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2i*** 님의 서재입니다.

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149,766
추천수 :
1,622
글자수 :
466,453

작성
17.02.25 10:57
조회
2,401
추천
25
글자
20쪽

늙은 불곰의 포효(5)

DUMMY

백의제국 2.11 - 늙은 불곰의 포효(5)




제국 19년 11월 16일 오전 6시 발해만, 제국 함대 기함 이순신함



늦가을의 차가운 새벽 바다는 아직 편안한 꿈에서 덜 깨어난 듯 고요했다. 하늘은 약간 어두웠고 저 멀리 하얀 달이 보였다. 하지만 기함은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 없었다. 승무원들은 무언가를 말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김영식 함대 사령관은 사령석에 앉아 말 없이 팔짱을 낀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에 놓여 있는 보고서를 자신의 앞으로 가지고 와서 첫 장을 펼쳤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에 관한 문서였다. 그들의 주 전력은 전드레드노트급 전함 7척과 장갑 순양함 1척, 방호순양함 4척, 그리고 경순양함 1척이다.


-전함: 페트로파블로브스크, 세바스토폴, 페레스볘트, 파볘다, 폴타바, 쩨사레비치, 레뜨리잔

-장갑순양함: 바얀

-방호순양함: 팔라다, 디아나, 아스콜드, 노비크

-경순양함: 보야린


단순히 양 측의 전체적인 함대 전력을 비교해보면 대한제국 측이 불리하다. 하지만 해전은 단순히 군함과 군함끼리의 싸움이 아니다. 바다 속 음밀한 사냥꾼이라 불리는 잠수함 전대가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목덜미를 물 것이다. 덤으로 마용석 공군 원수가 1개 비행선 대대를 파견 하겠다고 했으니 말 다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해전이 될 수 있다.


"정보대로라면 22분 이후에 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장이 온갖 기호들이 적혀 있는 지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이들은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전투 준비는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이미 대형도 공격 대형이다. 아직 전투 준비령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혹여나 적이 예상보다 일찍 발견 되더라도 그들보다 전진 배치 되어 있는 잠수함 부대가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다른 함대가 왔으면 더 좋았을려만..."


동해함대라고 불리는 제2함대는 동해와 타타르 해협, 오호츠크 해 등지에서 러시아군의 수송선과 소형 전투선들을 나포 혹은 격침, 일본 해군의 침략 대비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남해 함대라 불리는 제3함대는 역시 일본 해군의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적어도 2함대의 잠수함 전대만 빌려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2함대가 맡아야 할 부분이 너무 넓다보니 불가능 했다.


"그나저나 바다에 떠 있는 러시아 해군과 붙게 되면 조금 어렵지 않겠습니까? 기습전이라면 몰라도..."


"어쩔 수 없다. 태평양 함대는 수시로 항구를 기준으로 반경 30km를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기습전은 어렵다. 그리고 괜히 적 항구로 들어갔다가 적의 조밀한 기뢰망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 날로 인생 종 치는거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놈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여 족 치는 것이다. 내가 앞서 설명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어서... 이 군함들을 쉽게 얻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 크게 망가지기라도 하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하지."


그는 함장의 말에 동의를 했다.

대한제국은 전쟁 배상금, 약탈한 보물, 남아프리카에서 가져 온 보석들, 여러가지 물품 수출과 장갑차 공장 등으로 얻은 막대한 수익금으로 군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특히 전력이 극히 빈약했던 해군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이순신급 전함이 296만 달러, 심양급 경순양함이 150만 달러, 백두산급 구축함이 30만 달러, 그리고 잠수함 건조비와 조선소 건설, 현재 건조 중인 대형함에 들어가는 건조비 등 엄청난 규모의 투자였다. 그러다보니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돈을 너무 한 곳에만 쓰는 게 아니냐? 하는 의견도 나왔으나 약육강식의 세상 속에서 해군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뭐... 잘 되겠지."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때 통신병이 소리쳤다.


"잠수함 전대서 급전! 0-2-5-5, 10km에서 적 함대 출현! 전함이 선두에 배치 되어 있다고 합니다!"


"10km라면... 고작 18km 거리인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젠장! 총원 전투 준비!"


