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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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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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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폭주하는 철갑 기병(2)

DUMMY

백의제국 2.16 - 폭주하는 철갑기병(2)




제국 19년 11월 28일 오전 4시 대한제국 흑룡강도 모단강 방어선 동쪽 50km



개마무사 전차군단 예하 2,3,4기갑사단의 전차들이 당장이라도 진격할 기세로 엔진을 켜 놓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내쉬고 있었다. 저 앞에는 러시아군의 진영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보였다. 시선을 조금 서쪽으로 돌리면 러시아군의 포병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고생을 하기 잘했어."


이민호는 좁아터진 뒤쪽 산 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은 이곳에 오기 위해 산을 지나야만 했다. 다행히 이곳까지 올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전차들이 한 줄로 이동해야만 할 정도로 좁은 비포장로였다. 게다가 폭설로 인하여 눈이 두껍게 쌓여 도착 이후에 재정비를 반드시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괜히 정면 돌파 했다가 적 포병대에 아까운 전차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자! 그럼... 전군 진격하라!"


명령과 동시에 전방 조명 2개가 팟! 하고 켜짐과 동시에 우렁찬 엔진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무한 궤도가 돌아가면서 눈과 진흙이 뒤섞여 사방으로 마구 튀었다. 후방에서 느긋하게 도박이나 즐기고 있던 러시아군들은 오른쪽 측면에서 다가오는 그들을 발견하고 급하게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4사단 대열 맞춰! 우리는 깊게 파고든다!"


백호 중형 전차로 이루어진 4기갑사단이 2,3기갑사단과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면 돌파하여 적의 허리로 파고들어 척추뼈를 따라 올라가 머리를 뚫고나와 러시아군 우측 진영을 밀어버리는 2,3기갑사단과 합류하는 임무를 맡았다.


"으아아악! 저거 좀 막아봐!"


-탕! 탕! 탕! 탕!


러시아군들이 전차를 향해 총을 쏘았으나 도망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리는 훌륭한 실수였다. 러시아군의 진영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눈의 두께가 줄어듦에 따라 전차들은 고삐 풀린 황소로 변해갔다.


-기이이잉 퍼엉!


217번 아무르 경전차의 포탑이 자신의 엉덩이를 긁은 파리 떼들에게 37mm 대인고폭탄을 한 방 먹여주었다. 파리들이 산산조각났고, 그 조각들이 사방에 뿌려졌다. 기습 공격을 받은 포병들은 자신들이 운용하던 포를 버리고 죽어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쌓아두었던 포탄이 유폭을 일으키면서 주변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주었다. 용감한 포병들은 서둘러 포신을 돌리려 했다. 217번 전차는 자신을 향해 포신을 돌리는 포병들을 향해 고폭탄 한 발을 먹여주었다. 75mm 야포가 포병들과 함께 시원하게 찢어졌다.


"호우!"


윤찬호 중위가 시원하게 날아간 적을 관측장을 통해 보면서 소리쳤다. 홍일도 하사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묵묵히 다음 표적을 찾아 조준했다. 이번에도 러시아군 보병이었다. 그가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자 윤찬호가 사격 명령을 내렸다. '퍼엉!' 소리와 함께 주퇴기가 뒤로 후퇴하면서 메케한 연기가 포탑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고폭탄은 그들을 맞추지 못하고 옆에 있는 막사를 날려버렸다. 강인준 일병이 서둘러 새로운 포탄을 장전했고, 홍일도는 새로운 목표물을 찾아보았다.


"어?"


포수용 관측장을 통해 주변을 살피던 홍일도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윤찬호 역시 그와 똑같은 것을 보았는 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것들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형체를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그들과 함께 달리던 그것은 스라소니 장갑차와 영국제 롤스로이스 장갑차, 그리고 란체스터 장갑차였다. 외형은 스라소니 장갑차와 비슷했다.


"하! 재밌는 친구들이군! 좋아! 표적 2시 방향 장갑차!"


포탑이 회전하면서 포구가 장갑차를 향했다. 장갑차에서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결과는 뻔했다.


-퍼엉!


37mm 고폭탄이 장갑차에 명중하자 장갑이 찢겨지면서 포탑이 날아가버렸다. 자국산 장갑차를 자국산 전차로 날려버리는 게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그때 3시 방향에 있던 장갑차가 폭발을 일으키며 돈좌 되었다. 그는 관측장을 통해 뒤쪽을 보았다. 윤상진의 216번 차량이었다. 그는 무전기를 잡고 216번 차를 향해 말했다.


