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2i*** 님의 서재입니다.

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149,763
추천수 :
1,622
글자수 :
466,453

작성
17.02.27 18:05
조회
2,361
추천
27
글자
21쪽

오직 진격 뿐(1)

DUMMY

백의제국 2.18 - 오직 진격 뿐(1)




제국 19년 12월 11일 오후 2시 대한제국 수도 경복궁



황제는 용좌에 앉아 팔짱을 낀 채로 이한응을 내려다보고 있다. 옆 자리에는 국정원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이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자네가 신뢰하던 그 외교관이 저지른 짓이다?"


"확실치는 않사옵니다만... 변했습니다. 분명 그 날 변했습니다."


이한응이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영국이 그런 짓을 벌였다면... 우리는 영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뒤틀려져버릴 거요. 그리되면 우리가 공 들여 얻은 강력한 동맹 하나가 사라지는 격이 되겠지. 즉! 이 세계 전쟁에서 우리가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개가 한 마리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외교 관계 속에서 영국의 위치는 매우 중요했다. 영국 덕분에 그동안 일본과 러시아, 중화민국을 침묵시킬 수 있었다. 영국 덕분에 무역에서 큰 이익을 보았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초기에는 영국이 중화민국에게 써먹었던 방식의 무역술을 꺼내려 했었지만 말이다. 최근 정치인들이 독일보다 영국에 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렇습니다. 지금과 같은 격동의 시기에서 영국이라는 강력한 애완견을 버리면 안 되겠지요. 허나 이 소식이 국민들의 귀로 들어가는 순간..."


김장현 장관이 우려하는 바를 말했다. 황제 역시 그 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 태상황은 그가 황태자일 시절에 그에게 매일매일 국민을 이길 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영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려 해도 가족과 집과 친구를 잃은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영국과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끄음... 이거 정말 난감한 일이군요. 아! 그렇죠. 총리는 어땠습니까? 영국의 총리 말이오."


그가 이한응에게 물어보았다. 이한응은 런던에서 수차례 보았던 총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총리는 아제국과의 동맹에 대해 내키지 않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국과 동맹을 결정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 있던 사람은 외무대신 랜스다운이지만 제가 총리를 만났을 때 동맹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우리를 동양인이라며 깔보고 있으나 우리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영국에 항의를 했을 때, 그쪽에서도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이강준 국장이 손을 들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기꺼이 승락했다.


"우선 저희가 조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에게는 아주 뛰어난 암살자이자 뛰어난 요원이 한 명 있습니다. 다른 요원들도 뛰어나지만 말이죠.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저희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폐하. 믿고 맡겨만 주십시오. 폐하."


황제는 제정원이 나선다는 것은 상대가 일루미나티와 연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그러는 것임을 안다. 최근 들어 일루미나티 쪽에서 대한제국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이강준 국장이 무려 다섯 차례나 보고 했고, 이한응의 보고에서 걸리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승인하겠소. 그렇다면 그 전까지 이 전쟁은 러시아가 도발한 것으로 유지하도록 하리라."


"사실상 전쟁은 러시아가 시작햇습니다. 설령 헨리 스튜어트가 간사한 짓을 했더라도 결정은 니콜라이 2세가 내렸습니다. 나중에 우리들에게 잡히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다고 변명하겠지만 분명 선택의 여지는 있었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한 어리석은 인간일 뿐이지요."


김장현이 말하자 황제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이 맞소이다. 어제 모단강에 이어 계서까지 탈환을 했으니 블라디보스토크는 곧 우리들의 것이 될 거요. 연설에서 언급 했듯이 동궁에 태극기가 나붓거리겠군!"


"허허, 폐하께서 너무 소박하시군요. 그냥 러시아의 황제도 겸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한응이 농담을 던지자 황제가 호탕하게 웃었다.



제국 19년 12월 11월 오후 3시 20분 중화민국 수도 베이징 총통 관저 회의실



-콰앙!


원세개가 두 주먹으로 작전 지도가 놓여 있는 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그의 앞에 있는 여러 장군들은 아무 말 없이 중죄인이라도 된 듯이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원세개는 씩씩거리다가 속이 뜨거워짐을 느껴 차가운 와인을 잔에 따라 물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도대체!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1군은 러시아군과 협공하면서 안산을 점령하지 못하고! 2,3군은 선양을 공격하다가 되려 큰 피해를 받다니! 어떻게 안산과 선양을 뚫지 못하고 있는 거야! 심지어 그 놈들은 놈들의 본진도 아니란 말이다!"


"총통 각하. 놈들에게 강력한 장갑차가 있었습니다."


