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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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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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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오직 진격 뿐(4)

DUMMY

백의제국 2.21 - 오직 진격 뿐(4)




제국 19년 12월 28일 오후 4시 러시아 제국 하바롭스크



"쏴!"


-콰웅! 콰웅! 콰웅! 콰웅!


방열된 포병들의 각종 화포가 발포 명령과 함께 불을 뿜었다. 노획한 러시아군 화포도 사이좋게 도시를 향해 포탄을 날렸다. 하바롭스크로 후퇴 했었던 극동군 예하 제2군은 하바롭스크 시민들과 함께 포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들은 앞서 가목사 전투에서 크게 패배함과 더불어 공주까지 납치된 덕분에 전의를 상실했다. 일부 지휘관들이 개별적으로 부대를 이끌고 동강에서 방어전을 펼쳐보려 했으나 친위기갑사단에게 철저히 짖밟혔다. 그들은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포격이 끝나는대로 기갑사단이 공격할 것 입니다."


"좋다. 괜히 서두르지 말아라."


하바롭스크를 공격하는 군대는 제2군만이 아니다. 2공격대와 친위기갑사단이 하바롭스크의 후방을 치고 들어가 적의 방어선 외각을 붕괴시켜버릴 계획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의를 상실한 무능한 러시아군이 백기를 들고 항복하리라 모두가 믿다.


"멍청하게도 상대를 잘못 골랐습니다."


"러시아는 더 일찍 패망하겠군."


포병 장교들은 자기들끼리 러시아의 운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장교들은 러시아가 일찍 패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나저나 러시아 공주라는 년은 왜 여기까지 왔데?"


"몰라. 환자랑 떡치는게 취향인가봐."


그들끼리 이상한 농담도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침 그 근처를 지나던 윤찬호 중위가 포병 장교들의 농담을 듣게 되었다. 그는 획 고개를 돌려 장교들을 보았다. 소위,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하급 장교들이었다. 그는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키득거리며 웃고 있던 네 사람은 그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어~ 어디 중대 소속이여?"


"6경기갑 연대의 윤찬호 중위일세다. 방금 여대공 이야기 꺼내는 걸 들었수다."


"에에이! 우리들의 영웅 기갑 장교! 그쪽도 공주랑 떡 한 번 쳐보려 온 건가? 하하하하!"


술을 마신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나 술 마신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윤찬호는 피식 웃으며 양 허리에 손을 얹었다.


"대공을 실제로 본 적 있습니다. 같이 뛰어놀기도 했었습니다. 러시안 룰렛 하다가 경비병들에게 끌려가기도 했었죠. 그때 저는 사관생도였습죠."


그들의 눈빛이 변하면서 그의 주변으로 우루루 몰려들었다. 포격이 한참이었으나 그들의 부대는 정비 중이었기 때문에 아직 대화를 나눌 시간은 있었다. 지금까지 대화를 주도하던 털복숭이 중위가 음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공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면... 듣던대로 대공 예쁘더냐?"


"적갈색 머리의 미인이었습니다. 물론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뜨개질, 피아노 연주, 시를 좋아했죠. 러시아에 있을 때 저의 친한 친구였습니다."


"오오오오!"


"그래서 진도는 어디까지?"


그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친구였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자! 이제 슬슬 부대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제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주십시오."


털복숭이 중위가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윤찬호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즉시 부대로 복귀했다.

217번 전차에서 그를 기다리면서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던 전차병들은 그가 오자 하던 놀이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장전병 강인준 일병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포탑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전차병들도 서둘러 전차 안으로 들어갔다. 홍일도 하사가 그에게 장난감 권총과 화약을 돌려주었다. 그는 그것을 나무 상자 안에 넣고 무전기를 점검했다.


-대대 이동한다.


각 대대가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운전병은 같은 중대차와 같이 예정된 경로로 전차를 몰았다. 그는 괜히 진흙탕에 전차가 빠지는 일만 없기를 빌었다. 그는 관측장을 통해 흠씬 두들겨맞은 도시를 보았다. 그리고 도시 외각으로 이어진 적의 방어선도 보았다. 한번 크게 패배한 군대였으나 방어선은 짧은 준비시간 치고는 잘 구축되어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공격하고 저기가 수비하는 입장이 되었군요. 정말 뿌듯합니다."


