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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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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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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폭주하는 철갑 기병(3)

DUMMY

백의제국 2.17 - 폭주하는 철갑기병(3)




제국 19년 12월 6일 오전 8시 러시아 제국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



니콜라이와 그의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여 호화스러운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다. 이 자리에 다른 신하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직 니콜라이와 그의 가족들 뿐이다. 니콜라이는 바삭바삭하게 구운 빵을 스프에 듬뿍 찍어 그 부분을 덥석 물었다. 황태자는 얇은 스테이크를 칼로 썰고 포크로 찍어 한 입에 먹었다. 니콜라이는 비어 있는 두 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 공석은 200개의 공석처럼 느껴지는구나..."


두 자리는 올가 니콜라예브나와 타티아나 니콜라예브나의 자리였다. 부상병을 돌보기 위하여 올가는 서부 전선으로, 타티아나는 동부전선으로 향했다. 가정적 남자인 니콜라이 2세는 두 딸이 혹시 다치지는 않을까 매우 걱정이 되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알렉산드리아 황후 역시 쓸쓸함을 느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언니들은 괜찮을까요?"


아나스타샤 니콜라예브나가 샐러드 속 배추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황태자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 군인들이 누나들을 꼭 지킬거라고!"


니콜라이는 황태자이기 전에 집안의 막내인 알렉세이를 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똑 똑 똑... 폐하. 라스푸틴 입니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만 긴히 전할 소식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들은 황후가 유리잔을 든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니콜라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을 활짝 열었다. 마리아와 아나스타샤, 황태자는 라스푸틴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라스푸틴 역시 그들을 보며 웃으며 공손히 인사했다. 니콜라이는 그가 무슨 소식을 가져왔을 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최근까지 승전보다 들어왔으니 이번 역시 중대한 승전보라고 생각했다. 라스푸틴은 방 안에 들어와 그를 보며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열려 있는 문을 보았다. 마리아가 그가 원하는 바를 눈치채고 두 문을 닫았다.


"저희도 일어나야 하나요?"


아나스타샤가 물어보았다.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 입니다. 음... 이런 소식을 식사 시간에 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폐하. 차라리 식사 후에 오도록 하겠습니다."


라스푸틴이 발 걸음을 돌리려고 하자 니콜라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오? 혹시 짐의 딸에 관한 일인가? 말해보시오."


라스푸틴은 대답하기를 머뭇거리다가 황후와 나머지 가족들이 어서 말해보라고 요구하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타티아나 대공님께서 노란 원숭이들에게 포로로 잡히셨습니다."


-쨍그랑!


황후가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이 깨지면서 포두주가 바닥에 번졌다. 니콜라이의 표정은 굳어버렸고 두 대공들과 황태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니콜라이는 라스푸틴의 코 앞까지 다가가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내 딸이 잡혔다니! 도대체 누가 한 개소리란 말인가!"


"폐하... 듣겠습니다."


니콜라이는 아직 다른 신하들이 이 소식을 듣지 못했으리라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라스푸틴은 조용한 목소리로 천천히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가목사에 도착하신 첫 날에 대공님은 환자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대한제국 장갑차 부대의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게 당시 현장에 있던 병사들의 증언 입니다."


라스푸틴은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종이를 펼쳐 천천히 읽어보았다. 장갑차에는 대포가 달려 있었고, 덩치도 크다고 나와 있었다. 기병들이 공주를 탈출시키려 했으나 결국에는 잡혔다고 했다. 그의 두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종이가 반으로 찢어져버렸다.


"대한제국에서 연해주와 사할린 섬을 내놓고 전쟁의 패배를 인정 한다면 타티아나 대공님을 '멀쩡히' 돌려보내겠다고 협박 편지도 보내왔습니다. 사진도 있습니다."