제1군 사령관, 펑궈장 휘하에서 싸우는 한 장군이 말했다. 그러자 원세개가 상을 더 세게 쳐대며 소리쳤다.


"그럼 우리도 장갑차를 투입하면 되지 않는가!"


이에 제2군의 왕스전 휘하의 장군이 반박했다.


"아직 제2군의 모든 전력이 선양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전쟁을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게다가 장갑차 부대는 이제 막 베이징에 도착 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놈들에게는 화염 방사기인가 하는 물건이 대량으로 있었습니다. 집단으로 돌격 했다가 모조리 타 죽었습니다. 설령 백병전을 치루었다고 해도 소수에 불과하며 모조리 전멸 당했습니다."


장군들의 입에서는 부정적인 사실이 쉴 세 없이 쏟아져나왔다. 원세개의 입장에서는 그저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중화민국은 대규모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군을 동원했다. 외국에 대규모 차관을 들여서까지 말이다. 안 그래도 빚더미인데, 빚이 더 쌓이게 되어버렸다. 대한제국을 털 수 있을만큼 탈탈 털어 빚의 일부분을 갚고 대한제국의 고급 무기와 고급 상품으로 무역을 감행하여 나머지 빚까지 청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초장부터 막혀버렸다.


"러시아군은 뭐를 하고 있길래 공격에 매번 실패하는 건가?"


"이미 러시아군은 전력상 손실이 큰 상태 입니다. 제대로 된 돌격을 감행할 능력이 없으며 보충병을 모을 능력도 없습니다. 사실상 안산은 1군 홀로 공격 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10만명 통째로 쏟아부어라!"


원세개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리 멈칫거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장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총통 각하... 방금 전에 이 분께서 말씀하셨다시피 1~3군은 완전한 전력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차례의 공격으로 각 군에서 1~2만명씩 죽었습니다. 그리고 국경에서 안산, 선양까지 진격하는 데에 한국군의 게릴라전에 시달렸습니다. 덤으로 눈이 쉴 세 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동계 장비 역시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원세개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가 '병력을 더 갈어넣어!'라고 외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장교 한 명이 들어왔다.


"각하... 톈진이 공격 당했습니다."


장교의 소식을 들은 원세개가 장교에게 언성을 높여가며 화를 냈다.


"우리 해군이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니 톈진 항구가 공격 당하는 것은 모두가 예상한 바 아니더냐! 그딴 소식이 땀을 흘리면서 이 중대한 회의 중에 갑작스럽게 들어야 할 소식이더냐!"


"톈진 내륙 지역이 당했습니다. 적 해군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놈들은 하늘에서 공격 했고, 지금 그것들이 이곳 베이징으로 오는 중 입니다."


하늘에서 공격 했다는 말에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당황해 했다. 그들의 상식선에서 하늘에서 중화민국의 톈진과 베이징을 공격할 만한 존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비행기가 있기야 하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비행기 역시 톈진과 베이징을 공격할 수 없다. 공격하기도 전에 연료 고갈로 추락할 것이 뻔 했다. 원세개는 그 장교에게 톈진을 공격한 것에 대해 상세히 질문했다.


"도대체 뭐가 공격 했다고 하더냐!"


"엄청나게 거대한 원통형 비행물체였다고 합니다. 그 물체에서 폭탄이 떨어져 톈진 시내를 박살냈다고 했습니다."


-에에에에엥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원세개는 장군들과 함께 서둘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약간의 홍조를 낀 하늘을 보았다. 저 하늘에는 무언가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그것은 멀리 있는 지 작게 보였으나 분명 원통형 물체였다. 그렇다면 저것이 톈진을 박살 냈다는 비행물체가 된다.


"이런 망할! 즉시 높은 건물 옥상에 소총수 배치시켜! 군 부대에는 기관총으로 대응하라 하고! 저것을 막아야 한다!"


그의 명령을 가진 전령들이 말을 타고 각 군부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베이징 상공에 나타난 비행선들은 삼족오 전투 비행대의 제5 비행선대대 소속의 비행선들이다. 봉황3, 봉황20, 봉황37이 사이좋게 베이징 상공을 누볐다. 대대장은 기함에서 사치스러워 보이는 자금성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표정을 본 함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대대장님.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제일 먼저 저것부터 불 태우겠습니다."


"그거 좋군. 민간인들한테 폭탄 쳐박는 것보다 백배 천배로 낫겠지."