"어쭈? 한 번 해보자 이거냐?"


-더 많이 잡는 쪽이 이기는거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장갑차 사냥 경기가 시작 되었다. 그들은 포수와 장전수를 닥달하며 재빠르게 장전하도록 했다. 윤찬호의 전차가 장갑차 대열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적 운전병들이 당황하여 급하게 손잡이를 틀었다. 대열 한 가운데에 들어 온 그의 전차는 11시 방향 근거리에 있는 장갑차를 일격에 지옥으로 날려버렸다. 이를 본 윤상진의 차량도 적의 대열로 들어가 후미에 붙은 장갑차 한 대를 날려버렸다.


-어이! 너희 둘 때문에 우리가 못 쏘잖아!


다른 전차병들이 두 사람에게 윽박을 질렀으나 그들은 듣지 않고 장갑차 사냥을 계속했다. 장갑차병들은 자신들의 차량으로 전차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자 산개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를 놓칠세랴 다른 전차들이 산개한 적 장갑차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두컴컴 했으나 곳곳에서 발생한 화재 덕분에 장갑차들이 정말 잘 보였다. 러시아군들은 믿었던 장갑차들마저 신나게 깨져나가니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여 무기를 버리고 좌측면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좌측면으로 도망친 그들은 더 강한 폭풍과 충돌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한 차량에 기관총이 2정이나 장착되었고 화력도 한 층 강화된 백호 중형전차들이 아래부터 치고 올라가면서 좌측면으로 도망 온 러시아군과 수십차례나 조우했다. 그때마다 그들은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들을 향한 장갑차들의 저항이 있었으나 45mm 대전차포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졌다.


"뒤쪽에 연막 뿌려!"


비교적 뒤쪽에 배치 되어 있는 전차들이 양측면에 장착 되어 있는 2연장 연막탄 발사기에서 연막탄을 한 발씩 쏘았다. 그들은 100미터 간격으로 한 번씩, 총 네 번을 쏘았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가 뿌옇게 변하면서 살아남은 러시아군들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해버렸다. 어둠 속에 갇혀 공포에 질린 그들은 사방에 총질을 해댔다. 오인사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포병이랑 장갑차도 다 잡았겠다... 나머지는 잡것들이겠구만! 하하하! 이토록 쉬운 전쟁이었다니! 아! 일단 너 끝나고 한 턱 쏴라!"


윤찬호는 포탑 내부에 그린 사냥 문양들을 보며 216번차에게 말했다. 217번 차가 9대, 216번 차가 7대로 그들의 승리였다. 윤찬호는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패자는 말이 없었다.



같은 시각 러시아 제1군 좌익



코사크 산악 기병여단이 열을 맞추어 나열했다. 몇몇 기병의 허리춤에는 다이너마이트가 한 개씩 꽂혀 있었다. 여단장은 열을 맞추어 나열한 부하들을 쭉 한 번 훑어보더니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하늘을 찌르는 시늉을 하며 소리쳤다.


"우리는 러시아 제국의 자랑스러운 코사크 산악 기병여단이다! 우리들의 동지들을 짖밟는 노란 원숭이를 벌하자!"


-와아아아!


기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여단장은 서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진격하라!"


수천의 기병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서쪽을 향해 시원히 달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말 발굽들이 만들어내는 흙먼지는 뒤에서 달려오는 기병들의 눈을 아프게 만들었지만 이런 상황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지라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보병들은 전장으로 향하는 기병들에게 무운을 빌어주었다.


-쒜에엑 콰앙!


전방에서 날아 온 포탄에 기병 셋이 나뒹굴었다. 그와 동시에 1기갑사단의 아무르 전차들이 좁은 골목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차들은 기병들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화력망을 형성 했으나 좁은 길목에서 나온 전차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저지할 화력이 부족했다. 밖으로 나온 아무르 전차는 전속력으로 기병들을 향해 돌진했다. 날이 어두워 경전차는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텅! 텅! 텅!


기병들이 쏜 총알은 두터운 장갑에 도탄 되었다. 전차병들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공격을 계속했다.


"이야아아아아!"


라이터로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인 기병이 소리를 지르며 아무르 전차의 측면에서 달려들었다. 전방의 적을 잡는 데에 혈안이 된 전차병들은 그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기병은 그 전차를 향해 힘껏 다이너마이트를 던졌다. 뒤늦게 다른 전차가 그 기병을 향해 기관총을 쏘았으나 다이너마이트는 경전차의 차체 하부 아래로 굴러갔다.