그는 또다른 종이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니콜라이는 한국의 협박 편지와 무장한 군인이 타티아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그의 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황후가 그 편지를 확 낚아채고 편지에 붙어 있던 사진을 보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아나스타샤와 마리아가 서둘러 쓰러진 그녀의 곁으로 달려갔다. 황태자는 얼음 덩어리가 되어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다.


"아니야... 아니야... 놈들은 내 딸을 죽이지 못한다! 내 딸을 죽이면 우리 러시아의 만인이 들고 일어나 놈들의 땅을 짖밟을 것이다!"


티나지 않게 홀로 머리 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던 라스푸틴은 그의 말에 공감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놈들은 대공님의 털 한가닥도 건들지 못합니다! 계속 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대인들을 더욱더 쥐어짜야 합니다. 이미 한 번 손을 봐주었으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불결하고 욕심 많은 유대인들은 아직도 많은 재산을 숨겨두고 있을 것 입니다. 세금도 내지 않으며 놀고 먹는 유대인들의 재산을 모조리 압류하여 군비를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 1903년부터 1905년까지 러시아 제국 내에서 조직적인 유대인 학살이 있었다. 사건의 발달은 어느 유대인 소년과 귀족의 자식과의 다툼이었다. 이 다툼으로 귀족의 자식이 크게 부상을 당하자 그 귀족은 연줄이 있던 라스푸틴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 했다. 라스푸틴은 황실 내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유대인들의 악함에 대해 이야기를 퍼트렸다. 이 소식은 니콜라이의 귀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니콜라이의 귀에 들어간 이야기는 유대인들이 조직적으로 귀족의 자식을 두들겨 패서 사망 직전까지 끌고 갔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니콜라이는 그 지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처리 권한을 모두 그 귀족에게 넘겼고, 그 귀족이 유대인 백수십명을 학살하고 재산을 약탈했다. 이를 계기로 다른 귀족들도 똑같이 행동했고, 2년 동안 4,350명의 유대인이 죽었다. 이는 1905년 1월 30일에 수많은 민중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된 이유들 중 하나가 되었다.


"내 기필코 내 딸을 납치한 놈들을 잡아다가 죄를 묻겠다!"


니콜라이는 두 주먹을 꽈악 쥐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라스푸틴은 또다시 돈방석에 앉게 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속으로 낄낄 웃었다.



제국 19년 12월 8일 오후 4시 22분 대한제국 흑룡강도 가목사



"장갑차다! 도망가!"


친위기갑사단의 전차들이 러시아군의 참호 방어선 가볍게 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착검한 제국군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제국군들은 참호 앞에서 갑자기 엎드렸다. 러시아군은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전차가 무서웠다. 참호 코 앞까지 달려 온 제국군들은 납작 엎드리고 참호를 향해 파편 수류탄을 던졌다.


-펑! 펑! 펑! 펑!


수류탄이 작렬하면서 참호 안에 있는 적의 옷과 살이 찢어지고 뼈가 갈라졌다. 수류탄 투척이 끝나자 그들은 양옆의 동료들을 확인하고 참호 안으로 뛰어들었다. 폭발 속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적군은 제국군에게 손질 당했다.


"기병을 막아라!"


-타타타타타! 타타타타!


-쒜에에엑 콰앙!


전차들이 돌격하는 기병들에게 지옥을 선물해주었다. 기병들은 분쇄기에 넣어진 고기처럼 처참하게 변해버렸다. 사람보다 먼저 겁에 질린 말들이 앞다리를 들자 위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낙마했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는 전차들에게 처참하고 고통스럽게 밟히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러시아군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저기는 아직 가스가 다 사라지지 않았군."


"겨울이라 곧 사라질 것 입니다."


그들은 공격 전에 대대적인 독가스 공격을 가했다. 12월 2일에 폭설이 내렸기 때문에 공격 시에 숨어 있는 러시아군을 제대로 미처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덤으로 몇몇 지역에는 영화탄을 투하하여 눈을 녹여버리기도 했다. 일부로 사람이 별로 없는 쪽에 영화탄을 떨어뜨렸기에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좋아! 진격이다!"