그들은 지상에서 번쩍이는 귀여운 빛들을 보았다. 소총수들의 귀여운 저항이었다. 우람한 비행선들은 소총수들의 저항을 무시한 채 자금성으로 향했다. 봉황3의 폭탄창이 서서히 개방 되었고, 봉황 20과 봉황 37의 37mm 보병포가 자금성을 겨누었다.


"투하!"


"쏴라!"


-퍼엉! 퍼엉! 퍼엉!


폭탄이 투하 됨과 동시에 포격이 시작 되었다. 그들이 상공에서 대포를 쏘자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폭탄 먼저 지상에 떨어진 고폭탄이 자금성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50kg 폭탄 형제들이 재미난 놀이에 가담했다. 태화전이 폭탄을 맞으면서 지붕이 뜯겨져나가고 기둥이 부러지면서 건물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나무로 된 부분에서는 화재가 발생했고, 그것을 번식시켰다.


"저놈들 상당히 거슬리는군."


"처리하겠습니다. 기관포 사수들은 적 지상군을 공격하라!"


-텅! 텅! 텅! 텅! 텅!


기관포탄이 날렵하게 땅에 꽂혔다. 총을 쏘던 중국군들의 몸이 단 한 발로 인해 반으로 분리 되었다. 운도 지지리 없는 민간인들이 기관포탄에 맞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기 부대원들이 비행선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당하자 전의를 상실한 그 부대의 나머지 병사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도망갔다.


-콰르르르르릉!


천둥 소리가 울리더니 자금성에서 엄청난 화염들이 치솟아올랐다. 녹일 것이 사라질 때까지 모든 것을 녹인다는 영화탄이었다. 괜히 민간인 거주지역에 투하하는 것보다 오랜 역사가 담긴 자금성을 파괴하는 게 백배 천배 낫다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자금성 안의 폭격 장소에 있던 사람들은 불길에 휩싸여 1~2초 만에 목숨을 잃었다.


"돌아간다! 더 이상의 공격은 금한다!"


자금성을 초토화시키고, 중국군들을 날려버린 비행선들이 자신들이 왔던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 날 이후로 수백만의 중국인들은 비행선의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여 매시간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제국 19년 12월 13일 오전 9시 대한제국 부산, 부산항



이강년 친위보병대와 에밀리오 하신토 필리핀 원정군 사령관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악수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항구에 집결 중인 친위보병대와 필리핀 원정군을 보았다. 서로의 피부색이나 외모는 약간 달랐으나 친화력이 높아서 그런지 서로 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밀리오는 평화로운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다가 재채기를 했다. 필리핀인들에게 대한제국 남반부의 추위는 싸구려 방한복을 입고 시베리아 벌판 한가운데에 서 있는 수준이다. 에밀리오는 길게 숨을 내쉬고 항구에 정박 중인 수송선들을 보았다. 필리핀이 보유한 함선보다 훨씬 많았다. 그는 대한제국이 부러웠다.


"에밀리오 하신토 장군님 아니십니까?"


뒤에서 박승환 친위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그 역시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박승환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위아래로 힘 있게 흔들었다. 그는 박승환의 제복을 아래에서 위까지 쭉 흝어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항상 느끼는건데 제복이 멋있습니다."


"제복이 멋있어서 입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아무리 좋은 제복이라도 각이 없고, 입는 사람의 비율이 좋지 않으면 영 꽝 입니다."


"다행히 친위대장님은 제복이 맞나 봅니다."


그들은 하하 웃으며 항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부산항은 지속적인 확장 공사 덕분에 제국 1년 당시의 부산항보다 훨씬 넓었다. 부산항에 3개 사단 병력이 들어서기에 충분했다. 에밀리오는 매우 큰 전쟁만 터지지 않는 이상 조만간 부산항은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나저나 부하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심히 걱정 됩니다."


아무래도 필리핀은 열대 기후이다보니 대한제국의 추위, 더 나아가 사할린의 추위에 적응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병사의 전투력은 건강에서 나오기 때문에 동계복이 충분히 지급 되어도 추위로 인한 건강 악화를 당연히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강년이 뭘 그리 걱정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국 19년 12월 17일 오전 8시 대한제국 흑룡강도 합이빈 남쪽 10km, 상공 4km



가루라 전투비행대 예하 107전투비행대대 소속의 송골매들이 차가운 겨울 하늘을 날고 있다. 그들이 이런 아침부터 얼굴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하늘을 나는 이유는 합이빈에 나타난 적 전투기들 때문이다. 정확한 적의 규모는 알 수 없었으나 대한제국군 기준으로 최소한 대대 규모라는 정보가 들어왔었다. 그래서 여유 있던 107대대가 당첨된 것이다.