-콰아앙!


아무르 경전차 한 대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파괴 되었다. 이를 본 기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더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기병 부대와 전차 부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앙! 콰아앙!


전차 두 대가 나가떨어졌다. 몇몇 기병들은 전차 위에 올라가 망치질을 하거나 총을 쏘았다. 그러나 그 행동은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다. 한 전차 위에 기병이 올라타면 동료 차량이 그들을 기관총으로 싸그리 정리해버렸다. 이 상황에 대비하여 수차례 훈련 해왔기에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퍼엉!


다이너마이트에 불까지 붙였던 기병이 도중에 나가떨어지면서 동료들과 함께 산화하는 일도 벌어졌다. 기병들이 운 좋게 전차를 격파해도 끝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화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여단장은 이미 적 전차에 깔려 머리통이 깨져버린 상황이었다. 기병들은 그들에게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후퇴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중대가 전투력을 상실하면서 와해 되었다. 전차들은 도망가는 기병들을 간혈적으로 공격하면서 끈질기게 따라갔다. 기병들은 그저 살고자 하는 마음에 자신들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좋은 친구들을 데려왔다.


"으아악! 이 씨발놈들아!"


보병들이 전차를 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근처에 포병부대도 있었다. 전차들은 포병부대를 향해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포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른 새벽에 재밌는 폭죽 놀이가 시작 되었다. 곳곳에서 탄약 유폭으로 인한 대폭발이 일어났고 대포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포병과 보병들을 살해했다.


-부릉! 부우웅!


란체스터 장갑차 12대가 전차들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장갑차 두 대가 허무하게 돈좌 되었다. 용기 있는 경전차들은 그들과 충돌할 각오를 하고 최대 속력으로 적에게 달려들었다. 운전병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묘하게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전차병들과 장갑차병들의 아드레날린이 분비 되면서 양측은 성난 황소처럼 충돌했다.


-콰직!


40mm 강철 장갑을 가진 20톤짜리 경전차와 12mm 강철 장갑을 가진 4.7톤짜리 장갑차가 충돌하자 장갑차의 뒷부분이 들썩이면서 앞부분이 처참하게 부셔졌다. 경전차 차체 정면 장갑도 찌그러지기는 했으나 장갑차는 흉측할 정도로 부셔졌다. 경전차의 포구가 두 장갑차병이 탑승한 곳으로 향했다. 세 사람이 기겁을 하며 서둘러 장갑차를 빠져나가려 했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타!


동축기관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정면 관측장 안으로 들어가 마구 튀었다. 승무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를 뿜었다. 얼마 안 가 그들의 비명이 멈췄다. 경전차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가 동료들과 북진을 계속했다.

북진하다가 좌측으리 이동, 그 후에 다시 남으로 공격을 가한 2,3,4 기갑사단과 북으로 치고 올라가던 1기갑사단이 한 지점에서 만났다. 전차 군단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군들은 중앙으로 집결하거나 계서를 향해 대대, 연대 단위로 도망쳤다. 이에 대해 공격 준비가 끝난 한반도 집단군이 진격을 개시했고,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 12월 2일에 포위 되었던 러시아 극동군 예하 제2군의 사령관이 항복했다.



제국 19년 12월 5일 오후 7시 대한제국 요녕도 안산 방어선



안산에 집결하여 오늘부로 방어전을 시작한 서만주 집단군 예하 5군은 첫날부터 지옥을 맛 보았다. 남쪽 방어선에서는 여순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이 공격을 가했고, 서쪽에서는 펑궈장이 이끄는 중화민국 육군 제1군이 거센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한반도 집단군 제6군 예하의 아무르 기갑사단이 이곳에 배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7경기갑연대가 서쪽 방어선을, 제8경기갑연대가 남쪽 방어선을 맡고 있는 덕분에 수차례의 공격을 훌륭히 격퇴하는 데에 성공했다. 북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두껍게 쌓인 눈도 한 몫 했다.


"아마 짱깨놈들 많이 지쳤을 것 입니다."


"그렇겠지. 뭐... 주민들이 워낙 협조를 잘 해줘서 말이지."


중화민국이 침공하면 각종 전쟁 범죄가 일어나리라 사전에 파악한 합참의장은 전쟁이 터지자마자 계획한대로 집에 함정을 설치하도록 명령 내렸다. 예비군, 민방위까지 나서서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겸 각종 함정을 설치했다. 다만 최전방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는 그리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는 예상대로 전쟁 범죄가 발생했다. 고통스럽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었으나 학살, 강간, 약탈 등의 전쟁 범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신나게 범죄를 저지르며 진격하던 중국군은 어느 순간부터 폭탄집과 함께 증발해버리기 시작했다. 약탈을 하려던 중국군들이 쉴 세 없이 죽어나거나 부상을 입었다. 나중에는 도로나 평범해보이는 땅에 함정을 설치하기도 하면서 중국군에게 최대의 피해를 입혔다.