전차들이 영화탄으로 인해 질퍽질퍽해진 땅을 무리 없이 지나갔다. 최전방 참호를 해치운 보병들은 이어진 참호선을 따라 사냥에 나섰다. 각종 공격을 받아 전의를 상실한 러시아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항복했다.


"뭐야? 이 새끼 지린 거 같은데?"


덩치가 좋은 제국군 병사가 어려보이는 러시아군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 새끼 거시기가 얼어붙겠군! 하하하!"


병사들이 포로가 된 적을 손가락질 하며 비웃었다. 지나가던 중사 역시 그를 보고 손가락질 하며 비웃었다. 그 포로는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끝내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이 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씨발 거시기 달려서 남자인 줄 알았는데 계집년보다 못하잖아?"


-빠악!


그 말을 한 덩치 큰 제국군의 뒤통수를 누군가가 세게 후려쳤다. 아니나 다를까, 밝은 회색 제복을 입고 있는 여성 중위였다. 대한제국에서는 여성들의 군 입대율이 전세계에서 매우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함부로 여성을 욕하면 큰 일이 난다.


"연기가 사라졌다! 돌격하라!"


독가스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수천의 병사들이 돌격 명령과 함께 함성을 지르며 전차, 장갑차와 함께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라면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송골매 전투기들과 봉황들이 어마무시한 화력을 퍼붓고 있으니 더더욱 두렵지 않았다. 혹시라도 두려워지면 소리를 더 크게 질렀다. 적들은 그런 한국군에게 기가 눌려 연달아 항복하기 시작 했으나 흥분한 제국군은 그대로 참호 안으로 뛰어들어 난도질을 시작했다.


"항복은 운이 있는 녀석이나 하는 거라고!"


러시아군은 기갑을 앞세운 그들의 앞에서 속절 없이 무너져내렸다. 다이너마이트 공격으로 여러 차량들이 파괴 되기는 했으나 전세를 뒤집을 만큼의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가목사 극동군 예하 제2군의 절반이 포로로 잡히거나 죽었다. 나머지는 사령관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추격을 할 수 있었지만 한국측의 전력 손실도 클 뿐더러 피로도가 쌓인 상태였기에 추격은 없었다.



제국 19년 12월 9일 오전 3시 대한제국 요녕도 심양 방어선



참호 속 한국군들은 소총 총구를 전방에 겨눈 채 숨을 죽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간간히 몇몇 대화가 오갔으나 그 뿐이었다. 대체로 조용했다. 묵언수행 중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오직 외로운 바람의 목소리만이 이곳을 가득 채웠다. 하늘에서는 꼬마 눈들이 살랑살랑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군인들의 머리나 어깨 위에 살포시 착지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 앞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땅이 보였다. 하얀 눈이 덮인 작은 주택들도 보였다.


"온다!"


쌍안경으로 저 먼 곳을 보고 있던 관측병이 소리쳤다. 그리고 그의 외침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지 능선 너머에서 엄청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참호 속 병사들이 저마다 믿는 신이나 자신의 조상들에게 기도를 올렸다.


"쏴!"


-콰앙! 콰앙! 콰앙!


포병들의 4식 75mm 경량 곡사포와 10식 76mm 곡사포, 그리고 소량의 15식 105mm 곡사포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고폭탄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중국군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한 발이 지상에 떨어질 때마다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여러 적들이 공중 부양을 직접 체험했다. 물론 한쪽만 당하면 불공평하니 한국군도 똑같은 체험을 해야만 했다. 중국군의 포병대가 쏜 포탄이 참호와 그 주변에 떨어지면서 운도 지지리 없는 한국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어이! 너 교차 사격 기억하지!"


