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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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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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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드리운 전운(3)

DUMMY

백의제국 2.3 - 드리운 전운(3)




제국 19년 9월 10일 오전 11시 대한제국 수도 서울 국방부 회의실



제2차 삼군 회의가 열렸다. 러시아 공격이 확정 되었기 때문에 전처럼 1시간도 안 되어 회의가 허무하게 끝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1차 삼군 회의에 참여 했었던 인원 그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합참의장은 그때보다 더 많은 물품들을 준비해 왔다. 그는 여러 장의 지도들을 벽에 걸어놓고 지휘봉을 잡았다.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가 시작 되었다. 그는 검은색 다트를 가져와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비킨, 쑤이화에 꽂았다. 러시아 극동군이 배치 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는 쑤이화부터 지휘봉으로 짚어가며 설명했다.


"이곳 쑤이화는 우리들의 원수, 극동군 제3군이 배치 되어 있는 곳 입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제3군이 다른 군에 비해서 제일 적은 수로 추정되지만 아국의 1개 군의 최소 2배, 많으면 3배 혹은 4배 규모 입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언제나 들어도 끔찍한 소리였다. 전쟁으로 인해 극동군 병력 일부가 이동하여 최소치로 잡아도 5만 명이다. 애초에 이들은 대한제국 침공을 준비하고 있는 군대였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병력을 빼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3군이 가장 작은 규모라는 사실이다.


"하바롭스크에 배치 되어 있는 제2군과 블라디보스토크의 제1군은 1개 군의 최소 3배 이상일 수 있습니다."


정말 끔찍한 소리였다. 이때 홍범도 대장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런데 비킨은 어떻게 됩니까? 비킨에는 비교적 최근에 군사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제대로 된 소식이 없습니다."


비킨에 대규모 군대가 배치 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된 것은 유럽이 개판이 되기 열흘 전이었다. 군 배치 소식을 가져오고 있는 제국 정보원에서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요원들을 급파 했으나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다.


"나흘 전부터 비킨에 배치 되어 있던 병력이 대대적으로 철도를 통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략 예비대였거나 급히 징집한 부대였을 지도 모릅니다만... 중요한 것은 기병 집단의 구체적 위치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입니다."


러시아 극동군의 기병 집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비록 대한제국에게 기갑 군단이 존재하지만 기갑 군단이 모든 전선에서 활약 할 수 없었다. 분명 어느 전선은 보병 부대가 맡아야만 할 텐데, 그때 그들 앞에 기병이 나타나면 답이 없어진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병 집단의 규모는 제4돈 코사크 기병사단, 카프카스 코사크 기병사단, 올렌부르크 코사크 기병사단, 제2기병사단, 제1바이칼 기병사단, 우랄 바이칼 기병사단, 시베리아 기병사단, 제2용기병 여단, 코사크 산악 기병여단이다. 서부 전선을 맡기 위해 여러 개의 기병사단들이 서쪽으로 이동 했다고 해도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으니 걱정될 뿐이었다.


"흐음... 하긴 기병들의 위치를 알아야 거기로 기갑 군단을 보내던가 할 텐데..."


김나래 육군 원수가 팔짱을 낀 채 혼자 중얼거렸다.


-똑 똑 똑


그때 누군가가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모두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승환 친위대장님과 휘하 지휘관 분들이 오셨습니다.


"오! 어서 들라 하게!"


최인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박승환 친위대장이 이끄는 황실 친위대는 최정예 중 최정예만 모아 놓았기 때문에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군 집단이었다. 러시아를 칠 병력이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 정예 병력 참여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내 문이 열리고 박승환 친위대장을 필두로 친위기갑사단장인 남상옥 소장, 친위보병대장 이강년 소장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위대 측이 먼저 경례를 하자 그들도 따라서 경례를 하고 착석했다. 친위대 측은 구석에 있던 여유분의 의자를 끌고 와 비어 있는 회의상 앞에 앉았다.


"친위대가 이번 전쟁에 참여하시는건가요?"


이민호가 들뜬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박승환은 그를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네. 황제 폐하께서 직접 명령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안 중령이 총감님과 함께 전선에 나가게 되었다며 무척 기뻐 했습니다."


