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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들맨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사람이 소원을 이룰 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레이들맨
작품등록일 :
2021.05.15 22:05
최근연재일 :
2021.07.22 08:16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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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글자수 :
33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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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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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제2장 (10) 오디션, 아리와 하건 페어

DUMMY

스튜디오의 문틈으로 잿빛 모래가 스며들어왔다.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로 인한 이변도 없었다.


여섯 개의 모래 손이 아리의 목을 차례로 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스며 들어가 그녀의 기침을 유발했다.


그것과 상관없이 아리는 당황 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오디션 같이 볼 파트너를 찾으라고?’


연출가가 1차 오디션 안내를 끝내고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이 시작하기도 전에 파트너가 돼달라고 말을 걸어온 남자가 있었다.

그녀는 솔직히 조금 안심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이런 갑작스러운 것들은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리가 그와 페어가 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와 같이 스튜디오 밖으로 나온 것 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고 의문도 들었다.


‘박하건이 왜 나한테 말을 걸었을까···.’


* *


하건이 걸을 때마다 손에 든 햄릿 책이 자연스레 흔들렸다.

그의 가벼운 표정이 잠깐 책이나 보러 온 사람 같았다.


“밖이 좋으세요? 안이 좋으세요?”


목적지 없이 계단을 올라가던 하건은 아리에게 물었다.


“상관없어요.”


아리는 조금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그럼, 밖 같은 안?”


연극동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오픈 테라스가 있었다.

가을도 다 갔지만 따뜻한 날이라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테이블과 음료 자판기를 놓아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해 놓았다.


“뭐 마실래요?”

“아니요.

근데 왜 나예요?”


아리는 의외로 날카로운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었다.


“유일하게 구면이니까.”


하건은 망설임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미소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얼마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아리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텔레비전 너머로 본 그녀였지만 하건이 가장 힘들었던 때 가장 밝게 미소 지었던 아이였다.

쉽지 않게 만난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이 아깝고 싫었다.

그녀의 밝은 모습은 진짜로 다 사라지고 없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아리 역시 하건과 나눈 몇 마디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환갑잔치 때 그녀가 그렇게 까칠하게 군 것은 하건 탓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와 만났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다.

만회해야 할 게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를 않았다.


말을 다시 꺼낸 건 하건이었다.


“나, 연기 맨날 똑같았어요?

그때 군인 비슷한 거만 맡지 말라고 했잖아요.

요 전에 개봉한 거 봤어요?”


환갑잔치로부터 1년 이상을 뛰어넘고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하건에게 맨날 똑같은 연기나 하라고 아리가 욱 해서 쏘아붙였었다.

나송화와 관련돼서 화를 낸 거였지만 그 후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나름대로 감성적인 거 맡았는데.

증인을 보호해주는 초짜 경찰.”


아리도 하건의 첫 주연 영화를 보았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쓸데없는 말은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기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프로였다.

아리는 요령 좋게 대화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


“··· 오디션, 햄릿하고 오필리아니까,

아무래도 3막 1장 거 하는 게 맞겠죠?”


아리가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너무 무뚝뚝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이후 늘 이랬다.

누구랑 대화할 때 상황 파악이 안 되거나 해야 할 말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냥 타이밍이 안 맞고 배려가 없는 듯한 무뚝뚝한 말이 나왔다.

그래 놓고 바로 후회를 하는 것도 한 세트였다.


하건은 그녀의 오디션을 방해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자신이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녀는 초조한 것 같았다.

아역 탤런트 때에 비해 일거리가 확연이 없어진 것이 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추측했다.

그는 들고 있던 햄릿 책을 펼쳐 보았다.


‘햄릿 3막 1장?

변해버린 햄릿이 사랑하는 오필리아까지 상처 주는 유명한 부분이구나.

미쳐가기 시작하는 햄릿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 오필리아···.

여기서 그녀는 아직 평범했어.’


하건의 경험상 이럴 때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았다.


“최아리 씨, 잘 웃을 수 있어요?”


아리는 순간적으로 잘못들은 것 같았다.

동시에 하건한테 자기 이름을 말한 적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 그게 무슨 상관이죠?”


하건은 햄릿 책을 펼친 채 아리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3막 1장은 오필리아가 아직 순수한 마음으로 햄릿을 사랑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햄릿은 정신착란이 와서 그녀가 상처 받을 말을 퍼붓는 거죠.”


아리는 그 말의 의도를 몰랐지만 자신을 힐책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 내가 잘 안 웃는 게 무슨 상관이냐니까요?!”