소위가 기관총을 잡고 있는 상병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외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2식 경기관총을 장전했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다른 기관총 사수를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전방을 보았다. 대지를 까맣게 뒤덮을 정도의 엄청난 수였다.


-부아아아앙!


그들의 머리 위로 송골매 전투기 중대 하나가 지나갔다. 병사들이 그들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전투기에서 10kg 폭탄 5개가 중국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러고는 고도를 낮추며 2정의 경기관총으로 적을 신나게 볶았다. 중국군들은 달리면서 전투기를 향해 총을 쏘았다. 몇 발의 총알이 전투기에 명중 했으나 멀쩡했다. 중국 기병들은 대열 측면에서 맹렬히 진격해왔다. 기관총 사수들은 그들이 유효 사거리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퍼엉! 퍼엉! 퍼엉!


37mm 보병포들이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쏴라!"


-타타타타타타타타타


사격 명령과 동시에 수백발의 총알이 적들을 덮쳤다. 맨 앞에 있던 중국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적들은 자세를 낮추고 주변 엄폐물에 몸을 숨기며 진격했다. 원래 중국군들이 밟고 있는 곳은 농촌이었기 때문에 민간 주택이 여러 채 있었다. 훌륭한 엄폐물이다. 중국군은 건물과 건물을 오가며 진격했다. 덤으로 어두운 새벽인지라 총알이 그들을 피해 갈 확률도 높았다.


"쏴! 쏴!"


어느덧 적들이 소총 유효 사거리까지 들어오자 병사들이 난사하기 시작했다. 장교들은 총구를 낮게 잡으라 재차 소리쳤다. 중국군들이 꽹과리를 치고 징을 치고 북을 치며 진격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비교적' 침착하게 사격을 했다.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치는 신병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야! 이 늙다리도 총 들고 싸우는데 젊은 새끼가 어딜 텨!"


다행히 전국 동원령으로 이 전선에 배치된 예비군들이 그들을 어느정도 관리해주었기에 장교들이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정신 없이 부하들을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끝 없는 적들이었다. 다른 방어선에서 지원 병력이 계속 오고 있었으나 한 곳으로 돌격하는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적은 계속 가까워졌고 죽음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그거 가져와!"


6식 화염 방사기를 메고 있는 병사가 낄낄거리며 자신을 부른 장교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적이 참호를 넘을 기세니까 유효사거리 안으로 적이 '많이' 모여 들면 태워버려!"


"문제 없습니다!"


곳곳에 화염 방사기를 든 병사가 배치 되었고, 뒤쪽에는 가스통이 여러 개 준비 되어 있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중국군은 앞도적인 인원 수로 그들의 코 앞까지 진격했다. 맨 앞에서 진격하던 중국군들은 고지가 코 앞이라는 생각에 내심 기뻐 했다. 화염방사기를 든 병사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쏴!"


-푸와아아아악!


섭씨 800도의 화염이 수십명의 적을 뒤덮었다. 화염을 앞에서 정통으로 받은 중국군들은 고통을 느낄 시간도 없이 죽었다. 그러나 신체의 일부에만 불이 붙은 적은 비명을 지르며 마구 나뒹굴었다. 뒤쪽에서 진격하던 중국군들은 화염을 보더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가스통!"


순식간에 가스통 하나를 비워버린 병사가 외치자 뒤에서 준비 중이던 병사들이 능숙하게 가스통을 교체했다. 화염방사병은 살짝 자리를 옮기고 다시 화염을 쏟아부었다. 화염이 전방 60m까지 쏟아지면서 얼어붙은 농촌을 불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몸에 불이 붙은 중국군들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날뛰었다. 겁에 질린 중국군들은 발 걸음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지휘관들도 병사들과 함께 도망가기 시작했다. 총알이면 몰라도 불은 누구 가릴 것 없이 모두 무서워 했다.


"적이 참호를 넘었다! 다 족쳐!"