-우리가 도착할 때 즈음이면 놈들의 연료가 많이 소진되어 있을 것이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시간만 잘 끌면 이길 수 있다.


214중대장이 무전으로 중대원들에게 충고를 했다. 최수형 중위는 조종석 사출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이 단추를 누르면 조종석을 고정시키고 있던 것들이 분해되고 꽈악 눌려 있던 강력한 스프링들이 조종석을 위로 밀어낸다. 수 차례의 실험을 거쳐서 입증된 간단한 기술이었다. 덕분에 추락하는 전투기와 함께 운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유나 소위. 적이 원형 전투기면 우짠다냐?


누군가가 그의 동료이자 애인이기도 한 이유나에게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졌다.


-그.그.그럴 일 없습니다!


그녀가 대답하자 중대원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최수형은 가만히 참고 있다가 동료들이 계속 그녀를 놀리자 무전기를 잡고 말했다.


"적당히 해라."


그 한마디에 잠시동안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그는 휘파람을 불며 아래를 보았다. 어느덧 2선급 부대가 밑에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적 전투기와 조우하게 된다. 생애 첫 실전이다보니 두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그는 중대장의 말대로 욕심 부리지 않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적기 출현!


그들의 시야에 지상을 공격 중인 적 전투기들이 포착 되었다.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사람을 괴롭히는 날파리처럼 보였다. 그는 기체의 상태를 조밀하게 점검해보았다. 모두 멀쩡했다. 한편 적기들은 대대 소속 전투기들을 발견하고 속히 전투 대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보아하니 실력 없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연료도 충분해보였다. 214 중대 전원이 실전 경험이 전무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많지도 않았기에 심히 걱정 되었다.


-나머지는 너희들의 개인 기량에 맡긴다!


양 측의 전투기가 맹렬한 속도로 서로에게 돌격했다. 그는 경기관총을 장전시키고 발사 단추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적 전투기들이 먼저 기총소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응하여 대대 전투기들도 기총소사를 시작했다. 양 측의 총알이 서로를 스쳐지나가 목표물에게 날아갔다. 그는 조종간을 위로 당겨 전투기의 기체를 상승시키기 시작했다. 이유나 소위도 그의 뒤에서 같이 고도를 상승시켰다.


"우리 둘이 잘 해보자고!"


-죽지나 마십쇼.


영국제 아브로 504 전투기 3대가 그들을 따라 함께 고도를 상승시켰다. 그는 선두에 있는 적기보다 후미에 있는 적기를 먼저 노리기로 했다. 그가 고도 상승을 중단하자 적들도 역시 고도 상승을 중단했다.


"3초 뒤에 좌측으로 틀어! 적들의 뒤를 칠거야!"


그는 기체를 좌우로 조금씩 흔들어주면서 감속과도 같은 효과를 주었다. 그녀 역시 그를 따라했다. 그리고 3초가 지나자 그들이 기체를 왼쪽으로 확 틀었다. 그들의 옆으로 아브로 편대가 지나갔고, 그들의 총구는 천천히 적의 후미를 향했다. 적들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회피 기동을 시작했다.


"실력 있는 놈들인 줄 알았는데!"


-타타타타타타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후미에 있던 아브로 전투기의 날개와 꼬리가 처참하게 찢겨져나갔다. 비행 능력을 상실한 적기가 허무하게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적 두대가 다시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고도를 높였다. 고도는 어느덧 4,500미터에 이르렀고 적 전투기는 연료 문제로 상승을 그만 두었으나 송골매들은 더 상승할 수 있었다. 결국 둘은 고도에서 우위를 점했고 하강하면서 적의 머리에 총알을 쑤셔박았다. 적기 엔진이 폭발하면서 적 조종사는 공중산화 했다. 그들은 4,000 미터까지 하강했다.


"연료 소모가 너무 커..."


-그래도 두 놈 잡았어.


그의 시야에 아브로 전투기에게 꼬리가 잡힌 215중대 소속 전투기를 보았다. 그는 즉시 적기를 추격했다. 쫓기고 있는 아군기는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는 듯 보였으나 그의 눈에는 도움 없이 생존이 불가능해 보였다.


-젠장! 나한테 두 놈 붙었어! 그건 네가 처리해!


이유나가 그의 뒤쪽에서 이탈하며 말했다. 그는 저것을 처리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잘못 맞추면 아군기가 맞기 때문에 신중히 단추를 눌러야만 했다. 그는 적이 조준경에 들어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추를 1초 동안 눌렀다. 적기 엔진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나오기 시작했다. 위기를 모면한 아군기가 몸을 좌우로 흔들어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즉시 기체를 돌려 이유나가 탑승한 기체로 향했다.


