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360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0.08.18 20:00
조회
38
추천
1
글자
13쪽

예지와 예측

DUMMY

.....?



'완전히 죽지 않았다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기에 블루베리의 몸이 바짝 굳었다.



객관적으로 그 마왕은 확실한 약자. 카푸스를 상대할 때는 시간상의 이유로 약간의 속임수를 써야 했으나, 그 마왕은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언제나의 반격기인 버블릭 카운터를 쓰지도 않았을 정도다.



마왕보다 더 까다로웠던 건 마왕이 사용한 유물.


우주의 소형 천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사기적인 물건이다. 처음 손시훈과 블루베리가 생각한 건 이 세계에 있는 달의 일부를 부숴서는 운석의 호우를 뿌리는 용도. 만약에 마왕이 그 물건을 그들의 생각대로 쓸 수 있었다면 그녀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시훈과 블루베리의 예상보다 약했던 마왕은 운석 하나를 이 세상에 유도하는 것만으로 제어력을 상실했다.



다만 그 운석이 조금 큰 게 문제. 손시훈이 그 마왕을 죽이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가관이었지.'



처음에는 3초 정도 당황하다가 자포자기한 반응과 함께 모두가 죽는다고 난리를 피웠었다. 하긴 그 운석은 이 세상에 직격 했다면 일시적인 소빙하기를 부를 수준의 규모였다.



때문에 손시훈이 그 운석을 박살내는 동안 블루베리는 마왕을 상대해야만 했었다.



'아무튼 죽었는데.'



약간의 인성질과 함께 자신이 직접 죽였다.



시작은 전이마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그리고 불로불사가 코앞이었다면서 날뛰려는 녀석보다 더 날뛰면서 박살냈다.



그 다음에 주인님과 '아- 운석 쪼개는 거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게 말임다.'라는 시답잖은 대화를 나눴었다.



"선배님"

"푸릉"

"죽었잖아요. 보지는 못했지만 느끼지 않으셨슴까?"

"푸르릉"



동의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적운흉풍도 살짝 당황한 모습이다. 사령마의 특성상 생과 사는 그 누구보다도 민감한 영역. 영혼의 움직임을 느끼는 적운흉풍이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



"흠...일단 들어가겠슴다 도련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간 보이는 건 한 쌍의 청년과 소녀. 그중 소녀가 블루베리를 향해서 바로 정중한 절을 올렸다.



"유즈마 가문 차기 당주의 둘째 딸, 제나가 해방자님의 시종이자 마왕을 물리친 영웅님을 뵙니다."



너무나도 침착한 대응, 동시에 뭔가 후련하다는 감정도 담겨 있다. 마치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걸 털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걸로 시우는 몰랐지만, 이 아가씨는 자신이 마왕을 죽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걸 짐작된다. 그 짐작으로 내려진 결론에 블루베리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예지능력.“

"예지능력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마왕을 물리쳤단 걸 알리가 없잖슴까."



일단 몇몇 유지의 당주들은 블루베리가 마왕을 물리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손시훈이 솔직하게 자신이 운석을 부술 동안 블루베리가 마왕을 죽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렇지만 해방자의 이미지를 위해서 손시훈이 마왕을 죽였다고 선전되었을 뿐이다. 덤으로 운석을 부쉈다는 공로는 숨겨졌다. 혹시라도 마왕의 잔당이 이를 듣고 날뛰면 곤란하니까.



"현 당주이신 할아버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설령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숨겨야 하는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너는 말했네?"



제나의 말에 바로 블루베리를 향해서 언제나의 질책을 하는 시우. 그리고 블루베리는 언제나처럼 뻔뻔한 태도로 답했다.



"마왕을 죽인 건 중요하지 않슴다. 중요한 건 유물로 끌어당긴 운석을 부쉈다는 걸 숨긴 것이니 말임다."



이 대화를 마치자마자 시우와 블루베리는 자신들도 모르게 제나를 보았다.



살짝 순한 인상에 졸려보이는 얼굴의 소녀. 그러나 눈동자 만큼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 처럼 보인다.



"말하십쇼. 어차피 우리 밖에 없잖슴까."

"저, 나중에 해방자님께서 직접 해방자님의 동생에게 말하는 말씀인데..."

"그럼 제가 말하겠슴다. 도련님의 무의식에 제가 능력있다는 인식을 심으라고 했다. 맞슴까?"



블루베리의 말에 제나의 눈동자가 휘둥그래졌다. 그 눈을 보고 다시 블루베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린 시우였다.



"너도 예지 능력이 있어?"

"예측임다, 예측. 오랜 세월로 얻어지는 경험에서 나오는 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슴다. 뭐, 마법과 무공처럼 극단적인 경우로 가면 거기서 거기인 건 비슷해지지만..."



가령 엄청난 연산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의 예측은 예지와 크게 차이가 없다.