그 와중에 화염 방사기의 공격을 피해 참호로 뛰어드는 중국군도 있었다. 착검한 한국군은 정신줄을 반 즈음 놓은 적을 상대로 열심히 싸웠다. 장교들도 허리 춤에 있는 칼과 권총을 뽑아 부하들을 괴롭히는 중국군을 처단했다. 여유가 있는 참호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치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 지원했다.


"이런 썩을 놈!"


옆구리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는 장교가 주머니에서 진통제를 꺼내 팔에 주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땅에 떨어진 자신의 칼을 집고 등을 보이고 있는 적에게 달려갔다.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분비 되면서 그의 핏줄이 탱탱해졌다. 그는 팔을 크게 휘둘러 중국군의 목 뒤를 그었다. 목이 반 즈음 갈라지면서 피가 하늘 높이 솟구쳐올랐다. 그는 적 병의 목에 추가적으로 두 번의 칼질을 했다. 그제서야 목이 완전히 잘렸다. 쓰러져 있던 병사는 그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괜찮나?"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병사는 착검된 자신의 총을 잡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적에게 달려갔다. 장교는 뒤로 획 돌아 착검한 채 달려오던 적의 총을 위로 쳐내고 팔을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휘둘렀다. 적의 배가 갈라지면서 내장이 주루룩 쏟아져나왔다. 그는 군화를 신은 발로 적의 머리를 걷어찼다. 혀가 이빨에 잘려나가고 턱 뼈와 이빨이 모조리 부셔졌다.


"이야아아아!"


이번에는 도끼를 든 적이 달려왔다. 한 번 맞으면 머리가 두동강 날 듯 했다. 적이 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그는 간신히 도끼를 피했다. 이번에는 적이 가로로 휘둘렀고, 허리를 굽히면서 피했다. 그때 적이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칼이 배를 뚫고 나왔다. 그는 그때를 노려 칼로 적의 목을 그었다.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는 곧바로 갈라진 살 안에 손을 넣어 기도와 혀를 잡고 끄집어당겼다. 드드득 소리와 함께 기도, 식도, 혀가 목에서 뽑혀져나왔다. 피가 분무기의 물처럼 분사 되었다. 적이 쓰러지자 방금 전에 자신이 구해주었던 병사가 나타났다.


"은혜는 갚았습니다!"


"하하하!"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더러운 것들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 된 것 같았다. 적의 포격은 계속 되고 있었으나 방금 전에 있었던 적의 대대적인 돌격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빼꼼 내밀어 건너편을 보았다. 불에 타 죽은 시체들과 총에 맞은 시체, 포탄에 찢겨진 시체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저 지금이 여름이 아니라는 점에서 감사할 뿐이었다.



10식 76mm 곡사포


최대 사거리: 9km

최대 발사속도: 8발/분

중량: 1095kg

사용 포탄: 고폭탄, 화학탄

부앙각: -9 ~ +24도



15식 105mm 곡사포(수량 적음)


최대 사거리: 10.2km

최대 발사속도: 6발/분

중량: 2,025kg

사용 포탄: 고폭탄, 화학탄

부앙각: -5 ~ +60도



화6식 화염방사기


최대 사거리: 60m

순간 화염 온도: 섭씨 800도


작가의말

이 당시에만 해도 105mm 구경은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었죠.


나중에 나오겠지만 미리 대한제국 곡사포 비율을 알려드리자면


75mm 경량 곡사포 : 76mm 곡사포 : 105mm 곡사포 = 5 : 4 : 1 입니다.

아무래도 가격이라던지 생산 라인이라던지 여러가지 문제가 있죠.


아! 그리고 혹시 제 소설을 보시면서 설명이 미흡하다거나 추가 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부분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공지사항에는 백의제국 1 줄거리 올라와 있으니 보실 분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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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폭주하는 철갑 기병(1) +4 17.02.26 2,248 28 20쪽
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0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3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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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6 2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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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2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8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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