-조심해!


그가 기체를 돌리는 순간 측면에서 블레리오XI 전투기가 경기관총을 갈겨대며 지나갔다. 날개와 꼬리 부분에 총알이 박혔다. 부분적으로 방탄 처리가 되어 있었으나 거리가 너무 가까웠을 뿐더러 몇 발은 방탄이 되지 않은 곳에 명중했다.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모욕한 블레리오의 꼬리를 향해 기체를 돌렸다. 최고 속력이 75km/h 밖에 안 되는 블레리오는 전장을 잘못 골랐다.


"이 느려터진 굼벵이가!"


-타타타타타타타


총알이 적 조종수의 등을 파고 들었다. 피가 촤악 뿌려졌고, 마침 적 기체를 스쳐지나간 그의 기체에 피가 묻었다. 그는 속도계를 보았다. 엔진이 당했는지 출력이 조금씩 저하되고 있었다.

뒤를 보니 하얀 연기는 점점 검은색으로 변질 되어갔다. 그는 무전기로 중대장에게 귀환을 알리고 기체를 돌렸다. 그 순간 아르보 전투기 한 기가 그의 꼬리를 잡았다. 120km/h까지 출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적기를 따돌리기 어려웠다. 적이 기총을 쏘았다.


-터터텅! 터텅!


날개와 몸통에 명중 되었고 두세발은 도탄 되었다. 그는 이를 악 물고 기체 고도를 상승시키며 기체를 뒤집었다. 적 조종사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 지 알아차리고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는 롤러코스터의 360도 회전 레일을 지나는 차량처럼 회전하고는 적의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조준경에 들어 온 적을 향해 난사했다. 적기의 꼬리가 부러지고 조종사가 죽었다. 반격에 성공했다.


-퍼엉!


엔진에서 작은 폭발이 일었다. 검은 연기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그는 더 이상은 무리라 판단하고 조종석 사출 단추를 꾹 눌렀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조종석을 고정한 금속들이 분리됨과 동시에 스프링이 그를 위로 띄었다. 그는 녹색 단추를 눌렀다. 낙하산이 촤르륵 펴졌다. 아쉽게도 그의 기체는 땅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 되어 있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적기들은 연료 부족으로 인해 도망가고 있었다. 그 중에 느려터진 블레리오 전투기는 단 한 기도 없었다.


"죽을 뻔 했네..."


다행히 그는 안전히 지상에 착지 했고, 지상군의 도움을 받아 안전히 대대 본부로 갈 수 있었다.

루프 기동.PNG


작가의말

매번 러시아와 싸우는 거라 새로운 부제 지을 때마다 난감하네요ㅋㅋㅋ


그리고 아래 사진은 최수형 중위가 사용한 루프 기동 입니다. 롤러코스터의 360도 회전 코스처럼 생겼죠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의제국(白衣帝國)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피의 축제(1) +4 17.03.09 2,291 27 15쪽
33 춘계 공세(3) +4 17.03.08 2,260 26 16쪽
32 춘계 공세(2) +5 17.03.07 2,211 25 15쪽
31 춘계 공세(1) +4 17.03.06 2,279 32 14쪽
30 겨울 조약(2) +4 17.03.05 2,519 30 18쪽
29 겨울 조약(1) +3 17.03.04 2,546 29 21쪽
28 전선은 서쪽으로(2) +5 17.03.03 2,340 24 14쪽
27 전선은 서쪽으로(1) +4 17.03.03 2,171 25 16쪽
26 물러터진 불곰(3) +2 17.03.02 2,159 26 15쪽
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24 물러터진 불곰(1) +4 17.03.01 2,263 29 16쪽
23 오직 진격 뿐(4) +6 17.02.28 2,202 26 19쪽
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7 29 16쪽
21 오직 진격 뿐(2) +6 17.02.27 2,289 26 21쪽
»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2 27 21쪽
19 폭주하는 철갑 기병(3) +3 17.02.27 2,429 25 19쪽
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17 폭주하는 철갑 기병(1) +4 17.02.26 2,248 28 20쪽
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1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4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13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1 25 20쪽
12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6 23 21쪽
11 늙은 불곰의 포효(3) +5 17.02.24 2,222 25 17쪽
10 늙은 불곰의 포효(2) +2 17.02.23 2,366 23 23쪽
9 늙은 불곰의 포효(1) +11 17.02.23 2,471 28 17쪽
8 드리운 전운(6) +2 17.02.23 2,449 24 18쪽
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3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8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