"자, 자, 그럼 중요한 분들도 오셨으니 앞서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최인수는 그들의 사적인 대화가 길어지기 전에 서둘러 분위기를 잡고 그들에게 방금 전에 나누었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다행히도 그들이 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덕분에 설명을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회의 내용을 간략히 들은 그들은 이해 했다고 대답했다. 최인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회의를 진행 했다.

초기 3시간 동안에는 사라진 기병 집단에 대한 대책을 중점으로 회의가 진행 되었다. 여러가지 의견들이 오갔는데, 마땅한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전체적인 작전 구상 단계로 넘어갔다. 우습게도 둘의 순서가 바뀌었으나 아무 것도 정해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회의 진행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작전 회의는 30분의 휴식 이후 진행 되었는데, 2시간 동안 비슷한 의견들이 오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회의가 점점 진탕에 빠져들어가고 있을 때 이민호가 손뼉을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모두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 최인수는 그에게 지휘봉을 건네주었다. 그는 지도 앞으로 다가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대한 포위망을 만들어봅시다."


"거대한 포위망?"


그들은 그가 말한 '거대한 포위망'이 무엇을 뜻할까 생각하다가 몇몇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환하게 웃었다.


"최민아 원수에게는 대한제국 최강의 기동 부대이자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기갑 군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정예 부대인 친위대가 있습니다. 이 부대를 하바롭스크로 보내는 것 입니다. 다만 하바롭스크는 도시이기 때문에 공군의 협조와 포병대의 협조가 필요 합니다. 사전 포격 및 폭격이 잘 되면 그 이후로 두 부대가 하바롭스크를 순식간에 점령 합니다. 그리고 아래로 남진 하는 것 입니다. 아무르 강을 너머 적이 내려와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연해주에 있는 러시아 10만 대군 몰살이니 말 입니다."


이때 남상옥 소장이 손을 번쩍 들어 질문을 했다.


"그런데 적의 방어 진지가 견고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에 대해서는 박승환 친위대장이 대답했다.


"애초에 적이 저곳에 배치 되어 있는 목적이 아국 공격이라면 견고한 방어 진지 따위는 없을 게 분명합니다. 공격을 하려면 육군을 출동시켜야 할 텐데 뭐하러 힘들게 방어 진지를 짓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는 한편 한반도 집단군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극동 1군의 발목을 붙잡고 있으면 됩니다. 동만주 집단군은... 쑤이화에 있는 적을 상대로 방어전을 펼쳐야만 합니다."


이번에는 서만주 집단군 총사령관인 황민관 육군 원수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렇다면 저희 서만주 집단군은... 여순 항도 견제하고, 중화민국 국경도 견제하고 혹시 모를 우회 공격도 견제해야 합니까?"


3개의 주요 부대가 동쪽으로 쏠려버리면 서만주 집단군의 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더군다나 여순에 배치되어 있는 병력만 4만~5만여명이라고 하니 1개 군이 여순을 봉쇄하기가 어려웠다.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던 이민호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최민아가 나서서 말했다.


"지금의 전략으로 간다면, 서만주 같은 경우에는 조금 도박을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우회하는 적이 없고, 중화민국이 국경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여순에 집결하거나, 중화민국이 국경을 넘지 않고 여순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공격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선양 혹은 장춘과 여순에 군을 배치해야 할 것 입니다."


황민관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현재 나온 전략에 대해서 불만은 없었다. 동만주 집단군이 쑤이화에 있는 적을 잘 잡아주고 기갑 군단과 친위대가 하바롭스크를 단기 격파하여 포위망을 완성하여 연해주를 순식간에 정리한 뒤에 쑤이화까지 처리하면 전쟁에서 이긴 것과 다름 없어진다.


"만약 저희 해군이 나서서 여순 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태평양 함대를 수장시키고 연해주 인근에서 활동하는 적의 보급선을 제거 한다면 서만주 집단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태평양 함대 전력이라면 현재 저희 전력으로 충분히 상대 가능 합니다."


이나현 해군 총사령관이 손을 들어 발표했다. 황민관은 그녀의 도움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에는 가루라 전투 비행대의 민하은 공군 원수가 나서서 말했다.


"저희 비행대가 여순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전투기가 폭장량이 적어도 떨어지는 폭탄이 화학탄이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흔히 독가스라고 알려진 화학탄 이야기가 나왔다. 황민관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또한 이민호는 이번 전쟁에 화학탄을 대거 사용하면 전쟁을 더 단기간에 끝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민하은 원수는 발표를 계속했다.


