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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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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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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폭주하는 철갑 기병(1)

DUMMY

백의제국 2.15 - 폭주하는 철갑기병(1)




제국 19년 11월 27일 오전 10시 일본 제국 수도 도쿄 총리 관저



총리 관저로 모인 정치인들과 군인들이 오쿠마 시게노부 총리에게 전쟁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만약 대한제국과 육지가 연결 되어 있다면 후방 침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만 했지만 제해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끝이다.


"혹시 조센징들의 해군을 두려워"


"시끄럽다!"


육군 출신 장군이 은근 슬쩍 해군을 조롱하려고 하자 그의 뜻을 간파한 총리가 언성을 높였다. 그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까지 입을 다물었다.


"조선은 아직도 무언가를 숨겨두고 있다. 아직도 지난 전쟁을 잊지 못한 것인가? 대일본 제국의 해군을 대량으로 동원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놈들에게 다 깨져버리지 않았나? 당시 현장에서 싸우던 장군들의 증언에 따르면 하늘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는 의미는 조선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부터 항공부대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비행선이 되었든, 비행기가 되었든 간에 놈들은 서양놈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 있는 놈들이다. 놈들의 육군이 그러한데 해군은 어쩌겠는가?"


그가 사실만을 늘어놓았기 때문에 달리 반박할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 그들의 자존심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들이 그토록 얕보는 조선인들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들은 다시금 전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총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구석에서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도고 헤이하치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에 있던 장군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조선 해군의 전력은 빈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러시아의 태평양 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것도 1개 함대로 기습 공격이 아닌 발해만 중앙에서 말 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태평양 함대를 상대로 어디에서 싸우겠다며 도전장까지 내밀었습니다. 완전히 준비된 상태의 태평양 함대인데 자신보다 전력이 약한 함대에게 전멸 당했습니다. 몇몇 군함은 노획까지 당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육군 장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건 도전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선을 너무 만만하게 보아 경무장 상태로 나가서 그럴 수도 있지 않습니까?"


도고 헤이하치로는 경무장이라는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경무장이라뇨... 해군이 육군인 줄 아십니까?"


이번에는 해군과 육군의 갈등으로 상황이 전개 되자 총리는 또다시 책상을 두드리며 그들을 조용히시켰다.


"어찌 되었던 간에 지금 당장은 중립을 지켜야만 한다. 조선의 몰락이 확실해지는 바로 그 날에 우리가 움직인다."


일본 제국은 그 날의 굴욕적인 패배 이후 칼을 갈며 군사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들이 빌린 차관은 십수개가 넘으며, 많은 젊은이들이 군 관련 업종에 종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이러한 이유로 적에 대해 다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중화민국이나 러시아처럼 섣부르게 공격하면 안 됐다. 비록 많은 장군들이 총리에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실망을 했지만 대조선 전쟁에서 그들의 힘을 몸소 체험한 장군들은 안도 할 수 있었다.



제국 19년 11월 27일 오후 6시 20분 대한제국 흑룡강도 가목사(자무쓰)



가목사는 제2군 중심으로 방어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방어전이 시작된 11월 17일에는 상부 명령으로 가목사에 집결한 국경 수비대와 지역 예비군, 민방위가 근처에 있는 비행대의 도움을 받으며 방어전을 펼쳤다. 동시에 대경에서 철수를 시작한 제2군 예하의 각 여단들이 개별적으로 가목사에 집결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방어 전력은 한 층 더 강화 되었다. 날은 가면 갈수록 추워지고 눈도 조금씩 쌓여가기 시작하다보니 마음이 조급해진 러시아군은 동강을 점령한 이후 더욱더 거세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이틀 전에 도시의 북부 외각이 점령 당하기도 했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이대로 인원 수로 밀어붙인다면 제2군을 멸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네놈들이 아무리 보충병을 갈아넣어도 우리들에게는 안 될거라고! 하하하!"


극동군 총사령관으로 있는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쿠로팟킨 사령관은 쌍안경으로 포격을 받고 있는 가목사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그때 그의 참모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는 쌍안경을 내려놓고 참모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타티아나 니콜라에브나 로마노바 여대공님께서 오셨습니다."


참모가 거세게 숨을 몰아내쉬며 대답했다.


"뭐? 그 분이 오신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그를 비롯하여 주변에 같이 있던 장교들이 화들짝 놀라했다.


"일부로 저희들에게 알리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현재 보충병들과 함께 총사령관님의 막사로 향하시는 중 입니다. 곧 도착할 예정 입니다."