또다시 본인 생각보다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왔다.


“순수한 오필리아는 어떤 의미에서 누구나 연기할 수 있지 않나요?

극단적으로 초등학생도 누군가를 사랑하잖아요.

근데 제가 느끼기에 최아리 씨는 훨씬 복잡한 감정이 어울릴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굉장히 어른스럽달까?”


독립영화나 각종 오디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예전보다 어둡다고 했다.

그녀는 하건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 생각에 순수한 오필리아 보다는,

정신이 나가기 시작한 오필리아를 표현하는 게 유리할 거 같다는 거죠.”


아리는 아역 시절 이야기를 기피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때에 비해 지금 최아리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었다.


그들 말처럼 자신이 어렸을 때 같지 않다는 건 그녀도 공감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하건의 말은 배역을 위해 지금 상황을 활용하자는 것 같았다.

일종의 우선순위가 달라서 화가 나지 않았다.


“··· 이, 이···, 그···.”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중얼거리는 것도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버릇이었다.

새삼스레 돌이켜보니 뭔가가 다 잘 안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인 것 같았다.


“한번 해보실까요?”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


또다시 그녀 의도보다 몇 배로 날카롭게 쏘아댔다.

아리는 바로 후회가 되었다.

사실 그녀는 하건과 함께 최선을 다해 오디션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딱딱한 표정이 부드러워지지가 않았다.

답답한 아리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하건은 아리가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최고였다.

그는 스마트폰의 동영상 기능을 켜고 아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스마트폰 쓰세요? 이게 동영상 의외로 잘 찍혀요.

연기하는 거 본인이 한번 보세요.”


하건은 한 손으로 스마트 폰을 내민 채 한 손으로는 책 내용을 가리켰다.

정신착란이 온 햄릿이 오필리아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직후 그녀의 대사였다.


아리는 하건이 감독같이 느껴졌다.

어렵지 않게 연기 스위치를 넣은 그녀는 오필리아가 되었다.


* *


“··· 이 오필리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가 되었구나.

꿀맛처럼 달콤했던 그분의 맹세로 살아갔는데,

그분의 이성은 맑고 아름답게 울리던 종소리처럼 내게 다가왔는데,

그분은 지금 광란의 소음만 내고 있구나!···.”


동영상 정지 버튼 소리가 들렸다.

하건은 찍은 영상을 아리에게 보여주었다.


“여기는 오히려 순수한 10대 같은 게 맞죠, 근데 한번 보세요?”

“···.”


아리는 영상을 보기도 전에 그 말을 알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 속 여자는 세상에 찌들어 있는 것 같아서 대사 내용과 안 맞았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할머니가 아주 젊은 사람의 대사를 말하는 거 같아요.”

“하하···.”


공감이 된 아리는 피식 웃었다.


하건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는 아직 거기 있었다.

다만 너무 오래되어서 뻑뻑하고 사용하지 않아서 먼지가 잔뜩 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오히려 그 할머니 같은 힘을 이용하자는 거예요.”


아리는 하건의 말을 이해했다.


“저, 스물셋이거든요?”


하건은 아리의 말투에서 독이 빠져나간 것 같아 안심했다.


“어 난 스물다섯인데? 오빠라고 부르셔도 돼요.”

“··· 싫어요.”


그녀는 처음보다 훨씬 즐거워 보였다.

하건은 안심이 되었고 그녀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져 갔다.


‘저 미소를 좀 더 보고 싶은데···.’


그리고 자신은 역시 감독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리는 하건과 연습을 거듭하면서 오랜만에 두근거렸다.

자신이 오필리아고 오필리아를 바라보는 왕비, 나송화가 옆에 있는 것 같았다.


* *


아리와 하건이 서로의 나이를 밝혔을 때 아리의 목에서 잿빛 모래가 빠져나갔다.

물론 두 사람이 눈치채지는 못했다.


나무탈은 자석에 이끌리듯 아리에게로 다가왔다.

그 옆에 하건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아리에게 다시 미라를 붙여야 하는 것이 하건에게 창피했다.


신기한 것은 아리와 하건이 연습을 하는 그 시간 나무탈은 세 번이나 미라를 다시 붙여주었다.


접착력이 약해진 느낌이었다.


하건의 기억을 확인해보았다.

그가 즐거운 것을 우선으로 해서 이렇게 된 건지 나무탈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 *


하건은 오디션 장소인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아리의 연습을 보았었다.

그 직후에 명석과 통화를 해 오디션 과제도 들었다.