그나마 조금은 여유로운 분위기가 남아 있던 함교, 아니 함대에서 더 이상 여유로움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해졌다. 경보가 울리고 부함장의 명령이 전해지면서 승무원들은 속히 자신들이 맡아야만 하는 구역으로 이동했다. 이나현 대원수의 말대로 혹하게 훈련을 했기 때문에 준비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곳곳에서 전투 준비 끝났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김영식은 현재의 가시거리라면 10km 거리에서 포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 되었다.


"잠수함 전대는 정확히 2분 후에 적 함대를 친다. 목표는 대형함들이다."



오스카 빅토라비치 스타르크 태평양 함대 사령관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새벽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대한제국의 제1함대를 묵사발 낼 완벽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그는 그들이 태평양 함대를 발해만 한가운데로 끌어들여 완전히 격침시키려는 수작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가 보고 받은 제1함대의 규모는 콧방귀를 뀔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멍청한 원숭이들! 발해만을 네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그는 이를 악 물며 대한제국 제1함대를 저주했다. 그때 뒤쪽에서 커다란 폭음이 울려퍼졌다. 기함 페트로파블로브스크에서 일어난 폭음은 아니었다.


"각하! 노비크 함이 피격 당했습니다!"


승무원의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그는 서둘러 뒤쪽을 바라보았다. 노비크 함에서 두 줄기의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치솟아오르고 있었고, 왼쪽 측면에 크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순간 파볘다 전함 우측면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반경에 들어와 있던 수병들이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이게 무슨... 이이이이! 빌어먹을 잠수함이다! 적이 잠수함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설마 대한제국이 잠수함을 가지고 있으리라 꿈에도 생각치도 못했다. 잠수함은 독일,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정도가 보유 중인 최첨단 무기였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재정 악화로 그리 많은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발틱 함대에 배치 되어 있었다. 게다가 발해 만으로 나온 러시아 함대는 그들의 배를 지켜 줄 기뢰가 없었다. 설치할 틈도 없었다.


-꽈우웅!


폴타바 함의 넓직한 장갑판이 통째로 뜯겨져 공중에서 몇 번 돌다가 떨어졌다. 그런데 그 파편의 끝 부분이 37mm 단장포 한 문의 포신과 충돌하면서 한 문의 단장포를 잃게 되었다. 그는 서둘러 상황 판단을 해보았다. 잠수함이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이 근처에 대한제국 함대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한제국 함대와 전투를 벌이려 하다가는 잠수함들에게 몰살 당할 수 있다. 현재 잠수함이 쏴대는 어뢰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장갑판이 뜯어져나갈 정도로 강력했다. 도망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도망가라! 도망... 뭐야 저건 또?"


구름 속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마치 둥근 구체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이 헛 것을 보았다 생각하고 함대 후퇴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전진하고 있었던 군함들이 뱃머리를 돌리면서 속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잠수함들에게는 그때가 절호의 기회였다.


-콰아아앙!


노비크 함 후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고, 커다란 구멍으로 다량의 해수가 침투했다. 수병들은 해수를 보고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지만 물이 수십배는 더 빨랐다. 해수가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해수에게 잡아먹혔다. 차가운 바닷물에 심장마비가 온 수병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물이 입과 코로 들어갔다. 길을 찾기 위해 눈을 뜨려고 하다가 눈이 따가워 다시 감고 말았다. 물이 기도를 통과하여 그들의 폐에 쌓이기 시작했다. 식도로 넘어간 물은 인체가 감당할 수준을 훨씬 초과했다. 구역질이 나와도 토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공포 속에서 자신이 죽어간다는 공포까지 느끼며 발버둥치다가 죽었다.


"빨리 구역 폐쇄해! 빨리!"


-퍼억!


철문을 막으려던 수병 하나가 수압으로 튕겨져 나온 파편 조각에 머리가 쪼개져 그대로 쓰러졌다. 동료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어떻게든 철문을 닫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수압이 너무 쌨던 탓인지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물이 쏟아져들어왔고 그들은 뒤로 튕겨나갔다. 몇몇은 바닥에 머리를 찧어 뇌진탕으로 급사했다.


"물! 물! 으아악! 살려줘! 문 열어 씨발! 흐어어억!"