"그리고 전쟁이 이렇게 빨리 유리해지리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의 부하들은 저마다 흥분된 채로 떠들었다. 그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스스로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저 앞에 펼쳐진 평지를 보았다. 바로 앞으로 진격하면 러시아군의 주방어선이 나온다. 전차들이 잘 뚫고 들어가 적 포병들만 초기에 제대로 진압한다면 서너번째 공격에서는 여유롭게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포병의 포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5분이 흘렀다. 포격이 중단 되자 대대장들은 "전차 전진!"을 외쳤고, 많은 전차들이 눈바람을 흩날리며 전속력으로 적진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제국 19년 12월 30일 오전 3시 블라디보스토크 제6군 임시 사령부



블라디보스토크에 극동군 예하 제1군이 완전히 갇혀버렸다. 제1군은 모단강과 계서에서 연전 연패하면서 우수리스크를 버리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도망쳤다. 그 과정 속에서 병력의 6할 가량이 날아가버렸다. 지형을 이용하여 적절하게 방어선을 펼쳤으나 한국군이 작정하고 들어오면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군이 작정하고 들어오려면 그들도 나름대로의 피해를 감수해야 했기에 포위망만 유지되고 있다.


-콰앙! 콰앙!


해상을 장악한 대한제국의 군함들이 지상을 향해 함포를 쏘았다. 그들을 방해 할만한 소수의 해안포는 앞선 해상 공격으로 모조리 파괴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민과 제1군 군인들에게는 완전 지옥이었다. 해군의 포격으로 군수물자는 아르툠으로 옮겨놓았으나 그걸 또 예상한 공군의 비행선과 전투기들이 아르툠을 신나게 두들겨팼다. 러시아군 입장에서 꿈도 희망도 없는 방어전이다.


"이곳만 돌파하면 놈들도 끝 입니다. 이래가지고는 전투를 단기간에 끝내기가 어렵습니다."


작전 장교가 검지손가락으로 산과 산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철조망과 지뢰 등 각종 장애물 때문에 차량화부대의 진격이 느려진다. 진격이 느려지면 자연히 포병의 밥이 되겠지.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단기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김나래 원수가 팔짱을 낀 채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앞서 공병 부대의 투입을 고려해보았으나 러시아군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지라 애꿎은 공병들이 개죽음 당하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일단 심리전으로 적을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전선에 배치된 부대에서 매시간마다 적의 탈영병이 잡히고 있으니 조만간 크게 터지리라 생각 합니다."


"글쎄다. 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니. 해산!"


회의를 위해 모여 있던 장교들이 임시 사령부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녀 역시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서 송골매 전투기들의 경쾌한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4개 편대가 저공으로 적진을 향해 열심히 날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봉황 3 한 척과 봉황2 한 척이 짝을 지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또다시 폭격 당할 러시아군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기갑 부대만 서부로 돌리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한반도 집단군은 휘하에 있는 두 개의 기갑사단을 모두 서부 전선으로 보냈다. 물론 그 덕분에 서부 전선이 어느정도 힘을 낼 수 있었으나 이들은 이들 나름대로 그들의 부재가 아쉬웠다. 전차 부대가 있었다면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구축할 틈도 없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점령해버렸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과거의 결정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녀는 다시 사령부 안으로 들어갔다.


"고민이 있으신가 봅니다."


흩어진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던 통신 장교 한 명이 그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별 일 아니다."


"아, 그리고 방금 14차량화 보병연대에서 후방으로 잠입하려던 적 중대 두 개를 격파 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그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그녀는 종이를 건네받고 사령실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온갖 보고서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그녀는 맨 위에 있는 보고서 폴더를 열어 새로 받은 보고서를 맨 뒷장에 끼워넣었다. 새로운 폴더가 필요했다.



제국 20년(서기 1915년) 1월 1일 오후 2시 30분 대한제국 수도 서울 경복궁



새해가 밝았지만 전쟁이 한참인 새해인지라 제국 내의 분위기는 어수선 했다. 공식적이거나 대규모 축제를 벌이기는 불가능해보였다. 그래도 전선에서는 꾸준히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는지라 국민들은 새해를 패전의 불안 속에서 지낼 필요가 없었다. 물론 전선으로 나간 지인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오늘은 불편한 새해였다. 이는 황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황태제가 지휘하는 예비군 대대에서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으나 매일매일이 태자 걱정이다.


"황제 폐하. 공군에서 새해 선물 전달이 끝났다고 합니다."


제복모와 어깨 위에 눈이 살짝 쌓여 있는 박승환이 그에게 보고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는 보고서를 펼쳐보았다. 폭격 받고 있는 북경, 충칭, 청두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었다. 그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런데 폐하. 한가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뭔가?"


그는 보고서를 앞에 있는 상에 내려놓았다.


"북경은 이해하지만 굳이 충칭과 청두까지 폭격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전에 광저우도 그렇고 말입니다. 전략적으로 의미가 없는 도시 입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짐에게 말씀하셨다. 중국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국가라고. 그래서 결심했네. 중국을 갈가리 찢어놓아 먹음직스럽게 만들어놓으리라고. 아직 대략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제국 정보원 국장 뿐이네. 세부적인 계획은 짐 뿐이니라. 때가 오면 짐이 그대에게 먼저 말해주겠네. 아마 팝콘 먹으면서 구경할 수 있을 걸세."