"육군의 진격이 늦어지더라도 지속적으로 화학탄을 떨구면 러시아군의 사기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게 분명 합니다. 덤으로 태평양 함대까지 박살 난다면 말 다했죠. 적당히 적을 감싼 뒤에 지속적인 화학 공격을 진행하고, 연해주에서의 패전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해주면 알아서 기어나올 것 입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처음부터 다시 작전을 세웠다. 쓸만한 작전들이 나온 덕분에 전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쉽게 세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한가지 전략만 봐야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사용 되어야 할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만 했다. 방어전은 기존에 수립된 전략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 맞추어 조금 더 세분화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2차 삼군 회의는 이후 1주일 동안 매일 열 시간씩 진행 되었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기운을 쭈욱 빨아먹었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작은 변화들 때문에 누군가는 대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회의실에 출석해야만 했다.



제국 19년 9월 15일 오전 4시 30분 독일제국 수도 베를린



170cm가 넘어보이는 한 젊은 남자가 갈색 코트를 입은 채 베를린의 새벽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둡던 하늘에는 어느덧 푸른 빛의 물감들이 퍼져가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불이 켜져 있는 한 술집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점장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바 앞에 놓여진 동그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가게를 일찍 여시네요?"


"허허, 그냥 잠이 오지 않아서 일찍 열었죠. 뭐, 드시고 싶은거라도?"


그는 메뉴를 보고 있다가 딱히 새벽부터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 물을 시켰다. 점장은 유리컵에다가 물을 가득 따라주고 그에게 건네주었다. 물은 공짜였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물을 몇 모금 마시다가 점장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 전에 탄넨베르크에서 승전을 거두었다고 들었어요."


점장은 그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으며 왼쪽 서랍칸을 열어 돌돌 말려있는 신문지를 꺼내 펼쳤다. 독일이 러시아 제국을 훌륭하게 격파 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었다. 벌써 2주일은 지난 소식이었으나 독일인들은 이 승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슬라브 놈들이 나름 학수고대한 작품이었는데 상대를 잘못 봤네요. 하하하!"


점장이 자랑스럽게 어깨를 피며 말했다. 남자도 같이 따라 웃었다.


"이제 동방의 일본이라는 나라도 우리 편에 서서 참전을 했으니 하하하! 러시아들 깨져나가겠네!"


"네? 그게 무슨..."


점장이 이상한 소리를 하자 그는 그에 대해 되물었다. 점장은 자신이 아는 바, 모두가 알고 있는 바를 설명해주었다. 그는 그 설명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거 다 헛소문 입니다. 8월 23일에 일본은 우리 독일을 향해 선전 포고를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헛소문이 퍼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우스울 수 밖에 없었다. 점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세세히 설명을 해주었고, 이에 점장은 격노했다. 그러다가 숨을 고르고 대한제국에 대해 물어보았다.


"코레아? 그 왜 무슨 우리랑 동맹 맺은 나라..."


"대한제국?"


"아! 대한제국! 걔네들은 무슨 소식 없다고 합니까?"


"지금 한국은 무척 애매한 상황이랍니다. 중화민국도 적이요, 일본도 적이요, 위에 러시아와도 적이요... 지금은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 같네요."


그는 자리에 털썩 앉으며 아시아인들에 대해 투덜거렸다. 그는 그저 웃고 있다가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았다. 공연 포스터 같았는데 밑에 기분 나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전시안이 둥둥 떠 있는 그림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점장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저 포스터... 언제 붙은거죠?"


점장은 포스터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으음... 이틀 전인가? 아마 그럴거요.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물 고마웠습니다. 장사 흥하십시오."


그는 점장에게 돈을 지불하고 서둘러 술집을 나갔다. 점장은 돈을 그에게 돌려주기 위해 밖으로 나갔으나 그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미 그는 포스터에 적힌 공연장을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술 집에서 동쪽으로 5블럭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렇게 큰 공연장은 아닌 듯 했으나 간판에 당당히 그 문양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보는 눈이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문 앞에 바짝 붙었다. 그는 문에 걸려 있는 자물쇠를 들어 열쇠 구멍을 보았다. 그리고 품 속에서 얇은 원통형 쇠막대를 꺼내더니 열쇠 구멍 안에 집어넣고 쇠막대 가운데에 있는 작은 버튼을 꾹 눌렀다. 그는 곧바로 쇠막대를 뽑아 품 안에 넣고 문에서 떨어졌다. 열쇠 구멍에서 허연 연기가 나오면서 자물쇠가 풀렸다. 그는 자물쇠를 뽑아 극장 안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내부는 무척 고요하면서 어두웠다. 그는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그는 적외선 모드로 전환하고 품 속에서 특이하게 생긴 권총을 꺼냈다.