일부 구역은 앞뒤로 폐쇄 되었는데, 어딘가에 구멍이 난 바람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벌써 수병들의 가슴이 물에 잠긴 상태였다. 겁에 질린 수병들이 철문 손잡이를 잡고 주먹에서 피가 날 정도로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다. 극도의 공포를 견디지 못한 한 병사가 발작을 일으키며 가라앉았다. 동료가 서둘러 그를 꺼내올렸지만 이미 눈동자가 뒤로 뒤집힌 채로 사망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공포 속에서 서서히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겼다.


"디아나 피격! 바얀 피격! 젠장! 한 두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두번째 충격에 빠졌다. 정보에 따르면 발해만에 오직 제1함대만 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1함대에 속한 잠수함이 한 둘이 아니라면 대한제국이 그동안의 해전에서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저 놈들은 옛날부터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던 거야!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이다! 어서 도망가..."


-땡! 땡! 땡! 땡!


"적 함대 출현! 반복한다! 적 함대 출현!"


평상시라면 그들은 차분히 준비를 했겠지만 잠수함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적 함대가 출현 했다는 소식은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잠수함의 공격으로 인해 전의를 상실해버린 수병들은 무한한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는 망원경으로 적 함대가 출현한 곳을 보았다. 그들은 포격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적 함선들이 불을 뿜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망원경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슈아앙 퍼어엉! 퍼어엉!


포탄들이 러시아 군함 앞에 떨어졌다. 그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포술장들은 뭣들 하느냐! 어서 쏴라! 놈들의 접근을 막으란 말이다! 소형 함포들은 아군 함이 맞지 않도록 바다를 향해 쏴라! 어떻게든 여순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다급해져서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또 그걸 알아들은 부하들은 서둘러 그 명령을 각 함선에 전달했다. 기함의 305mm 2연장 함포와 152mm 2연장 함포가 적함을 겨누었다. 포술장들이 적함을 조준하는 와중에 적의 제2사가 진행 되었다. 그들의 앞에 떨어진 포탄이 십수미터의 물기둥을 만들어냈다. 겁에 질린 수병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우측면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장교들은 그들에게 제자리로 돌아가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꽈우우웅!


그때 새벽 하늘이 일시적으로 밝아지면서 고막을 찢을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졌다. 폴타바 전함이 어뢰를 얻어맞고 유폭을 일으켰던 것이다. 폴타바 함과 가까이 있었던 레뜨리잔 전함의 수병들은 귀를 틀어막고 머리를 숙였다. 무시무시한 붉은 버섯 구름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전함은 한 번의 유폭을 당하고 정신을 잃었는지 또다시 유폭을 일으켰다. 육중한 포탑 뚜껑이 부웅 떠올랐다. 날카로운 파편이 수백미터나 날아갔다. 레뜨리잔의 수병들은 하늘에서 파편 비가 쏟아지자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았다.


-콰직!


넓직한 파편이 넘어진 수병의 배꼽 아래를 덮었다. 수병의 눈이 붉어지면서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의 심장은 그 충격으로 인해 일을 그만 두었다.


"준비 되는대로 쏴!"


-콰웅! 콰웅! 콰웅!


드디어 러시아 군함들도 적들에 대한 포격을 시작했다. 제1사는 예상한 대로 모두 빗나갔다. 혹시나 기대했던 협차탄 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속의 괴물체가 전보다 몇 배는 더 커져 있었다. 게다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는 설마 설마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저.저.저.저건 비행선..."


"뭐 저딴 게..."


그 존재는 마침내 구름 속에서 나와 그들의 앞에 당당히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그것을 보여주었다. 길쭈욱하고 두꺼운 기둥처럼 생긴 그것은 전함보다 더 거대했다. 러시아군의 머리 위에 그것들이 당당히 자리 잡으면서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시간의 역행을 느꼈다. 그들은 크기에 압도 당하여 무릎을 꿇었다. 전함의 위에 올라 탄 비행선들이 입을 열었다. 50kg 폭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비행선들의 옆에 있는 비행선들은 그들에게 또다른 선물을 수령했다.


-텅! 텅! 텅! 텅! 텅! 텅!


-퍼엉! 퍼엉!