박승환은 그가 어떤 식으로 중화민국을 갈라놓을 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다민족 국가, 연속된 패전, 무능한 정부 등을 가지고 이런저런 놀이를 할 것 같았으나 그가 어떤 식으로 준비할 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폐하."


"허허허. 그러시게. 아! 그리고 중간에 태상황 폐하 한 번 뵙고 가게. 폐하께서 자네를 보자고 하셨네."


박승환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 강녕전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살랑살랑 내리고 있었다. 그는 강녕전을 지나 길을 걸었다. 그때 저 멀리에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태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걷는지라 두 사람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태상황의 옆에 있는 평범한 사복의 남자는 김감청 부사령관이었다.


"네. 고칠 방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치료 받기를 거부하십니다."


"하아... 뭐 방도가 없을까. 자네는 이 세상 전체를 뒤집어서라도 그 여성과 닮은 꼴의 여성을 찾도록 하게. 제국 친위대 총사령관직에 앉아 있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을테야."


-뿌득


그가 잘 뭉쳐있던 눈 덩어리를 밟았다. 두 사람이 획 고개를 돌렸다. 박승환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김감청은 태상황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박승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태상황은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자네를 보고자 한 특별한 이유는 없네. 요 몇개월 간 짐이 홀로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가 문득 자네의 얼굴이 떠올랐다네. 그리고 말이 나와서 그런데 방금 전에 부사령관과 한 이야기 들었나?"


"죄송합니다."


박승환은 서둘러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자 그가 손을 저었다.


"죄송할 거 없네. 정말 걱정일세. 짐의 오랜 벗이 병석에 누워 끙끙 앓고 있으니."


"이재철 총사령관 합하 말씀하시는..."


그는 확신이 없어 말 끝을 흐렸다. 태상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뿌연 입김이 길게 세어나왔다.



제국 20년 1월 3일 오전 7시 20분 러시아 제국령 대경



대경은 대한제국의 석유 회사 '검은 기름'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본사는 이곳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의 사령부로 사용 되고 있다. 본사 안에 있던 각종 그림이나 장식품들은 약탈 당한 지 오래다. 본사 내부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다. 건물 밖은 러시아군 포병이 배치 되어 있었고, 가끔씩 중화민국군과 용병처럼 보이는 동양인들도 있었다. 2선인 이곳은 비교적 조용 했으나 1선으로 가면 상황이 달랐다.


"돌겨어억!"


-이야아아아아!


한국군 보병들이 지휘관의 돌격 명령과 함께 눈 덮인 고지에서 내려가 러시아군을 향해 달렸다. 하늘에서는 전투기가, 보병들의 앞과 옆에서는 장갑차들이 그들의 돌격을 지원해주었다. 소총 한 자루와 얕게 판 참호, 약간의 철조망이 전부인 러시아군은 고지에서 내려오는 장갑차를 향해 총을 쏘았다. 대부분이 시베리아 횡단 기차를 타고 온 신병들인지라 장갑차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장교들은 장갑차는 총알로 뚫을 수 있는 빈약한 종이쪼가리라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장갑차에 흠집이 많이 생겼다.


-콰드드득!


겁도 없이 장갑차 앞에서 까불던 러시아군이 장갑차의 고무 바퀴에 한 번 깔리고 무한궤도 아래에 처참히 짖밟혔다.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과 살이 찢어지고 내장이 터져 찌그러지면서 땅에 부착 되었다. 그걸 시작으로 양측의 치열한 백병전이 시작 되었다.


-까앙! 까앙! 까앙!


삽은 정말 훌륭한 무기다. 삽으로 머리를 한 번 내려칠 때마다 뼈가 부셔지면서 머리가 움푹 들어간다. 충격으로 눈알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삽 날로 턱뼈가 완전히 박살나버리기도 한다. 잔인하지만 백병전에서는 오직 '너 아니면 나'라는 공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적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어야만 한다.


"죽어! 죽어! 죽어!"


신병처럼 보이는 한국군이 큼지막한 돌로 적의 머리를 쉴 세 없이 내리쳤다. 코뼈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눈 아래 부분이 심하게 함몰 되고 피가 찌걱거리며 뿜어져나왔다. 그때 한 적군이 칼로 신병의 심장을 뒤에서 정확히 찔렀다. 칼이 그의 가슴을 뚫고 나왔다. 신병이 돌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적의 시체 위에 엎어졌다. 그를 사살한 적군은 고개를 돌렸다. 장교가 칼을 휘둘러 그의 목을 그어버렸다. 그어진 곳에서 피가 쏟아지면서 적이 털썩 쓰러졌다.


-타타탕!