'집중하자... 집중하자...'


그는 공연장 들어가기 전의 모든 공간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공연과 관련된 자료 외에 별다른 것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정말 조용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마치 거대한 디젤 엔진 소리처럼 들렸다. 그때 뒤에서 아주 미약하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경계 자세를 풀고 바로 섰다. 그러다가 뒤로 획 돌아섰다. 양복을 입고 있는 한 남자가 부시시한 눈으로 서 있었다. 그 남자는 그를 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그는 총구를 내리고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겁에 질려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그는 그 남자를 향해 다시 총구를 겨누었다.


"멈춰!"


그는 그의 말대로 제자리에 멈춰서서 두 손을 들었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빵모자를 쓰고 있는 어린 남자였다. 그러나 이 시간에 홀로 돌아다니고 있는게 의심이 되었다. 그는 품 안에서 그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꺼내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 문양 알아?"


"이건... 저희 공연의 상징 문양인데..."


그는 청년의 멱살을 꽉 잡았다. 청년은 겁에 질려 숨을 가쁘게 몰아내쉬었다.


"네가 제작했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알프레드 마이어라는 중소기업 사장이 의뢰 했어요! 어, 어, 내일 있을 공연에 온다고 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청년의 뒷목을 쳤다. 그가 그대로 쓰러졌다. 숨은 붙어 있었다. 그는 청테이프로 그의 입을 막고 손과 발을 묶었다. 그 후에 옷장 같이 보이는 곳 안에 넣어 문을 걸어잠궜다. 그는 매표소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자 이곳 직원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그를 향해 '누구냐'고 물어보았고, 그때마다 '그 녀석 사촌 되는 사람이고, 오늘 걔가 몸이 안 좋다길래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괜찮죠?'라고 말했다. 그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연극 준비를 했다.

8시가 되자 간판이 켜지고 손님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그는 매표소에서 사람들이 건네주는 표를 꼼꼼이 확인해보았다. 일을 시작한 지 20분 동안 알프레드 마이어라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30분이 지났을 무렵 딱봐도 돈 좀 있어보이는 두 사람이 내렸다. 한 사람은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중년의 남자가 그에게 표를 건네주었다. 그는 이름을 확인했다. 당당하게 알프레드 마이어라고 적혀 있었다.


"알프레드 마이어 사장님?"


"어, 나 사장이다. 이번 연극 자신 있나?"


사장이 맞는 게 확실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아, 그런데 이 문양 말 입니다."


그는 포스터에 그려져 있는 문제의 문양을 짚었다. 그는 아무런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허허! 비밀스러운 특별한 문양이라네!"


그는 그 포스터를 가지고 매표소에서 나가 그의 앞에 섰다. 체격은 그와 비슷했다. 그는 그에게 포스터를 건네주며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일루미나티!"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뒷걸음질을 치자 그는 품 속에서 권총을 뽑아 각각 두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파란 무언가가 발사되어 그들의 몸에 닿더니 그들이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멀어졌다. 그는 특수한 장갑을 끼고 땅에 쓰러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사람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 차에 실었다. 근처에 있던 경찰들이 그를 불러세우며 달려왔다. 운전 기사는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내려."


운전 기사는 그의 말대로 차에서 급하게 내렸다. 그는 경찰들에게 손을 흔들고 나서 여유롭게 차를 몰고 떠났다. 경찰들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포스터를 보았다.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중범죄자 입니다. 연극 소품 중 장롱 안에 매표소 직원 가둬놓았습니다.


경찰들은 서둘러 극장에 진입하여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미 배치되어 있던 장롱을 활짝 열었다. 초췌한 표정의 매표소 직원이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경찰들은 서둘러 청테이프를 제거하고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경찰들이 그 남자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청년에게서 얻은 정보는 모두 쓸데없는 정보들뿐이었다.


작가의말

일루미나티는 여러 음모론의 단골 손님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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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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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2 2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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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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