봉황20과 봉황37의 사랑스럽고 파괴적인 연주가 시작 되었다. 37mm 보병포에서 발사된 고폭 소이탄과 3연장 10식 20mm기관포의 무자비한 공격이 군함 갑판을 생지옥으로 만들어놓았다. 기관총 사수들은 서둘러 갑판에 거처되어 있는 기관총으로 이동했다. 원래 각 함에는 기관총 조차 배치되어 있지 않았으나 사령관이 부탁의 부탁을 한 덕분에 전함과 방호순양함에는 M1910 기관총이 1정씩 배치 되어 있다. 사수들이 서둘러 손잡이를 잡고 비행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비행선들의 고도는 1.5km였고, M1910 기관총 최대 사거리에 간신히 닿는 수준이었다. 위력이 약해진 총알들은 대대적인 장갑 강화 공사를 받은 비행선의 장갑을 뚫을 수가 없었다. 대신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은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


-콰아앙!


이제는 적이 쏜 포탄까지 얻어맞는 꼴이 되었다. 그동안 운이 좋아 공격을 피해가던 기함은 폭격과 포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는 난간을 꽈악 붙잡고 이를 악 물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져내릴 수 없었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봐야 했다. 포격 도중에 어뢰를 쏘는 것은 어려우니 소형함들에게 어뢰 공격을 맡기기로 생각했다. 그러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소형함들은 비행선들로부터 도망치느라 바빴다.


"으으으으! 왜!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콰앙!


그의 원망은 소이 고폭탄의 폭발에 묻혔다. 기함의 함교가 날아가버리자 함대는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일정하게 유지 되었던 대열이 붕괴 되고 저마다 각기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몇몇 군함들이 적함에 명중탄을 내기도 했으나 지금 그들이 받고 있는 공격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닌 공격이었다.


-드드드드드... 기이이이잉


기함의 철제 구조물이 붕괴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끔찍한 소리에 질려버린 수병들이 서둘러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기함이 가라앉기 전에 어떻게든 멀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물살은 거셌다. 제대로 된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수병들은 인위적으로 생긴 파도에 덮쳐지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더불어 차가운 물이 그들의 체온을 신나게 뺏어갔다. 성급했던 수병들의 최후는 뻔하디 뻔했다.


-쩌어엉!


이번에는 페레스볘트 함의 엔진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녀의 예민한 그곳들을 건드리자 그녀가 육성으로 소리 질렀다. 탄약고까지 시원하게 날아가버리면서 선원 774명이 가차 없이 증발해버렸다. 1054만 루블이라는 어마어마한 몸 값을 가진 그녀는 완전히 망가져버린 채 차가운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것은 결정타가 되어 각 함선에서 너도나도 항복을 외쳤다. 모든 군함들의 포신이 아래로 추욱 쳐졌고 하얀 깃발이 높이 솟아 펄럭였다. 침몰하는 함에서는 수병들이 서둘러 바다로 뛰어들었다. 운 없는 수병들은 수용돌이에 빨려들어가 불운하게 생을 마감했다. 3시간 45분 동안의 해전은 대한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속히 구조 작업을 진행 한다. 구하기 쉬운 적부터 구하도록. 굳이 구조 작업에 우리 군인들의 목숨까지 받칠 필요는 없다."


김영식은 처참한 몰골이 된 태평양 함대를 바라보며 냉철히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그의 명령이 옳음을 알고 있기에 토를 달지 않았다. 1함대가 태평양 함대와 점점 가까워졌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포신은 그들을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비행선들은 철수를 하기 시작했고, 잠수함들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러시아 함장들은 15대나 되는 잠수함들을 보고 기겁했다.


"쟤는 버리고, 쟤부터 구해! 어서!"


수병들은 소용돌이 쪽으로 끌려가고 있는 적 수병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안전 지대에 있는 적병들부터 구조를 시작했다.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는 적병들이 살려달라고 소리 쳤으나 그 누구도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았다.


-퍼엉! 퍼엉!


붕괴 중인 군함들이 작은 폭발들을 일으켰다. 김영식에게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저 군함들이 자칫 대폭발을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구조 중인 수병들이 허무하게 죽고 만다. 그는 고심 끝에 구조 중단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의아해 했으나 일단 명령이니 각자의 함으로 복귀했다. 구축함들도 상태가 안 좋은 군함들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이제부터 내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세바스토폴, 팔라다 인근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다른 함 쪽으로 대피하기를 바란다. 그쪽에 있는 사람은 구조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는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아스콜드 함과 디아나 함, 파볘다 함 주변이 구조하기 적합하다고 여겼다. 수병들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살기 위해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 순간 모두의 눈 앞이 환하게 변했다. 불안불안하던 팔라다의 함교와 함미 부분에서 대폭발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파편들이 중력에 의해 다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병들은 서둘러 헤엄을 쳤으나 그것들보다 빠를 수 없었다. 파편들이 해수면에 떨어지면서 여러 적 수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김영식은 혀를 끌끌 차며 세 군함을 중심으로의 구조 작업을 재개시켰다.