그랬을 때 아리는 ‘그 부분’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획대로 되어 아리와 진짜로 페어가 된다면 자신도 제대로 된 햄릿을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아리의 연기에 맞추어 자신의 부분까지 플랜을 짜 놓았다.


그는 아리는 오필리아가 물에 빠져 죽기 직전, 완전히 미쳐버린 연기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믿었다.


그 부분 4막 5장은 그녀와 햄릿의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하건은 영화적인 연출을 생각해 보았다.


5막 1장에서 햄릿은 오필리아의 죽음을 모른 채 무덤으로 오게 된다.

햄릿은 그곳에서 장례행렬과 마주하고야 비로소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다.


하건은 막이 다른 부분의 두 장면을 대사 길이를 맞추어 2분간 교차해서 보이기로 했다.

각기 다른 장소를 분할 화면으로 보여주는 듯한 컨셉이었다.


아리는 하건의 작전이 이해되고 납득이 갔다.


시간이 되어 그들은 다시 스튜디오로 향했고 번호표를 받았다.


무대에서는 앞 번호 응시생들이 자신들의 햄릿과 오필리아를 선보이고 있었다.

하건은 아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 보였다.


아리와 하건의 순서가 되었다.

오디션은 하건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시작하기 전에 하건이 짧게 극의 방향을 소개했다.


그들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와 하건이 있는 곳은 같은 장소이지만 다른 무대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서로 겹치지 않게 교차되었다.


오필리아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었다.

햄릿은 왕의 음모로 죽을 뻔했지만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 고양되어 있었다.


오필리아는 왕 부부 앞에서 지리멸렬하게 음란한 시를 읊었다.

햄릿은 무덤에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경쾌하게 이야기했다.


오필리아는 헛소리 같은 대사 속에서 감정을 진하게 남기며 떠나간 햄릿을 그리워했다.

햄릿은 장례식 행렬을 보고 몸을 숨겼다.


오필리아는 꽃에 관한 정신 나간 소리 속에 독설을 담았다. 왕과 왕비를 둘러싼 내용이었다.

햄릿은 오필리아의 죽음을 알았다.


오필리아는 실족하는 액션을 하며 무대 구석에 드러누워 손을 모았다.

햄릿은 그녀의 죽음을 알고 광분해서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


2분이 지났지만 명석은 둘의 연극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1차 통과를 알려주었다.


아리는 힘차게 주먹을 쥐며 좋아했다.

하건은 그녀의 밝은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 *


하건과 아리는 연극동 안에 있는 카페에 와있었다.

연극동 전체가 오디션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였다.

사람들은 하건을 보아도 그렇게 소란스럽지 않았다.


“내가 쏠게요.”

“왜요?”


아리의 말투는 더 이상 뾰족하지 않았다.


“내가 오빠니까.”

“언제 데뷔했어요?”

“··· 네?”

“내가 한참 선배일걸요.”


하건은 그녀에게 커피를 얻어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둘은 창가에 앉았다.


2차는 지정대본을 그 자리에서 받아 보고 개인 별로 연기하는 거라고 했다.

그 덕에 시간이 잠깐 났고 하건이 목이 마르다고 한 거였다.


아리는 슬쩍 하건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시작할 때는 아리를 보며 미소 짓다가도 헤어질 때는 화난 얼굴이 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하건은 평안한 표정이었다.


“··· 왜 굳이 여기 오디션 보는 거예요?

일 많지 않으세요?”


아리도 아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회사에서 시켜서요.”


하건의 솔직함이 전해졌다.

예전에 아리도 많이 바쁠 때에는 기획사에 자기 의견을 내지 못했다.


“증인 지켜주는 초짜 경찰 괜찮았어요···.”

“그쵸?!”


하건은 아리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아리도 잠시 하건을 바라보았다.


그의 미소는 광재보다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수더분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를 광재와 비교해서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 되면 좋겠다.”

“오필리아 하고 싶어요?”


아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광대도 좋고, 떠돌이 극단원도 좋아요···. 연기가 하고 싶어요.”


엄밀히 아리가 연기를 할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건과 연기 연습은 오랜만에 느끼는 보람이 있었다.


그녀는 한마디 덧붙였다.


“보람 있는 연기가 하고 싶어요···.”

“보람···.”


순간적으로 하건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보람 있는 건 반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오디션에 하건과 같이 되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니란 생각이 방해를 했다.

금방 또 자신이 없는 말이 나왔다.


“제가 말이 많았네요···.”


하건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지금이 찬스였다.


“그럼 또 같이 연기할래요?”


아리는 당황 해서 하건을 쳐다보았다.