"그건 여기서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건 마왕이 부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검다."

"죽었으니까 부활할 수 있지 않나? 부활이 개나 소나 하는 건 아니겠지만, 명색이 마왕이잖아."

"조건이 충족되지 않슴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생명활동이 완전히 정지된 생명체가 다시 살아나는 일. 이것만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영혼의 영역까지 파고들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그러나 대충 설명하려고 하면 아주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육체를 잃은 영혼’이 ‘영혼이 없는 육체’에 빙의하는 것.



"빙의?"

"그렇다고도 할 수 있슴다."



단순한 빙의와 비교해보면 살아있고, 영혼이 있는 육체에 빙의하는 건 불완전한 부활이다. 여기서 완전한 부활을 하려면 원래 육체의 영혼을 제거해서 '영혼이 없는 육체'로 만들어야 한다.



"또 설명이 옆으로 셌는데, 아무튼 중요한 건 영혼임다. 영혼이 없으면 이런 부활이 불가능함다."



이 세상에 있었던 마왕의 경우 흑마법까지 써서 영혼을 활활 불태웠다. 어떻게 보면 손시훈이 직접 비아취월로 찢어 죽인 것보다도 부활하기가 더 힘들다. 그러자 제나는 당황했는지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그, 그런가요? 하지만 살아났는데...분명히 꿈에서 봤는데...."

"영혼까지의 죽음은 선배님도 확인한 사항임다."

"푸르르릉"



아까 전에 그랬듯이, 적운흉풍은 먼저 시우에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쪽은 확신에 가득 차 있고, 한 쪽은 살짝 흔들리는 모습. 신뢰도 측면에서도 시우가 보기에는 블루베리와 적운흉풍쪽이 압도적이다. 눈앞의 제나라는 소녀는 자신보다도 어린데, 이 쪽의 두 명은 환생자인 형을 기나긴 세월동안 따라다닌 가신이니까.



그런데도 마냥 넘기기에는 찜찜함이 느껴진다. 마왕은 죽었지만, 그와 비교되는 일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말이다. 그런 시우를 두고 블루베리는 제나가 착각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과거의 일어났을지도 모를 가능성을 관측했다는 것. 블루베리의 그 추측을 듣고 제나가 그럴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찜찜한 표정을 짓는 시우를 향해서 블루베리가 말했다.



"원래 예지란게 정확하지 않슴다. 너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슴다."

"너무 단언하는 거 아니야?"

"아, 아니에요. 제가 착각한 것 일수도 있죠. 시종님의 말대로, 있었을지도 모를 과거의 일을 꿈으로 꾼 적도 있어요."



급격히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에 괜히 시우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소녀는 나름대로 고민하고, 당주인 할아버지와 상의해서 이 자리에 나왔을 것이다.



밤에 단 둘이 있었으니 뭔가 소문이 날 위험도 있었겠지. 보아하니 생각도 깊은데, 그 각오를 전부 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맥없는 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 한 편에 드는 찜찜함은 그 때문이 아닐까.



'아냐.'



구체적으로 생각해봐도 별개로 느낌이 쎄하다.



미묘한 불쾌감. 이 건을 넘긴다고 하더라도 큰 참사가 터지지는 않겠지만, 들었다면 더 좋았을 걸...하는 후회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럼 일단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자신의 착각이고, 형이 했을지도 모를 모습이라도 상관없다. 앞으로 진짜 마왕을 상대하는 것에 있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테니 말이다.



시우의 그 말에 제나는 살짝 편해진 표정으로 자신이 꿈 꾼 일들을 자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적운흉풍을 탄 손시훈과 마왕의 격렬한 전투를 말이다. 여기서부터 자신을 찌르던 싸늘함이 더 심해진 걸 느낀 시우였다.



분명히 죽은 마왕은 블루베리가 상대할 정도로 약하다. 그런데 제나의 예지는 손시훈과 마왕이 호각으로 겨루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시우는 이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형이지만, 시우는 손시훈이 상대방에게 절망을 주기 위해서 일부로 실력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인 걸 알고 있으니까.



동시에 블루베리의 눈치를 살짝 봤지만 시우는 딱히 그녀의 표정에서는 이상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를 두고 제나의 예지 이야기가 끝났다.



"승부의 결과는 어떻게 됐슴까?"

"그게..도중에 끊겨서. 어떻게든 해방자님의 동생분과, 시종님이 오시기 전까지 정확한 모습을 보려고 해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 전 까지는 몇 번이나 돌려서 본 거겠지요."



갑자기 말투가 확 진지해졌다. 시우가 느끼고 있는 정체 모를 싸늘함을 블루베리도 느끼기 시작했음이 드러난다.



"넷, 네. 처음에는 좀 다양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비슷한 모습을 꿈에서 보고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창을 들고 마왕과 싸우셨다고요."

"네, 창으로요."

"그냥 창. 맞습니까?"