장교가 아군 총에 맞아 머리통이 날아갔다. 오발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병사는 자신이 아군을 쏜 줄도 모르고 다른 적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으아아악!"


-풍덩!


뒷걸음질치던 적군들이 호수에 빠졌다. 한국군이 몰려와 호수에 빠진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작은 호수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


-콰웅!


한국군을 향해 돌격하던 러시아군 한 명이 장갑차에 치여 쓰러졌다. 장갑차는 적의 머리를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공격 당할 뻔한 한국군은 우왕자왕거리며 방황하다가 자신을 향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달려오는 적군을 보고 자세를 잡고 고함을 질렀다. 그때 그 뒤에 있던 아군이 손도끼로 적의 두개골을 부셔버렸다. 그는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덩치 큰 러시아군이 한국군을 그대로 들어올렸다가 땅으로 내팽겨쳤다. 뾰족하게 올라와 있던 철근이 한국군의 배를 뚫고 나왔다. 그와 덩치가 눈이 마주쳤다. 덩치가 황소처럼 콧바람을 킁! 불더니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는 서둘로 총을 들어 방아쇠를 한 번 당겼다. 덩치의 머리가 뒤로 획 젖혀지면서 피가 솟구쳤다.


"으아악! 아아아아아악!"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불길에 휩싸인 장갑차에서 온 몸에 불이 붙은 장갑차병 세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누구도 그들과 가까이가려 하지 않았으나 한 러시아군이 한국군과의 몸싸움에서 밀려 튕겨지면서 불길 속에 빠졌다. 적군도 이내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굴렀다.


-콰앙! 콰앙! 콰앙!


백병전이 한참일 때 러시아군의 포격이 시작 되었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포격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다. 적의 포격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중포탄이 날아왔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한제국 포병대가 대포병 사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정말 복잡하지만 그 지역을 점령해야 차량화보병사단이 적 지휘부까지 곧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중도포기하면 안 됐다. 이윽고 포병대의 대포병 사격이 시작 되었다. 준비 시간이 길었으나 준비한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적 포병 포대가 하나씩 날아가면서 지상군이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계속 진격해! 오후 전에 전투를 끝낸다!"


백병전에서 승리했음에도 차량화보병사단은 사단 병사들을 탑승시키고 거침 없이 진격했다. 한 번의 백병전으로 중요한 방어선이 완전히 뚫려버렸으니 러시아군으로서는 그들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쓸데없이 사령부까지의 도로가 잘 정비 되어 있을 뿐더러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차량화보병사단은 고속도로 달리듯이 진격할 수 있었다.


-오래 살고 싶다면 항복하라!


이미 사령부 상공을 장악한 봉황3 비행선이 항복 권유 방송을 하고 있었다. 사령부 안에 갇혀 있는 사령관은 비행선을 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휘하의 장교들도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지 오래다. 신병으로 구성된 제4군을 맡은 사령관이지만 그 역시 실전 경험이 전무한 귀족 장군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사령관님! 놈들의 장갑차가..."


그들은 모두 창가로 향했다. 사령부 코 앞에 있는 소형 방어선에서 장갑차와 러시아군 보병의 전투가 치루어지고 있었는데, 장갑차들의 일방적 학살에 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게다가 장갑차의 수도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그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항복한다. 이 시간부로 제4군은 항복한다."


1월 2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되었던 전투가 정확히 24시간 만에 대한제국군의 승리로 끝났다. 제4군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수 만명의 포로와 수많은 물자를 남긴 채 사라졌다. 대경에 갇혀 공포에 떨던 민간인들은 한국군을 해방자로 맞이했다. 민간인들은 근처에 보이는 한국군들에게 찾아가 몇몇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에 대해 증언 했고 곧바로 범죄자 색출 작업이 시작 되었다. 포로로 잡혀 있던 장교와 병사 백수십명이 줄줄이 잡혀 나왔다. 장교의 대부분은 귀족 출신이었다.


"시체는 화력 발전소로 보내라."


전쟁 범죄자들은 모조리 총살 되었고, 늘 그래왔던대로 그들의 시체는 화력 발전소로 보내졌다.

하바롭스크 전투.PNG

하바롭스크 전투 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전투.PNG

블라디보스토크 전투 입니다!

Lancheter-armoured-car.jpg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영국제 란체스터 장갑차 입니다.


작가의말

부제 정하기는 진짜 꽝인듯 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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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선은 서쪽으로(1) +4 17.03.03 2,171 25 16쪽
26 물러터진 불곰(3) +2 17.03.02 2,159 26 15쪽
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24 물러터진 불곰(1) +4 17.03.01 2,263 29 16쪽
» 오직 진격 뿐(4) +6 17.02.28 2,202 26 19쪽
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7 2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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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1 2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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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17 폭주하는 철갑 기병(1) +4 17.02.26 2,248 28 20쪽
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1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4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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