“아니 왜, 영어든 뭐든 다들 스터디 같은 거 하잖아요.”


하건은 기획사에서 잘 나가는 배우였다. 그녀는 그런 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기대가 되었다.


하건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임 대표님’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세 번 와있다는 표시가 있었다.

그는 무시하고 조심히 말을 꺼냈다.


“저기 연락처···.”

“박하건!”


아리와 하건이 동시에 돌아보았다.

창규와 하건의 매니저가 커피를 주문하려다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하건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창규의 말을 막을 수 없었다.


“너 인마 전화도 안 받고 뭐하는 짓이야?!

명석이형이 1차 오디션 안 봐도 된다고 한 거 내가 말 안 했어?!”


아리는 하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갔다.


* *


미라의 손이 아리의 목을 졸랐다.

그게 내뿜는 연기가 창규의 관자놀이로 들어갔다.


* *


“그러다 니네 엄마랑 같이 공연할 기회 놓치면, 니가 책임질 거야?

이거 하나 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줄 알아?”


하건은 임 대표의 말은 한 귀로 흘리며 아리의 표정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다시 급속도로 어두워졌갔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창규가 먼저 아리에게 말을 꺼냈다.


“아가씨 미안한데 자리 좀 비켜줄래요?”


그날따라 유난히 차가운 말투였다.

아리가 마시던 커피를 들고 목례한 후 카페를 벗어났다.


“저기 대표님··· 잠깐만···.”

“어딜 가. 앉아 인마.

너가 요즘 좀 잘 나간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인데···.”


‘나송화와 연기로 부딪히는 게 긴장되어 차근차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건이 미리 준비한 변명이었는데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10분쯤 설교를 늘어놓은 창규는 2차 오디션이 있다는 이유로 하건을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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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에필로그 (최종회) 운명의 사람이 소원을 이룰 때가 오기 전에 21.07.22 21 0 15쪽
54 제3장 (마지막) 무수히 피어있는 빛의 잎사귀 21.07.21 20 0 21쪽
53 제3장 (5) 그 옛날 나무탈이 된 필이 21.07.20 25 0 16쪽
52 제3장 (4) 하얀이의 소원, 필이의 소원 21.07.19 21 0 15쪽
51 제3장 (3) 창백한 얼굴의 청년과 한 가지 소원 21.07.18 24 0 13쪽
50 제3장 (2) 그 옛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21.07.15 25 0 14쪽
49 제3장 (1) 그 옛날 필이와 하얀이 21.07.14 33 0 12쪽
48 제2장 (마지막) 다시 만난 하건과 아리 21.07.13 26 0 18쪽
47 제2장 (23) 모든 것을 건 나무탈의 연기 21.07.12 21 0 16쪽
46 제2장 (22) 현섭이 되어 만난 하건 21.07.11 22 0 15쪽
45 제2장 (21) 인정할 수 없는 장례식 21.07.08 30 0 15쪽
44 제2장 (20) 하건안에서 변하지 않은 아리 21.07.07 25 0 16쪽
43 제2장 (19) 두 사람의 피 분장 기념사진 21.07.06 24 0 12쪽
42 제2장 (18) 감독 오케이 속에 하건과 아리 21.07.05 27 0 14쪽
41 제2장 (17) 하건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 21.07.04 24 0 13쪽
40 제2장 (16) 주연 겸 메이킹 박하건 21.07.01 30 0 16쪽
39 제2장 (15) 하건의 봄 다시 봄 21.06.30 30 0 14쪽
38 제2장 (14) 나무탈의 분노와 행복을 빈 여자 21.06.29 31 0 15쪽
37 제2장 (13) 나무탈의 적극적인 행동 21.06.28 24 0 15쪽
36 제2장 (12) 회의적인 나무탈과 김상철 21.06.27 30 0 13쪽
35 제2장 (11) 현섭의 소원을 위한 조정 21.06.24 25 0 12쪽
» 제2장 (10) 오디션, 아리와 하건 페어 21.06.23 28 0 17쪽
33 제2장 (9) 하건이 아껴둔 카드 21.06.22 26 0 13쪽
32 제2장 (8) 나송화와 아리스 21.06.21 27 0 14쪽
31 제2장 (7) 아리와 스치는 하건 21.06.20 26 0 15쪽
30 제2장 (6) 아역 탤런트 최아리의 끝 21.06.17 29 0 14쪽
29 제2장 (5) 나쁜 날들과 상관없는 하건 21.06.17 40 0 14쪽
28 제2장 (4) 즐겁지 않은 나무탈 21.06.16 3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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