"그나저나 놈들은 정말 야만인들이군. 도대체 전쟁법이라는 개념이 있는건가?"


홍범도 사령관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민간인을 건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한제국의 군법에 그렇게 규제 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원래 그런 족속들인지, 아니면 만주를 잃었다는 분노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간인들을 괴롭혔다.


"그러게 말 입니다. 대피하지 못한 마을의 주민 수만 15만명이 거뜬히 넘어갑니다. 놈들의 만행이 밝혀지면서 폐하께서도 노하시지 않았습니까?"


홍범도는 작전 회의가 있어서 나흘 전에 비행선을 타고 서울로 내려갔었다. 그때 그는 선량한 국민 수천 명이 학살 당하고, 강간 당한 것에 대해 분노했었다.


-이런 빌어쳐먹을 놈들이 있나! 학살로 인한 피해자 추정치가 1만이다! 1만! 짐이 원세개 그 자식에게 전쟁법은 지키자고 그토록 말했건만!


전쟁 범죄에 대한 소식을 들은 황제 역시 분노 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만주 쪽에서는 대피가 빨리 빨리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애초에 국경 쪽에 마을이 들어서는 것도 강력히 통제 했고... 어쩌면 우리가 중국을 너무 얕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가 한숨을 길게 내쉬자 허연 입김이 세어나왔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홍범도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밖을 보았다. 포격을 받는 중인지라 굳이 가로등을 키지 않아도 도시는 밝음을 유지했다. 뜨거운 불길이 만들어내는 빛이 눈이 내려 하얗게 덮인 주택의 지붕을 비추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어서 만주에서 일을 처리해주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포병대와 기관총으로는 조금 힘듭니다."


참모인 이산 소령이 여러가지 문서를 넘기며 말했다. 그는 그저 묵묵히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선을 위로 옮겼다.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봉황3이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한 척 뿐이었으나 한 척만으로도 적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봉황3은 5톤치의 폭탄을 가지고 적들의 머리 위로 달려갔다. 중국군들은 비행선을 보고 전처럼 기총소사를 시작했다. 수백발의 총알이 허공으로 솟아올랐으나 비행선은 멀쩡했다. 비행선의 4연장 기총포탑의 차례가 왔다. 6문의 포탑이 지상의 적에게 무수한 총알을 쏟아부었고, 자신의 배를 천천히 가르기 시작했다.


"투하!"


-철컹! 드르르르륵!


폭탄 받침대가 해제되면서 50kg 폭탄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00발의 폭탄이 휘파람을 불며 중국군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격추시킬 수 있다며 큰소리를 떵떵치던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완전히 얼음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50kg 폭탄들은 열정적으로 지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들의 노력이 감명을 받은 중국군들이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떨어질 때 받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작 비행선 한 대 때문에 1개 영(대대)이 와해 되었다.


"비행선... 참으로 대단한 놈이구나."


홍범도는 적진 한가운데에서 혼자 깽판치고 다니는 비행선을 보며 감상에 잠긴 어투로 말했다.


"대단하기야 하지만 머지않아 비행선이 1선에서 싸우는 시대는 저물고 전투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 입니다. 이미 우리 공군에서는 전투기로 비행선 잡는 방법을 신병들에게 교육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이산이 보고서들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범도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창 밖을 보았다.


"우리 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응?"


그가 의아한 말을 꺼내자 홍범도는 이에 흥미를 느끼며 뒤로 돌아 이산을 바라보았다. 이산은 그의 옆으로 다가가 화염에 휩싸인 도시를 내다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 대한제국은 비행선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적은 우리를 어떻게 격추시키는 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은 결국 그 방법을 알아낼 것 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강력함에 안주하고 이 자리에 머문다면 결국 대한제국의 시대는 끝나게 될 것 입니다."


갑자기 심도 있는 이야기를 꺼내자 홍범도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이산이 피식하고 웃자 홍범도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창 밖을 보며 사이좋게 호탕히 웃었다.

모단강 전투.PNG


작가의말

모단강 전투에 대한 지도를 넣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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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7 2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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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1 2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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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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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0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3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13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1 2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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