봉황 20 경식 전투 비행선


제작년도: 제국 15년(1910)

길이: 160m, 지름: 26m

승무원: 함장, 부함장, 기관사 5명, 조타병 1명, 통신병 2명, 기관총 사수 8명, 기관포 사수 4명, 보병포 사수, 부사수 각각 1명

무장: 3연장 한-11식 중기관총 포탑 x 8, 3연장 10식 기관포 포탑 x 4, 37mm 보병포 x 1

최대 상승고도: 3.7km

최고 속도: 110km

최대 항속거리: 7,000km



이순신급 전함


가격: 296만 달러(아이오와급보다 4만 달러 싸다.)

배수량: 12,000톤

전장: 110.3m , 전폭: 22.01m , 높이: 8.52m

속력: 17노트

승무원: 680명

무장: 12인치 2연장 포탑 x 2, 8인치 2연장 포탑 x 8(좌4우4), 6인치 단장포 x 10(좌5우5), 10식 20mm 기관포 x 4, 11식 중기관총 x 10, 16식 고사포 x 4 50cm 어뢰 발사관 x 4



심양급 경순양함


가격: 150만 달러(볼티모어보다 40만 달러 싸다.)

배수량: 4,300톤

전장: 118.2m , 전폭: 13.45m , 높이: 8.5m

속력: 23.5노트

승무원: 350명

무장: 6인치 2연장 포탑 x 4, 4인치 단장포 x 6(좌3우3), 2인치 단장포 x 8(좌4,우4), 50cm 어뢰 발사관 x 3, 10식 기관포 x 4, 16식 고사포 x 4



백두산급 구축함


가격: 30만 달러

배수량: 440톤

전장: 76m, 전폭: 7.5m, 높이: 3.1m

무장: 2인치 단장포 x 4, 10식 20mm 기관포 x 4, 11식 중기관총 x 6, 50cm 어뢰 발사관 x 4



16식 고사포


구경: 105mm

최대도달고도: 10,000m

발사 속도: 분당 30발


작가의말

고사포에 VT 신관은 없습니다! 아직 전투기가 그렇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 수준까지는 아니니 고사포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언급한 미국의 아이오와 전함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2차 세계대전의 아이오와 전함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의제국(白衣帝國)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피의 축제(1) +4 17.03.09 2,291 27 15쪽
33 춘계 공세(3) +4 17.03.08 2,260 26 16쪽
32 춘계 공세(2) +5 17.03.07 2,211 25 15쪽
31 춘계 공세(1) +4 17.03.06 2,279 32 14쪽
30 겨울 조약(2) +4 17.03.05 2,519 30 18쪽
29 겨울 조약(1) +3 17.03.04 2,546 29 21쪽
28 전선은 서쪽으로(2) +5 17.03.03 2,340 24 14쪽
27 전선은 서쪽으로(1) +4 17.03.03 2,171 25 16쪽
26 물러터진 불곰(3) +2 17.03.02 2,159 26 15쪽
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24 물러터진 불곰(1) +4 17.03.01 2,263 29 16쪽
23 오직 진격 뿐(4) +6 17.02.28 2,202 26 19쪽
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7 29 16쪽
21 오직 진격 뿐(2) +6 17.02.27 2,289 26 21쪽
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2 27 21쪽
19 폭주하는 철갑 기병(3) +3 17.02.27 2,429 25 19쪽
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17 폭주하는 철갑 기병(1) +4 17.02.26 2,248 28 20쪽
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1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4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2 25 20쪽
12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7 23 21쪽
11 늙은 불곰의 포효(3) +5 17.02.24 2,222 25 17쪽
10 늙은 불곰의 포효(2) +2 17.02.23 2,366 23 23쪽
9 늙은 불곰의 포효(1) +11 17.02.23 2,471 28 17쪽
8 드리운 전운(6) +2 17.02.23 2,449 24 18쪽
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3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9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