다. 마나, 혹은 과학 기술을 빌리면 수명은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사옵니다. 실제로 칠현님도 그런 사례가 있었고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정말로 잠깐 빌리는 건데, 형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쪽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예

"그래도 나는..."



.

.

.



"너도 똑같은 선택을,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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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진짜와 가짜2 21.01.28 20 1 13쪽
212 진짜와 가짜 21.01.27 20 1 13쪽
211 우직하고, 굳세게4 21.01.26 18 1 14쪽
210 우직하고, 굳세게3 21.01.25 24 1 13쪽
209 우직하고, 굳세게2 21.01.22 20 1 13쪽
» 우직하고, 굳세게 21.01.21 26 1 13쪽
207 난관6 21.01.20 23 1 13쪽
206 난관5 21.01.19 23 1 13쪽
205 난관4 21.01.18 20 1 13쪽
204 난관3 21.01.15 21 1 14쪽
203 난관2 21.01.14 20 1 13쪽
202 난관 21.01.13 22 1 13쪽
201 전력을 다해5 21.01.12 21 1 13쪽
200 전력을 다해4 21.01.11 26 1 14쪽
199 전력을 다해3 21.01.08 40 1 13쪽
198 전력을 다해2 21.01.07 19 2 13쪽
197 전력을 다해 21.01.06 23 1 14쪽
196 잠깐의 평온6 21.01.05 24 1 13쪽
195 잠깐의 평온5 21.01.04 29 1 14쪽
194 잠깐의 평온4 21.01.01 29 2 13쪽
193 잠깐의 평온3 20.12.31 27 1 14쪽
192 잠깐의 평온2 20.12.30 28 1 13쪽
191 잠깐의 평온 20.12.29 29 1 14쪽
190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9 20.12.28 40 2 13쪽
189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8 20.12.25 24 1 13쪽
188 한 세계의 최후와 멸망7 20.12.24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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