그는 여대공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막사로 향했다. 커다란 막사 안에서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던 장교들이 급하게 들어오는 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서둘러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라 명령했고, 장교들은 다시 짐을 풀어야만 했다. 그들은 정확히 누가 오는 지도 모른 채 열심히 짐을 풀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고, 마침내 막사 내부는 원상태로 돌아왔다. 때마침 그의 참모가 여대공의 도착 소식을 알렸고, 그는 그들을 함께 데리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동계복을 입고 있는 타티아나 여대공이 기병과 함께 서 있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경례를 했고, 나머지 장교들도 황급히 경례를 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그 와중에 장교들은 꼴에 남자라고 그녀의 외모를 살폈다. 과연 러시아 여대공들 중 최고 미인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총사령관은 혹여나 그들이 결레를 저지를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막사 안은 밖과 다름 없이 추웠으나 차가운 바람만은 불어오지 않았다. 그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테이블 중앙에 앉았다.


"음... 제가 손님인데 이 자리에 앉는 것은 조금..."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자리를 바꿀 것을 요구하자 그는 흔퀘히 자리를 바꿔주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늘 자신이 앉았던 테이블 머릿말 중앙에 앉게 되었다.


"대공님께서 이 험한 전쟁터에 갑자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것도 여기는 최전방과 다름 없는 곳 입니다."


"총사령관님께서 곧 자리를 옮기신다고 하시길래 부상병 간호를 시작하기 전에 얼굴이라도 뵙고자 하는 마음에 왔지요."


그러자 그가 늠름하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소문대로 대공님은 따뜻한 마음을 지니셨군요."


"한 나라의 대공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 입니다. 그나저나 전선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그는 그녀에게 현 전선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지 잠시동안 고민을 해보았다. 대한제국군의 신형 장갑차로 추정되는 무리와 치열하게 싸운 동강 포위전부터 이야기를 할 지, 아니면 도시 북부 외각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부터 이야기를 할 지 말이다. 그는 아무래도 좋은 쪽으로 말하는 게 낫겠다 하여 후자를 택했다.


"3일 전에 가목사 북부 지역을 점령 했습니다. 까레아 인들이 계속해서 병력을 넣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이곳의 시청에 러시아 제국의 국기가 꽂히리라 봅니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다른 장교들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그는 그녀의 그 작은 변화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가 그 한국인 장교를 잊지 못하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그만 일어나보겠습니다. 괜히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분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타티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들도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까지 마중을 나갔다. 그녀는 그들에게 공손히 하고 말 위에 올라탔다. 그들은 그녀에게 경례를 했다. 그녀는 그들을 보며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장교들은 그냥 좋아라 하며 헤벌레 웃었다. 그러자 그가 한 장교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녀는 소수의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부상자들이 있는 후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현장에 도착하여 말에서 내리고 간호사들로부터 간호복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간호복으로 갈아입었다. 동계복 일부를 탈의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더 추워졌으나 부상병들에 비하면 별 볼일 없는 고생이라 생각하고 꾹 참았다. 그녀가 옷을 다 갈아입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의사에게 다가갔다.


"대공마마..."


"부상병들은 어디에 있죠?"


의사는 그녀를 부상병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병동에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를 만났다. 그 다음으로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병들을 보았다. 그녀는 예전에 몇 차례 부상병들을 보살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단지 심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 많아보일 뿐이다.


"한국놈들 화력이 장난 아닌가 봅니다. 여기 있는 자들은 대부분 중상자들 입니다."


벽면에서는 수술이 끝난 중상자들이 침대에 누워 간신히 목숨을 유지한 채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한 부상병이 그녀를 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온다고! 히히히! 우린 다 죽을거야! 우히히히!"


그녀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그때 한 간호사가 누군가의 도움을 외치자 그녀는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번에 새로 들어 온 부상병이었는데 양쪽 무릎 아래가 처참하게 박살나 있었다. 마치 육중한 무언가에 깔린 듯이 말이다. 그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그게 날 뭉겠다고! 아아아아아! 천천히 날 깔아뭉게려 했다고오오!"


"어서 여기를 잡으세요!"


의사가 톱을 꺼내며 외쳤다. 부상병은 그 톱을 보더니 심한 발작을 일으키면서 거품을 물었다. 그리고 결국 고개가 넘어갔다.


같은 시각, 일단의 러시아 기병 연대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다. 규모가 조금 커 보였으나 근처에 있는 나무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려 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가목사는 포격으로 아침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대열 중앙에 있는 연대장은 포격을 받는 한국군을 비웃었다.