"예"



뭔가 강조하는 것 같다. 아마도 블루베리가 말하는 건 극도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듯 하다. 하지만 형의 수준이면 무슨 무기를 들고 싸워도 똑같다는 생각에 시우가 끼어들었다.



"굳이 주무기가 아니라서 대등하게 싸운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겠죠. 그 마왕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님과 싸운 게 아니라, 도련님과 싸웠기 때문이니까요."

"아"



자신을 향한 싸늘한 감각은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해, 해방자님의 동생분께서 부활한 마왕과 싸운다고요?"

"아, 걱정하지 마십쇼. 딱히 어려운 상대는 아님다. 설령 진짜로 부활하더라도 도련님은 이길 수 있으실 검다."

"그게 할 말이냐?"



확인하자마자 바로 느긋한 태도로 돌아온 걸 보면 확신은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원판이 S--급임다. 도련님이 막 적운흉풍을 타고 카푸스와 싸웠을 때와 비슷한 수준인데, 이제 와서 지겠슴까?"

"제나의 예지에서는 막상막하였다잖아."

"그건 모르는 일임다. 주인님의 심안 동영상을 보십쇼. 전문가들도 대충 A랭크 상위권은 되겠다고 평가하는데, 댓글에서는 아직도 'A랭크는 아닐 듯'같은 소리를 하지 않슴까?"

"그래도 이걸 가지고 좋은 수련 기회라고 말하지는 말자."



마왕을 우습게 보는 건 최소한 블루베리나 카푸스 수준은 되어야 할 이야기. 괜히 이 세상의 마왕을 죽인 걸 손시훈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게 아니다.



부활이든 뭐든 간에, 그걸 때려잡는다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란 뜻이다. 한 번 부활했으면 다음에도 또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마왕의 잔당들은 더 날뛸 게 분명하다.



"아니, 역시 부활은 아닐게 뻔함다. 역사는 승자가 쓰는 것이라고, 이기고 입맛에 맞춰서 선전하면 그만임다."

"뭘 가지고 그렇게 확신을 가지는지, 참."

"짐작 가는 게 몇 가지 있슴다. 차차 확인은 해야 하겠지만 말임다."



말을 하자마자 블루베리는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제나를 보기 시작했다. 이건 불안함을 넘어서 불길함을 느끼게 만드는 표정이다.



때문에 시우와 적운흉풍이 흠칫거리는 제나의 몸을 가린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내가 막은 건 그렇다고 쳐도, 적운흉풍까지 막은 걸 보면 위험한 것 같은데."

"절대로 아님다. 주인님도.."

"히히히힝!"

"왜! 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선배님!"

"푸르르..."



다시 진지해진 말투에 미묘한 반응이 돌아왔다. 이건 그만두게 해야 하지만, 어떻게 그만두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나오는 거다.


"좋아. 일단 들어나 보자."

"별 거 아님다. 이런 말 들어보셨슴까? '내 아이큐 150 네 아이큐 150, 총 300의 머리로 완벽한 작전을 짜야해'라고 있슴다. 이른바 근성식이죠."

"그래서 제나의 예지와 니 예측으로 완벽한 작전을 짜면 된다고?"

"엑사크타(exacta)!"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예지와 예측2 20.08.19 42 1 13쪽
» 예지와 예측 20.08.18 39 1 13쪽
95 귀빈5 20.08.17 41 1 14쪽
94 귀빈4 20.08.14 38 1 13쪽
93 귀빈3 20.08.13 39 2 12쪽
92 귀빈2 20.08.12 48 1 13쪽
91 귀빈 20.08.11 44 1 13쪽
90 해방자5 20.08.10 45 1 13쪽
89 해방자4 20.08.07 63 1 13쪽
88 해방자3 20.08.06 46 1 12쪽
87 해방자2 20.08.05 40 1 13쪽
86 해방자 20.08.04 43 1 12쪽
85 영입5 20.08.03 54 1 12쪽
84 영입4 20.07.31 54 1 13쪽
83 영입3 20.07.30 42 1 13쪽
82 영입2 20.07.29 41 1 13쪽
81 영입 20.07.28 46 1 13쪽
80 사전 준비5 20.07.27 44 1 13쪽
79 사전 준비4 20.07.24 45 1 13쪽
78 사전 준비3 20.07.23 47 1 13쪽
77 사전 준비2 20.07.22 41 1 13쪽
76 사전 준비 20.07.21 41 1 13쪽
75 팀워크6 20.07.20 42 1 14쪽
74 팀워크5 20.07.19 42 1 13쪽
73 팀워크4 20.07.18 40 1 13쪽
72 팀워크3 20.07.17 39 0 13쪽
71 팀워크2 20.07.15 39 1 13쪽
70 팀워크 20.07.14 45 1 13쪽
69 보호자? 5 20.07.13 46 1 13쪽
68 보호자? 4 20.07.12 48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