"감히 우리를 선제공격 하려고 하다니! 이런 허약체들로? 하하하! 깜짝 선물 받을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쿠르르릉


그때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연대장은 즉시 전진을 중단했다. 기병들의 움직임이 멈추면서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는 폭음 속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를 걸러내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분명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나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허리춤에서 작은 망원경을 꺼내 주변을 살펴보았다.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시 부대를 전진시켰다.


-쒜에엑! 콰앙!


어디에선가 날아 온 포탄이 연대장의 허리를 부셔버리고 땅에 박히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연대장 주변에 있던 호위 병력들이 말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말이 쓰러지고 기병의 다리가 그 아래에 깔렸다. 그들의 다리가 부셔졌다.


-쒜엑! 쒜엑! 콰앙! 콰앙!


하지만 폭발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되었다. 기병들은 당황하여 우왕자왕 했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던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겁에 질린 말들이 마구 날뛰기 시작하면서 기병 연대가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대대장들이 전열을 갖추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여러 갈래의 빛줄기가 나오면서 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으어억! 저게 뭐야!"


친위기갑사단을 뜻하는 붉은 이화 문양을 한 아무르 경전차와 백호 중형 전차를 본 기병들이 지레 겁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전차들은 그걸 놓칠세랴 기관총과 고폭탄을 총동원하여 기병 연대를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몇 번 총알이 날아왔으나 씨알도 안 먹혔다.


"어서 도망... 이런 젠장!"


그들의 퇴로에서 아무르 경전차들이 경쾌한 엔진 소리를 울리며 나타났다. 말들은 전차를 보며 깜짝 놀라 자신의 주인들을 내팽겨쳤다. 기병들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고폭탄과 총알이 쇄도하면서 그들의 몸이 처참하게 부셔졌다. 기병들은 세 방향에서 공격을 받고는 말에서 내려 산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두껍게 쌓인 눈 때문에 말 조차 움직이기를 어려워 했다. 전차부대는 싸울 생각이 없는 그들을 굳이 공격하지 않았다.


"자! 자! 가자! 동강에서 당한 걸 갚아주자고!"


안중근 중령이 붕대로 칭칭 감긴 왼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그의 연대원들이 일제히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 허공에 권총을 한 번씩 쏘았다. 친위기갑사단은 곳곳에 널려 있는 잔챙이들을 처리해가며 북동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눈이 방해가 되었다. 전차들은 요란스러웠으나 외각으로 향하면서 그들의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적의 수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어느덧 러시아군 진영 동쪽으로 이동한 전차들은 머릿말을 서쪽으로 돌려 맹렬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2선에 배치 되어 있던 포병들이 첫번째 목표물이었다.


-콰우우웅!


고폭탄이 야포탄들을 쌓아두었던 곳을 건들면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포병들은 전차를 보고 기겁을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유폭으로 인한 대폭발이 일어났다. 이 대폭발은 멀리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전차들은 도망가는 포병들의 등에 총탄을 박아주거나 산채로 깔아뭉게버렸다. 용맹한 포병들이 급하게 포신을 돌려 전차를 격파하려 했으나 포병 진지를 휘젖고 다니는 아무르 경전차들의 좋은 표적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딜 감히!"


-콰앙!


포병이 야포와 함께 다정하게 박살났다.


"중포를 노려라!"


무엇보다 도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대포는 중포였다. 다른 것들보다 구경이 훨씬 큰 중포는 한 발, 한 발의 위력 역시 남달랐다. 중포가 배치 되어 있는 곳에 도착한 백호 중형 전차들이 45mm 고폭탄을 탄약 창고에 박아주었다.


-꽈우우웅!


야포탄이 유폭 했을 때보다 몇 배는 큰 버섯 구름이 올라왔다. 상체를 내밀고 있던 전차장들의 몸이 후폭풍으로 인하여 뒤로 확 젖혀졌다. 안중근은 상체를 내밀고 있던 전차장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들은 사과를 하고 조용히 포탑 안으로 들어갔다.


"적 기병 출현! 전방에 기병 출현!"


포병들을 구원하기 위해 제일 빠르게 달려 온 기병들이 용맹하게 칼을 뽑은 채 달려오다가 전차들을 보고 멈칫했다. 전차들의 포신은 정확히 기병들을 향하고 있었다. 기병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들은 가차없이 사격을 시작했고 소대별로 산개하여 달려 온 2개 기병 중대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패퇴 했다. 전차들은 도주하는 기병들을 쫓기 시작했다. 대신 사격은 하지 않았다.


"으아아악! 살려줘!"


"뭐야? 쟤네 3중대 아니야?"


울부짖으며 달려오고 있는 기병들을 본 러시아군들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얼마가지 않아 경악스러움으로 바뀌었다. 기병을 쫓아 온 전차들이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모두에게 꺼리낌 없이 보여주었다. 러시아군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기병들은 서둘러 말 위에 올라타 용맹하게 전차를 향해 돌격을 했다. 하지만 전차들은 그들의 노력을 비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전차를 향해 달려든 기병은 한 명의 부상자 없이 싸그리 죽어버렸다.


"꼴을 보아하니 보충병들이구나! 싸그리 죽여라!"


보병들의 옷과 얼굴은 너무 깨끗했다. 표정 역시 전쟁을 처음 겪어보는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침착함이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자기만 살려고 하는 멍청한 오합지졸들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순식간에 보충병 대대 하나를 날려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은 탄약을 쌓아둔 곳을 폭파시키고 식량을 모아 둔 곳도 폭파시켰다. 신병들이 공 들여 세워놓은 막사를 모조리 깔아뭉게고 깃발을 불 태웠다.


-좋아! 이대로 밀고 들어간다!


전차들이 다시금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병 대대를 구원하기 위해 이동 중이던 적 보병 중대들과 기병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하며 시원하게 전진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처참하게 죽은 시체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신병 대대 주둔지에서 북서쪽으로 12km 가량 진격 했을 때, 그들은 마을 같은 것을 발견했다. 분명 러시아인들의 마을이 아닌 한국인들이 주인이었던 마을이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전차들은 정지한 뒤에 사전 정찰을 시작했다. 마을 외각에 무장한 러시아군들이 집결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월척을 낚았습니다!"


"저거 꽤 큰 놈 입니다."


그들은 마을에 대규모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정찰 결과를 보고했다. 남상옥 소장은 다시금 진격 명령을 내렸고, 안중근 중령의 303친위 중기갑 연대가 선두로 마을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전차들을 포착한 러시아군은 침착하게 총을 쏘았다. 하지만 단 한 발의 총알도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제서야 상황을 깨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 부셔라!"


-퍼엉! 퍼엉!


러시아군을 맞추기 위해 쏜 포탄이 빗나가 집에 집에 명중 했으나 그곳에서 러시아군이 튀어나왔다. 덕분에 그들은 이 마을에는 오직 러시아군만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르 전차들이 도망가는 러시아군을 쫓아갔다. 그들은 일부로 속도를 낮추었다가 높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그들을 농락했다. 백호 전차들은 이곳의 본부를 치기 위해 중앙 돌파를 감행했다. 선두 차량이 빈약해보이던 집을 부숴버렸다. 그 안에 있던 러시아군들이 전차에 깔려 죽었다. 그 뒤로 백호들이 연달아 뛰어들어왔다.


"어? 어?"


외각에서 조금 안쪽으로 진입하니 무장한 군인들 대신 비무장한 민간인들과 부상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보고가 안중근에게 들어가자 그는 즉시 사단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사단장은 상황을 파악하고 모든 연대에게 무차별 사격 금지를 명령했다. 그들을 본 몇몇 부상병들은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나뒹굴기 시작했다. 전차들과 조우한 적이 있었던 부상병들이었다.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마을 중심으로 향했다. 다시보니 비무장 인원들 중에서 상당수는 간호사나 의사인 듯 했다. 안중근의 지휘차량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 앞에 정차했다. 그때 건물 뒤쪽에서 중무장한 기병과 말 위에 올라탄 한 여성이 함께 빠져나가는 것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것들을 잡아라!"


백호 전차 두 대가 그들의 꼬리를 물었다. 기병들이 이를 악 물고 전차를 향해 총을 쏘았으나 무모한 행동이었다. 전차는 말의 속도를 금방 따라잡았고 전차포 대신 동축기관총으로 신중히 조준하여 무장한 기병만 사냥했다. 전차장들은 고개만 내민 채 적을 향해 항복하라며 소리쳤다. 결국 기병 둘과 여성은 그 자리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전차를 바라보았다. 전차장이 해치를 열고 나와 권총으로 나머지 두 기병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지휘차에서 내린 안중근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유창한 러시아어로 명령했다.


"말에서 내려라."


그녀는 그의 명령대로 조심스럽게 말에서 내렸다. 안중근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작고 얇은 종이책을 펼쳐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한 번씩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5쪽에서 그가 행동을 멈추더니 씨익 웃었다.


"러시아 제국 여대공 타티아나 니콜라에브나 로마노바.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작가의말

실제로 여대공들은 전선으로 가서 간호 활동 등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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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0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3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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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2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8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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